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C] 초단순 꿀잼겜 '레인즈', 이렇게 만들었다

게임뉴스 | 정재훈 기자 | 댓글: 1개 |



  • 주제: 간단한(그러나 고귀한) 선택: Reigns의 시스템 구축
  • 발표자 : 프랑수와 알리요(Francois Alliot)
  • 날짜: Date: Monday, March 18 / Time: 12:25pm - 12:55pm
  • 분야 : Programming


  • [강연 주제] This GDC 2017 talk will feature real-time interaction with the speaker through online chat messaging during its scheduled broadcast. The development and writing of the "year by year" strategy game, 'Reigns', explored the potential of its core system, the swiping mechanic "à la tinder". In this talk, 'Reigns' co-creator Francois Alliott explains how the team gave themselves a set of constraints defined by the gameplay they were exploring and the tone they wanted to give to the game. But these rules never dictated the writing of the game or the extent of what the game could be. Bifurcation and wandering were essential to write both the code and the content of 'Reigns' throughout the 6 months of its production. This sort of approach, although apparently messy and unstructured, is very powerful, especially for indies. Alliot believes that the industry is at the point where game development could almost be considered as accessible as writing, because the tools are less of an obstacle, and explains in this GDC talk how creators can use the same skills as novelists or poets: work by constant iteration on a design that evolves through the process of creating it.

    3월 15일부터 19일까지, 5일간 진행되는 GDC 2021의 사전 행사인 GDC 쇼케이스에서 '레인즈'의 개발사인 'Nerial'의 디렉터이자 작가인 '프랑수와 알리요'가 연단에 올랐다. '레인즈'는 아주 간단한 구조를 지닌 게임임에도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며 개발사인 네리얼의 이름을 알렸다. 이날, 프랑수와 알리요는 레인즈의 게임 시스템을 어떻게 고안하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어떤 고민들이 있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 "'틴더'와 '왕좌의게임'의 결합"




    게임의 디자이너이자, 작가인 프랑수와는 레인즈를 이렇게 표현했다.

    레인즈의 구조는 무척 단순하다. 게이머는 둘 중 하나밖에 선택할 수 없다. 'Yes'냐, 혹은 'No'냐. 그렇게 선택한 결과는 데이터로 환원되어 하단에 누적되고, 그 과정에 따라 왕국의 운명이 결정된다. 몇 장의 선택지가 주어지고, 간단한 선택을 통해 결말에 이르는 디자인,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결정되는 여러 세력 사이에 둘러싸인 왕국의 운명. 틴더와 왕좌의 게임의 결합은 그런 뜻이다.

    이런 게임 디자인의 배경에는 '최적화'라는 개념이 존재한다. 프랑수와는 '최적화(Optimization)'이란 단어를 이렇게 표현했다. "단순히 게임 엔진과 코드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닌, 게임 디자인 전체에 쓰일 수 있는 개념". 레인즈는 매우 간단한 게임이며, 게임을 플레이해본 이라면 '나도 이 정도는 만들 수 있겠는데?'라는 생각을 할 정도의 수준이다.



    ▲ '레인즈'의 아트는 단순하며, 함축적이다.

    게이머가 할 일은 오로지 선택 뿐이니까. 하지만 이 '선택'이란 요소가 결국 오늘날 존재하는 모든 게임의 핵심을 최대한 압축할 때 만들어지는 결정과 같은 개념이다. 예를 들어, '슈팅' 게임을 플레이할 때 게이머는 수많은 선택의 순간을 마주한다. 적이 보이지 않을 때 적진을 향해 가야 할지 혹은 고지대를 올라야 할지, 적이 보일 때 유효 사거리 내에 진입할 때까지 참을지, 혹은 명중률은 떨어져도 럭키 샷을 노릴지, 적이 눈앞까지 왔을 때 기존의 사격 패턴을 이어갈지, 혹은 근접 무기를 빼들고 백병전에 돌입해야 할 지. 슈팅 게임의 어디에도 '둘 중 하나를 고르시오'라는 지시문은 없지만, 게이머는 언제나 선택의 순간을 마주하고 이 과정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판이하게 달라진다.

    RTS나 MOBA에서도 '선택'의 연속은 계속된다. 정찰 이후 맞춰가는 빌드를 선택할지, 혹은 나만의 숨겨진 전술을 준비할지, 꾸준히 적과 교전을 벌여 소모전을 강요할지, 혹은 자원 확보를 우선해 게임 후반에 힘을 줄 지. 모든 게임에는 선택이 존재하며, 사실상 이 '선택'은 게임 디자인의 가장 최소 단위에 해당하는 개념이다.



    ▲ 결국 모든 게임의 기본은 선택과 결과 도출

    프랑수와는 이 개념에 집중했다. 게임 디자인의 기본 단위인 '선택'의 묘를 살리되, 이 과정에서 최대한 효율적인 개발 코스트를 사용하는 것. 그렇기에, 특유의 아트 스타일(Mieko Murakami의 아트 스타일)을 도입해 게임의 표면적 부분인 아트만 정돈했을 뿐, 그 외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텍스트로 대응하는 방식을 취했다.

    프랑수와가 말하는 '게임 디자인의 최적화'다. 멋진 그래픽이나 복잡한 시스템은 어느 게임 개발자나 원하는 요소들이다. 하지만 그는 결국 게임의 재미는 선택과 그로 인해 결과가 도출되는 과정에서 온다는 것을 믿으며, 오로지 이에 모든 것을 집중하는 디자인을 만들어냈다. 그 결과 레인즈는 정말 간단하고, 높은 코스트를 들이지 않았으면서도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 간단한 시스템은 성공의 비결이 아니다.

    하지만, 선택만으로 게이머를 끌어들일 수는 없다. 앞서 말한 '최적화된 시스템'은 레인즈의 성공 비결이 아니라, 레인즈가 가진 한계에 가깝다. 레인즈는 인디 게임이며, 거대 자본을 투자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만들어졌으니까. 앞서 말한 시스템의 구축은 어디까지나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최대한 효율적으로 짜낸 결과물일 뿐, 그것이 성공의 원인이라 할 수는 없다.

    중요한건 게임의 작법이다. 배경에 어떤 이야기가 더해졌기에 게이머들은 레인즈를 플레이했을까. 프랑수와는 이를 세 가지 포인트로 정리했다.

    1. 연상적 작법

    선택의 기로에서, 선택에 따른 결과를 게이머가 상상하게끔 만든다. 예를 들어 '군대를 더 모집할까?'라는 물음에 대해 게이머는 1차적으로 국방력이 강화될거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이 군대가 나중에 반란의 주동자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야 한다. 지진이 발생해 도시가 파괴되었을 때, 군대를 풀어 혼란을 통제하느냐, 혹은 시민을 돕느냐는 선택에서도 게이머는 두 선택에 따른 후상황을 늘 상상해야 한다.



    ▲ 선택의 결과는 하나 이상의 영향을 준다.


    2. 유머와 리듬

    레인즈 내에는 수많은 플레이버 텍스트가 존재하며, 이 중 상당수는 선택과 결과 도출에서 오는 재미 외에도 1차원적 재미를 준다. 그냥 글만 읽어도 피식거리며 웃을 수 있게 만들어 두었다. 또한, 언제나 왕국의 근간을 뒤흔드는 심대한 선택만이 다가오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부담 없이 선택할 수 있는, 개인의 성향에 의존하는 질문이 던져지기도 하고, 내가 만드는 왕국의 컨셉을 정하는 질문이 오기도 한다. 이는 긴장선을 미묘하게 조절해 선택의 과정에서 오는 피로를 줄이고, 게이머가 보다 오랜 시간 레인즈를 플레이할 수 있도록 만든다.


    3. 확률 기반의 내러티브

    레인즈는 이전에 흔히 쓰이던 '가지형 내러티브(Branching-path narrative)'와는 다른 방식의 내러티브 시스템을 도입했다. 가지형 내러티브의 경우 선택할 때마다 분기가 나뉘고, 최종 단계에서 이전에 어떤 선택을 했냐에 따라 엔딩이 갈리는 형태다. 하지만, 프랑수와가 개발한 확률 기반의 내러티브는 이와 약간 다르다. 게이머의 선택에 따라 다음 선택지의 확률이 변동되고,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최종적인 엔딩이 결정되는 형태다.



    ▲ 프랑수와 알리요가 구축한 확률 기반의 내러티브

    예를 들어 게이머가 너무 강한 성능의 독극물을 폐기하기로 결정했을 때, 가지형 내러티브에선 해당 독극물은 더이상 게임 내에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이를 보존하기로 결정하면 차후 적이 침입했을 때 이를 활용해 격퇴하는 결과라거나, 누군가 빼돌린 독극물로 게이머가 독살당하는 엔딩을 맞이할 수 있다.

    하지만, 확률 기반의 내러티브는 이와 다르다. 게이머가 독극물을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해도, 잘못된 선택으로 왕국이 혼란에 빠진다면 누군가 그 독극물을 다시 만들어내 게이머를 암살하는 결말을 맞이할 수 있다. 때문에, 레인즈에는 경우의 수를 따져 도출할 수 있는 정확한 갯수의 스토리 플롯이 존재하지 않는다. 매번 반복되는 루프에서 게이머는 다른 결말을 맞이할 수 있고, 이는 곧 플레이어의 게임 경험으로 남게 된다.



    ▲ 각 선택지의 확률과 상관 관계에 대한 시트도 일부 공개되었다.



    ■ '통치의 끝'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 어떻게 이 통치를 끝낼 것인가?

    레인즈의 기본은 선택과 결과이지만, 이것만으로 게임을 이끌어가기는 무리가 있다. 선택지가 많다 해도 무한한 것은 아니며 게임을 충분히 플레이한 게이머라면 선택의 결과를 머릿속에서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기본적으로 레인즈에는 게임 오버가 없다. 왕이 죽어도 다음대 왕이 이어 왕국을 통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게임 오버는 없어도 게임의 끝은 있어야 한다. 어떻게 이 선택의 끝을 만들 것인가? 프랑수와가 가장 고민한 부분 중 하나도 '레인즈'의 마무리다.

    그는 게임을 끝내기 위해 세 가지 시스템을 도입했다. '정당'과 '지하 감옥', 그리고 '악마'가 그것이다. '정당' 시스템은 게임의 근간이다. 종교, 군사, 민심, 상인으로 나뉘는 정당 사이에서 게이머는 늘 줄타기를 이어가야 하고, 특정 정당이 너무 강해지거나, 반대로 지지를 잃게 되면 이는 곧 왕의 죽음으로 이어진다. 죽음의 이유는 다양하다. 반란, 화형, 이교도 침입, 성전 중 전사 등의 죽음이 정당 간 줄타기를 실패할 때 발생한다.



    ▲ 균형을 잡지 못한 왕의 최후는 죽음 뿐이다.

    '지하 감옥'은 레인즈의 탐험적 요소를 담당하는 부분이다. 지하 감옥을 어떻게 탐험하냐에 따라 통치에 유용한 여러 아이템을 얻을 수 있으나, 이 게임이 늘 그렇듯 지하 감옥에서의 잘못된 선택은 바로 왕의 사망으로 이어진다. '악마'는 그보다 조금 더 근본적인 부분에 존재하는 시스템. 게임을 가볍게 즐긴 게이머는 악마의 존재마저 알 수 없을 수 있지만, 게임의 끝이 다가올수록 악마는 게임 내에 존재감을 드러낸다. 악마는 왕이 생존에 선택한 모든 선택지에 따라 게임에 영향을 끼치며, 이 악마에 어떻게 대응하냐에 따라 게임의 결말이 마무리된다. 물론, 이 모든 시스템 또한 레인즈의 근간인 확률 기반의 내러티브에 의존한다.

    "게임 개발은 '시스템의 완성'보단 '탐구'에 가깝다"




    강연의 말미에서 프랑수와 알리요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레인즈의 시스템은 무척 간단하고, 누구나 하루면 생각할 수 있는 완성된 게임 시스템이지만, 그것이 게임 성공의 비결이 될 수는 없음을 말했다. 간단한 게임 시스템을 어떻게 해야 재미있게 살릴 수 있으며, 게이머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인가? 하나의 질문이지만 답변의 수는 셀 수 없을 것이다. 프랑수와 알리요의 강연 또한, 이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변이 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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