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리마스터, 리메이크 그 사이 '니어 레플리칸트 버전업'

리뷰 | 윤홍만 기자 | 댓글: 11개 |

액션 개선한 '니어 레플리칸트 버전업', 드디어 할만 해졌다


'니어 오토마타'를 한 후 오랫동안 켜지 않았던 PS3를 키고 '니어 레플리칸트'를 한 적이 있다. 원래 시리즈 게임은 쭉 이어서 해야 제맛 아니던가. 후속작인 '니어 오토마타'를 먼저 했다는 게 좀 걸렸지만, 어쩌랴. 애초에 '니어 레플리칸트'를 알게 된 것도 '니어 오토마타'를 한 덕분인 것을. 다행히 시리즈라지만 스토리가 직접적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었기에 다소 편안한 마음으로 게임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엔딩을 보진 못했다. 스토리가 별로라거나 그래픽이 안 좋다거나 하는 그런 이유 때문은 아니었다. 문제는 액션이었다. '니어 오토마타'를 한 직후여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니어 레플리칸트'의 전투 시스템은 엉성하기 짝이 없었다. 답답했을 뿐 아니라 불편할 정도여서 결국, 니어 시리즈를 독파하겠다는 그 마음은 짜게 식었고 그렇게 '니어 레플리칸트'는 기억 속에서 잊혀졌다.

그랬던 '니어 레플리칸트'가 작년 초 돌연 버전업 소식을 전했다. 다양한 내용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끈 건 그래픽과 액션의 개선 부분이었다. 스토리에 대한 호평에도 불구하고 액션 게임으로서는 치명적인 '전투가 재미없다'는 혹평에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뒀던 '니어 레플리칸트'다. 과연, '니어 레플리칸트 ver.1.22474487139(이하 니어 레플리칸트 버전업)'는 이러한 기존의 평가를 뒤집을 수 있을지, 그 변화에 대해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게임명: 니어 레플리칸트 ver.1.22474487139...
장르명: 액션 RPG
출시일 : 2021. 4. 22
개발사 : 토이로직
서비스 : 스퀘어에닉스
플랫폼: PC, PS4, Xbox One

관련 링크: '니어 레플리칸트 ver.1.22474487139...' 오픈크리틱 페이지


리마스터와 리메이크 사이 - 버전업


일반적으로 원작의 리소스를 그대로 쓰되 해상도나 텍스쳐 등을 개선한 걸 리마스터라고 하고 원작의 IP를 근간으로 새로 만든 걸 리메이크라고 한다. 버전업이라는 애매한 명칭을 썼지만, 이런 관점에서 '니어 레플리칸트 버전업'을 굳이 구분하자면 리마스터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멀티 엔딩 구조를 비롯해 회차를 진행할수록 새로운 스토리가 전개되거나 미처 알지 못했던 부분을 다른 시선을 통해 알게 되는 등 스토리텔링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컷씬의 구도, 대사까지 원작과 거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지금껏 수많은 리마스터가 나왔지만, 원작의 평가를 뒤집은 리마스터는 없었다. 오히려 원작만 못한 리마스터라고 혹평을 받지 않으면 다행이고 잘해야 원작의 평가를 유지하는 정도에 불과한 게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직접 해본 '니어 레플리칸트 버전업'은 단순한 리마스터와는 궤를 달리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스토리에 대한 부분을 제외하면 그래픽을 비롯해 혹평이었던 액션 시스템까지 싹 다 뜯어고치는 등의 변화를 보여줬다.



▲ 얼핏 큰 변화가 없어 보이지만...

물론, 극적인 변화는 아니다. 근간은 리마스터인 만큼, '니어 레플리칸트 버전업'의 그래픽은 어디까지나 원작의 것을 개선한 것에 불과하다. 원작에 없던 지역이 추가되지도 않았고 지형 역시 원작과 크게 다르지 않아 여전히 황량해 크게 체감되지 않는다.

여기서 그쳤다면 그저 아주 살짝 발전한 것에 불과하다고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니어 레플리칸트 버전업'은 여기서 좀 더 나아갔다. 선택과 집중이라고 해야 할까. 극적인 변화를 보여줘야 할 부분과 그렇지 않아도 될 부분을 구분한 것으로, 캐릭터 모델링은 눈에 띌 정도로 개선을 이뤘다. 주인공이나 카이네를 비롯해 데볼, 포폴, 요나 등 주연 캐릭터들의 모습은 최신 게임에 익숙한 유저들이 봐도 어색하지 않다. 과장을 좀 보태자면 '니어 오토마타'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 캐릭터 모델링의 경우 리메이크라고 해도 될 정도로 바뀌었다

바뀐 건 단순히 모델링만이 아니다. 캐릭터 모델링과 함께 애니메이션 역시 한층 깔끔하게 개선됐다. 다소 답답하고 어색하게 느껴졌던 원작과 달리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움직이며, 역동적으로 바뀌었다. 사실상 새로 만든 수준으로, 리메이크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니어 레플리칸트 ver.1.22474487139'를 버전업이라고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리마스터라고 보기엔 바뀐 점들이 많고 리메이크로 보기엔 원작의 요소가 너무 짙기 때문이다. 사실상 리마스터와 리메이크 사이에 위치한 타이틀이란 걸 버전업이라는 명칭으로 구분한 셈이다.



'니어 오토마타'의 액션이 녹아든 전투 시스템




그렇다고 '니어 레플리칸트 버전업'이 그저 그래픽만 좋아진 리마스터라는 건 아니다. 사실 그보다 더 큰 변화는 따로 있다. 버전업이라는 명칭에 어울리는 변화, 바로 전투 시스템이다.

개선된 전투 시스템에 대해 얘기하기에 앞서 잠깐 원작의 전투 시스템을 되짚어보자. 원작의 전투 시스템은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라고 할 수 있었다. 모션은 단순하고 어색했을 뿐 아니라 느려서 답답했고 심지어는 록온도 없어서 액션 게임으로서는 낙제점에 가까웠다.

그렇기에 액션 시스템을 개선한다는 소식에도 일말의 불안감이 있었다. 좀 더 좋아진 정도로는 도저히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랬던 전투 시스템이 바뀌었다. 모션부터 전부 새로 만든 것으로, 전투 시스템만 떼어놓고 보면 아예 다른 게임이라고 해도 될 정도. 얼핏 '니어 오토마타'를 떠올리게 하는 모습이다.



'니어 오토마타'가 떠오른다는 부분에서 알 수 있듯이 일단 기본적으로 전투의 템포가 빨라졌다. 원작과 달리 빠르고 호쾌하게 변했으며, 여기에 원작에는 없었던 모션이나 시스템 등이 추가되어 더욱 다채로운 액션이 가능해졌다. 공격이나 점프 중에 마법을 쓸 수 있게 됐으며, 조작감이 개선되어 원작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았던 패링 역시 훨씬 쓰기 편하게 바뀌었다.

전투의 템포가 빨라지고 조작감이 개선된 점 외에도 록온과 특수 회피가 추가된 점 역시 주목할 만 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원작은 록온이 없어서 여러모로 불편했다. 안 그래도 조작감이 안 좋은데, 록옥마저 없었으니 그 불편함이 배가 된 거였다. 하지만 '니어 레플리칸트 버전업'에서는 록온이 추가되어 전투가 한층 쾌적하게 변했다.



특수 회피는 이러한 록온의 존재감을 키우는 한편, 전투를 더욱 재미있게 만들어주는 시스템이다. 록온을 한 적을 향해 회피하면 그대로 적의 등 뒤로 돌아감으로써 공격을 피하는 동시에 공격 찬스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원작에선 느낄 수 없는 색다른 재미를 안겨준다.

전체적으로 액션을 호쾌하고 만들고 전투의 템포를 끊지 않도록 재설계된 '니어 레플리칸트 버전업'의 변화는 이뿐만이 아니다. 게임의 2주라고 할 수 있는 청년기에 진입하면 한손검, 양손검, 창 3개의 무기를 바꾸면서 쓸 수 있는데, 원작에서는 무기를 바꾸기 위해선 일일이 메뉴에 진입해야 해서 템포가 끊기는 문제가 있었다.

'니어 레플리칸트 버전업'은 이러한 문제를 놓치지 않았다. '니어 오토마타'처럼 십자키 조작으로 무기를 바꿀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전투의 템포를 끊지 않도록 만들었다. 사소하지만 큰 변화다.




리메이크에 가까운 변화, 그리고 리마스터로서의 한계




지금도 많은 유저들이 명작의 리마스터, 혹은 리메이크를 바라고 있다. 개발사로서는 이러한 유저들의 요청은 나쁘지 않다. 리메이크라면 새로 만드는 것이니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리마스터는 다르다. 적은 노력으로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명작의 리마스터가 모두 좋은 평가를 받은 건 아니다. 저열한 리마스터로 원작만 못하단 평가를 받은 사례부터 지금에 와서 즐기기엔 너무 구식인 시스템이 발목을 잡은 경우도 왕왕 있었다.

그런 사례들과 비교하면 '니어 레플리칸트 버전업'은 리마스터와 리메이크의 중간을 택함으로써 양쪽의 장점을 모두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오래된 게임 특유의 아쉬운 그래픽과 시스템은 리메이크 수준으로 개선해 최신 게임에 친숙한 유저들에게 거부감이 없도록 했으며, 스토리텔링은 원작의 것을 그대로 가져옴으로써 혹시라도 생길지 모를 원작 훼손에 대한 여지도 차단했다.

그러나 그게 곧 '니어 레플리칸트 버전업'이 완벽하단 얘기는 아니다. 양쪽의 장점을 가져왔다는 건 반대로 말해 양쪽의 단점 역시 존재한다는 의미다. 리메이크 수준으로 바뀐 건 그래픽과 전투 시스템 뿐이기에 원작에서 호불호가 갈렸던 슈팅이나 비주얼 노벨로 플레이 스타일이 변하던 것 역시 여전해 일말의 아쉬움이 남았다.







결론을 내리자면 '니어 레플리칸트 ver.1.22474487139'는 버전업이라는 명칭에 충실한 타이틀이라고 할 수 있다. 역대급 액션 게임으로 환골탈태했다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리마스터라는 근본적인 한계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못 할 정도였던 원작을 할만하게 개선한 것만으로도 꽤 큰 성과라 할 만하다.

다만, 그렇기에 한계 역시 명확하다. 버전업에 충실하기에 극적인 변화는 없다. 개선한 전투 시스템 역시 냉정하게 보자면 이제야 다른 액션 게임과 견줄만한 수준이 됐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니어 레플리칸트 버전업'이 원작을 해본 유저든 그렇지 않은 유저든 양쪽 모두에게 충분한 재미를 안겨줄 만한 게임이란 점은 분명해 보인다. 호불호가 갈리긴 하겠지만, '니어 오토마타'를 재미있게 즐겼다면 '니어 레플리칸트 버전업' 역시 충분히 재미를 보장할 것이다.
  • 리메이크 수준의 캐릭터 모델링
  • 빠르고 호쾌하게 개선된 전투 시스템
  • 원작에는 없던 추가 콘텐츠
  • 몰입을 방해하는 슈팅, 비주얼 노벨 파트
  • 개선되지 않아 여전히 귀찮은 서브 퀘스트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