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게임즈가 선택한 생존 게임, '디스테라' 알파 체험기

리뷰 | 정재훈 기자 | 댓글: 22개 |

카카오게임즈가 퍼블리싱하고, 리얼리티 매직(Reality MagiQ)이 개발중인 신작 '디스테라(Dysterra)'의 첫 알파 테스트가 4일간의 일정을 끝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카카오게임즈의 첫 스팀 진출작이자, 그간 카카오게임즈가 서비스하던 모바일 게임과 PC MMORPG와는 조금 다른, 오픈월드 크래프팅 기반의 생존 게임이죠.

트렌드를 의식한 느낌이 없잖아 있지만, 그렇다 해도 쉬운 도전은 아닙니다. 오픈월드 크래프팅 게임은 이미 수 년간 게임 시장의 파이를 야금야금 차지해왔고, 그 말은 곧 무수한 경쟁작이 이미 존재한다는 뜻입니다. 가볍게 즐기기보단 긴 시간을 투자해야 진짜 맛이 나오는 장르 특성 상 경쟁작을 무찌르고 대세를 잡기 위해선 다른 게임들과 확연히 차별화된 무언가가 필요하기 마련이죠.

'디스테라'는 알파 테스트 단계이고, 게임의 많은 부분이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번 테스트 또한 게임을 심도있게 살펴보기보단, 이 게임이 어떤 게임인지 맛이나 한 번 보라는 성격의 테스트에 가까웠습니다. 오늘 여러분께 전달드리고자 하는 내용 또한 '대략적인 맛'에 가깝습니다. 디스테라가 어떤 게임인지, 그리고 동종 장르의 다른 게임들과 무엇이 다른지 말이죠.



게임명 : 디스테라
장르명 : 생존 크래프팅, 슈팅
출시일 : 미정
개발사 : 리얼매직
서비스 : 카카오게임즈
플랫폼 : PC




망했는데, 생각보다 살만한 세상



▲ 이럴수가 그런 일이 벌어졌다니...!

세상이 또 대충 망했습니다. 에너지난에 시달리던 인류가 어찌어찌 '테라사이트'라는 자원을 발견해 이를 개발하기 시작했으나, 무분별한 개발 때문에 각종 천재지변이 터져버렸고 인류는 멸망 직전 가까스로 우주 정거장으로 대피했습니다.

서버에 접속하면, 1인승 사출 포드에서 비틀비틀 기어나오며 게임이 시작됩니다. 가장 먼저 할 건 타고 온 탈출 포드를 해체해 기본적인 식량과 재료를 얻는 것. 그렇게 당분간 버틸 식량과 음료를 얻고 나면, 이후엔 맵을 돌아다니며 자원을 모으고, 무기와 방어구를 제작하고, 거점을 만들어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움직여야 합니다.



▲ 언제나 그렇듯 막막한 시작

'생존 게임'이라는 장르의 틀 안에서 보자면, 디스테라의 생존 난이도는 크게 어려운 편이 아닙니다. 열상과 화상, 각종 감염 등의 상태 이상을 고려할 필요도 없고, 비타민이나 탄단지를 챙겨 먹어야 할 필요도 없습니다. 게이머가 신경써야 할 수치는 갈증과 허기, 체력과 배터리 뿐이죠. 이런 게임을 처음 접하는 게이머들이라면 어려움을 느낄지 모르지만 각종 크래프팅 게임으로 단련된 게이머들에겐 누워서 떡먹기입니다.

이 수치들을 채우는게 어려운 것도 아닙니다. 배고픔과 갈증은 그냥 길바닥에 돋아난 버섯만 뜯어 먹어도 버틸만 하고, 재료 수급이 되기 시작하면 식수 정화기와 그릴을 통해 웬만한 식당 수준으로 음식을 뽑아낼 수 있습니다. 게임 초반에 만들 수 있는 각종 '프로토콜'을 이용하면 체력 수급도 꽤 원활한 편인데다 배터리도 만들기 어렵지 않죠.



▲ 누가 요즘 촌스럽게 곡괭이질을 하나?



▲ 배고픔, 갈증 해결되고 얻기도 편한 'GOD버섯'

그렇다고 재료 수급이 어려울까요? 전혀요. 게임 내에서 지원하는 '초감각 비전'을 켜면 상호작용 가능한 모든 오브젝트가 시각적으로 강조됩니다. 솔직히 쉬워요. 그냥 비전 켜고 돌아다니며 재료 캐고, 재료로 이것저것 만들면서 중간중간 버섯 좀 뜯어먹어 주면 됩니다. 다른 게임처럼 나무는 도끼로, 금속은 곡괭이로 캐고, 이걸 또 쪼개고 제련하고 가공할 필요도 없습니다. 디스테라는 기본적으로 SF 세계관의 게임이기 때문에 분해 레이저 한 방이면 돌덩이, 버려진 차, 심지어 죽은 동물도 말끔히 분해되서 가방에 쌓이거든요.



▲ 큭큭 어떤 재료도 날 피해갈 수 없으셈



▲ 고기만 넣어두고 딴짓하다 오면 접시에 포장까지 다 되어 있습니다. 너무 편해!

여기서 다른 게임들과 조금 다른 부분이 생깁니다. 디스테라는 대다수의 생존 게임과 달리, 생존 자체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아니, 생존 자체가 쉽다기보단 평화 노선을 타고 전투를 피하며 내 한몸의 영달을 목표로 플레이하면 매우 빠른 속도로 안정 궤도에 진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생존 게임에서 어느 정도의 긴장선 유지는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목숨의 위협이 없다면 '생존해야 한다'는 문장이 성립되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디스테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이 '긴장'을 만들어냅니다.



5:5 비율의 '생존'과 '슈팅'



▲ 게임 화면만 보면 그냥 슈팅게임이라 해도 믿을 정도.

다른 게임들과 차별화된, 디스테라만의 정체성을 하나 꼽자면 '슈팅'의 비중이 굉장히 크다는 점입니다. 디스테라의 슈팅 감각은 알파 단계임에도 나름 괜찮은 완성도를 보이는 수준입니다. 총기 격발음이나 손맛, 타격 이펙트나 모션 등 어느 것 하나 모자란 느낌이 없죠. 다만, 비율이 다소 과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대다수의 생존 지향 게임, 혹은 오픈월드 게임에서 슈팅은 메인이라기보단 조각입니다. 탐험, 크래프팅, 자원 파밍, 전투 등 게임을 이루는 수많은 조각 중 하나를 차지할 뿐이죠. 당연히 제대로 된 슈팅 게임에 비하면 깊이가 모자라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디스테라의 슈팅 비중은 다른 생존 크래프팅 게임과 비교해 굉장히 높은 편입니다. 근접 무기는 존재하지만 총기가 생기면 쓸 일이 거의 없고, 총기 제작까지 드는 시간도 굉장히 짧은 편이죠.



▲ 권총을 손에 쥐면 본격적인 게임이 시작됩니다.

정상적으로 게임을 진행할 경우 게임 시작 후, 첫 권총을 손에 쥐기까지 짧으면 10분, 길어도 30분을 넘지 않습니다. 게임이 '생존 게임'에서 '슈팅 게임'으로 페이즈 변환이 일어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10분이라는 뜻이죠. 게임 내에 존재하는 대다수의 위협 요소들도 슈팅 요소와 맞물려 있습니다. 고지대에서 지나가는 이들을 무차별 사살하는 저격수 위협이나, 중요 위치를 수비하는 (총을 든)전투 로봇이라든지, 뭣모르고 발을 내딛는 이들을 폭사시키는 흡착 지뢰 등 총이 유일한 열쇠인 게임 요소가 여기저기 널려 있습니다.

게임 시스템 흐름 상 전투를 피하기도 어렵습니다. 디스테라의 세계는 한 번 망한 디스토피아이기에 자원 수급을 위해선 구 문명의 잔재를 파헤쳐야 하고, 이 과정에서 전투는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건축물의 기본인 돌맹이나 간단한 음식, 연료 등은 전투 없이 수급이 되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를 만들려면 어쩔 수 없이 치고박고 싸우거나 남들이 싸우는 사이 어부지리를 노려야 하죠.



▲ 이 보급 포드 주우러 가다가 지뢰 두번 밟은게 첫 사망

그리고 이렇게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전투는 꽤 넉넉한 템포로 이어집니다. 기본적인 방어구만 갖춰도 적의 총탄 한두 발에 죽지는 않습니다. 어떻게든 싸울 만한 정도의 적들이 대부분이며, 천천히 싸운다면 결국 다 이겨낼 수 있는 수준이죠. 나보다 월등히 좋은 총기를 든 적대 플레이어라면 경우가 다르지만, 이건 뭐 어쩔 수 없는 일이죠.

결과적으로, 플레이 도중 '내가 여태 뭘 했나?'하고 생각해보면 뭔가를 만든 기억보단 만들기 위해 재료를 구하는 과정에서 싸운 시간이 훨씬 길다는 걸 알아채게 됩니다. 무작위로 떨어지는 보급 포드를 손에 넣기 위해 싸우고, 폐공장의 자재를 얻기 위해 싸우다 보면 익히 알던 생존 게임보다는 생존 요소가 가미된 슈팅 게임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들곤 합니다.그게 나쁘다는 뜻은 아닙니다. 단지 기존의 생존 게임과는 약간 다른 게임 감각을 보여준다는 거죠.



▲ 정말 오지게 싸우게 됩니다. 싸워야 재료가 나오니까요.



'알파'에서는 합격, '베타'에서는?

알파 빌드임을 감안하면, 디스테라의 게임성은 합격점을 줄 만한 수준입니다. 적극적으로 전투를 장려해 조용하기보단 늘 시끄러운 필드를 만들어낸 건 꽤 매력적인 부분이며 지진 발생기나 기후 변화 장치등 맵 전역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해 둔 것, 그리고 건설 및 제작 요소를 매우 쉽고 편하게 만들어 두어 손해를 보거나 죽더라도 빠른 시간 내에 플레이 정상화가 가능한 점 등은 다른 게임들과 차별화된 매력적인 부분이라 볼 수 있겠죠.



▲ 필수 생존 요소인 침대와 테라코어 제작까지 끽해야 두어시간



▲ 크래프팅이 쉽다 보니 초보자 적응이 쉬운건 확실히 장점

다만, 알파 단계에 걸맞는 어설픔도 함께 보이긴 합니다. 다소 불편한 UI와 지형 상호작용 모션, 잊을 만 하면 한 번씩 보이는 그래픽 글리치 등이 그렇죠. 게임 내에서 타 유저와의 관계 설정에 있어서도 적대 외에 협력이 필요한 부분이 분명 있지만, 이를 위한 시스템도 아직 살펴볼 수 없었습니다. 말 그대로 디스테라가 어떤 게임인지만 엿볼 수 있는 빌드였죠.

게임의 궁극적 재미 요소가 제시되지 않은 점도 다소 아쉬운 부분입니다. 과거와 달리 오픈월드 크래프팅이 된다거나 슈팅 요소가 있는 정도로 차별화된 재미라 말하긴 어려운게 지금의 게임 시장입니다. 디스테라는 스킬 시스템이나 숙련도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게이머 간 롤플레잉이 존재할 수 없고, 생존의 끝에서 탈출한 이후, 다음 플레이에 특전이 생긴다거나 하는 부분도 살펴볼 수 없었기에 게임을 계속 플레이하게 할 무언가는 쉽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 밤이 되면 정말 어두워지는건 꽤 재밌는 부분



▲ 그래서 밤새 만든 집이 굴다리 밑이었다는 걸 해가 뜨고야 알았드랬죠.

하지만, 첫 테스트 빌드에서 모든 부분이 완벽하길 바라는 건 그거대로 욕심이겠지요. 카카오게임즈가 모바일 게임이나 이미 검증되어 있던 게임들이 아닌, 새로운 게임을 통해 스팀에 진출했다는 그 자체로 디스테라는 꽤 의미가 큰 게임이라 볼 수 있습니다. 부족한 부분은 정식 출시 전까지 채우면 그만이죠.

디스테라라는 게임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 첫 테스트가 망했다면 게이머들의 기대감도 거품처럼 스러지겠지만, 이번 테스트는 생각 이상으로 꽤 괜찮았거든요. 그만큼, 출시 시점에서 대단한 게임을 기대하는 게이머들도 많을 겁니다. 저 또한, 완벽까지는 바라지 않으나 잘만 깎으면 수작은 될 법한 게임의 미래를 본 느낌이었으니까요.



▲ 나름 협력과 커뮤니케이션을 장려하는 부분도 보이긴 했습니다.

그러나 출시 시점에서 게임이 어떨지는 지금의 평가와는 무관할 겁니다. 지금은 말 그대로 그릇과 재료만 보았을 뿐, 요리가 다 끝난 후 어떤 내용물이 그릇에 담겨 있을지는 그 때가 되어 봐야 아는 거니까요. 여러모로 국내 게임 산업은 시끄러운 요즘이지만, 새로운 시장과 장르에 대한 도전은 언제나 응원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이 응원이 무의미한 기원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라며, 디스테라 개발진이 출시 직전까지 최대한 멋진 게임을 완성해 보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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