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레고 같지 않은 '레고'의 등장

리뷰 | 김수진 기자 | 댓글: 4개 |



레고가 또 새로운 '놀이'를 만들어냈다.
현실과 AR을 이렇게까지 절묘하게 결합하다니, 그야말로 놀랄 '노'자다.


레고가 기존의 '레고'를 벗어던지고 새로운 '레고'를 선보인다. 브릭이 아니다. 아니 브릭이 있긴 있는데 우리가 알던 그 브릭이 아니다.

레고와 유니버설 뮤직 그룹이 손잡고 개발한 '레고 비디요'는 레고와 음악, 그리고 AR 기능이 합쳐진 제품이다. 앱을 설치하고, 현실에 존재하는 레고 캐릭터를 스캔, AR 기술을 활용해 직접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는 시스템으로 이뤄져 있다.

그저 흔한 AR 프로그램처럼 생각될 수 있다. 하지만 레고 비디요는 '현실'에 존재하는 실제 레고 캐릭터를 '디지털'로 끌고 와 그걸 또다시 '현실'을 배경으로 '디지털'로서 구현한다. 그리고 그 과정을 모두 온·오프라인의 다른 이들과 함께할 수도, 혼자 할 수도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현실과 가상 사이의 균형을 절묘하게 잘 잡았다.





재미도, 경험의 성장도 모두 잡은 '레고'

분명 레고 같지 않은 레고지만 어쨌든 재미있다. 실제 브릭 조립에서 오는 '순수한' 즐거움과 마찬가지로 노래에 맞춰 화면 속 브릭을 조합하는 과정에서 오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게 끝이 아니다. 비디요는 조합하는 재미에 보는 재미, 듣는 재미, 그리고 직접 제작한 뮤직비디오를 감상하는 재미까지 모두 갖췄다. 스마트폰 액정 속의 '힙'한 레고 캐릭터를 열심히 조작하다 보면 이게 뭐야 싶은데 재밌다.

한 두번 하다가 앱을 끄게 만드는 뻔하고 지루한 AR 프로그램이 아니다. 플레이 과정에서 쌓이는 노하우가 다음번에는 더 말도 안 되는 뮤직비디오를 만들고야 말겠다는 목표를 세우게 하며, 비디요가 지원하는 다양한 요소들이 이를 가능하게 만들어 준다.

또 하나, 열심히 뮤직비디오를 만들다 보면 분명 성장하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뭐가 뭔지 몰라서 마구잡이로 효과를 주는 초보자 단계를 지나면 어느새 리듬에 맞춰 뚱땅거리는 정도는 하게 되고, 몇 가지 조합에 익숙해지면 멜로디에 맞춰 안무를 맞추는 완전 고난이도 액션도 할 수 있게 된다.

창의적인 생각과 익숙함에서 오는 활용을 통해 경험의 성장을 이뤄내는 것이다.




완성도 역시 꽤 괜찮다.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AR 속 레고 캐릭터들의 구현도는 뛰어난 편이며, 뮤직비디오를 제작할 때 생성되는 효과나 안무 역시 엉성하거나 부족하지 않게 잘 만들어졌다. 특히 다양한 효과들은 실제처럼 화려하거나 정교하지는 않지만, 레고 브릭의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진다.

비디요 앱의 경우 베타 버전을 플레이했음에도 로딩이 긴 것을 제외하면 큰 문제점을 찾지 못했다. 그리고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로딩 화면마다 플레이 시 주의해야 할 행동이나 매너 등이 이미지로 뜨는데, 단순히 경고 문구로만 나타내지 않고 아이들에게 효과적으로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게 매우 인상 깊었다. 어른들에게는 당연할 수 있는 매너가 아이들에게는 그렇지 않다는 점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이를 제대로 알리고 있는 것이다.

레고 시리즈들이 그렇듯 메인은 아이들이 대상인 제품이지만, 어른이 플레이하더라도 유치하지 않게 즐길 수 있다. 기존 레고 시리즈가 브릭의 조립 과정에서 재미를 찾았다면, 비디요는 뮤직비디오를 제작해 가는 과정에서 그 '재미'를 느끼게 된다. 다만 브릭을 조립할 일은 거의 없다시피 하니 이에 대한 기대는 버리는 것이 좋다.



▲ 브릭 조립의 즐거움은 살짝 내려놓아야만


무궁무진한 가능성의 '놀이'

이미 브릭 조립에서 독보적 영역을 구축한 '레고'가 왜 레고 마리오에 이어 이렇게 독특한 방식의 '놀이'에 도전한 걸까. 레고 그룹의 Willam Thorogood는 그 이유를 아이들에게 스스로를 창의적으로 표현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이는 비디요가 포함하고 있는 실제 레고로 이루어진 6개의 비트박스 캐릭터와 여러 밴드메이트 캐릭터, 그리고 다양한 조작을 할 수 있는 비트비츠 브릭에서 비롯된다. 직접 스캔해서 앱 속으로 가져온 캐릭터와 수많은 비트를 결합하면,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안무는 물론이고 다양한 효과를 사용할 수 있다. 경우의 수가 정말 많기에 천편일률적인 결과물은 절대 나올 수 없다.



▲ 다양한 안무 및 효과를 담당하는 비트비츠 브릭

비디요 속의 모든 조작은 사용하는 사람의 창의적 역량에 따라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 얼마나 조작을 능숙하게 하느냐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즉, 비디요는 아이들에게 그야말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놀이'가 되는 것이다.

캐릭터를 스캔하는 것을 제외하면 비디요 속에서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는 데는 그 어떤 제한도 없다. 현실에서 직접 조립한 레고 캐릭터들을 스캔, 밴드를 결성한 뒤에는 사용하는 사람의 '마음대로' 시스템을 즐길 수 있다. 마음대로 밴드의 인원, 포메이션을 정할 수 있으며 커스터마이징을 통해 마음대로 캐릭터의 모습을 변경할 수 있다. 사진 찍기를 통해 자신만의 독특한 앨범 자켓을 제작하는 건 기본이다.




노래를 정하는 것도, 캐릭터들이 춤출 장소를 정하는 것도, 캐릭터의 크기를 정하는 것도 모두 마음대로다. 친구의 머리 위에서 콩알만 한 밴드 멤버들이 흩날리는 조각 케이크와 함께 격렬한 브레이크 댄스를 출 수도 있고, 파도치는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4M에 달하는 거대한 라마와 인어가 타오르는 불을 배경으로 잔잔한 블루스를 출 수도 있다.

비디요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영상을 촬영하다가 잠시 정지한 뒤 다른 곳으로 이동, 다시 촬영을 이어가면 컷마다 배경이 변화하는 결과물이 나오는 등 사용하는 이의 '창의력'에 따라 다양한 방식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렇게 아이들은 실제 레고와 배경, 비디요 앱 속 디지털 효과를 결합해 스스로 뮤직비디오의 감독이자 주인공이 되어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된다.



▲ 노래도, 캐릭터도, 안무도, 효과도 모두 마음대로


앱 하나로 완성되는 '안전한' 즐거움

앱 자체적으로 제공하는 공유 기능과 SNS 피드는 이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 중 하나다. 비디요는 짧은 클립부터 긴 동영상까지 원하는 대로 꾸며서 자체 피드에 공유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별 거 아니네라고 생각하겠지만 아니다. 정말 '별 거'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자신이 만들어낸 뛰어난 걸작을 부모님이나 친구에서 한정하지 않고 자랑할 수 있다. 제작의 즐거움, 공유하는 즐거움, 다른 사람의 작품을 보고 공감하는 즐거움까지 모두 앱 하나로 느끼게 된다.

아, 물론 아이들이 사용하는 만큼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부적절한 영상은 공유할 수 없다. 얼굴과 같은 개인 신상 정보를 포함한 영상 역시 불가능하다. 레고 측에서 게시를 요청하는 모든 영상을 직접 체크한 뒤 피드에 업로드하기 때문이다. 이로써 아이들은 타 SNS나 스트리밍 사이트의 도움 없이도 비디요 속에서 안전하고 건전하게 서로의 영상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모든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 비디요 앱에서 제공하는 SNS 피드 기능

유니버설 뮤직 그룹과의 협업으로 개발되었기에 흔히 아이들 용 음악 게임이라면 등장하는 평화로운 음악 대신 최신 유행 음악들을 만나볼 수 있는 것 역시 비디요의 강점 중 하나다. 글로벌한 인기를 얻은 노래들을 포함해 30곡가량이 준비되어 있으며, 2주마다 한 곡씩 추가될 예정이다.

레이디 가가와 빌리 아일리시, 블랙핑크의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레고 캐릭터들이라니!

유니버설 뮤직 그룹의 Joshua Burke는 비디요는 혁신적인 재미를 줄 수 있는 '놀이'이며, 이를 통해 아이들이 전 세계의 다양한 음악을 들으며 창의력을 향상시키는 경험을 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러저러하게 열심히 이야기했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재미다.

아무리 창의성을 키워주고, AR을 사용했고, 유니버셜 뮤직과 협업을 했고 등등을 나열해봤자 결국 레고 비디요는 '놀이'다. 그리고 놀이의 핵심은 뭐니뭐니해도 얼마나 '재미있느냐'다. 한 번을 하더라도, 여러 번을 하더라도 즐거워야 정말 잘 만든 '놀이'라고 할 수 있을 테다. 그런 면에서 비디요는 충분히 합격점 그 이상을 줄 만한 제품이다. 재미있으니까.

사실 어른의 시점에서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놀이를 찾아내기란 힘든 일이다. 이미 다양한 자극과 새로움을 접했기에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놀이들이 마치 건강식품처럼 싱겁게만 느껴지기 때문. 하지만 레고 비디요는 여러 가지 요소를 유치하지 않게 적용해 어른의 입장에서 플레이해도 그 재미를 충분히 경험할 수 있다.

그리고 출시를 기념해 게임 캐릭터 '라마'가 유명 아티스트들과 함께한 음원 '쉐이크'를 발표하며 실제로 현실에 등장할 예정이다. 음원은 2월 19일에 공개되며 모든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유니버셜 뮤직은 음원과 라마가 안데스 산맥에서 LA로 이주한 '아티스트'라는 설정을 통해 또 다른 가상과 현실의 '결합'을 이뤄낼 계획이라고 한다.

AR과 현실의 재미 모두를 잡아낸 레고 비디요는 3월 1일 출시된다. 5월 이전이기에 아이들이 있는 집이라면 이번 어린이날 선물로 고민해보는 건 어떨까 싶다. 집안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으니 요즘과 같은 시기에 꽤 괜찮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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