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마리오: 뭘 좋아할지 알아서 다 준비해봤어

리뷰 | 강승진 기자 | 댓글: 6개 |

국내에는 허락되지 않았던 마리오가 7년 만에 돌아오다


닌텐도의 간판이자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슈퍼 마리오. 플랫포머 본편과 여러 장르로 뻗어 나온 외전까지 수십 편의 게임이 출시된 슈퍼 마리오 시리즈는 거의 모든 작품이 국내에 정식 출시됐습니다. 그 덕에 우리나라 게임 팬들도 언어의 장벽이나 번거로운 구매 과정이라는 '압박' 없이 마리오의 여행을 함께할 수 있었죠.

그런데 여기에 '거의 모든'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건 어쩔 수 없는 여건 탓에 국내에 출시되지 못한 작품이 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재미가 없거나 평이 나쁘기 때문은 아닙니다. 아니 오히려 재미로만 따지면 특A급이라 부를 만하죠. 메타 크리틱 점수는 93점에 까다로운 유저 점수도 10점 만점에 8.9점. 이른바 한해 최고의 게임 중 하나로 꼽힐 정도의 성적이죠.

그런데도 끝내 국내에 출시되지 않은 데는 게임을 돌릴 콘솔 Wii U가 정식 발매되지 않은 데 그 이유가 있습니다. 지역락이 당연하던 시절, 해외 직구가 아니고서야 즐길 수 없는 게임이 된 셈이죠.

그렇게 약 7년이 지나고 이제 전 세계는 물론 당당히 국내 콘솔 시장을 나눠 가진 닌텐도 스위치로 이 게임을 다시 즐길 수 있게 됐습니다. 그것도 새로운 추가 콘텐츠와 함께 말이죠. 그리고 지금에 와서야 즐길 수 있게된 슈퍼 마리오 3D 월드 + 퓨리 월드는 새롭지만, 여전히 즐거운 '언제나의 슈퍼 마리오'였습니다.



게임명: 슈퍼 마리오 3D 월드 + 퓨리 월드
장르: 3D 액션 플랫포머 / 오픈 월드
출시일 : 2021. 2. 12.
개발: 닌텐도 EPD/1-UP 스튜디오
배급 : 닌텐도
플랫폼: NSW



겉은 3D로 상큼하게 속은 스테이지 플레이로 구수하게 - 3D 월드

닌텐도64로 출시된 첫 3D 오픈 월드 슈퍼 마리오64 이후 최근 닌텐도 스위치로 국내에서도 대중적인 사랑을 받은 슈퍼 마리오 오디세이까지 3D 시리즈는 3D만의 특징이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게임의 큰 틀이 어드벤처. 즉 모험에 있다는 점이죠. 크게는 오픈 월드부터 세미 오픈 월드, 그리고 스테이지 방식으로 한정된 구역을 다루든 플레이어는 마리오나 다른 친구들을 조작해 세상을 자유롭게 탐험하는 재미를 체험하게 됩니다.

이런 특징에 따라 파워 스타 획득이나 스토리 진행 등 정해진 목표가 정해져 있을지라도 그 목표까지 도달하는 다양한 방식과 루트를 찾아내는 행위 자체가 재미를 만들죠. 이런 재미는 3D 젤다의 전설 시리즈와 함께 '잘 만든 3D 어드벤처'의 정석이 무엇인지 보여주었습니다.



▲ 샌드박스 형태의 어드벤처를 제대로 선보인 슈퍼 마리오 오디세이

그런데 '슈퍼 마리오 3D 월드(3D 월드)'는 좀 다릅니다. 상하좌우 자유로운 움직임은 여타 게임들처럼 3D라는 이름에 딱 어울리지만, 게임의 핵심을 스테이지 클리어 그 자체에 두었습니다. 그래서 이것저것 해보며 마냥 돌아다니지 못하도록 시간제한도 있고 스테이지 곳곳에 떨어지거나, 몰아치는 적들의 공격에 맞아 쓰러질 법한 고비도 여럿 만들어져 있죠.

또 버섯을 먹어 커진 마리오가 공격을 받아 작은 마리오가 되고. 그 작은 마리오 상태에서 다시 공격을 받으면 생명을 잃어 세이브 포인트로 돌아가는 방식을 체력 대신 넣었죠. 꼭 마리오만 그런 건 아니고 플레이어블 캐릭터에 포함된 루이지, 키노피오, 피치 공주, 로젤리나 등도 마찬가지고요.

이런 모습들은 슈퍼 마리오 1, 2, 3 쯤으로 불리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시리즈를 떠올리면 정확하게 들어맞습니다. 제한 시간 내에 깃발을 향해 나아가는 플랫포머. 그러니까 밟고 뛰어다니며 목표로 전진하는 기본 틀이 3D 월드에 그대로 적용됐다고 봐야겠죠.



▲ 깃발 올리기라는 기본은 비슷하고



▲ 지역은 스테이지 형태로 구성

다만, 플랫포머와 골인이라는 같은 장르, 같은 목적을 두었을 때 3D 월드만의 디자인 철학이 게임에 모험이라는 재미를 대체해 부여합니다. 스테이지 하나는 클리어가 목적이지만, 스테이지가 여럿 모인 각 월드의 끝은 그동안 모은 그린 스타(별)의 수가 일정 숫자 이상이 되어야만 도전할 수 있죠. 5개 정도의 별이 있는 특별 스테이지도 있습니다만 기본적으로 각 스테이지는 3개의 별이 존재합니다.

결국, 스테이지 클리어라는 기본 목적 안에서 정해진 시간 내에 맵에 숨겨진 별을 찾아야 하는 또다른 임무가 누가 알려주지도 않았지만 자연스레 추가되는 셈인 겁니다. 그리고 바로 이 별 획득에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기믹들이 3D 월드 속 플랫포머 세계를 색다르게 만드는 힘이기도 하고요.

좌우로 움직이는 발판부터 거대한 콕콘도르, 회전 발판, 그리고 고양이 마리오로 시작해 발사대 박스 등 이번 작품만의 파워업 요소까지 3D 월드는 수많은 기믹들로 가득합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튜토리얼 같은 형태로 진행 방식을 따로 알려주지는 않습니다. 대신 플레이어가 직접 이런 요소들을 체험해보게 하고 도전하게 합니다.







예를 들어 좌우로 움직이는 발판이 처음 등장했을 때는 실수로 떨어져도 별다른 손해가 없도록 밑에 바닥이 존재합니다. 이를 통해 발판을 통과하는 시행착오를 겪으며 어떻게 해야 발판을 지나갈 수 있을지 플레이어가 깨닫도록 하죠. 다음은 100개를 모았을 때 생명이 되는 코인을 더 많이 획득하는 장소를 이 움직이는 발판 위에 마련합니다. 그냥 지나가도 되지만, 약간의 컨트롤 실력을 발휘하면 더 많은 코인과 추가 생명을 얻을 수 있죠.

다음은 도전입니다. 여기, 클리어 과정에서 얻어야 할 핵심 요소인 별이 조금 위험한 구간에 있습니다. 움직이는 발판을 제때 밟아나가지 않으면 떨어져 생명을 잃겠지만, 지금까지 스테이지를 진행하며 체험하고 익힌 컨트롤이라면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끝내 별을 얻을 수 있죠.



▲ 기본적인 방법에 대한 개념을 익히게 하고



▲ 코인 등을 통해 이를 활용한 보상 구간을 만들고



▲ 더 능숙해질 수 있도록 과제를 주고



▲ 결국 컨트롤을 뽐내며 핵심 보상인 그린 스타를 획득할지 선택하게 됩니다

이처럼 3D 월드는 비록 다른 3D 슈퍼 마리오가 가진 창의적인 루트와 파훼법은 없지만, 이런 기믹들을 체험하며 순차적인 단계에 따라 목적을 달성하는 방식으로 전에 없던 성취감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종류의 기믹이 난잡하게 섞이지 않고 한두 개 정도 엮어지며 담백한 플랫포머 본연의 재미마저 살려내고 있고요.

오래된 장르인 클래식한 플랫포머가 낡음이 아닌 고전으로 느껴지도록 만든 힘도 여기서 나오고요. 물론 닌텐도가 그동안 고전적인 장르의 새로운 해석을 줄곧 잘해냈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리 신기하지 않을 정도긴 하지만요.

사실 정말 놀라운 점은 2021년에 즐겨도 플랫포머로서의 부족함을 찾기 어려운 이 게임이 2013년 게임의 닌텐도 스위치 이식작이라는 사실입니다. 7년이나 늦게 만나게 됐다는 점을 아쉬워해야 할지, 7년 만에라도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지 복잡한 심정이죠.



▲ 스탠드얼론으로 따로 출시된 전진! 피노키오대장!



모자란 맛을 더한 오픈 월드 어드벤처의 짧은 즐거움 - 퓨리 월드

3D 월드가 닌텐도 스위치로의 기존 작품 이식에 충실했다면 +가 붙은 퓨리 월드는 변해버린 쿠파를 상대로 슈퍼 마리오와 쿠파 주니어의 이야기를 다룬 3D 어드벤처입니다. +라는 표현이 덧붙여진 것처럼 게임은 기본적인 조작과 그래픽, 캐릭터 등의 디자인 자체는 3D 월드의 그것을 그대로 따른 확장 개념의 게임입니다. 하지만 '어드벤처'라는 표현으로 이 게임만의 성격을 말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기본적인 구성은 이렇습니다. 갑자기 변해버린 쿠파와 쿠파를 되돌려달라는 쿠파 주니어. 마리오는 쿠파 주니어와 함께 섬 곳곳을 돌아다니며 쿠파를 원래대로 만들 방법을 찾아 나가죠. 거대하게 변한 퓨리쿠파가 게임 중간중간 등장하고 거대 고양이로 변하는 벨 아이템을 모아 거대 마리오가 되어 쿠파를 제정신으로 돌리는, 괴수물에 나올법한 전개가 펼쳐지죠. 캐릭터도 마리오 하나로 고정되고요.

대신 앞서 설명했듯 하나의 거대한 오픈 월드를 두고 고양이 샤인이라는 아이템을 모으는 게 게임의 핵심 목표입니다. 기본적인 순서는 어느 정도 정해져 있지만, 결국 그 과정이나 행동 양상은 전적으로 플레이어에게 맡겨져 있습니다. 상하와 전후좌후 어느 곳으로나 이동할 수 있고 3D 월드와 다르게 시점도 자유롭습니다.

거대한 하나의 목표를 제외하면 그 과정만큼은 자유로운, 3D 마리오 시리즈의 특징을 고스란히 계승하고 있는 거죠.



▲ 쿠파를 되돌릴 키인 고양이 샤인

모험 자체는 3D 시리즈의 특징을 따르되 거대해진 쿠파와의 연전은 전에 없던 방식인 만큼 다른 색을 내기도 합니다. 그게 알록달록 아름다운 총천연색일지, 퓨리쿠파가 뒤집어쓴 타르처럼 거무죽죽한 색일지는 플레이한 플레이어 각각의 감상에 따라 다르겠지만요.

그래도 3D 월드와 고양이들로만 만들어진 새로운 세계인 고양이 왕국을 오가며 서로 다른 게임 플레이를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은 타르보다는 아름다운 색조합에 더 가까운 편이긴 합니다. 일정 시간은 쿠파를 피해 도망다니고, 쿠파와 대적할 방법을 찾아내는 전개 단계에서의 긴장감. 그리고 끝내 쿠파를 무찌르고 원래대로 만드는 종반부 플레이는 플레이어가 성취감을 이뤄내는 가장 기본적인 구성입니다.

이런 성취감을 향한 빌드업이 3D 월드에서는 플레이어의 컨트롤과 상황 판단력을 끌어 올리는 데 집중했다면 퓨리 월드는 오픈 월드 곳곳을 탐험하는 모험으로 그려냈다는 차이가 있고요.




어드벤처로의 변화는 생명 개념의 변화도 가져오는데요. 3D 월드에서는 체력 100개가 생명 1개와 같지만, 퓨리 월드에서는 랜덤함 파워업 아이템 1개와 교환됩니다. 대신 적의 공격에 쓰러지면 가지고 있는 코인을 소모하고 별다른 패널티 없이 부활하죠.

또 게임의 배경이 되는 고양이 왕국에 걸맞은 적들의 변화도 눈에 띄는데요. 굼바부터 엉금엉금, 뻐끔플라워 같은 적 모두가 고양이 모습으로 변한 것도 꽤 새롭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동기가 되죠. 졸졸 따라다니는 고양이들은 랜선 집사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모시고 싶은 존재로 그려지고요.






저랑 같이 친구 하실 분 구합니다

혼자 즐기는 3D 월드가 목표를 향해가는 플랫포머를 지향했다면 함께 즐기는 멀티 플레이는 하나의 스테이지에서 난장판이 되어 나아가는 유쾌한 행진이 됩니다. 지금에야 슈퍼 마리오 메이커2로 경쟁, 협동 플레이가 가능하고 슈퍼 마리오브라더스 35로 서바이벌 대전까지 구현하고 있지만, 3D 월드의 첫 출시만 하더라도 3D 공간에서 자유롭게 이루어지는 멀티는 전에 없던 재미를 줬죠.

재미 자체는 이식작인 이번에도 여전합니다. 적을 집어 던지거나 밀어내는 등 플레이를 혼돈으로 만들 수 있지만, 잘만 활용하면 플레이에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모든 플레이어가 떨어진 상태만 아니면 되니 낙사하기 쉬운 구간에서 플레이에 여유가 생기죠.

반대로 말하면 혼자 플레이할 때는 그만큼 게임에 더 신중해야 하고 어렵게 진행할 수 밖에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같은 장소에 있는 친구들과 함께하는 로컬 플레이 외에도 온라인 멀티도 지원되지만, 자유로운 매칭 형태 대신 친구가 있어야 멀티를 할 수 있어 시간을 맞추거나 따로 플레이할 사람을 별도 앱, 커뮤니티를 통해 구해야 하는 점도 번거롭게 느껴지고요.




플레이어가 많아지면 원래 가지고 있던 시점의 단점도 더 두드러집니다. 아무래도 자유로운 시점 이동이 아니라 제한된 화면 각도에서 3차원 맵을 이동하다 보니 거리감을 잃기 쉽습니다. 초반에야 헷갈릴 구간이 적지만, 게임을 진행하면 할수록 플랫포머 특유의 낙사 구간이 플레이어의 발목을 잡습니다.

너무나 유형해진 게임이라 간과할 수도 있는데 플랫포머 슈퍼 마리오 시리즈는 언제나 쉬운 게임은 아니었으니까요.

퓨리 월드는 완전히 자유로운 시점과 오픈 월드, 다양한 오브젝트로 안정적인 프레임이 유지되지 못한다는 점이 단점입니다. 거치 모드로 플레이할 경우에는 60프레임으로 즐길 수 있지만, 휴대 모드로 즐길 때는 눈에 띄게 낮아진 프레임으로 전환되죠. 거기다 퓨리쿠파가 등장해 방해물을 쏘아될 때면 비바람이 몰아치는데 프레임과 오브젝트의 디테일은 더욱 낮아지게 됩니다.

또 기본적인 탐험 요소로 즐길 거리의 수는 다양하게 만들어 놨지만, 이를 즐기는 과정에서의 플레이 타임 자체가 서너 시간으로 짧은 점도 아쉽습니다. 본편인 3D 월드가 스테이지 형태로는 다룰 수 있는 최상 수준의 분량을 자랑하는 걸 생각하면 더 짧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비록 잘 짜인 게임에 비해 추가 콘텐츠 수준에서 그치는 퓨리 월드의 분량 자체는 아쉽지만, 슈퍼 마리오 3D 월드 + 퓨리 월드는 하나로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제대로 된 하나의 게임입니다. 고전적인 방식의 3D 월드에 퓨리 월드가 그린 탐험은 하나의 테마를 가지고 그려낼 수 있는 전혀 다른 게임 플레이를 누구나 이질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만드는 힘을 보여줬습니다.

여기에 작은 장애물 하나에도 익힘과 응용, 도전까지. 억지스럽게 우겨 넣은 튜토리얼 없이 플레이만으로 게임에 녹아들도록 하는 점은 닌텐도가 추구하는 게임의 가치를 제대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 고전적인 플랫포머의 현대화
  • 3D 월드가 담지 못했던 어드벤처 추가
  • 싱글플레이와 멀티플레이의 다른 재미
  • 너무나도 귀여운 고양이
  • 고정 시점은 솔직히 좀 불편하다
  • 만듦새에 비해 짧은 퓨리 월드의 분량
  • 특정 구간에서 떨어지는 프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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