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덤언더파이어, 임진록2, 쥬라기원시전에 거울전쟁까지... 제가 중계합니다"

인터뷰 | 박태학 기자 | 댓글: 30개 |



우리나라 게이머에게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이하 RTS)은 그리 낯선 장르가 아니다. 최초의 국민 게임, '스타크래프트'는 30대 이상 게이머에겐 민속놀이와 다름없다. 혹자는 바둑에 비유하는데 대중성만 놓고 본다면, 바둑도 비교 대상이 아니다. 집 세는 법은 몰라도 저글링과 질럿이 일 대 일로 싸우면 누가 이기는지는 다 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을 포함해서.

아이러니하게도 스타크래프트의 이런 입지는 국내 게임 시장에서 RTS가 더 나아가지 못하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스타크래프트와 다른 게임은 '다르다'는 이유로 결코 주류가 될 수 없었고, 스타크래프트와 비슷한 게임은 '아류작'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나마 이름을 알린 게임이 C&C와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시리즈였지만, 이들 역시 대중성 면에서 스타크래프트와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하기는 어려웠다.

그런 국내 RTS 시장의 슬픈 전설을 보고 느껴온 나였기에 '서네떡' 유튜브 채널을 발견하고 뒷통수 맞은 듯한 충격을 받은 건 어찌 보면 당연했다. 아니, 이럴수가! 스타도 아니고 C&C, 에이지는 더더욱 아니다. 여기 이 유튜브 주인의 관심사는 온통 국산 RTS에 쏠려 있었고, 짧은 간격으로 작게나마 대회까지 열고 있었다. 조회수야 RTS, 게다가 그 시절에도 유저 얼마 없었던 국산 RTS니 거의 안 나오는 듯 했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꾸준함이 더욱 빛나 보였다.

정중히 인터뷰를 요청했고, 이튿날 평촌역 인근 커피숍에서 그를 만날 수 있었다. '전 그냥 평범한 직장인이고, 이건 취미로 하는 거예요.'라며 웃었지만, 기자의 생각은 다르다. 시대를 기록한 자료로서의 가치가 충분해보였다. 국산 RTS의 역사를 보존한 인터넷 영상 박물관쯤 될까. 그리고 내 앞의 이 사람은 누구보다 열심히 박물관장 노릇을 하고 있다. 이를 본인이 의식하는지는 모르지만,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기자는 이미 추억에 젖었고, 지금 내 눈앞의 이 사람은 아재들의 시시콜콜한 씨디롬 속 기억을 마음껏 나누기에 부족함이 없으니까.





▲ 유튜버 '서네떡'





1.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영상 올리는 거, 지금은 버릇이 됐어요."

서준형 유튜버(이하 서네떡) - "원래는 종합 게임리뷰 유튜브였어요. 제가 지금 직장 다니는데, 술을 즐기는 성격이 아니다보니 퇴근하고 할 게 없는 거예요. 그러다 시작한 게 게임 리뷰였고 지금 이렇게 RTS로 온 거죠. 어쨌든 유튜브 시작했으니 꾸준히 해보자 다짐했고, 지금은... 버릇이 됐다고 할까요. 그냥 시간 되면 꾸준히 올리는 거예요."

박태학 기자(이하 박태학) - "왜 RTS였어요?"

서네떡 - "그것도 우연찮은 계기인데... 제가 예전부터 쥬라기원시전2 커뮤니티에서 활동했거든요. 거기서 토너먼트를 열게 됐는데, 제가 마침 방송 장비도 있고 중계할 여건도 되니까 제가 하겠다 하고 시작한거죠. 처음 방송은 카카오팟에서 했어요. 영상 저장만 유튜브로 하고."

"근데 며칠 지나니까 시청자 수가 확 늘더라고요. 원래 20~30명 정도였는데, 얼마 안 가서 100~200명 보고. 시청자들이 댓글로 '그래, 옛날에 많이 했었는데...' 이런 반응 올라오고 하니까 아예 RTS로 컨셉 잡고 가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서네떡 유튜브 중계 화면. 게임은 '임진록2+ 조선의 반격'.


박태학 - "따로 커뮤니티 운영도 하시는 걸로 아는데요."

서네떡 - "카카오 오픈 채팅방이 있어요. 거기에서 마음 맞는 분들끼리 같이 게임도 하고, 중계도 하고 그래요. 한 120명 정도 되나... 생각보다 많이 커졌죠."

그는 여건이 되는 대로 대회를 연다. 유튜버가 본 직업이 아니기에 별도의 후원을 받는 건 아니지만, 작게나마 상금도 걸었다. 현재 그의 유튜브 구독자 수는 약 3,000명으로 여기에서 들어오는 수익 대부분을 상금으로 건다고.

서네떡 - "스폰서 이런 건 되도록이면 안 하려고 해요. 그런 데 엮이다보면 이것 저것 신경써야 할 게 많아지잖아요. 전 취미로 하는 건데, 어디 소속되고 그러면 순수성이 바래질 것 같았어요. 이렇게 유튜브 3년 간 끌고 온 것도 취미 영역으로 뒀기에 가능했다고 보고요."

"큰 데는 아니고, 좀 마이너한 MCN에선 지금도 종종 오퍼가 와요. 근데 다 거절하죠. 어쨌든 RTS란 콘텐츠 자체에서 한계가 있거든요. 이거 돈 보고 하면 안 돼요.(웃음)"


박태학 - "이제 어느 정도 자리가 잡혔는데, 좀 더 영역을 넓혀야겠다는 욕심은 안 드세요?"

서네떡 - "생각은 해봤죠. 그런데 정기적으로 RTS 콘텐츠 올리는 유튜버는 저 말고 딱히 없는 것 같아서... 그냥 지금 제 자리 지키려고요."

박태학 - "그럼 개인적으로 이 RTS는 유저들이 꼭 해봤으면 좋겠다, 싶은 게 있다면?"

서네떡 - "스팀에서 서비스하는 건데요. 페트로글리프라는 회사 혹시 아세요?"

박태학 - "그레이 구 만든 데죠? 웨스트우드 멤버들이 세운 회사."

서네떡 - "어, 아시네요. 거기서 '그레이 구', '포지드 바탈리온' 등 이것저것 만들었는데 그중 '8비트 아미즈'라는 게임을 추천드리고 싶어요. C&C 느낌 많이 나면서도 게임 자체가 쉬워요. 자원 수급하고 전투 들어가는 과정이 간소화되서 RTS 초보 유저라도 재밌게 할 수 있을 거예요."

▲ "8비트 아미즈 추천드려요. 연출 좋고, 쉽고, 재밌습니다."


3. 국산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우리나라 RTS 괜찮은 거 많아요. 하면 할수록 '뭔가 다르게 만들어야 해'라는 노력도 보이고요."

처음 서네떡 유튜브를 보고 놀란 건 그가 '국산'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을 주로 다뤘다는 점에 있었다. '킹덤 언더 파이어', '쥬라기 원시전'이 메인이었고, HQ team이 만든 '임진록2', '천년의 신화' 콘텐츠도 꽤 많았다. 최근에는 L&K의 '거울전쟁' 콘텐츠 비중도 늘었다. RTS 전문 유튜버들 대부분이 스타크래프트를 비롯한 외산 RTS 콘텐츠 만들기에 집중하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본다면 의외의 행보다. 이유가 뭘까. 보는 사람 적을 수 밖에 없는데.

서네떡 - "외산 RTS랑 국산 RTS는 분위기가 좀 다른 것 같아요."

박태학 - "어떤 면에서요?"

서네떡 - "스타가 예외적으로 빠른 거고, 그 외 서양 RTS는 그렇게 긴박한 컨트롤을 요구하지 않아요. 반면, 국산 RTS는 템포가 빠른 편이고 전투가 화려해요. 볼거리가 더 있다고 할까. 그리고 스타와 차별점을 두려고 한 모습도 강해요. 출시 당시에는 대부분 아류작으로 평가받았지만, 좀 진득하게 즐기고 나니 생각이 달라지더라고요. 조금이라도 스타와 구분되려고 기획단에서 노력한 티가 나요."

그는 가장 인상적인 국산 RTS로 '아트록스'를 꼽았다. 예상 외의 답변이다. 그나마 좀 다르게 만들고자 했던 '임진록'이나 '킹덤언더파이어'도 아니고, 스타크래프트 느낌이 아예 없었던 '거울전쟁'도 아니다. 출시 당시 '짝퉁 스타'라며 손가락질 받았던, 국산 RTS 중 가장 스타크래프트 색이 강했던 게임 아닌가.

서네떡 - "맞아요. 그거 스타 아류작이에요. 당시 팬 카페에 개발자가 글 올리기도 했어요. 스타 콘셉트 가져온 거 맞다. 당시 개발자금이 너무 부족해서 되도록 빨리 만들어 출시해야 했고, 기획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 줄이려고 스타크래프트 많이 참고했다는 내용이었어요. 기획자가 해야 할 걸 개발자가 했다는 얘기도 있었고요."

"그런데 개인적으로 전투 이펙트가 참 마음에 들었고... UI 같은 건 시대를 앞선 부분도 있었어요. 키보드 배열에 맞춰 단축키 세팅했고, 건물 더블클릭으로 같은 건물 한 번에 지정하는 건 2000년에 나온 게임이라 보기 어려워요. 지금 플레이해도 옛날 게임이란 느낌이 별로 안 나요. 인터페이스만 본다면."


▲ 서네떡이 추천하는 국산 RTS '아트록스'. 현 위메이드 자회사인 조이맥스의 작품이다.


RTS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밸런스다. 종족간 밸런스를 얼마나 잘 맞췄느냐에 그 게임의 완성도가 결정된다. 그리고 이게 가장 어렵다. 스타크래프트는 그나마 밸런스를 아주 잘 맞춘 편에 속하고, 후발주자들 대부분 이를 100% 해결하지 못했다. 국산 RTS를 누구보다 깊게 파고든 그에게 물었다. 국산 RTS 중 특히 밸런스 잘 잡은 게임으로 어떤 게 있는지.

서네떡 - "음... 지금 생각나는 건 '거울전쟁'이에요."

박태학 - "저도 그거 정품 CD 있어요. 진짜 특이한 게임이죠. 외국 RTS 봐도 비슷한 시스템 거의 없고."

서네떡 - "네. 생산부터 운영까지 모든 게 다 독특한데, 그럼에도 종족간 밸런스를 참 잘 잡았어요. 사실 처음 출시될 당시에는 악령군이 가장 세다고 평가받았거든요. 그런데 최근에 토너먼트 쭉 진행하면서 느낀 건데, 해방부대나 흑마술파도 강력한 요소가 꽤 많아요. 왜, 스타크래프트도 그랬잖아요. 초기엔 어느 한 종족으로 쏠렸는데, 연구되면 연구될수록 절묘하게 밸런스가 맞춰진 게 드러났잖아요. '거울전쟁'도 그래요. 만들 때 밸런스 신경쓴 게 눈에 보여요."

▲ L&K로직코리아에서 개발한 '거울전쟁: 은의 여인'. 참신함과 밸런스를 모두 잡은 게임이라고.


4. 가치
"옛날 거라고 가치가 떨어지는 건 아니잖아요."

박태학 - "그럼 유튜브에서 스타크래프트 콘텐츠 비중이 높지 않은 것도 어느 정도 의도한건가요?"

서네떡 - "컨셉이죠. 스타크래프트나 워크래프트3는 이미 기존에 자리 잡은 유튜버 분들이 너무 많아요. 그 게임들은 영상 꾸준히 올라오니 찾기도 쉬운데, 제가 올리는 건 사실 좀 희귀한 게임들이잖아요. 되도록 다양한 RTS 게임들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바로 이 부분이다. 그의 유튜브에서만 볼 수 있는 게임들. 한때 우리나라에 이런 게임들이 있었다는 것을 알리면서, 동시에 그 시대에서 볼 수 없었던 전술과 메타까지 현세대 영상 플랫폼으로 감상할 수 있다. 단순한 추억팔이가 아닌, '자료'로서의 가치를 가진 셈이다.

서네떡 - "OGN 홈페이지 가보면 초창기 스타크래프트 리그 자료들이 없어요. 개인적으로 엄청 안타까웠어요. 옛날 거라고 가치가 바래는 게 아니잖아요. 옛날 메타엔 그만의 매력이 있는 거고, 그렇다고 보는 재미가 떨어지는 것도 아닌데."

"지금 제가 올리는 대회 영상들 봐도 알 수 있어요. 출시 당시 프로게이머들이 쓰던 메타랑 지금 유저들이 쓰는 전술이랑 또 달라요. 예전엔 좀 단조로웠다면 지금 유저들의 전술은 더 다양해요. 옛날 기억 갖고 제 유튜브 오는 분들이 많이 말씀하세요. 어, 옛날하고 다르다고. 그것도 결국 과거 게이머들의 플레이를 기반으로 한 기억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플레이가 재밌게 비춰질 수 있다고 보고요."




▲ 서네떡 유튜브 스크린샷. 이쯤 되면 도서관에 가깝다.


5. 유튜브
"목소리로 지적 받은 적도 있는데... 지금은 괜찮아요."

그와 대화를 나누며 의외였던 점 하나가, 생각보다 앳된 청년이었다는 것. 유튜브 너머 중계 목소리만 들었을 땐 30대 중후반의 아저씨가 아닐까 생각했지만, 커피 대신 주스를 홀짝이는 이 사람은 얼굴에 주름 하나 없었다.

서네떡 - "예전에 목소리로 지적 좀 받긴 했어요. 제 목소리가 좀 뭐랄까..."

박태학 - "높은데 허스키해요."

서네떡 - "네, 그쵸. 갈라지는 목소린데 톤은 또 높으니까... 사람들이 저한테 그러는 거예요. 너 트렌스젠더 아니냐고."

박태학 - "어... 음..."

서네떡 - "그 얘기 듣고 나서 유튜브 영상 보니 저도 제 목소리가 어색한거예요(웃음). 그런데 지금은 괜찮아요. 익숙해지기도 했고, 주변 친구들도 예전에 비해서 많이 좋아졌다 그러고. 나름 보람도 있도 뿌듯하죠."

그의 중계는 수더분하다. 간혹 비속어가 나오기는 하나 귀에 거슬리는 정도는 아니다. 실제 프로게이머들 방송 중계진처럼 드라마틱하진 않지만, 개인 취미 영역인 것을 감안하면 꽤나 안정적인 솜씨다. 그는 자신의 중계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서네떡 - "유튜브 초기 영상이랑 지금 영상 비교해보면 알 수 있거든요. 최근엔 텐션을 좀 더 높였어요. 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예전엔 원룸에서 중계해서 소음 문제를 신경쓸 수 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이사를 해서 중계용 방이 따로 있거든요. 좀 더 지르고 있죠(웃음)."

그는 자신의 방송사를 돌이켜보며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하는 놈'이라고 회상했다. 비속어도 거침없이 썼지만, 구독자가 늘면서 좀 더 깔끔한 진행 방식으로 다듬었다고 설명했다. 다른 방송 리그와 차별화를 두고자, 채팅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중계 도중 시청자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건 덤이다.

이쯤에서 머릿속에 걱정거리가 하나 생긴다. 시청자와 소통하고 별도 커뮤니티까지 운영하는 게, 생각만큼 쉬운 게 아니다. 조금이라도 한 쪽 의견에 쏠리는 순간 '친목질'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지며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경우도 너무나 많았다.

서네떡 - "저희 커뮤니티 유저분들이나 시청자들 대부분 20대 중반에서 30대 중반이에요. 대충 비슷한 또래라는 것만 알고, 정확한 건 저도 몰라요. 커뮤니티도 철저히 익명으로 운영하고, 친목은 되도록 금지하고 있어요. 기자님 말씀대로 다 같이 잘 놀아야지, 파가 갈리는 순간 운영이 되게 힘들어져요. 저도 취미로 하는 건데, 서로 얼굴 붉히면서까지 하면 안 되니까."

박태학 - "방송하는 게임 중 특히 반응 좋은 게 뭐예요?"

서네떡 - "일단 킹덤언더파이어. 그리고 '거울전쟁: 은의 여인'도 생각보다 많이 봐 주세요. 저도 엄청 놀랐어요."

▲ 서네떡 유튜브의 인기 콘텐츠인 '킹덤언더파이어'.
국산 RTS 중 가장 세련된 그래픽을 갖췄기에 보는 맛이 살아있다. 서네떡의 높은 텐션은 덤.


박태학 - "거울전쟁은 되게 매니악한 게임인데, 의외로 반응이 좋네요."

서네떡 - "네. 엄청 매니악한 게임인데도 생중계하면 70명 이상이 봐 주시니까. 보통 다른 게임은 많아야 50명 정도거든요. 생각보다 이 게임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많구나 싶었죠."

"간혹가다 외국인, 특히 러시아 게이머들이 문의하고 그래요. 이 게임 뭐냐고, 어떻게 하는 거야? 정말 한국에서 만든 거야? 이러고(웃음)."



6. 생명력
"남아있는 유저들이 직접 밸런스 수정해요."

서네떡 유튜브에서 다루는 게임들은 대부분 출시된지 10년이 훌쩍 넘었다. 온라인이나 모바일 게임이 아니기에 개발사가 생존해있다 하더라도 꾸준한 업데이트를 기대하기엔 무리가 있다. 그렇다면, RTS 방송을 진행하며 불거지는 밸런스 이슈는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

서네떡 - "쥬라기원시전의 경우, 개발사에서 개발툴을 커뮤니티에서 무상으로 제공했어요. 팬들이 원하는대로 밸런스 손 보고 즐기라는 거죠. 커뮤니티 유저분들 중 이 개발툴을 다루는 분들이 꽤 있어서 큰 문제는 없어요. 다만, 밸런스라는 게 건드린다고 100% 해결되는 게 아니잖아요. 어디 고치면 또 다른 부분에서 문제가 될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자주는 안 하고 1년에 한 번 정도 고치면서 플레이해요."

박태학 - "피드백은 어떻게 받아요?"

서네떡 - "토너먼트 열고 거기서 나오는 피드백을 수집해요. 유저들이 '이 부분이 문제니 고쳐야 한다'고 하면, 이 소재를 갖고 일단 토론부터 하고요. 그 데이터를 토대로 밸런스 만져주시는 분들도 따로 있어요."

박태학 - "정식으로 멀티플레이할 수 있는 경로도 다 막혔잖아요. 유저 간 대전은 어떻게 진행되는 거예요?"

서네떡 - "TCP IP 프로토콜을 직접 쳐요. IP 대전인 셈이죠. 한데, 이것만 갖고 안 되는 게임이 대부분이라, 그럴 땐 가상화 VPN으로 우회하죠. 하마치라고, 옛날 게임 즐기는 분들은 대부분 알 거예요. 이게 5명까진 무료로 연결해주는데 중계 방송 보는 분들까지 포함하면 이걸로 안 되니까 1년 정기 구독권을 사서 쓰고 있어요. 기존엔 커뮤니티 분들께서 개인 사비 조금씩 내서 샀는데, 최근엔 저도 반 정도 내고 있어요. 조금이지만 유튜브에서 수익 나니까."

"방송 송출은 트위치에도 하고 아프리카TV에도 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아프리카에서 시청하시는 분들은 거의 없어요. 노출도 잘 안 되고... 사람 많은 플랫폼인데 아쉽죠. 물론, 지금 메인은 유튜브예요."



7. 진입장벽
"최대한 많이 노출하고, 최대한 많이 설명하려고 해요."

박태학 - "스타크래프트가 한국에서 유명하기는 하나, 그건 스타가 유명한거지 RTS가 대중적이란 말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일단 타 장르에 비해 배워야할 게 많으니까요. 그런 면에서 본다면 서네떡 유튜브의 콘텐츠도 어느 정도 진입 장벽이 있을 수 밖에 없는데요."

서네떡 - "맞아요. 솔직히 모르는 사람이 봐도 다 재밌어할 그런 콘텐츠는 아니에요. 저도 그 부분에 대해서 생각을 해봤는데, 결론은 '뭐든 많이 하자'였어요. 영상 업로드도 많이 하고, 중계하면서 게임 내 유닛 설명도 되도록 꼼꼼하게 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저야 방송 3년 했지만, 어제 처음 제 유튜브 본 사람이 '저 유닛은 뭐야?'라고 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런 분들 위해서 '이 유닛은 이럴 때 쓰는 거고, 저 유닛에 상성상 앞선다'라는 설명을 해요."

▲ 서네떡의 중계 스타일이 잘 드러나는 중계 영상.
아트록스를 잘 모르는 유저들을 위해 유닛 설명부터 플레이어의 의도까지 차분하게 해석한다.


박태학 - "반면, 그런 경기도 있을 것 같아요. RTS 잘 모르고, 그 게임 잘 모르는 사람인데도 '이 경기는 진짜 재밌게 볼 수 있다' 싶은 경기."

서네떡 - "있죠! 2017년에 진행한 쥬라기원시전 대회 결승전인데요. 유레카 님과 무깡이 님이 맞붙은 경기인데, 정말 명승부였어요. 유레카 님이 본진까지 다 밀리고 섬멀티만 남아서 어떻게든 수비하고 농성하는 상황이었거든요. 누가 봐도 무깡이 님이 이겼는데, 그걸 GG 안 치고 끝까지 이 악물고 버티면서 결국 역전했어요. 예전 영상이라 영상이나 녹음 품질이 그렇게 좋지는 않은데, 경기 수준만 놓고 본다면 지금 봐도 멋있어요."

▲ 서네떡이 직접 고른 명경기의 주인공은 '쥬라기원시전2'. 믿을 수 없는 역전이 나왔다고.


8. 부탁
"사실 제 입장에서 가장 바라는 건 리마스터죠."

박태학 - "오랜 시간 국산 RTS를 방송해온 만큼, 개발사들에게 바라는 점도 있을 것 같은데요."

서네떡 - "있죠. 거울전쟁에 배틀넷같은 시스템이 있었어요. '미러넷'이라고... 그게 2017년까지 운영됐거든요."

박태학 - "2017년이요? 거울전쟁이?"

서네떡 - "네. 거의 잊혀진 게임이라, 저도 참 신기하긴 해요. 어쨌든 그런 걸 봐서는 아마 서버는 지금도 있을 거라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제가 개발사에 연락할 길이 없으니... 다시 열어달라 부탁드리고 싶어도 방법이 없죠."

박태학 - "개발자분들이 이 인터뷰를 볼지는 저도 잘 모르지만... 그래도 이왕 기회가 온 거니 바라는 점 있으시면 다 말씀하셔도 돼요."

서네떡 - "정말요?"

박태학 - "그럼요. 편하게."

서네떡 - "음... 일단... 거울전쟁은 다시 미러넷이 열렸으면 좋겠어요. 의외로 제 유튜브에서도 반응 좋은 게임이거든요. 미러넷 열린다면 조금이나마 더 대중에게 다가가기 쉽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리고 킹덤언더파이어. 아무래도 클래식 국산 RTS 중 그래픽이 가장 좋은 편이다보니 그나마 조회수가 좀 높은 편이에요. 전투 박진감은 제가 봐도 괜찮고요. 저희 커뮤니티 분들이 리마스터 바라는 게임이기도 해요. 그나마 최근 들은 반가운 소식이 있는데요. 블루사이드가 얼마 전 '킹덤언더파이어2' 스팀에 정식 출시했다고 하더라고요."


박태학 - "네, 맞아요. 저희도 기사 썼어요. 나오긴 하나 싶었는데 결국 출시는 되더라고요."

서네떡 - "그리고 '킹덤언더파이어: 크루세이더'도 연중 출시 확정됐잖아요. 이런 걸 보면 블루사이드가 '킹덤언더파이어'라는 IP를 아직 버리진 않았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킹덤언더파이어1'도 리마스터 개념으로 다시 출시했으면 좋겠어요. 팬이라 그럴진 모르겠지만 시장에서 반응이 없지는 않을 거라 생각해요. RPG 요소도 잘 섞어서 나름 경쟁성도 있고요."

"그리고 이건 개인적인 바람인데요. 트리거 소프트에서 만든 '태조 왕건'이라는 RTS가 있어요. 이게 지금 플레이는 가능한데, 멀티플레이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요. 꽤 재밌는 게임이라 꼭 멀티 한 번 해보고 싶은데 아직까지 방법을 못 찾았어요. 만약 이 게임 개발자 분이 인터뷰를 보신다면 꼭 연락 주셨으면 좋겠어요. 못 하니까 더 애착이 가요(웃음)."




▲ "태조 왕건, 멀티 진짜 해보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편하게 들러 주세요. 그냥 보고만 가셔도 괜찮아요."

박태학 -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서네떡 - "RTS를 직접 한 번 만들어보고 싶어요. 회사에서 맨날 똑같은 일만 하는 게, 안정적이긴 해도 재밌는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취미로 유튜브 하는 거고요. 제 유튜브는 취미에서 끝나겠지만, 저도 마음 속에는 제 취향이 들어간 RTS 만들어보고자 하는 꿈이 있어요. 그래서 요즘 유니티 공부도 시작했어요."

박태학 - "유니티 공부까지 할 정도면 첫 삽을 뜬 셈이네요. 그런데 RTS는 혼자 만들기엔 꽤 어려운 장르 아닌가요?"

서네떡 - "어려운 건 사실인데 RTS를 혼자 만들어 출시한 사례가 아예 없지는 않아요. 그리고 지금 오픈 채팅방에 모인 분들과는 이런 얘기 터놓고 할 수 있거든요. 거기에 개발자 출신 분들도 계시니, 언젠가 맘 잡고 프로젝트 하나 진행해보면 재밌을 것 같아요. 일단은 제 꿈이죠, 뭐(웃음)."

박태학 - "전략시뮬레이션 외 또 관심이 가는 장르가 있나요?"

서네떡 - "음...(한참 고민하다) 정말 없는 것 같아요. 요즘 게임들은 대부분 다른 플레이어와의 팀플레이를 기반으로 하잖아요. 물론 거기에서 오는 재미도 있지만, 제 실력만으로 전세 역전시키고 이런 데서 오는 쾌감을 좋아해요. 그래서 요즘 게임들은 잘 안 하는 것 같아요. 모바일 게임도 안 하고."



▲ "순수히 제 실력만으로 승부를 결정짓는 쾌감. 그것 때문에 RTS를 사랑하는 것 같아요."


이제 마지막 질문.
그를 통해, 그의 유튜브를 통해 국산 RTS의 과거와 현재를 들여다보고자 하는 유저들에게 한 마디.

서네떡 - "지금 우리나라 게임 시장이 온라인, 모바일로 기울었잖아요. 그나마 스팀이 있다고는 하나 RTS는 전성기가 한참 지난 게 사실이에요. 팬으로서 저도 참 안타깝죠."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국내 대형 게임사들이 책임감을 갖고 RTS 아니더라도 좋으니 장르 시도를 좀 다양하게 했으면 좋겠어요. 바로 앞에 놓여진 돈만 쫒다간 결국 자멸할 수도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해요. OGN도 스타크래프트 이후 리그 오브 레전드로 한창 잘 나갔지만, 라이엇게임즈가 중계권 회수한 뒤로 크게 흔들렸잖아요. 너무 한 가지 생태계만 파는 건 위험하다고 봅니다."

"RTS 팬으로서 바람이 있다면... RTS가 e스포츠로서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잖아요. 언젠가는 RTS에 대한 유저들의 관심이 돌아올거라 믿고 있습니다. 게임사들도 이 시장을 외면하지 말고 항상 주목해줬으면 좋겠어요. 아, 제 유튜브 관련해서 얘기해도 되나요?"


박태학 - "당연하죠."

서네떡 - "유저분들이 RTS에 관심 많이 가져주시면 그 게임들 만든 게임사들도 옛 추억에 잠길 거라고 생각해요. '아, 우리가 이런 게임 만들었지...'라는 생각? 사실, 추억이 생명력을 얻으려면 여러분들과 개발자 분들의 관심이 가장 중요하거든요. 옛날 패키지 RTS에 추억 가지신 분들이라면 부담없이 방문해주세요. 그냥 보고만 가셔도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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