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온라인' 게임쇼는 '오프라인'과 다르다

칼럼 | 김수진 기자 |



2020년,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대부분의 오프라인 행사가 취소되면서 전 세계의 대형 게임쇼들 역시 타격을 입었다. 세계 3대 게임쇼 중 E3는 행사 취소를 알렸고, 게임스컴과 도쿄게임쇼는 진행 자체가 불투명했으나 결국 온라인으로 행사를 개최했다. 그리고 온라인으로 개최된 게임쇼 모두 오프라인 때와 마찬가지로 3~5일이라는 긴 기간 동안 진행됐다.

하지만 굳이, 온라인 게임쇼를 며칠에 걸쳐 진행할 필요가 있었을까.

기존의 오프라인 게임쇼들은 흔히 '게이머들의 축제'라고 표현되곤 한다. 정말 식상하지만 실제로 이 이상 오프라인 게임쇼를 잘 수식하는 문구가 없다. 게임은 분명 온라인으로 즐기는 미디어임에도, 1년에 한 번씩 거대한 마케팅의 일환으로 오프라인 게임쇼가 진행된다.

이러한 게임쇼들은 매해 퀄리티의 수준은 다를지언정, 어찌 되었든 열리지 않으면 아쉬울 정도로 거대한 업계의 축제다. 온라인에서 서로를 만나고 게임을 플레이하며 재미를 느끼던 게이머들이 그 축제를 즐기기 위해 모여들고, 게임사들은 이들을 맞이하기 위해 열심히 '쇼'를 준비한다. 하지만 게임쇼가 단순히 축제 정도의 의미에 그치는 건 절대 아니다.

게이머들이 게임쇼에서 원하는 것,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새로운 정보'다. 이미 공개된 정보가 아닌 새로운 소식, 혹은 새로운 게임에 대한 소식과 같은 '완전히 새로운 정보'. 그 어디서도 얻을 수 없는 게임쇼를 통해서만 획득할 수 있는 신규 정보를 기다리는 것이다.

그 어마어마하게 큰 공간에서 그 어마어마하게 긴 시간을 들여 줄을 서고 기다리는 이유는 오로지 하나다. 게임쇼에서만 미리 플레이해볼 수 있는 게임에 대한 소식을 얻기 위해서다. 오프라인 게임쇼의 경우 플레이를 통해 새로운 정보를 직접 얻을 수 있으니 긴 시간의 기다림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며칠에 걸친 긴 행사 기간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모여드는 게이머들을 즐겁게 해줄 '쇼'적인 요소가 필수적으로 들어가게 된다. 게임사들은 거대한 공간에 화려한 부스를 세우고,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며 게이머들의 눈과 귀, 그리고 관심을 사로잡는다.

어떻게 보면 오프라인 게임쇼가 거대한 축제의 장처럼 변한 것은 결국 새로운 소식과 정보를 위해 수많은 게이머가 모여들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다. 보는 이, 체험하는 이 하나 없다면 아무리 잘 꾸며둔 부스가 있더라도 그걸 과연 오프라인 행사라고 할 수 있을까?



▲ 오프라인 게임쇼는 직접 플레이하며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온라인 게임쇼는 완전히 다르다. 직접 게이머들이 체험할 공간 자체가 없다. 데모 버전 공개 등의 방법이 있긴 하겠으나, 현실적으로 대형 게임사들의 경우 대부분 불가능하다. 결국 온라인 게임쇼는 게이머들이 직접 새로운 게임을 플레이할 수 없으므로 쌍방 소통 대신 게임사의 정보 공개가 메인 요소가 된다.

그렇기에 게이머들이 온라인 게임쇼에 바라는 건 컴팩트하게 모은 새로운 소식 전달이다. 자꾸 온라인 게임쇼에 '쇼'적인 요소를 채워넣어 오프라인 게임쇼처럼 길게 만드는 데, 크게 의미가 있나 싶다. 온라인 게임쇼는 오로지 게이머들이 원하는 새로운 소식과 정보만 모아서 전달하는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 당연한 이야기라고 생각되겠지만,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전환된 게임쇼들의 스케줄표를 보면 그 당연한 걸 제대로 못 짚어내는 듯 싶다.

온라인 게임쇼가 바라봐야 할 방향은 IT 업체들의 '언팩' 행사다. 온라인 게임쇼를 오프라인과 마찬가지로 긴 시간을 들여 진행하는 건 그다지 좋은 방법이라고 볼 수 없다. 오프라인 게임쇼는 직접적인 체험이 주가 되는 행사지만, 온라인 게임쇼는 그것이 불가능하기에 오로지 소식을 알리는 데만 집중해야 한다. 즉 온라인 게임쇼를 오프라인 게임쇼의 기준에 맞춰서 구상하면 안 된다.

체험이 빠지고 '시청'만이 남은 온라인 게임쇼는 그만큼 게이머들의 관심을 길게 잡아두기 힘들다. 당장 게임쇼에서 게이머들이 자신의 차례를 기다릴 때 뭘 하나 생각해보자. 모바일 게임을 하거나,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거나, 동영상을 보거나, 옆 부스에서 진행하는 방송을 보다가 자신의 차례가 온 순간, 즉 필요한 순간에만 집중한다. 온라인 게임쇼 역시 똑같다. 새로운 소식을 위해 방송을 켜서 기다리며, 그 정보를 얻고 나면 게이머의 관심은 빠르게 사라진다. 그러니 굳이 행사 기간을 엿가락처럼 길게 늘일 필요가 없다.

기존 오프라인 게임쇼들이 왜 거대하게 행사장을 꾸려놓고도 전야제나 오프닝 세레모니 등을 온라인 라이브로 송출하면서 주요 소식을 발표할까. 많은 이들이 기다리는 메인 정보를 온라인으로 '압축'해서 최대한 빠르게 전달하기 위해서다. 이런 온오프라인 동시 행사의 경우 길어야 한 두 시간 내에 끝낼 정도로 정말 짧게 진행한다. 즉, 현재 온라인 게임쇼가 가야 할 방향을 이미 오프라인 행사를 진행할 땐 완벽하게 잘 이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 전야제를 통해 메인 정보를 공개하는 방식

전 세계적 팬데믹 상황에서 오프라인 게임쇼들이 취소되거나 온라인 게임쇼로 변경되는 추세다. 아마 현 상황이 안정되더라도 오프라인 게임쇼가 다시 예전처럼 크게 열릴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확답을 내릴 수 없다.

유튜브나 트위치 등을 필두로 점점 더 온라인 스트리밍의 환경이 좋아지는 상황에서, 굳이 게임사들이 많은 돈을 들여 오프라인 부스를 세우며 행사에 참여할지 의문이 드는 건 사실이니까. 실제로 국내외를 막론하고 대규모 게임사들이 오프라인 게임쇼에 참여하지 않거나, 따로 행사를 치르는 모습을 몇 년에 걸쳐 보여왔다.

그리고 이런 '온라인' 환경을 가장 영리하게 사용하고 있는 곳 중 하나는 바로 닌텐도다. 닌텐도는 2011년부터 자사의 신작 라인업을 핵심 인사들이 직접 공개하는 온라인 쇼케이스 '닌텐도 다이렉트'를 진행하고 있다. 닌텐도 다이렉트는 신작에 대한 소개를 비롯해 새로운 소식과 정보를 게이머에게 전달하는 데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오로지 핵심만 전달하기에 영상의 길이 역시 십여 분에서 한 시간 가량으로 길지 않다.

뿐만 아니라 종합 정보를 발표하는 정규 닌텐도 다이렉트와 좀 더 작은 규모인 닌텐도 다이렉트 미니, 각 프랜차이즈 정보를 공개하는 다이렉트 등으로 행사 자체를 분리했다. 이를 통해 게이머들은 자신이 원하는 정보만을 빠르고 확실하게 획득할 수 있다.

이외에도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EA, 세가 등 수많은 대형 게임사들 역시 개별 온라인 쇼케이스를 진행하며 대형 '게임쇼' 없이도 각자도생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렇기에 대규모 게임쇼들의 경우 이제 과거의 영광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살길을 모색해야 한다. 그 중 가장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이 온라인으로 방향을 트는 것이고.

그동안 오프라인 게임쇼는 각 게임사가 부스를 세워 게이머들에게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장소'를 제공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온라인 게임쇼 역시 게임사들의 개별 언팩 행사를 한데 모은다는 '유통사'적인 측면으로 나아가는 게 맞지 않나 싶다. 즉 대형 오프라인 게임쇼들이 가진 '이름값', 마케팅적 이점을 활용해 게이머들의 관심을 모으고, 이를 매개로 각 게임사들이 정해진 시각마다 짧고 굵게 주요 정보를 발표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지지부진한 콘텐츠를 일자에 맞춰 채워넣는 방식은 절대 효과적이라고 할 수 없다. 게이머들이 굳이 이미 알고 있는 게임을, 자신도 심지어 해본 게임을 스트리머가 플레이하는 것을 보기 위해, 이미 수없이 공개된 광고 영상이나 인게임 영상을 또 보기 위해 게임쇼를 시청할 필요가 있을까. 당연히 아니다. 그걸 볼 시간에 게임을 한 판 더 하는 게 이득이다.

올해 역시 오프라인 단독 행사 개최가 힘든 상황이다. 그리고 이미 대형 게임사들은 작년의 경험을 통해 개별로 진행하는 온라인 쇼케이스에 대한 효율성을 확인했다. 게이머들 역시 마찬가지다. 정보 획득이라는 측면에서 각 게임사의 개별 쇼케이스가 온라인 게임쇼에 비해 훨씬 수월하다는 것을 인지했다.

이번에도 또다시 지지부진한 '쇼'에 집착한다면, 다음번은 없을 수도 있다. 게이머들이 굳이 자신의 시간을 비효율적인 '게임쇼'에 투자할 의미도, 이유도 없으니까. 지금이라도 오프라인의 영광을 지우고, 온라인이라는 플랫폼에 맞는 새로운 게임쇼에 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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