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보더랜드3로 '미생물 연구' 도와주세요"

동영상 | 정수형 기자 | 댓글: 4개 |

8일, 보더랜드3에 신규 콘텐츠가 업데이트되었습니다. 정신 나간 세기말 분위기에 충실한 전투를 자랑하는 보더랜드인 만큼 당연히 박터지게 싸울 줄 알았는데, 뜬금없이 퍼즐이 나왔습니다.

"이게 뭐지? 만우절이라면 저번주에 끝났는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평범한 퍼즐이 아니더군요. 무려 미생물 연구를 진행하는 캐나다 맥길 대학교, MMOS(Massively Multiplayer Online Science), UC 샌디에이고의과대학 Microsetta Initiative의 연구진 및 과학자와의 국제적인 협력으로 시작된 엄청난 퍼즐입니다.

보더랜드3 속 미니게임, '보더랜드 과학'은 그림을 맞추는 단순한 퍼즐의 룰을 따르고 있지만, 게임 플레이가 주는 영향력은 단순히 잠깐의 성취감과 재미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퍼즐을 구성하는 스테이지는 실제 연구진들과 협력을 통해 미생물의 DNA 알고리즘을 토대로 만들어졌으며, 게이머가 퍼즐을 풀 때마다 미생물의 알고리즘을 파악하고 더욱 정교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귀중한 자료가 됩니다.




그렇다고 퍼즐이 어렵나 하면 또 아닙니다. 앞서 말했듯 그림 맞추기 수준으로 굉장히 쉽지만 계속하게 되는 묘한 재미를 가져다주죠. 간단히 룰을 설명하자면, 스테이지마다 보더랜드3의 주인공 캐릭터인 모즈, FL4K, 아마라, 제인의 아이콘이 등장하며, 인터페이스 왼쪽에 가로로 쌓여있는 각각의 캐릭터 아이콘에 맞춰 블록을 쌓아가면 됩니다.

스테이지를 나아갈수록 모든 캐릭터의 아이콘을 맞추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대신 최대한 많이 맞추는 것에 초점을 맞추게 되죠. 스테이지가 요구하는 목표 이상으로 그림을 맞추게 되면 추가 점수를 부여해줍니다. 이렇게 모인 점수는 스테이지가 끝날 때마다 게임 토큰으로 변환되며, 전용 상점에서 토큰을 소모해 캐릭터의 능력치를 일정 시간 동안 강화할 수 있습니다.




게이머 입장에서는 재미있는 퍼즐도 풀고 캐릭터의 능력치도 강화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인 셈입니다. 특히, 미니게임치고 퀄리티가 상당히 좋습니다.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때마다 주요 NPC가 등장하며, "너한테 두뇌로 싸움을 거는 게 아니었어!"라던지 "내 기록을 넘기다니, 나는 절대 못 했을 거야 대단해" 등 게이머의 행동에 대해 온갖 칭찬을 아끼지 않습니다. 퍼즐의 가짓수도 매우 많아 반복적인 느낌이 덜한 데다 올려주는 능력치도 나쁘지 않으니 퍼즐을 싫어하지 않는 이상 딱히 안 할 이유가 없습니다.

기어박스 소프트웨어의 공동 창업자인 랜디 피치포드(Randy Pitchford)는 "보더랜드 과학은 엔터테인먼트와 의학 연구의 새로운 접점을 만든 게임이다. 점수, 진행도, 보상이 갖춰진 게임을 플레이하면 연구, 질병 치료에 활용할 데이터를 쌓을 수 있고, 더 나아가 의학 커뮤니티에 기여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MMOS의 CEO이자 공동 창업자인 아틸라 스잔트너(Attila Szantner)는 "MMOS는 과학 연구와 게임을 연계하기 위해 설립되었고, 이제 그러한 작업을 진행하려 한다. 보더랜드 3 플레이어 덕분에 미생물 연구가 진전된다면 게임에 대한 인식이 바뀔 것이다"고 말하기도 했죠.

컴퓨터가 하지 못하는 알고리즘의 정리를 게임을 통해 이뤄낸다. 말은 쉽지만 실제로 행하기까지 많은 노력이 들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기어박스와 MMOS는 이를 성공적으로 잘 해냈고 단순히 연구 목적이 아니라 게이머가 만족할만한 게임 콘텐츠로 빚어냈습니다.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는 게임 중독을 마약, 술, 담배 중독처럼 질병으로 분류했습니다. 게임을 문화가 아닌 치료해야 할 병으로 취급해버린 것이죠. 하지만, 게임이 정말 질병 수준의 문제라면 미생물을 연구하고 의학의 발전에 이바지 할 수 있을까요? 보더랜드3의 사례와 콘텐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게임이 사회적으로 더 많은 영향력을 끼치는 순간이 오길 바라봅니다.



▲ 열심히 퍼즐 풀고 미생물 연구에 이바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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