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무섭지 않아도 되는 '바이오하자드'

리뷰 | 강승진 기자 | 댓글: 38개 |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의 종합 선물 세트


바이오하자드는 전 세계에서 좀비와 서바이벌 호러를 대표하는 게임으로 오랜 기간 자리 잡아왔습니다. 하지만 한동안은 영 실망스러운 모습으로 정신 못 차리는 캡콤을 상징하는 게임 중 하나기도 했죠.

어설픈 멀티플레이 게임 제작 시도는 손가락 한 마디 만큼 남은 플레이어 그들만의 리그가 됐고 새로운 콘솔 등장마다 별 개선 없이 이식되는 이전 시리즈는 돈을 위해 과거의 명성을 팔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팬들이라면 자랑스러워할 만큼 최근 분위기는 달랐습니다. 가장 최신작인 '바이오하자드 RE:3'가 삐끗하긴 했지만, 시리즈 최고 명작으로 꼽히는 '바이오하자드2'의 리메이크 '바이오하자드 RE:2'가 팬들의 기다림에 부응하는 결과를 냈습니다. 그 이전 작인 '바이오하자드7'은 소름 끼칠 공포로 시리즈 단일 작품 판매량 기록을 세우기도 했죠.

시선은 이제 다음 바이오하자드 시리즈로 옮겨가는데요. 마을 전체를 무대로 하는 '바이오하자드 빌리지(바하 빌리지)'는 훌륭했던 과거 작품의 모습을 골고루 담아내고 조금은 아쉬웠던 모습도 새롭게 벼려내 정갈하게 담은 차세대 '바이오하자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게임 내 등장하는 잔혹한 내용 및 이미지가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게임명: 바이오하자드 빌리지
장르명: 서바이벌 호러
출시일 : 2021.05.07.
개발사 : 캡콤
서비스 : 캡콤
플랫폼 : 스팀 / PS4,5 / XBO, XSX|S

관련 링크: '바이오하자드 빌리지' 오픈크리틱 페이지



더 넓은 마을로 이어지는 베이커 가 저택의 분위기

바하 빌리지는 제목 'VIll'age를 통해 나타난 로마 숫자 8을 통해 알 수 있듯 정식 넘버링 시리즈입니다. 그리고 바하7에서 아내 미아에게 손도 잘리고 욕도 먹는,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한 에단 윈터스가 다시 주인공으로 돌아온 작품이기도 하죠.



▲ 전작을 해봤다면 괜히 무서운 미아 윈터스

게임 시작 전에 바하7이 어떤 내용이었는지 대충 설명해주기는 하는데요. 딱히 전작을 플레이해보지 않아도 됩니다. 사실 이 시리즈 자체가 여러 이야기가 서로 얽히고 꼬여서 그렇지 단일 작품 하나를 큰 틀에서 보면 굉장히 간단한 이야기를 다루니까요.

어쨌든 여느 바하 시리즈가 그렇듯 주인공 에단은 정말 불행이란 불행은 혼자 죄다 겪습니다. 캡콤이 주인공의 행복을 조금이라도 그냥은 보지 못하는 건 아닐까 싶은데요. 게임 시작 후 아주 잠깐 미아와 딸 로즈와의 단꿈 같은 삶도 짧게 지나갈 뿐입니다. 정말 짧아요. 시작하자마자 다 부수고 쏘고 죽고 난리가 아닙니다.

그리고 곧장 1인칭 시점으로 펼쳐지는 공포 체험을 그리죠.



▲ 이런 말 하면 무슨 일 있던데




에단이 눈발 날리는 유럽의 어느 마을에 발을 딛고 딸 로즈가 잡혀간 성을 향해 가는 초반 구간은 바하7이 주는 손발 다 저린 공포를 그럴듯하게 구현합니다.

공포를 전달하는 방식도 흡사합니다. 게임 초반 에단, 그리고 플레이어를 공포로 몰아넣는 건 마땅하게 대항할 수단이 없는 존재들입니다. 플레이어를 지독하리만치 놀라게 하고 자신의 편은 없는 에단의 외딴 상황마저 그에게 이입된 게이머를 옥죄여오죠.

그리고 이런 상황은 1인칭. 그러니까 플레이어의 눈 앞에 펼쳐집니다. 좁은 시야와 한정된 정보로 만들어진 공포 상황을 그대로 맞이해야 하는 겁니다.

이렇게 공포 게임을 효과적으로 무섭게 만드는 다양한 요소들이 하나로 다 모여있다 보니 압박감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 제한된 시야와 멀리 모이는 적, 그리고 기괴한 소리의 삼박자

하지만 낡은 저택을 거대한 마을로 옮겨오며 공포 주체도 달라졌습니다. 종반부에는 감염된 생물체라는 건 다를 바 없지만, 바하7의 공포 대상은 귀신에 들린 인간이나 미치광이 사이코패스 같은 인간형 괴물 주는 공포였죠. 이번에는 마치 늑대인간처럼 생긴 괴물과 고딕풍 판타지에서 볼 법한 크리처가 공포의 대상입니다.

특히 구름에 가려 어둑한 분위기를 내긴 해도 어둠이 짙게 깔린 밤만이 아니라 해가 떠 있는 낮을 주요 시간대로 잡다 보니 최근 시리즈와는 다른 분위기를 내기도 하죠. 또 산 중 똑 떨어져 현대 문명과는 거리가 있는 컬트 집단을 다룬 공포. 이른바 포크 호러로의 면모도 드러나 있고요.

밝기만 한 세계에 변화를 주는 건 밀폐된 공간입니다. 출시 전 발표된 드미트리스쿠의 고성의 지하나 게임 중간중간 동굴, 작은 가옥 등 빛이 차단된 공간을 종종 배경으로 등장시키며 플레이어에게 압박감을 주죠.



▲ 신이라 믿는 배신당한 마을 주민들



한 스푼 덜어낸 공포, 시리즈 전체로 채우다

다만, 바하 빌리지가 전달하는 공포는 굉장히 한정되어 있습니다. 게임의 배경이 낮의 마을로 변한 게 가장 크겠지만, 극 초반부를 지나 전작과 달라진 게임 플레이의 체험에도 그 이유가 있죠.

미아와 과거의 악몽을 잊기 위해 유럽으로 왔다는 에단은 게임 초반 가족의 안전을 위해 크리스로부터 군사 훈련을 받았다고 이야기합니다. 즉, 게임 플레이가 단순히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액션을 그린 바하7을 너머 제대로 된 액션을 그릴 거라는 걸 게임 시작과 함께 예고한 겁니다.

실제로 극초반 구간의 공포 체험을 제외하면 게임 플레이는 전작보다 더 많은 적이 등장하고 무기를 활용할 일도 더욱 많아집니다. 이게 마을이라는 배경에 맞춰 바뀐 건지, 아니면 게임스타일의 변화를 주기 위해 마을을 선택했는지 플레이를 통해서는 알 수 없지만, 앞선 2편의 리메이크 작품의 액션 수준을 꾸준히 체험하게 됩니다.

또 게임을 플레이할 분들을 위해 직접 설명하지는 않겠지만, 모든 무기를 쏟아내는 화끈한 무기 난사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동안 좀비나 늑대인간들 때문에 쌓였던 울분을 다 토해낼 정도로 호쾌하긴 합니다. 보스전이니만큼 쉽게 끝나지 않겠지만요.




이처럼 바하 빌리지는 이전까지 등장한 수많은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의 여러 모습을 하나의 작품에 담아내고 있습니다. 출시 전까지만 해도 마을을 배경으로 포크 호러를 위시한 모습이 마치 바하4의 오마주가 아닌가 싶었지만, 1인칭 시점으로 전달하는 공포는 바하7을. 한정된 무기를 가지고 생존해 나가는 건 고전 넘버링 시리즈를. 화끈한 액션은 몇몇 서바이벌 슈팅 시리즈 느낌을 내고 있습니다.

여기까지 말하면 게임의 공포가 마치 극초반에 모두 끝나는 것처럼 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바하7 느낌이 많이 나는 구간을 넘어서면 적의 디자인이나 공포를 그리는 방식도 이전 작보다 순화되긴 했죠. 아무래도 판타지스러운 고딕 호러가 공포를 주기엔, 요즘 게이머들은 이미 그보다 훨씬 매운맛을 많이 봐버렸으니까요.

그래도 구간 구간 기괴한 캐릭터들로 부족할 수 있는 공포감을 채우고 있는데요. 특히 차세대 콘솔에 맞춰 출시된 게임의 그래픽도 공포 분위기를 더하는 힘이 되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인물 외에도 광원이나 질감을 다루는 표현은 확실히 이전 작품과는 다르다는 느낌을 받죠. 실사 분위기를 쉽게 낼 수 있는 기술 등과 함께 최적화도 매끈하게 이뤄낸 RE 엔진의 강점이 이번에도 돋보입니다.

차세대 콘솔은 물론 GPU 개발사들까지 손을 뻗으며 다양한 최신 기술이 적용되자 가진자는 더 훌륭한 품질의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사이버펑크2077'을 위해 사두었던 RTX3080이 다시금 빛을 발할 순간이기도 하고요.

광원 표현을 보다 효과적으로 다루다 보니 비슷한 상황에서는 빌리지의 플레이가 더 고통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제한된 시야와 빛이 몰입감은 높이고, 깜짝 놀라게 만드는 긴장감은 더욱 배가했으니까요.

'몬스터헌터 라이즈'에서 짧은 로딩과 고정 프레임 최적화를 만들어냈을 때도 놀라웠지만, 차세대 기종의 성능을 기반으로 한 RE 엔진의 성장에 또 한 번 놀랄 수밖에 없습니다.




꾸준한 긴장감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공포 게임의 특성에 맞게 이번 작도 플레이 타임 자체가 긴 편은 아닙니다. 할 수 있는 것 최대한 많이 찾아보며 느긋하게 플레이했는데도 첫 회차는 대략 13시간 만에 끝났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다음 회차를 노리게 됩니다. 클리어 타임에 따라 얻는 특전도 다양하고 요리라든가 보물 등 게임 내 숨겨진 요소들이 많다 보니 파고들기 요소는 이전 시리즈를 한참 뛰어넘죠.

다채로운 게임 플레이 요소도 담아내고 게임 분위기도 중간중간 바뀌다 보니 한 회차를 깰 때도 딱히 짧다는 느낌을 받기 어렵습니다. 이런게 게임 디자인의 힘이기도 하죠.



▲ 중요 아이템은 인벤토리와 별도로 관리

매 작품 플레이어를 괴롭히던 장비 관리도 수월한 편입니다. 상점의 추가로 한정된 인벤토리의 압박은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진행을 위한 핵심 아이템이나 판매 아이템 같은 경우 장비나 탄약과 달리 인벤토리를 따로 차지하지 않습니다. 이제 열쇠 때문에 아이템 버리고 갈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바하이기에 여전히 아쉬운 것들

이런저런 요소로 시리즈 전체를 아우르는 재미를 전달하고자 했지만, 고딕 판타지의 한계도 잘 드러나 있습니다.

2.9m에 달하는 장신과 위협적인 모습으로 출시 전 게임을 대표하는 캐릭터였던 드미트리스쿠는 고풍스러움을 전달할지언정 시리즈 전체에 잘 녹아드는 캐릭터는 아닙니다. 플레이어를 찾아다닐 때 완벽하게 제압할 수 없는 건 타이런트와 비슷하지만, 전작의 네메시스에 비슷하게 그다지 위협적이지는 않죠.

잭 베이커처럼 플레이어를 집요하게 괴롭힌다는 느낌도 덜 하고요. 보스전 전까지는 그저 플레이어를 찾아다니다 긴 손톱을 한 번 휘두를 뿐입니다. 사실 난이도가 낮다면 체력적으로도 큰 위협이 되진 않고요.



▲ 타이런트와 비교하면 외형도 너무 인간 같고 실제로도 별로 강력하지 않은 편

더군다나 기대만큼의 활약을 하지 못하고 너무나 쉽게 리타이어 되는 캐릭터기도 합니다. 드미트리스쿠 외에도 몰입감을 높이는 캐릭터들이 쉽게 나가떨어져 아쉬움을 느끼게도 하는데요. 그만큼 이야기 전체에서 매력적인 캐릭터의 부재가 크게 체감될 수 있다는 겁니다.

전개 자체도 말도 안 되는 장면들이 곳곳에 등장하며 분위기를 망치는데요. 초반 손가락을 물려 뜯겨 나가는 장면은 전작을 생각나게 하며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요소긴 하지만, 잘려나간 손을 회복약 좀 뿌리고 바로 붙여버리는 장면은 정말 실소를 금할 수 없는 장면입니다.

이런 판타지스러운 장면이 별개의 작품이었다면 이해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겠지만, 이미 여러 작품이 쌓인 바이오하자드. 그것도 정식 넘버링 후속작의 포지션에에 맞추다 보니 억지스럽다는 느낌이 들 뿐입니다.



▲ !? 이러면 이제 총 어떻게 쏘나요



▲ 물약 좀 뿌리고 붙이면 깔끔

바하스러움에 갇힌 또 다른 요소는 여전히 헷갈리는 길 찾기입니다. 특히 마을 전체가 배경이 되며 게임 진행을 위해 꼭 나아가야 할 길을 찾는 건 더 복잡해졌습니다. 이건 게임의 선형적인 플레이에 그 이유가 있죠.

3D 어드벤처의 성향을 가지고 있는 바이오하자드지만, 게임 진행에 복잡한 퍼즐 요소는 여타 비슷한 장르와 비교하면 언제나 없던 수준입니다. 보통 막힌 길은 숨겨진 아이템을 찾거나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열리죠. 일부는 아예 컷 신에서 해결될 힌트를 대놓고 주기도 합니다.

해결법 자체는 간단하다 보니 아이템을 찾아내는 것 자체를 어렵게 했습니다. 열쇠 A가 있어야 나아갈 길이 열리고 거기서 얻은 아이템 B로 문을 여는 식인데 그 순서 자체를 찾아내야 하는 겁니다.

단순한 길 찾기로 게임이 해결되다 보니 길을 찾지 못하면 뻔한 해결법을 찾기 위해 시간을 날리는 격이고 이걸 해결하고 잘 외우기만 한다면 2회차 이후의 플레이 타임은 1/4, 1/5 수준으로 줄어들어 버리죠.



▲ 열쇠 걸어놓는 장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등 보통은 논리적인 퍼즐이 필요없도록 합니다

그나마 이전 시리즈보다 세세하게 구분된 맵이라든가 일부 열린 지역을 통해 오픈월드와 비슷한 경험을 제공하며 이런 아쉬움을 조금은 덜어내려고 했지만요.



▲ 그래도 맵은 타 시리즈보다 친절하게 구성



보통 공포 게임은 팬들의 관심이나 화제성에 비하면 기대 이하의 판매량을 보였습니다. 특유의 압박감을 견디지 못하는 이들이 많았다는 뜻이기도 하죠. 그런 의미에서 전작보다 덜 칠해진 공포색을 보여준 바하 빌리지의 변화는 나름 좋은 선택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여기에 게임의 기본 난이도 자체는 매우 낮은 편인데 탄약 관리만 잘하면 거의 죽지 않고 최종 보스전까지 갈 수 있을 정도입니다. 죽는 것도 게임 플레이 중간에 죽는다기보다는 이벤트 상황에서 해결법을 잘 알지 못해 죽는 정도죠. 물론 하드코어 난이도로 높인다면 기존 작품만큼의 긴장감을 가질 수 있고요.

그래서 이번 바하 빌리지는 마치 모든 바하 시리즈의 특징을 하나로 담아낸 종합선물세트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모든 걸 골고루 즐기기보다는 깊이 있는 공포. 혹은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스토리를 더 원하는 팬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시리즈에 쉽게 접근하지 못했던 플레이어가 만족할 그래픽과 다양한 요소, 적당히 덜어낸 공포 덕에 이번 작품은 시리즈 역대 최초로 스팀 동접 10만 명을 돌파하는 등 수치상으론 충분히 성공적인 오프닝을 끊었습니다.

언제나 1티어 게임이었지만, 안 하는 사람들은 절대 안 하는 게임인 바이오하자드. 바하 빌리지는 엄브렐러 코프스처럼 어설픈 대중화가 아니라 시리즈 본연의 재미로 서바이벌 호러, 공포라는 비교적 한정된 수요층을 넘어서 대중에 한발 더 가까워진 바이오하자드로 기억될 법합니다.
  • 7편의 분위기를 내는 초반 공포 연출
  • 공포, 액션, 슈터 등 다양한 게임 플레이
  • 플레이타임이 짧게 느껴지지 않는 콘텐츠
  • 충실한 다회차 파고들기 요소
  • 간혹 몰입을 방해하는 연출과 전개
  • 논리 대신 길 찾기로 대신하는 퍼즐
  • 때로는 충분히 위협적이지 않은 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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