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지루한 퍼즐 어드벤처? 스칼렛 후드는 다릅니다

인터뷰 | 윤홍만 기자 | 댓글: 5개 |

지난 2018년 만난 데베스프레소는 여러모로 기억에 남는 인디 게임사다. 대부분의 인디 게임사가 모바일로 게임을 내던 시기에도 그들은 PC와 콘솔에만 집중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그들이 만들고자 하는 게임들은 PC와 콘솔에 어울렸기 때문이다. 단순히 잘 팔리는 게임이 아닌, 정말로 만들 싶은 게임을 만들고자 하는 그들의 의지가 느껴졌다.

물론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그들의 첫 작품 '더 코마'는 다소 아쉬운 성적을 기록했고 많은 공을 들였던 '뱀브레이스'도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았던 빛을 본 걸까. 지난해 초 출시한 '더 코마2'는 전작의 아쉬운 점들을 개선하고 세계관을 확장하는 등의 노력 덕분에 호평을 받았다.

그랬던 데베스프레소가 신작을 들고 왔다. 처음에는 막연하게 '더 코마3'나 '뱀브레이스2'로만 예상했다. 그러나 들고 온 신작은 새로운 IP '스칼렛 후드 더 위키드 우드(이하 스칼렛 후드)'였다. 빨간 망토, 오즈의 마법사, 위키드를 오마주한 게임. 전작들과는 장르는 물론이고 분위기도 전혀 달랐기에 의아했다.

'더 코마2'를 통해 한층 성장한 데베스프레소가 '스칼렛 후드'를 개발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뭔가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있었던 걸까? 신작, 그리고 앞으로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오랜만에 데베스프레소의 김민호 대표에게 연락을 해봤다.

※ 해당 인터뷰는 화상 및 서면으로 진행했습니다




▲ 김민호, 트리스탄, 김현호, SP3CK 4인 체제의 데베스프레소 (시계방향)


Q. 지난 인터뷰 이후 3년 만이다. 그간 어떻게 지냈나.

벌써 그렇게 됐나? 엊그제 인터뷰한 것 같은데. 코로나가 길어지니 시간 감각도 뭔가 느려진 것 같다(웃음). 근황이라고 해야 할까, 사실 뭐 특별한 걸 하고 지내진 않았다. 꾸준히 국내외 여러 개발자나 퍼블리셔들과 만나고 게임을 개발하고 출시한 게 전부다. 근데 지나고 보니 그래도 어떻게 잘 살아남은 것 같다. 법인을 3년마다 갱신해야 하는데 갱신을 도와주는 변호사도 그러더라. 대부분의 인디 게임사가 3년을 버티지 못하는데 용케 살아남았다고. 다 우리 게임을 좋아해 주는 유저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Q. 그래도 꾸준히 게임을 출시한 만큼, 사업적으로 규모가 커졌을 것 같다.

딱히 예전과 달라지진 않았다. 아무래도 게임이란 상품은 완성하고 팔아야 돈이 되지 않나. 벤처로 시작하면 투자를 받지 않는 한 개발할 때는 사실상 무급으로 일하는 셈이다.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처음 몇 년간은 우리가 좋아하는 게임을 만드니까 버틴다 하는 심정으로 거의 무급으로 일했다. 물론 지금은 아니다. '더 코마', '더 코마2', '뱀브레이스'까지 3개나 출시한 덕분에 이제 월급을 받아먹을 정도는 된다.





Q. 개발팀이 4명이었던 거로 기억하는데, 지금도 여전한가? 그리고 출시한 게임들의 전체적인 퀄리티를 생각하면 너무 적은 건 아닌가 싶다. 더 충원할 생각은 없는지 궁금하다.

지금도 여전하다. 다만, 일부러 4명을 고집하는 건 아니다. 우리도 여유만 된다면 개발 인력을 더 늘리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가 쓸 수 있는 금액이 한정되어 있다 보니 여러모로 신중한 편이다. 무턱대고 늘리는 게 좋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경험상 우리처럼 소규모로 개발하는 환경에서는 새로 들어온 사람이 여러모로 영향을 끼치기 쉽다. 백 명 규모의 개발사에서 한두 명 들어오면 크게 티가 안 나지만 우리는 그 한 명에게 영향을 받기 쉽다고 할까. 실제로 그런 경우를 많이 봤는데 그럴 경우 투자를 받는다고 해도 서로 싸우거나 해서 개발이 산으로 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좀 조심스러운 편이다.

여기에 더해 투자를 받아서 개발 규모를 무작정 키우는 건 우리 개발 방향성과 맞지 않는 면도 있다. 투자를 전제로 하고 개발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는 업계의 농부라는 마음으로 개발하고 있다. 잘 가꿀 수 있는 게임을 하나 만들고 그것으로 이윤을 얻어 조금씩 성장해나가자는 마음이다. 그렇게 꾸준히 게임을 냄으로써 눈에 띄진 않더라도 착실하게 성장하는 게 우리의 목표다.


Q. 데베스프레소하면 역시 코마 시리즈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특히 작년에 출시한 '코마2'는 전작의 아쉬웠던 부분들을 개선한 덕분인지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래서 차기작은 막연하게 '코마3'거나 비슷한 느낌으로 '뱀브레이스2'일 거로 생각했는데, 신작으로 '스칼렛 후드'를 가져왔다. 신작을 개발한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지 궁금하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게임을 개발할 때 차기작을 어느 정도 염두에 두고 개발하는 편이다. 서사적이고 연대기적은 요소를 녹여낼 수 있도록 디자인하는데 더 코마 시리즈나 뱀브레이스는 아무래도 게임 자체가 무거운 편이었다. 그리고 호러 게임은 아무래도 유저층이 딱 정해져 있어서 차기작은 밝고 유쾌한 게임이면 좋겠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렇게 차기작에 대해서 고민하던 중 빨간 망토나 오즈의 마법사를 소재로 한 아이디어가 있어서 '스칼렛 후드' 개발을 결정하게 됐다. 모험과 역경을 통해 성장하는 이야기인데 전체적으로 가볍게 즐기기 좋게 디자인했다.



▲ 전작과 달리 밝은 분위기에 가볍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


Q. '뱀브레이스'도 '코마2'처럼 좀 더 다듬으면 더 좋은 타이틀이 될 것 같은데 후속작 계획은 없나.

잘 물어봤다. 현재 '뱀브레이스'는 정식 후속작에 대한 구상과 더불어 외전을 개발 중이다. 어느 게임이 안 그렇겠느냐마는 '뱀브레이스'는 데베스프레소에 있어서 아픈 손가락이다. 시나리오 작가인 트리스탄이 아낀 특히 아낀 시나리오인데, 아쉽게도 반응이 좋지 못했다. 그래서 질문한 것처럼 후속작에서는 전작의 아쉬웠던 부분을 개선하려고 하고 있다.

근데 구상 중인 '뱀브레이스2'는 현재 4명 체제로는 힘들 거라고 판단해 일단은 '뱀브레이스' IP,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외전을 먼저 개발 중이다. 전혀 다른 장르의 게임으로, 현재는 이외에도 여러 소규모 프로젝트를 병행하고 있다.


Q. 그러면 뱀브레이스 외전(가제)이 '스칼렛 후드' 다음 타이틀인 건가.

먼저 소규모 프로젝트로 진행 중인 게임들이 먼저 나올 것 같다. 뱀브레이스 외전은 1년 이상은 개발해야 할 규모여서 공개는 빨라도 올해 말, 출시는 내년은 돼야 할 것 같다.


Q. '더 코마'의 이야기는 '더 코마2'에서 마무리됐다. 그럼에도 '더 코마3'를 기대하는 유저들이 있을 것 같다.

'더 코마3'는 현재 구상 단계에 있다. 기본적인 시나리오는 어느 정도 구상된 상태지만, 개발 인력이 4명밖에 없다 보니 대규모 프로젝트는 한 번에 하나씩밖에 할 수 없다. 그리고 우리 게임을 좋아해주는 유저들이 어떤 걸 좋아할 지 모르겠어서 고민 중이기도 하다.


Q. 유저들이 어떤 걸 좋아할 지 모르겠다는 게 무슨 의미인가?

더 코마 시리즈를 예로 들자면 '더 코마'와 '더 코마2'는 외형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다. 대신 전작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세계관이라고 해야 할까, 배경을 확장하는 등의 노력이 유저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래서 다음이 고민이다. 그렇다면 '더 코마3'는 어떻게 해야 할까?




현재의 시스템, 퀄리티를 고수하되 서사적인 요소를 더 확장하는 걸 유저들이 좋아할지 아니면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전체적인 퀄리티를 훨씬 끌어올리는 걸 좋아할지 고민이다. 후자는 아무래도 시간이 오래 걸릴 테니 유저들도 오래 기다리기 힘들 것 아닌가. 유저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댓글이라도 달아줬으면 좋겠다.





Q. 본격적으로 '스칼렛 후드'에 대해 얘기해보자. 빨간 망토, 오즈의 마법사, 위키드 등을 오마주한 게임 같은데 자세한 설명 부탁한다.

'스칼렛 후드'는 빨간 망토, 오즈의 마법사, 위키드를 베이스로 한 밝고 유쾌한 분위기의 퍼즐 어드벤처 게임이다. 다만, 스토리라던가 그런 부분은 베이스가 된 작품들과는 다르다. 어디까지나 기본적인 요소만 가져왔다.

스토리는 인디 밴드의 보컬로 활동하는 스칼렛이 어느 날 큰 레이블로부터 거액의 금액을 제안받고 밴드와 다투고 헤어지던 중 토네이도를 만나면서 시작한다. 우연히 그롬이라는 곳으로 날아가는데 그 세계는 7명의 마녀가 질서를 유지하는 세계로, 스칼렛은 그롬에서 우연히 붉은 마녀를 계승하게 된다. 그런데 스칼렛은 원래 세계로 돌아가고 싶어하고, 그런 스칼렛이 원래 세계로 돌아가는 과정을 그린 마법 같은 이야기를 담은 게임이다.





Q. 스토리 중심의 퍼즐 어드벤처라서 그런지 정적인 느낌이다. 취향을 많이 탈것 같다.

퍼블리셔에서도 '더 코마'를 베이스로 '그라운드호그 데이(Groundhog Day: Like Father Like Son)' 등 여러 게임이 혼합된 것 같다고 하더라. 확실히 취향을 많이 탈것 같긴 하다. 빠르게 진행하고 퍼즐을 풀면서 타임어택에 쫓기는 그런 긴장감마저 좋아하는 유저들은 힘들 것 같지만, 대신 여유롭게 서사적인 모험을 즐기며, 퍼즐을 푸는 그런 걸 좋아하는 유저들은 좋아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마냥 걱정되진 않는다. 무조건 팔릴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만들었다고 걱정됐겠지만, 이것조차도 우리가 추구하는 게임의 한 방향성이니만큼, 담담히 그 결과를 지켜보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과연 '스칼렛 후드'가 어떤 평가를 받을지 궁금한 면이 더 크다.







Q. 추구하는 게임의 방향성이라면?

기본적으로 우리 게임은 이야기 그 자체의 가치와 이야기가 가진 서사성을 중시하고 있다. '더 코마' 시리즈도 무조건 몬스터를 피하는 호러 게임이 아닌, 서사성을 녹여냈고 '뱀브레이스'도 '다키스트 던전'과 비교를 많이 당했지만, 시스템적인 부분 외에도 서사를 통해 차별화를 꾀하고자 했었다. 앞으로도 이러한 방향성은 최대한 고수할 생각이다.





▲ 더 코마, 뱀브레이스 각각 다른 장르지만 서사성을 중시한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Q. '스칼렛 후드'는 서양쪽을 타겟으로 한 게임 같다.

테마로만 보면 서양 유저들에게 친숙한 부분이 많아서 우리가 홍길동전을 보고 느끼는 것처럼 더 익숙할 것 같다. 시나리오 작가인 트리스탄한테 익숙한 부분이기도 해서 더 정교한 시나리오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


Q. 그러고 보니 트리스탄이 시나리오 작가지 않은가. 한국을 배경으로 한 '더 코마' 시리즈에서도 뛰어난 시나리오를 보여줬는데 오즈의 마법사나 위키드는 미국 동화, 소설인 만큼 '스칼렛 후드'에서는 더 원숙해진 시나리오를 보여줄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한다. 실제로 '더 코마'에서는 한국에서 오래 살았다지만, 외국인으로서 한국을 바라봐서 그런지 유머코드라거나 학교에서의 일이라거나 자잘한 부분에서 수정해야 할 부분이 많았다. 그런데 '스칼렛 후드'는 달랐다. 자국 문화를 바탕으로 해서 오히려 우리가 검수하기 힘들었다(웃음).

트리스탄이 원래 시나리오를 쓸 때 시대상까지 감안해서 쓰는 편이다. 16세기 중세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면 그때 당시에 쓰는 어투에 맞는 문법을 쓴달까. 여담이지만 '뱀브레이스'도 그런 세세한 시나리오 설정이 외국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는데, '스칼렛 후드'도 그런 식으로 여러모로 흥미롭게 볼 것 같다.





Q. '코마2'가 작년 초에 출시됐으니 거의 1년 만에 신작을 출시하는 셈이다. 아무래도 개발팀이 적어서 힘들었을 것 같은데 이렇게 빨리 개발할 수 있었던 비결이 있다면?

원래는 6개월 안에 완성하는 게 목표였다. 차체라고 해야 할까. 더 코마를 베이스로 해서 캐릭터나 몇몇 시스템만 바꾸면 금방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그대로 가져오면 스토리나 테마 이런 게 원래 구상한 것과 안 어울릴 것 같아서 여러모로 마개조하다보니 개발 기간이 늘어났다.

물론, 쉽지는 않았다. 특히 작년에는 코로나로 인해 굉장히 힘들었다. 그나마 국내에 있는 개발팀은 큰 문제가 없었는데 미국팀은 트리스탄 얘기를 들으니 집 앞에서 차가 불타고 있다고 하질 않나 난리였다. 그래도 어떻게 거의 완성 직전인 단계까지 왔는데, 사실 비결이랄 것도 없다. 그냥 우리가 개발하는 게 좋아서 노는 시간, 쉬는 시간을 줄여서 개발한 게 전부다.





Q. 개발 기간도 그렇고 전체적인 퀄리티가 아무래도 더 코마 시리즈나 뱀브레이스와 비교하면 낮은 것 같은데.

디자인이 다른 건 맞는데 그렇다고 전체적인 퀄리티가 낮은 건 아니다. '뱀브레이스'는 연필선이 많이 들어간 느낌으로 채색했고 '더 코마'가 먹선을 많이 썼다면, '스칼렛 후드'는 캐주얼하고 애들도 좋아해야 하니까 컬러풀하고 채도를 높게 했다. 그래서 '더 코마'나 '뱀브레이스'의 묵직한 분위기와 달리 밝은 분위기여서 좀 가볍게 보이는 것 같다.

실제로는 전작만큼이나 힘들었다. 특히 사운드 관련해서 전작들은 대체로 묵직하고 웅장한 그런 분위기의 사운드를 썼는데 '스칼렛 후드'는 대체로 뉴 재즈 스타일이어서 사운드를 담당한 팀원이 많이 힘들어했다.


Q. 지난 인터뷰에서 데베스프레소가 개발하고자 한 게임들은 모바일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한 바 있다. 지금도 여전한가.

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웃음). 이제는 그냥 돈 벌 게임을 만들겠다거나 그런 건 아닌데, 서사적인 내러티브 중심의 게임을 만들면서 굉장히 힘들다는 걸 새삼 느꼈다. 금액에 대한 부분도 그렇고 시간도 많이 든다. 그런데 매번 쥐어짜듯이 개발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그리고 하나의 목표를 공유하는 팀원이라고 해도 저마다 추구하는 게임의 방향성은 조금씩 다를 수 있다.

실제로도 자신만의 독특한 캐주얼 게임에 대한 아이디어를 가진 팀원도 있어서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사이사이에 가벼운 느낌으로 모바일 게임도 개발할 생각이며, 현재 소규모 프로젝트로 진행 중에 있다.


Q. '스칼렛 후드'의 출시일과 목표는?

4월 8일 스팀으로 출시 예정이다. 한국어를 비롯해 여러 언어를 지원하며, 콘솔 포팅은 좀 더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목표라고 하면 판매량 이런 것 보다는 세 번째 IP 게임인 만큼, '더 코마', '뱀브레이스'에 이어서 데베스프레소하면 떠올릴 수 있는 그런 게임이 되길 바라고 있다.





Q. 올해로 개발 6년 차에 접어들었다. 그간 3개의 게임을 냈고 이제 4번째 게임 '스칼렛 후드'를 준비 중이다. 과거 인터뷰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은 게임을 만들고 싶다고 했는데 이 목표는 여전한가.

지금도 여전하다. 데베스프레소를 설립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내가 만든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 그런 거였던 만큼, 이 기조는 최대한 유지할 생각이다. 앞으로도 유저들의 기억에 남을 수 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많은 기대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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