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애니팡2' 리마스터, "영혼만 뽑아서 새 몸에 옮겼다"

인터뷰 | 정재훈 기자 | 댓글: 3개 |



'모두를 위한 게임은 없다'

게이머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남녀노소 모두 즐겁게 즐길 수 있다는 게임도, 결국 모두를 만족시키지는 못한다. 대중의 호불호는 어느 정도의 '추세'가 있지만, 개인 단위로 넘어가면 너무나 복잡하다. 누군가에게는 재미있는 게임이 다른 누군가에겐 전혀 즐겁지 않고, 젊은이들에겐 매력적인 게임이 중년층에겐 그냥 어려운 무언가일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애니팡' 시리즈는 꽤 유니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거의 모든 게임은 타겟 유저층을 10대에서 40대 사이의 남성으로 상정한다. 특별한 이유가 아니다. 그냥 그들이 게임을 가장 많이 즐기고, 가장 가깝게 여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니팡을 주로 즐기는 유저들은 완전히 반대선상에 있다. 대한민국의 어머니들. 그들이 애니팡의 가장 큰 팬들이다.

2014년 런칭해 올해로 6년차를 맞이한 '애니팡' 시리즈의 둘째 '애니팡2'가 지난 15일을 기점으로 '리마스터' 과정을 겪었다. 일반적으로 '리마스터'는 게임을 그대로 둔 채 해상도와 비주얼 측면에서 현대에 알맞게 손보는 작업을 말하건만, 이번 리마스터는 사뭇 다르다. 기존 애니팡2의 개발툴인 플래시 기반의 에어 엔진을 유니티로 바꾸었고, 그 과정에서 완전히 새로운 게임이 되었다. 와닿지 않는다면, '로보캅'을 생각하면 된다. 여전히 애니팡이지만, 더욱 안정적이고,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의문도 든다. 객관적으로 '애니팡2'는 그리 복잡한 게임이 아니다. 굳이 '리마스터'라는 이름으로 갈아엎어야 할 이유가 있었을까? 선데이토즈의 박성빈 PD를 만나, 애니팡2 리마스터와 관련된 이모저모를 물어볼 수 있었다.



▲ 선데이토즈 박성빈 PD


Q.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보자. 어떤 이유로 리마스터를 기획했는가?

애니팡2를 서비스해온 6년 간, 유저들은 끊임없이 애니팡2를 즐겨주셨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애니팡2는 꾸준히 플레이되고 있으며, 계속 성과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당연히 계속 질좋은 콘텐츠를 공급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기존의 엔진으로는 한계가 너무나 명확했다.

트렌드를 맞추기 위해 새로운 시스템이나 게임 요소를 구상해도, 엔진의 한계 때문에 도입할 수가 없었다. 이런 경우가 너무 많았기에 기초적인 부분부터 게임을 바꿔야 할 필요를 늘 느끼고 있었고, 언제까지고 차일피일 미룰 수도 없었다.


Q. 엔진을 바꾼다는게 사실 쉬운 일은 아닐텐데, 리마스터 개발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어땠나?

정말 모든 과정이 다 쉽지 않았다. 단순한 포팅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게임을 만드는 과정이었다. 그나마 기존의 애니팡2가 확실한 기획안 역할을 해주었기 때문에 기획 코스트는 줄었지만, 개발자들도 새로운 엔진에 적응해가며 개발해야 했다.



▲ 기존보다 해상도면에서 큰 폭으로 나아진 모습


Q. 그럼 리마스터 업데이트와 동시에 기존의 애니팡2는 사라지는 것인가?

업데이트를 진행할 경우 기존 버전은 완전히 사라지고 새롭게 게임이 깔리게 된다. 당연히 유저 정보는 그대로 유지된다. 사실 이 부분이 우리에게 굉장히 도전적인 부분이었는데, 엔진을 바꾸게 되면 이에 따라 서버도 완전히 바뀐다. 때문에 유저 데이터를 유니티 엔진에 맞게 새롭게 코딩한 후 옮겨야 했는데, 애니팡2의 경우 누적 다운로드가 1,000만을 돌파한 게임이며, 유저 데이터를 코드화하면 몇백억 코드를 가뿐히 넘어서는 분량이다.

때문에 업데이트 적용 3개월 이전부터 최근 6개월 간 접속 이력이 있는 데이터를 우선해 데이터 이전 작업을 수행했고, 이는 지금도 진행중이다. 간혹 누락되거나, 오랫동안 접속이 없다가 접속한 유저가 데이터가 사라져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 문의를 주시면 우선해서 바로바로 처리하고 있다.


Q. 일반적으로 '리마스터'는 게임을 그대로 가져오되 최적화와 비주얼 측면에서 변경을 주는 과정이다. 그렇다면 이번 리마스터를 통해 새롭게 추가된 게임 요소나 콘텐츠는 없는가?

'텃밭'을 새로 일궜다고 보면 좋을 것 같다. 아직까지는 기존 '애니팡2'를 그대로 옮긴 것이지만, 기존 엔진의 한계로 추가하지 못했던 다양한 콘텐츠와 게임 요소를 추가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낡은 몸에서 영혼을 뽑아다가 완전히 새로운 몸에 집어넣었다고 해야 할까? 당연히 불편하거나 쾌적하지 못한 부분에 대한 개선이 이뤄졌고, 그간 추가하지 못했던 새로운 게임 요소도 준비 중이다.


Q. '선데이토즈'하면 3매치 퍼즐 게임을 깊이 파고드는 개발사의 이미지가 강하다. 사실상 3매치 퍼즐 게임의 유행이 지난 지금, 계속해서 이 장르를 파고드는 이유가 있는가?

간단히 말하면 잘 하는걸 하는 거다. 선데이토즈는 좋은 시기에 좋은 흐름을 타서 지금의 유저층을 확보할 수 있었고, 덕분에 3매치 퍼즐 게임이 난립하던 시절에 앞서나갈 수 있었다. 이렇게 모인 유저들의 플레이는 데이터가 되었고, 우리는 이 데이터를 이용해 계속 노하우를 쌓아갈 수 있었다. 이런 과정이 계속 반복되면서 3매치 퍼즐 게임에 대한 전문성이 생긴 것 같다. 물론, 처음에 비해 지금의 유저층은 얇아진 편이다. 하지만 일일 접속자 수로는 아직도 국내 탑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도, 알게모르게 많은 회사가 3매치 퍼즐을 만들고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장르 자체가 전통적으로 쉽고, 허들이 낮으며, 대중적인 면모를 띄기 때문이다. 다만, 유저층의 성향 차이 때문에 그리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지 못할 뿐이라 생각한다.

사실상 '애니팡'의 유저는 일반적인 게이머층과는 다른 성향을 보인다. 이들은 게임이 아닌 '애니팡'을 플레이하는 유저층으로, 많은 게임 중 자신이 원하는 게임을 취사선택하는 일반적인 '게이머'층과는 다른 패턴을 지닌 그룹이다. 하지만 다른 3매치 퍼즐 게임의 경우, 대부분의 초점이 일반적인 게이머층에 맞춰져 있다. 3매치 퍼즐 게임에서 아직도 우리가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이유가 이렇게 유리화된 유저 그룹의 성향 덕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Q. 그러고 보니 애니팡3도 과거 리마스터 과정을 한 번 겪었다. 이번 리마스터와의 차이는 무엇인가?

애니팡3의 경우 게임을 좀 더 깔끔하게 만들기 위해 환경 개선과 콘텐츠 트렌드를 현대에 맞추는 것을 목적으로 삼았다. 물론, 쉽게 결정된 사안은 아니었다. 회사 내부적으로도 '굳이 애니팡3 리마스터를 해야 하나?'하는 의견이 있었지만, 안주하다가 유저의 이탈을 보느니 계속해서 발전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당시 리마스터 과정을 통해 쓸데없는 이펙트나 자질구레한 찌꺼기를 모두 덜어냈고, 스테이지 플레이 타임을 평균 30초 정도 줄였고, 매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런 성과는 이번 리마스터의 결정 과정에도 영향을 주었는데, 애니팡2 리마스터의 경우 회사 내부적으로 반대 의견 없이 모두가 필요성을 느꼈다. 3편의 리마스터가 매우 긍정적인 피드백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Q. PC 기반의 게임도 5년을 넘어가면 라이브 서비스가 쉽지 않은데, 애니팡2만 해도 벌써 6년째 서비스를 이어오고 있다. 라이브서비스 과정에서 오는 어려움은 없는가?

애니팡3도 현재 내가 담당하고 있는데, 이 두 게임 모두 일정 선을 유지한 채 꾸준한 변화를 주는 것을 통해 라이브 서비스를 유지하고 있다. 스테이지 플레이라는 기반을 유지하면서 경쟁적인 요소나 미니게임을 도입한다거나, 과제와 보상 시스템을 손보면서 꾸준히 변화를 준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반응이 좋지 않은 요소는 바로바로 없애고 다른 시스템의 도입을 시도한다.

지금껏 애니팡 시리즈를 서비스해오면서 한시도 이 게임을 그냥 유지하자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꾸준히 새로운 것을 만들고 시도하고 있다. 현재 라이브중인 애니팡2 시즌2의 스테이지 갯수가 3,380개인데, 유저 중에는 이 스테이지를 전부 다 클리어한 분이 적지 않다. 이런 분들이 끊임없이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주마다 이벤트를 진행하고, 새로운 꾸준히 콘텐츠를 공급하고 있다.


Q. 국내에서 개발되는 3매치 퍼즐 게임들이 그리 많지 않은건 사실이지만, 해외 개발사들이 개발한 3매치 퍼즐 게임은 꾸준히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들과 경쟁하는것도 쉽지 않은 일 아닌가?

진입 장벽이 워낙 낮은 장르라 대중성을 확보하기 쉬운데다 엄청난 양의 광고를 하기 때문에 의식되지 않는다는 건 거짓일 것 같다. 내가 아는 수준에서 말하자면, 이런 해외 게임들은 거의 모든 수익을 그대로 광고 비용으로 사용한다. 아마 지금 이 게임을 통해 수익을 거두기보단, 훗날을 위해 브랜드 바운더리를 확보하고자 하는 이유일 테다. 실제로 유명한 시리즈인 '꿈의 XX' 시리즈의 경우 후속작 덕분에 전작의 매출이 오르는 등의 시너지를 실제로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국내 게임의 경우 프렌차이즈 형태로 만들어지고는 있지만, 장르적 카테고리에서 게임을 묶는 경우가 별로 없다. 애니팡 시리즈의 경우 해외 게임들과 유사한 형태의 브랜드 메이킹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하지만 애니팡이 다른 해외 3매치 퍼즐들 사이에서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결정적인 이유는 앞에서 말한 유저 그룹의 성향 덕분이다. 광고를 통해 유입되는 게이머들은 대부분 여러 게임을 플레이하는 젊은 층들이지만, 애니팡의 유저들은 그저 애니팡을 플레이한다.

이런 유저 성향은 우리의 개발 방향에도 영향을 준다. 복잡한 시스템이나 코어한 플레이를 지양하고, 직관적인 UI와 보는 순간 파악할 수 있는 쉬운 게임성을 추구한다. 우리의 콘텐츠 기획은 모두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이뤄진다.


Q. 앞서, 이번 리마스터가 완전히 새로운 몸으로 갈아타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새로운 네이밍을 고려할만 한데, 굳이 '애니팡2'라는 이름을 고수한 이유가 있는가?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게임 내적으로 애니팡2와 다른 무언가를 아직 보여주지 못했다. 색다른 시스템이나 확장 요소를 준비중이지만 현 시점에서는 기존의 애니팡2를 옮긴 게임이며, 새로운 넘버링이나 부제를 부여할 수준이라고는 볼 수 없다.

다른 이유는 앞서 말한 유저층의 성향이다. 애니팡2의 경우 게임 간 이동이 적은 유저층이 다수를 이루고, 이들을 대상으로 굳이 익숙한 이름을 버리고 새로운 이름을 짓는 것은 오히려 혼동을 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 아직까진 예전 그대로 더 깔끔해진 모습 정도다.


Q. 확실히, 애니팡의 유저층은 다른 게임에 비해 유니크한 면이 있는 것 같다. 당연히 이들에게 보답하고자 하는 마음도 있을 텐데, 쉽지 않아 보인다. 오프라인 행사를 마련하기도 애매한 상황 아닌가. 어떻게 이들에게 보답하고자 하는가?

말한 대로 이 고마운 분들에게 해드릴 수 있는게 그리 많지 않다.(웃음) 가장 좋은 것은 게임 환경의 개선과 안정성 확보, 그리고 꾸준한 콘텐츠 공급이라 생각한다. 어려운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수 있도록 돕고, 또 새로운 스테이지를 만들어내는 것. 그것이 애니팡이 살아남은 비결이자, 우리가 꾸준히 해야 할 것이고, 동시에 유저 분들을 위한 가장 우선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Q. 마지막으로, 혹시나 이 인터뷰를 볼 애니팡 유저분들을 위해 남기고 싶은 말은 없는가?

애니팡2와 관련된 인터뷰를 지금까지 세 번 진행했는데, 매번 게이머분들에게 감사를 드리고 있다. 아니, 다르게 말하자면 감사함만을 표현했다. 이번에는 이를 넘어 하나의 약속을 하고 싶다. 앞으로도 꾸준히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고, 더 많은 즐길거리를 제공해드릴 것이란 약속. 6년을 서비스해온 게임이지만 완전히 새로운 게임과 같은 신선함을 드리면서, 동시에 꾸준히 즐겨온 '애니팡2'의 느낌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그런 게임을 만들어가겠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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