[리뷰] "랜덤이 아닌 택틱스 타워 디펜스라 불러주오"

리뷰 | 윤홍만 기자 | 댓글: 6개 |

운 요소는 줄이고 전략은 키우고, 파고들수록 커지는 재미


타워 디펜스라고 하면 오랫동안 유즈맵에서 인기를 끈 대표적인 장르 가운데 하나다. 도타 올스타를 시작으로 카오스 등의 MOBA가 등장해 유즈맵의 왕좌를 차지했을 때에도 여전히 많은 유저들이 즐겼을 정도다. 하지만 유독 유즈맵 밖에선 약한 모습을 보여주는 장르이기도 했다.

도타 올스타를 원조로 한 '도타2'와 '리그 오브 레전드'가 전 세계적인 흥행을 기록하고, 2019년 초 포켓몬 디펜스의 정신적 후계자랄 수 있는 '오토체스'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것과 비교하면 타워 디펜스 장르의 행적은 초라할 정도다. 반짝 흥행한 게임이 더러 있었지만, 단발성에 불과했다.

그런 가운데 최근 새로운 도전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라인게임즈의 신작 '가디언 크로니클'이다. 타워 디펜스 부진의 역사를 끊고자 하는 '가디언 크로니클'의 부장의 한 수는 뭐였을지, 이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게임명 : 가디언 크로니클
장르 : 타워 디펜스
출시일 : 2021. 03. 25.
개발 : 픽셀크루즈
배급 : 라인게임즈
플랫폼: PC, 모바일



많이 만든다고 다가 아니다, 덱 시스템이 강화한 전략의 재미


일반적으로 타워 디펜스라고 하면 물밀 듯이 밀려오는 적과 그런 적들을 막아내기 위해 화면 가득 채운 타워의 모습을 떠올리고 한다. '가디언 크로니클'의 첫인상도 크게 다르진 않았다. 특수 능력을 지닌 마스터의 존재, 그리고 덱 시스템이 눈에 띄긴 했지만, 그 외에는 정통 타워 디펜스의 특징을 고스란히 가져온 모습이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타워 디펜스는 전략을 녹여내기 어려운 장르로 꼽힌다. 전략이라고 해봤자 타워를 어디에 설치할지, 그리고 상황에 따라 어떤 타워를 먼저 강화할지 고르는 것에 불과한 게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디언 크로니클'은 달랐다. 덱과 조합 시스템을 통해 기존의 타워 디펜스에선 느끼기 어려웠던 전략의 재미를 녹여내는 데 성공했다. 기본적으로 '가디언 크로니클'에서 가디언을 뽑는 비용은 모두 같다. 이러면 높은 등급의 가디언이 좋다고 생각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등급이 높다고 무조건 좋은 가디언인 건 아니다. 높은 등급의 가디언은 공격력이나 공격속도가 빠른 경우가 많으나 그만큼 쓰기 까다롭다.



▲ 마스터와 가디언을 조합해 최적의 덱을 구성해야 한다

수비형 가디언 린이 대표적이다. 린은 공격력이 강할 뿐 아니라 공격속도도 빠르고 사정거리도 길다. 여기에 특수능력으로 매 공격 100% 치명피해를 입힌다. 이렇게만 보면 최고의 가디언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약점으로 소환한 지 40초가 지나면 수면상태에 빠져 전혀 공격하지 않게 된다. 다시 쓰려면 합성을 하는 수밖에 없다.

특이한 건 린만이 아니다. 공격력은 약하지만, 일정 시간마다 주위 가디언 수에 따라 라닉(자원)을 추가로 획득하게 해주는 클라이든이나 주위 가디언 수만큼 공격속도가 증가하는 피데트, 길목에 지뢰를 설치해 범위 피해를 주는 트레피어까지 가디언들은 저마다 다양한 능력을 가진 만큼, 이를 조합해 최적의 덱을 구성해야 한다.



▲ 공격력은 약하지만 추가 라닉을 주는 클라이든은 덱에 따라선 좋은 선택이 될 수도 있다

전략을 살리고자 하는 '가디언 크로니클'의 노력은 이뿐만이 아니다. 운영에도 변화를 꾀했다. 어떤 가디언이 나올지 모든 건 덱에서 랜덤으로 정해진다. 어떨 때는 똑같은 가디언이 연속해서 3, 4번 나올 때도 있지만, 한참 동안 안 나올 때도 있다. 그렇기에 원하는 가디언을 원하는 위치에 배치하려면 덱을 보고 그에 따른 적절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가디언을 강화하는 방식 역시 마찬가지다. 가디언을 강화하려면 같은 등급의 가디언을 합성해야 하는데 1성 피데트 둘을 합성한다고 해서 무조건 2성 피데트가 되는 게 아니다. 결과물 역시 덱 순서에 따라 달라지는 만큼, 강화 역시 전략적으로 해야 한다. 덱 구성부터 배치, 강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전략을 녹여낸 모습이다.



▲ 가디언의 능력을 고려해 배치는 물론 강화 순서까지도 전략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정형화된 덱, 버티는 게 전부인 경쟁전은 아쉬워


물론 그렇다고 '가디언 크로니클'이 완벽한 타워 디펜스라는 건 아니다. 조금씩 게임에 익숙해지자 몇 가지 아쉬운 점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덱의 정형화였다. 43종의 가디언과 9명의 마스터를 조합하는 방식은 얼핏 수많은 덱이 나올 것처럼 생각된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하다 보면 좋은 가디언이나 마스터가 눈에 띄게 마련이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정형화된 덱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경쟁전에서 상대 유저를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이 거의 없다는 점 역시 이러한 덱의 정형화를 부채질한다. '가디언 크로니클'에서 상대 유저를 견제할 유일한 방법은 상대 가디언을 공격하는 가디언을 배치하는 방법밖에 없지만 거의 쓰이지 않는다. 상대를 압박하고 견제하기보다 차라리 밀려오는 적을 처치하는 게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정형화된 덱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 스턴 하나만 보고 덱에 넣기에는 다소 애매한 성능이다

정형화된 덱으로 인해 생기는 문제는 또 있다. 과금을 할수록 좋은 덱을 완성할 확률이 높다는 부분이다. 다양한 덱이 쓰인다면 무과금이나 소과금 유저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좋은 덱이 정해져 있다면 결국, 과금을 많이 한 유저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 '가디언 크로니클'의 핵심이랄 수 있는 덱 시스템과 그에 따른 전략의 재미를 BM이 해치는 모습이었다.







결론을 내리자면 '가디언 크로니클'은 여러 타워 디펜스의 장점을 잘 취합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신선한 신작이라고 할 순 없지만, 익숙한 시스템들을 가져와 '가디언 크로니클'이라는 이름 아래 잘 엮어냈다.

앞서 단점으로 지적한 정형화된 덱 역시 마찬가지다.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개성 넘치는 가디언이 부족하다면 그만큼 다양한 가디언을 추가하면 되고 경쟁전에서 상대 유저를 견제할 요소가 없다면, 그에 대한 시스템을 추가하면 된다. 기본기가 충실하기에 걸 수 있는 기대다.

이제 남은 건 앞으로 어떤 변화를 보여줄지 여부다. 지금의 '가디언 크로니클'은 가볍게 즐기기 좋은 타워 디펜스에 불과하다. 문제는 이런 타워 디펜스는 한둘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가벼워서는 오래 살아남을 수 없다. 그러니 이제는 그 이상을 보여줄 때다. 매번 새롭고 몇 번을 즐겨도 재미있는 그런 타워 디펜스가 되길 바란다.


장점


+ 단순 물량이 아닌, 타워 빌드업에 중점을 둔 시스템




단점


- 적은 가디언의 수와 그로 인한 덱의 정형화
- 견제 요소가 적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는 경쟁전
- 전략을 해치는 P2W 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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