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손맛 좋은 국산 로그라이트 액션 '메탈유닛'

리뷰 | 박광석 기자 | 댓글: 27개 |




⊙개발사: 젤리스노우스튜디오 ⊙장르: 횡스크롤 액션
⊙플랫폼: PC ⊙발매일: 2020년 2월 4일 얼리억세스 출시

인디 개발사 젤리스노우스튜디오가 개발하고 네오위즈에서 퍼블리싱을 맡은 PC 패키지 게임 ‘메탈유닛(Metal Unit)'이 지난 4일, 스팀에 얼리 엑세스 버전으로 출시됐습니다. 메탈유닛은 2D 횡스크롤 액션 게임으로, 게임 오버 시 특정 수집 포인트를 제외하고 획득한 모든 장비와 아이템이 사라지는 로그라이트 요소, 그리고 미소녀와 메카닉 요소를 동시에 접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인 게임입니다.

얼리엑세스 버전에서는 노말모드, 헬모드로 나뉜 3개의 메인 스테이지와 스토리 챕터, 50여 종의 몬스터를 비롯하여 스테이지 마다 존재하는 보스 몬스터, 200여 종의 다양한 아이템을 모두 체험해 볼 수 있습니다. 한국어를 포함한 총 5개 언어를 지원하며 가격은 15,500원으로 책정됐습니다.

로그라이트 방식을 채용한 게임 특성상, 메탈 유닛은 액션 게임 조작에 익숙지 않은 유저는 좀처럼 나아갈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난이도를 자랑합니다. 힘들게 얻은 장비들이 한순간에 사라질 때의 고통과 상실감은 많은 초심자 유저들의 고개를 젓게하는 요소가 되기도 하지만, 게이머들의 도전 욕구를 자극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메탈유닛을 플레이하는 주요 유저층도 이처럼 난관에 도전하는 것을 즐기는 유저들이 대부분일 텐데요. 얼리억세스 버전으로 공개된 지금의 메탈유닛이 도전을 좋아하는 유저, 그리고 미소녀와 메카닉을 좋아하는 유저들의 취향을 저격할 수 있는 게임인지 직접 확인해보았습니다.


"로그라이트 게임이 어렵다고? 너도 할 수 있어!"




게임을 시작하면 '메탈유닛'이라는 쇠냄새 물씬 풍기는 타이틀과 메인 화면에 떡하니 자리 잡은 위압감 있는 로봇의 모습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로그라이트 장르와 메카닉의 조합이라니, 계속되는 트라이를 통해 자신의 메카를 한 파츠씩 개조하고, 더 어려운 미션에 도전해나가는 방식의 게임 플레이가 머릿속에 그려졌습니다. 파츠를 붙일 때마다 더 화려해지는 메카닉의 외관을 구경하는 재미 또한 빼놓을 수 없을 것이라는 기대가 들었죠.

메탈유닛은 인류를 위협하는 괴물과 외계인에 대적하기 위해 특별히 고안된 전신 강화복 M-Unit 11 슈트를 입은 소녀 조아나의 시점으로 진행됩니다. 슈트에는 근접 무기와 원거리 무기는 물론, 액티브 스킬 장비, 패시브 스킬 장비, 필살기 장비, 그리고 방어구까지 총 여섯 부위에 아이템을 장착할 수 있습니다.

이 여섯 개의 아이템 조합으로 나만의 전투 스타일을 꾸며나가는 것이 메탈유닛 플레이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본이 되는 근접 무기만 해도 단검, 장검, 도끼, 대검 등 공격 딜레이와 범위가 다른 스무 개 이상의 장비가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내 입맛에 맞는 조합을 골라서 플레이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물론 어떤 장비가 등장하게 될지는 순전히 운에 달렸지만 말입니다.




각 상황에 맞춰 유저가 직접 조작하여 사용하는 네 가지 공격 방식, 여기에 잘만 활용하면 적들의 모든 공격을 아무런 피해 없이 받아낼 수 있는 회피 조작까지 더해지면서 메탈유닛의 전투는 익숙해지면 익숙해질수록 더 보람을 느낄 수 있는 방식으로 꾸며졌습니다. 실제로 쉽게 넘기지 못해 여러 번 고배를 마셨던 부분도 꾸준히 도전한 끝에 클리어할 수 있었고, 그 순간에 느껴지는 희열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기본 장비인 브로드 스워드를 포함한 일부 근접 무기는 상황에 따라 공격 속도가 일정치 않기에 사용 시 불합리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용하기 편한 다른 무기를 획득할 때까지 근접 공격을 봉인하고, 마음 편하게 원거리 공격으로만 게임을 진행하게 되곤 합니다. 또 사격 방향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무빙샷'을 지원하지 않고, 근접 공격과 보조 스킬 공격이 매끄럽게 연계되지 않는 등, 여러모로 조작감에서 아쉬운 부분이 눈에 띕니다.


게임을 시작하는 순간에 기대했던 '로봇의 파츠를 하나씩 강화해나가는 느낌'이 없는 것도 아쉬운 부분 중 하나입니다. 레어도가 높은 아이템을 장착하면 그만큼 강해졌다는 체감은 확 들지만, 순전히 운에 달린 부분이기 때문에 부품을 하나하나 모아서 점차 강해졌다는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메카닉 요소는 정말 얕은 수준으로만 포함됐고, 당장 밀리터리 룩의 전사 캐릭터로 주인공을 대체하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죠.

한가지 위안이 되는 것은 본거지가 되는 '썬 테일 기지'에 장비 강화, 탑승형 로봇, 메탈유닛 업그레이드 등, 주인공의 메카닉 슈트를 강화해줄 것으로 보이는 NPC가 다수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에피소드 3으로 끝나는 얼리억세스 버전에서는 이 기능들을 확인할 수 없었지만, 향후 업데이트를 통해 이 부분이 보강된다면 메카물 팬들에게도 호감을 살 수 있는 콘텐츠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 초반부터 매력적인 메카닉과 미소녀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 자연스레 여러 메카닉 요소를 기대하게 되지만, 대부분 기분내기에 그치는 수준입니다

처음엔 아쉽다고 느꼈지만 빠른 패치를 통해 개선된 것도 있습니다. 바로 초기화되지 않는 재화인 '크리스탈 코어(CC)'의 활용입니다. 얼리억세스 초기 버전에서는 CC를 활용하여 희귀 등급 이하의 초반 장비 몇 종만 구매할 수 있을 뿐, 다른 사용처를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CC를 잔뜩 모으더라도 계속해서 막히는 부분을 통과하는 데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죠. 여기서 어려움을 느끼고 초반에 게임을 포기한 유저들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후 유저들의 피드백을 받은 개발진은 지난 5일, 패치를 통해 베이스캠프에 물약 상점을 추가했습니다. 물약 상점에서는 CC를 사용하여 물약을 구매할 수 있었고, 물약 도핑으로 충분한 체력이 뒷받침되자 극악으로 느껴졌던 게임 난이도는 크게 하향됐습니다. 이제 누구든 몇 번의 도전이면 보통 난이도인 노멀 모드의 엔딩을 쉽게 볼 수 있게 됐습니다. 노멀 이후에 등장하는 어려움 난이도인 '지옥' 모드는 또 별개의 이야기지만 말이죠.

꾸준히 도전하면 누구나 준비된 콘텐츠를 모두 맛볼 수 있도록 설계된 노멀 모드와 더 어려운 것을 추구하는 이들을 위한 지옥 모드까지, 메탈유닛의 얼리억세스 버전은 제법 나쁘지 않은 밸런스를 갖추고 있습니다. 로그라이트 장르의 게임에 관심이 있지만 쉽사리 도전하지 못하고 인터넷 방송을 보는 것으로 대신해왔다면, 메탈유닛을 통해 로그라이트의 장르의 손맛을 느껴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것입니다.



▲ 물약으로 무장하면 두려울 것이 없습니다



▲ 노멀이 너무 짧고 쉬웠다면, '진정한 메탈 유닛'에 도전!


좀처럼 몰입하기 어려운 스토리, 정식 버전에서는 개선되기를




메탈유닛은 전체적으로 '손 맛'이 있는 게임입니다. 액션 게임을 좋아하는 유저라면 익숙해질수록 더 화려해지는 메탈유닛의 전투에 쉽게 매력을 느낄 수 있을 텐데요. 이것과 별개로 게임의 스토리는 다소 난잡하게 느껴져서 아쉬웠습니다. 게임 소개에도 '스토리 중심의 2D 횡스크롤 액션'이라고 명시되어 있고, 스팀 페이지에도 '이야기 깊은' 태그가 있어서 어느 정도 스토리를 기대하는 마음이 있었거든요.

괴물과 외계인에게 점령당한 지구를 되찾기 위해 처절한 전투를 이어가는 비극적인 이야기를 주요 테마로 삼았지만, 유저들을 가장 먼저 반겨주는 괴물은 머리에 작은 칼을 꼽은 귀여운 슬라임 무리입니다. 심각한 표정의 주인공과 등장인물들의 대사에 몰입하다가도, 작은 별모양 투사체를 뿌리는 적들을 보고 있자면 자연스레 김이 팍 새버리기 마련이죠.

마지막 에피소드에서는 다시금 진중한 분위기가 조성됩니다. 메탈유닛의 정체가 무엇인지 밝혀지는 중요한 순간이지만, 스토리에 대한 몰입은 일찍이 사라진 뒤였습니다. 만약 정식 버전에서 메탈유닛에 감춰진 진실과 관련된 무게감 있는 스토리를 이끌어나갈 계획이라면, 유저들이 이야기에 더 몰입할 수 있도록 몬스터 배치와 디자인에도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 선택지 시스템도 있지만, 이야기 진행에 큰 의미는 없습니다



▲ 위협적인 슬라임 무리가 퇴로를 차단하여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 순간입니다

몇 가지 아쉬운 부분들도 눈에 띄지만, 메탈유닛의 얼리억세스 출시 이후 약 10시간 가까이 재미있게 플레이했습니다. 또 스팀 커뮤니티와 디스코드, 방송 등 다양한 매체에서 쏟아지는 유저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개발사의 모습도 인상적이었고요. 얼리억세스 기간 동안 계속해서 개선될 것들, 그리고 이 모든 콘텐츠가 더해져 정식으로 출시됐을 때의 모습이 기대되는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메탈유닛 개발사 젤리스노우스튜디오는 오는 27일부터 3월 1일까지 미국에서 열리는 북미 게임쇼 팍스 이스트(PAX EAST) 2020’에 참가하여 전 세계 유저들과 직접 만나고, 소통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그후 4월 경에는 메탈유닛의 정식 버전을 스팀에 출시할 예정이죠.

다양한 층의 유저들에게 계속 피드백을 받아 얼리억세스 버전에서 언급되고 있는 몇 가지 문제점들을 하나씩 개선하고, 정식 출시 시점에는 도전적인 플레이를 선호하는 로그라이트 장르의 팬들에게 자신 있게 권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국산 게임으로 기억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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