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대항해시대 오리진 "항해의 재미, 느림의 미학 담았다"

인터뷰 | 윤홍만 기자 | 댓글: 47개 |

코에이테크모와 모티프가 공동 개발하는 대항해시대 시리즈의 신작 '대항해시대 오리진'이 오는 28일, 마침내 CBT를 실시한다.

형만 한 아우 없다지만 '대항해시대 오리진'은 시리즈 팬들에게 있어서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막내다. 시리즈 최고의 명작으로 꼽히는 '대항해시대2'를 기반으로 한 MMORPG일 뿐 아니라 부진했던 '대항해시대5'와 '대항해시대6'의 부진을 끝낼 타이틀로 꼽히기 때문이다. 여러모로 주변의 기대치가 높을 만하다.

이러한 높은 기대치를 알고 있는 듯 개발사인 모티프 역시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게임에 대한 내용들을 조금씩이나마 공개할 법하건만 지난 2년간 개발에만 전념했다. 과연 '대항해시대 오리진'은 시리즈 신작에 목말라한 기존 팬들의 마음을 휘어잡을 수 있을까? CBT에 앞서 모티프의 이득규 디렉터와 인터뷰하는 기회를 가졌다.



▲ 모티프 이득규 디렉터


Q. 작년 11월 CBT 참가자를 모집한 이후 오랫동안 소식이 없었다. 그간 어떤 일들이 있었던 건가.

'대항해시대 오리진'은 지난 2020년 10월에 개최된 TGS의 코에이테크모 온라인 부스에서 개발 중인 플레이 영상을 발표하고 11월에 CBT 참가자를 모집한 후, 12월 말부터 CBT를 시작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작년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를 병행하며 여러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하면서 불가피하게 CBT 시작 일정을 1월 28일로 조정하게 됐다.

무리해서 일정을 맞추는 방향도 고민했지만, 근시안적인 관점에서 무리하기보다 조금 늦어지더라도 게임의 전반적인 퀄리티를 끌어올리는 게 결과적으로는 더 나을 거라고 판단했다. 다만 CBT가 늦어진 점은 사실인 만큼, 기다림이 길어지게 된 점에 대해서는 이 자리를 빌려 사과드리고자 한다.


Q. 단순히 IP만 쓰는 게 아니라 코에이테크모와 공동 개발 중이다. 어떤 식으로 협업 중인가?

게임 내에 포함된 스탭롤을 보면 알겠지만, 다양한 직군의 개발자들이 함께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프로젝트 관리는 한국 중심으로 진행하지만, 전체적인 개발은 양사가 협업하고 있다.

일러스트만 봐도 그렇다. 한국에서 그린 캐릭터가 있는가 하면, 일본에서 그린 캐릭터도 있다. 음악 역시 한국, 일본 양쪽에서 모두 작곡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결과물은 서로가 상호 컨펌하는 방식이다. 모티프에서 그린 그림은 코에이테크모에서, 코에이테크모에서 그린 그림은 모티프에서 컨펌함으로써 한쪽에 치우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일방적인 관계가 아닌 서로 상호보완해주는 건전한 관계의 공동 개발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좀 더 세부적으로 본다면 코에이테크모에서는 주로 아트와 음악, 검수 측면에서 참여하고 있는데, 코로나19로 인해서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는 예전보다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상황이 빠르게 개선되기 힘든 만큼, 화상회의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한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을 하되 개발에 차질이 없도록 다양한 대안을 찾는 중이다.





Q. 아예 별개의 게임으로 만들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대항해시대2'를 기반으로 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

여러 가지 선택지가 있었지만, 우리나라에서 현재 30~40대에게 '대항해시대2'는 특별한 추억의 게임이다. 우선 시리즈 최초로 한국어 버전이 공식 출시되어 한국어가 지원되는 게임이 적었던 당시 학창시절 많은 유저들이 플레이했고 그 독특한 플레이에 깊은 인상과 추억을 갖고 있다.

여기에 현재 유행하고 있는 오픈월드 개념이 이미 존재한 게임이고 JRPG이면서도 시뮬레이션 게임의 성격도 가진 복합 장르적인 특성이 당시 타 게임들과는 크게 차별화됐다. 그렇기에 예전부터 만약 대항해시대 시리즈를 다시 만든다면, '대항해시대2'를 기반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끝으로 지난 2020년이 대항해시대 시리즈가 마침 30주년을 맞는 해였기에 상징적인 의미도 크다고 생각해 '대항해시대2'를 기반으로 개발을 하게 됐다.


Q. '대항해시대2' 리메이크 측면에서 '대항해시대 오리진'을 기다리는 유저도 많겠지만, MMORPG로서 '대항해시대 오리진'을 기다리는 유저도 많다. 스토리 등의 싱글 플레이 요소와 멀티 플레이 요소의 비중은 어떻게 되나.

스토리 파트인 제독 시나리오는 일종의 튜토리얼이자 구독형 콘텐츠에 가깝다. 이전에 개발했던 '삼국지 조조전 온라인' 연의 모드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는데 싱글 플레이 경험을 통해서 게임에 점점 익숙해지고 숙련된 후 엔드 콘텐츠 요소들을 멀티 플레이로 즐겨주면 좋겠다고 바라고 있다.

그렇다고 꼭 제독 시나리오를 먼저 하고 멀티 플레이를 해야 하는 건 아니다. 제독 시나리오는 강제성을 띠고 있지 않기 때문에 처음부터 멀티 플레이를 해도 전혀 문제없다. 가급적 유저가 선택해서 원하는 방향으로 플레이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다만, 제독 시나리오를 플레이하면 그에 따른 보상이 있고 게임 가이드에 있어서 유리한 부분도 있으므로 가급적 꼭 진행하길 권장하고 있다.

구독형 콘텐츠라고 하니 스탠드 얼론 콘텐츠로 오해할 수도 있는데 '대항해시대 오리진'의 콘텐츠는 유기적인 관계여서 싱글 플레이의 결과가 물가나 국가 간의 정세에도 영향을 끼친다. 실제로 싱글 플레이와 멀티 플레이가 영향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개발 중이다.



Q. 개발하면서 가장 중점을 두었던 부분은 무엇인가?

원작의 의도를 파악하고 가능한 그 의도를 살려서 형식이나 표현이 달라지더라도 원작에서 하고자 했던 것들을 좀 더 잘 만드는 것, 그리고 모바일 시대에 맞춰 즐길 수 있게 만드는 것에 중점을 두고 개발하고 있다.




게임을 24시간 플레이하는 사람도, 짧게 즐기는 사람도 밀도와 경험의 차이는 있겠지만, 라이트 게이머도 어느 정도는 하드코어 게이머의 플레이를 따라갈 수 있도록 하고, 개인 시간이 적더라도 의지만 있으면 플레이를 지속할 수 있게 하고자 했다. 게임에서 제공하는 오프라인 플레이 같은 요소가 한가지 예가 될 것 같다.

본래 계획했던 내용을 아직 다 완성하지 못한 상태이므로, 예정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계속 개발하며 CBT에서 확인된 지표와 유저 피드백을 통해 부족한 UX 및 편의성 개선, 품질 보강을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Q. 탐험, 교역, 전투 각각의 선단 성향에 따라 혜택이 달라진다. 플레이 스타일에 따라 원하는 성향을 고르도록 한 셈인데 언제든지 성향을 바꿀 수 있어서 굳이 나눌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언제든지 바꿀 수 있기 때문에 골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처음에 게임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잘못 선택했을 경우 계정을 지우고 다시 만드는 게 아니라 설정을 다시 하면 계정을 다시 만들 필요 없이 이어서 게임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제독 시나리오에 따라서 한시적으로 본인 성향과 다른 플레이를 해야 할 수도 있는데, 이럴 때에도 유저가 피해를 보지 않아도 되도록 하는 것을 우선시 했다.

성향의 선택에 따라 보너스도 변하지만, 시스템에서 제공되는 조합 임무가 성향에 맞게 바뀌는 등, 유저가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에 맞춰 게임이 변한다. 유저가 고르지 않고 동적으로 바꿔주려면 지속적으로 유저 데이터를 분석해서 평가해 게임에 반영해야 하는데, 싱글 플레이 게임이거나 플레이 히스토리가 짧은 게임이라면 이런 방식으로 할 수도 있겠지만, 장기간에 걸친 플레이를 해야 하는 온라인 게임 특성상 상황에 맞는 선택을 유저가 언제라도 할 수 있도록 하는 부분에 좀 더 방점을 두고 있다.





Q. MMORPG라고 하면 파티 플레이를 빼놓을 수 없는데 이 경우 전투 등은 어떻게 진행되나?

'대항해시대 오리진'에서 파티 플레이는 우선순위가 낮다. 그보다는 상회라고 불리는 길드 플레이를 우선시하고 있는데, 그마저도 가장 높은 건 아니다. 가장 우선순위가 높은 건 국가 플레이로 일단은 여기에 집중해서 개발하고 있다.

상회 전용 전투 콘텐츠도 제공되기는 하겠지만, 기본적으로는 국가 간의 경쟁이나 전쟁이 우선이다. 이러한 요소는 게임 초반보다는 엔드 콘텐츠로서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Q. 실시간 전투가 아닌 턴제여서 실망했다는 말들이 들린다. 많이 고민했을 것 같은데 턴제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 듣고 싶다.

모바일 환경은 네트워크가 안정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실시간 플레이의 경우 플레이하는 환경, 즉 공간에 대한 제약이 상대적으로 크다. 네트워크를 이용하지 않을 경우에는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온라인 상태가 쉽게 중단되더라도 게임 플레이 상황이 최대한 보존되었으면 했다.

또한 선박 하나가 아니라, 다수의 함대를 제어하는 플레이를 제공하고자 했는데, 실시간에서 다수의 캐릭터를 조작하는 건 조작 난이도가 높다. 흔히 말하는 피지컬이 뛰어난, 순간적인 판단과 조작을 잘하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기보다는 의사결정을 잘하거나 내 자원을 잘 관리하는 사람이 이길 수 있는 게임이 되기를 바랐다. 모바일 디바이스 특성상 조작 실수가 발생하기 쉬운데, 실시간 전투는 조작 실수가 그대로 실패로 이어지기 쉽지만 턴 기반 전투일 경우 이런 부분을 만회할 수 있는 지원을 다양한 형태로 할 수 있다.




PC에서도 플레이 가능하지만 모바일에서 플레이하는 환경상 게임 도중 전화가 오거나 일을 해야 하거나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게임을 놓아야 하는 상황이 왔을 때에도 플레이가 멈추지 않고 이어질 수 있기를 희망했고 이런 요소를 커버하려면 실시간 플레이보다는 턴 기반으로 개발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물론 '대항해시대2'가 턴 기반 전투였던 것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마냥 '대항해시대2'가 턴 기반 전투여서 그대로 따온 게 아닌, 턴 기반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요소를 시도해 구태의연하기보다는 새로운 인상을 줄 수 있도록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Q. 지난 TGS2020 영상을 보면 레이드 보스를 소개하는 부분에서 크라켄이 등장했는데 정작 전투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 결투나 함대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전투가 진행되는 건가?

게임에 등장 예정인 다양한 보스들은 기본적으로 함대전과 동일한 방식으로 전투를 진행한다. 하지만 아직 원하는 수준까지 개발이 되어 있지는 않아 충분히 완성도를 올린 이후 선보일 예정이다.


Q. '대항해시대 오리진'에는 몇 개국이 등장하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국가별 혜택이나 추후 다른 나라가 추가될 예정은 없는지도 듣고 싶다.

유저 국가는 총 8개국으로 예정되어 있다. CBT에서는 5개 국가를 선택할 수 있으며, 국가 별 혜택은 정식 서비스 이후 업데이트를 통해 누가 총리로 선출되어 설정하느냐에 따라서 천차만별로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Q. 교역을 하기 위해 장시간 바다를 항해해야 하는 등 전체적으로 모바일보다 PC 플랫폼에 어울리는 느낌이다. 정식 서비스를 하면 대부분이 PC 플랫폼으로 즐길 것 같은데 편의성 등에서 차이가 발생하지 않을까?

기본적으로 PC와 모바일 둘 다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유저의 취향에 따라 다를 것 같다. PC 특화 기능들은 정식 서비스 이후에 보완할 예정이어서 모바일이라고 해서 제한되거나 불편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궁극적인 형태라면 한 플랫폼만으로 플레이하지 않고 상황이나 필요에 따라 플랫폼을 바꿔가면서 플레이할 수 있게 지원할 예정이다.








Q. 스팀 버전은 언제 출시 예정인가?

정식 서비스 시에 모바일과 PC 동시 론칭이 목표다.


Q. 정식 서비스에서는 다른 나라 유저들과 함께 즐길 수도 있나? 가능하다면 번역 등은 어떤 식으로 지원할 건가?

한국 서비스는 별도 서버에서 이뤄지며, 이후 글로벌 서버를 별도로 오픈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 개발과 병행해 번역도 진행하고 있으며, 서비스 언어 대응이 되는 대로 업데이트되는 방식으로 운영되지 않을까 예상된다.





Q. BM과 관련해 빠른 항해 등의 상품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어떤 식의 BM을 준비 중인지 속 시원하게 설명 부탁한다.

아직 BM과 관련해서는 라인게임즈와 논의 중이어서 완전히 확정된 상태는 아니다. 현재 반영된 요소들은 테스트 목적이 크다.

다만, 기본적으로는 무과금도 플레이 가능한 것을 전제로 하며, 과금 유저는 과금의 가치를 보존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초점을 두고 계속 조정해가고 있다. 모든 BM이 현재 CBT 빌드에 포함되어 있지 않으며, 논의를 통해 납득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 나가려고 한다.






▲ 선원은 인게임 재화를 이용해 계약 성공률을 높이거나 할 수 있다


Q. 이르지만 OBT 및 정식 서비스 계획은 어떻게 준비 중인가.

내부적으로 준비 중인 일정이 있긴 하지만 향후 일정에 대해서는 퍼블리셔인 라인게임즈와 좀 더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어서 CBT 종료 이후 순차적으로 공개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CBT 이후 바로 론칭을 하지는 않을 것 같고 완성도를 높이고 보강할 계획이다. 목표는 연내 론칭이다.


Q. 1차 CBT가 얼마 안 남았다. 이번 CBT의 목적과 어떤 콘텐츠를 선보일 것인지 소개 바란다.

CBT는 블라인드 테스트로, 게임 플레이에 필요한 정보를 가급적 전달하지 않는 상황에서 아직 부족한 콘텐츠가 제한된 상태에서 개발 방향성 검증 및 서비스 안정성 확보를 위해 다양한 환경에서의 피드백을 수집해, 더 나은 서비스를 준비하는 것을 주된 목표로 삼고 있다.

마케팅 목적을 위해 거의 완성된 게임을 사전 서비스하는 CBT와는 차이가 있다 보니 테스터 모집에서 원작을 아는 유저만 제한적으로 모집하는 형태로 진행했다.

'대항해시대 오리진'은 최근 유행하는 모바일 게임 트렌드와는 굉장히 거리가 먼 게임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유저들에게 선보이기에 앞서, 시리즈 이해도가 높은 유저들에게 수용될 수 있는 지부터 검증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한 뒤, 익숙하지 않은 유저들도 적응할 수 있도록 준비해 정식 서비스를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준비된 CBT의 콘텐츠의 대략적인 볼륨은 다음과 같다.

  • 1:320 축적으로 제작된 일주가 가능한 전세계 7대양 7대주 항해 지형
  • 217개의 항구 (20종은 임시 설정)
  • 300여종의 전투 지형 중 85종
  • 121종의 선박 중 서양 범선 및 갤리선 44종 입수 가능 (동양 선박 입수 불가)
  • 1,117명의 캐릭터 중 860종 등장
  • 원작 제독 시나리오 6종 외 수천 종의 임무, 칙명, 과제, 업적 등








    Q. '대항해시대 오리진'이 유저들에게 어떤 게임으로 기억되길 바라나.

    16세기의 로망을 느낄 수 있고, 오래도록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는 재미있는 게임으로 기억에 남길 바란다.


    Q. 끝으로 CBT을 앞둔 소감, 그리고 유저들을 위한 한마디 부탁한다.

    아직은 많이 부족한 상태지만,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해 환경을 점검하고 개발 방향을 검증하기 위해 CBT를 진행하게 됐다. 기대도, 걱정도, 우려도 모두 관심의 표현이라 생각하기에, 테스트 피드백을 양분삼아 겸허히 수용하고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도록 정진하겠다. 많은 관심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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