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짝짝 붙는 손맛에 묵직한 분위기 한 스푼

리뷰 | 정수형 기자 | 댓글: 1개 |

컨트롤하는 재미를 깨워주는 로그라이트


작년 이맘때쯤 스팀 얼리 엑세스로 출시한 '죽은 신들의 저주'를 다뤄본 적이 있다. 당시에는 얼리 엑세스로 갓 출시된 상황인지라 게임 자체는 꽤 재미있었지만, 즐길만한 콘텐츠가 다소 부족하다는 평을 남겼었다. 약 1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잊고 지냈던 게임이 정식 출시를 했다는 소식을 뒤늦게 접했다. 일단은 애정이 갔던 게임이니 설치를 해보긴 하는데 얼마나 바뀌었을지 궁금하면서도 큰 기대를 하진 않았다. 그런데 이거 기대 이상이다. 뼈대가 튼튼했던 게임인지라 살만 붙였을 뿐인데 게임이 몰라보게 달라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제는 자신 있게 말해줄 수 있다. 액션 로그라이트 게임을 좋아하면 이 게임 추천한다.

게임명 : 죽은 신들의 저주(Curse of the Dead Gods)
장르명 : 액션 로그라이트
출시일 : 2021.02.24.
개발사 : Passtech Games
서비스 : Focus Home Interactive
플랫폼 : PC, PS4, XBO, NSW

관련 링크: '죽은 신들의 저주' 오픈크리틱 페이지


다양해진 무기와 유물

'죽은 신들의 저주'는 저주받은 사원을 탐험하는 모험가의 여정을 그린 액션 로그라이트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오른손에 저주를 품은 채 저주받은 사원의 끝을 향해 나아가야 하며, 사원에는 온갖 종류의 몬스터와 함정, 저주가 등장해 주인공의 앞길을 가로막는다.

일단 게임의 큰 틀은 얼리 엑세스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주인공은 여전히 저주받은 사원을 방황하고 있으며, 사원 내에는 무지막지한 몬스터와 저주가 득실거린다. 다만, 1개뿐이었던 사원은 3개로 늘어났고 사원마다 고유한 저주와 몬스터가 등장하는 등 뼈대 외에는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보면 된다.


기본기를 강조한 전투 시스템은 여전하다. 주 무기 공격, 보조 무기 공격, 양손 무기 공격, 구르기, 막기 등 액션키를 활용해 전투를 펼쳐야 한다. 같은 장르의 게임인 '하데스'가 신들의 힘을 빌려 강력한 스킬을 사용하고 특별한 공격을 발사할 때, 우리의 주인공은 그저 때리고 막고 구르기만 반복한다.

만약 '하데스'처럼 빠른 전투 템포에 익숙한 유저라면 이 게임만의 묵직한 전투 스타일이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오로지 액션 게임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것들만 가지고 전투를 펼치니 다른 의미로 어려운 편. 다만, 얼리 엑세스와 달리 무기의 종류가 많아지면서 세팅만 잘 갖춘다면 꽤 스피드한 전투를 펼치는 것이 가능해졌다.

한손검, 한손둔기, 창, 대검 등 아주 기본적인 무기만 있던 얼리 엑세스 시절과 달리 정식 버전에서는 채찍과 폭탄, 투척 무기 등이 추가됐으며, 고유의 공격 모션을 갖추고 있다. 무기마다 공격 패턴이 다르다 보니 새로운 종류의 무기를 얻었을 때 색다름이 꽤 크게 다가왔다.



▲ 다양한 효과를 조합할수록 캐릭터가 강해진다는 느낌이 든다

캐릭터의 능력치를 올려주던 유물에도 다양한 효과가 추가됐다. 예를 들어 몬스터의 뒤에서 때리는 피해량을 올려주거나 피해를 보지 않은 몬스터를 때렸을 때 피해량 증가, 특정 속성에 공격당한 적에게 가하는 피해량 증가 등이 있다. 상위 등급의 유물일 경우에는 피해량 수치 증가가 꽤 커서 파밍을 어느 정도 갖추면 캐릭터가 확실히 강력해졌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얼리 엑세스 때를 생각한다면 꽤 큰 변화다. 이전에는 오로지 플레이어의 숙련도에 의존하는 느낌이 컸다. 강력한 아이템이라고 해봤자 리스크가 큰 저주받은 무기들뿐이었고 공격에는 항상 스태미나가 소모되니 컨트롤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장비를 얻어도 딱히 세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으니 말이다. 지금은 육성이 잘되면 피해를 덜 받고 더 세게 때릴 수 있으니 컨트롤이 부담이 적어진다는 게 체감됐다.



확실해진 보상과 캐릭터 육성

얼리 엑세스에서는 사실 육성이라고 부를만한 요소가 적었다. 던전을 돌아서 특수한 재화를 얻을 수 있었는데, 로비에서 얻은 재화를 소모해 영구적으로 적용되는 특성을 획득하는 것이 전부였다.

대략 20여 가지의 특성이 준비됐었지만, 성능이 좋은 특성은 한정되어 있었고 전투마다 총 3개의 특성을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좋은 특성 3개만 사두면 더는 육성의 필요성을 느낄 수 없었다. 이는 다른 로그라이트 게임과 비교해보면 다소 초라했던 것이 사실이다.

부족한 캐릭터 육성과 애매한 보상은 결국 게임을 장기적인 플레이로 끌고 가지 못했다. 준비된 던전과 보스 몬스터를 한 번씩 쓰러트리고 나면 게임을 계속할 이유가 사라지는 것이다.



▲ 패링 특화 특성 혹은 함정 특화 특성 등 컨셉을 정하는게 가능해졌다

정식 출시에서는 이 부분이 모두 개선되어 보상을 얻는 명확한 목표를 제시해주고 다양한 캐릭터 육성을 지원한다. 먼저, 얼리 엑세스에서 있던 특성은 쓸모없던 것들은 효과가 달라지면서 대부분의 특성을 의미 있게 만들었으며, 강력한 특성은 보스를 잡고 얻는 특별한 재화로 해금해야 하도록 바꿨다. 어떤 특성을 장착했느냐에 따라서 약간의 컨셉 플레이도 가능하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



▲ 로비에서 해금한 무기가



▲ 사원에서 랜덤하게 등장한다

또 다른 육성은 무기 해금이다. 사원을 탐험하다 보면 다양한 무기를 얻을 수 있는데, 초반에는 아주 기본적인 무기밖에 얻지 못한다. 만약 좀 더 특별하고 강력한 장비를 사용하고 싶다면 반드시 무기를 해금해야 하며, 해금한 무기는 사원에서 랜덤하게 얻을 수 있다.

가격이 저렴한 무기는 기본 무기보다 약간 성능이 좋은 정도지만, 비싼 무기일수록 멋진 외형과 강력한 성능을 갖추고 있으므로 무기 해금에 자원을 투자한 만큼 파밍의 즐거움을 느끼기 쉽다. 개인적으로 필드에서 드랍되는 무기를 해금한다는 방식이 로그라이트 장르에 꽤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만약 해금한 무기를 확정으로 얻을 수 있었다면, 파밍의 즐거움이 덜했을 것이다.



▲ 제단을 강화한다면 처음부터 고성능의 무기를 쓸 수 있다

마지막은 사원에 들어가기 전 무기를 얻을 수 있는 진열대다. 원래 얼리 엑세스 시절에는 무기는 무조건 사원에서만 얻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검과 권총만으로 싸워야 하며, 사원 탐사 과정에서 무기 스테이지에 가야 비로소 다른 무기를 사용할 수 있었다.

그만큼 게임 내에서 무기를 얻기가 상당히 까다로웠으며, 처음에 얻은 무기로 사원 후반까지 들고 가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했다. 더 좋은 무기, 다양한 무기를 사용하고 싶지만 게임 내에서 그럴만한 여건을 만들어주지 못했다.

무기 진열대는 이러한 불편함을 해소해주는 시스템이다. 총 4개의 진열대에서 랜덤한 구성으로 무기가 준비되며, 플레이어는 그중 원하는 진열대에 놓인 무기들을 들고 사원에 입장할 수 있다. 처음부터 다양한 조합의 무기를 사용할 수 있어 무조건 무기 스테이지만 찾지 않아도 되니 결과적으로 캐릭터 육성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



▲ 어떤 무기가 나올지는 순전히 운에 달려있다



개성 넘치는 3개의 맵과 이벤트 사원


마지막으로 콘텐츠가 많아졌다고 느낀 부분이 바로 맵이다. 기존 얼리 엑세스 시절에는 단 1개의 맵만 존재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돌로 된 사원의 모습으로 기괴한 가면을 쓴 적들과 클래식한 가시 함정, 불덩이를 쏘는 기계 등이 등장하는 곳이다.

횃불을 사용해 사원을 탐험한다는 점과 생각보다 디테일을 살린 모습 덕분에 처음 사원을 탐험했을 땐 마치 인디아나존스가 된 것만 같았다. 하지만, 게임 플레이가 길어질수록 같은 사원만 뱅뱅 도니 맵에서 느꼈던 여운은 빠르게 사라져버렸다.



▲ 3개의 사원과 10명의 보스가 준비되어 있다

정식 버전에서는 기존에 있던 재규어 사원 외에 2개의 사원이 추가됐다. 번개와 관련된 기믹이 등장하는 독수리의 사원과 독이 등장하는 뱀 사원인데 사원마다 배경도 다르고 등장하는 몬스터, 심지어 저주까지 달라진다. 가령 독수리의 사원에서는 번개 구슬을 발사하는 함정이 있는데, 저주에 걸리면 번개 구슬이 아니라 번개 브레스를 쏘는 방식으로 바뀌는 것이다. 이처럼 추가되는 저주는 맵의 구조물과 관련이 있으며, 맵의 특색을 살려주는 역할을 한다.

맵마다 등장하는 몬스터도 다르고 저주도 달라지니 3개의 사원을 돌려서 할 때마다 뭔가 색다른 기분이 드는 편이다. 사원마다 개성이 뚜렷하니 같은 던전만 도는 것보다는 확실히 더 오랫동안 신선한 느낌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이벤트 사원은 특별한 조건을 걸고 랜덤한 사원으로 떠나는 일종의 시련과 같다. 특별한 조건은 이벤트마다 매번 달라지는데, 어떤 이벤트 사원은 시작할 때 체력이 1이고 적을 죽일 때마다 체력이 조금씩 찬다. 혹은 체력이 점점 깎이고 적을 죽여서 체력을 채워야 하는 방식도 있다.

이벤트 사원은 어려운 만큼 클리어했을 때의 보상도 짭짤한 편이며, 한 번 가면 특정 시간이 지나야 활성화되기 때문에 마치 모바일 게임에서 일일퀘스트를 하듯 매일 게임에 접속하게 만드는 장치로도 사용된다. 혹은 비슷한 전투에서 벗어나 좀 더 게임을 색다르게 즐길 수 있게 만드는 일종의 환기 장치의 역할도 담당한다.





얼리 엑세스 이후 정식 출시까지 달려온 '죽은 신들의 저주'는 아직도 열심히 달리고 있다. PC 패키지 게임이니 출시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최근까지도 신규 무기와 보스, 버그 등의 업데이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인기 인디 게임인 '데드 셀'과의 콜라보도 진행했다.

현재 정식 출시 기준으로 3개의 사원과 매일 갱신되는 이벤트 사원, 그리고 캐릭터 육성을 위한 특성과 무기 해금 등을 모두 끝내기 위해선 꽤 긴 플레이 타임이 필요하다. 게다가 꾸준히 업데이트까지 하고 있으니 2만 원이란 가격을 생각한다면 참 혜자로운 게임이 아닐 수 없다.



▲ 사랑해요 갓글화

오타, 오역 없는 깔끔한 한글화를 지원한다는 점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얼리 엑세스 당시에는 영어를 지원했기 때문에 사실 게임을 하는데 꽤 난항을 겪었었다. 스토리 비중이 적은 게임이니 언어의 압박이 심한 편은 아니었지만, 간혹 저주에 걸렸는데 이게 무슨 저주인지 당최 알 수가 없어 번역기 캡처를 떠서 해석해야 했던 기억이 있다.

한편, 한 가지 아쉬운 점을 꼽자면 다소 호불호가 갈리는 아트 그래픽이다. 다키스트 던전이 생각나는 캐릭터, 몬스터 디자인은 아기자기하거나 화려한 모습을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다소 성미에 맞지 않을 수 있다.



▲ 단순히 난이도를 일괄로 낮추는 것보단 직접 세밀하게 조정하는 방식이 접근성이 높다

또 하나, 액션 로그라이트 장르의 게임을 자주 접해보지 않은 게이머라면 특히 게임이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패링만 익숙해진다면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낮아지는 전투 스타일의 게임이지만, 패링 자체도 매번 타이밍을 맞추기 어려워서 말처럼 쉽진 않다. 만약 게임이 너무 어렵게 느껴진다면 게임 내 옵션으로 제공하는 어시스트 모드를 사용하면 된다. 게임 내 대부분의 난이도와 관련된 옵션을 사용자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으며, 여차하면 무적 모드도 지원하니 이쪽 장르에 입문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자신 있게 추천해줄 수 있다.

소울 시리즈가 생각나는 묵직한 액션과 로그라이트 장르의 랜덤성을 살린 캐릭터 육성 시스템,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까지. 솔직히 이쯤 되면 이 게임을 추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리뷰 작성일 기준으로 스팀 평가도 3,400개의 매우 긍정적을 받았으니 비단 기자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리라. 컨트롤의 재미를 느끼고 싶다면 이 게임 한번 해보길 바란다.



▲ 지독한 저주도 웃으며 넘길 그날을 위해!
  • 전투 본능 일깨우는 묵직한 타격감
  • 컨트롤에 따른 전투 피드백이 확실함
  •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는 난이도
  • 호불호가 갈리는 그래픽 디자인
  • 느린 템포와 기본기를 강조하는 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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