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사악한 채소는 토끼에게 혼나야 합니다

리뷰 | 양영석 기자 |

새롭지는 않지만, 경쾌하고 즐거운 토끼의 점프


이동과 점프. 저는 게임에서 가장 단순하면서도 어렵고, 가장 재미있는 두 가지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점프가 없는 게임도 있지만 보통 점프가 있는 게임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점프를 자꾸 합니다. 도저히 이유는 모르겠는데 점프가 재미있습니다. 근본적인 매력이라고 할까요.

이러한 점프와 이동을 기반으로 한 점핑 액션은 주로 맵 상에 있는 발판, 혹은 적은 짓밟고 이동하면서 목표를 달성합니다. 그래서 틀, 혹은 발판인 '플랫폼(platform)'을 잘 공략해야 하죠. 점프도 잘하고 이동도 잘해야 됩니다. 이러한 '점프'와 '이동'을 기반으로 만들어낸 액션 게임들은 '플랫포머'라고 부르는 편이죠. 가장 대표적인 게임으로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마리오'와 '동키콩 컨트리'가 있습니다.

물론 어느 장르나 마찬가지이듯, 이러한 플랫포머류는 생각보다 고전적인 감성입니다. 그렇지만 그 재미만큼은 지금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게임에서 재미를 제공하는 가장 원초적인 목적에 가깝게 닿아있습니다. 플레이어가 노력(점프, 액션)을 하면, 그에 합당한 보상(스테이지 클리어)을 받죠. 물론 이런 과정에서 한층 더 심화되어, 공격을 포함해 다양한 액션 및 맵과 요소들이 추가되면서 장르의 발전이 이뤄졌습니다.

오늘 리뷰해보고자 하는 '카제 앤 더 와일드 마스크(KAZE and the Wild MASKS, 이하 카제)'는 이러한 플랫포머의 근본에 닿아있는, 고전 감성이 잘 살아있는 현대적인 플랫포머 게임입니다. 일단 점프하면 생각나는 토끼가 주인공이죠.



게임명 : 카제 앤 더 와일드 마스크
장르명 : 플랫포머
출시일 : 2021.03.26.
개발사 : PixelHive
서비스 : SOEDESCO.
플랫폼 : PC, Stadia, PS4/5, XBO, XSX|S, Switch

관련 링크: 'KAZE and the Wild MASKS' 오픈크리틱 페이지


정통 플랫포머 - 점프와 이동만으로도 즐.겁.다!




'카제'를 시작하면, 플레이어는 왜 모험을 시작하는지 아주 간단한 스토리를 보게 됩니다. 일단 위험해 보이고 신기한 물건은 함부로 만지면 안 된다는 소중한 교훈과 함께 모험이 시작되죠. 그리고 어느 플랫포머 게임이나 똑같은 행동들을 하게 됩니다. 이동과 점프죠. 조작에 대해서는 점차 게임을 진행하면서 알아갑니다.

점프와 이동 외에도 공격과 활공이 함께 포함되어 있습니다. 흉악하고 사악한 채소들이 토끼를 막아서고, 동물 친구들을 괴롭힙니다. 우리 여정은 이들을 다시 혼내주는 겁니다. 사악한 채소를 물리치는 토끼의 여정이랄까요. 최종 스테이지에서는 '보스'를 만나 점프로 야무지게 밟아주면 끝이죠. 클래식한 플랫포머의 흐름과 레벨 디자인을 전형적으로 따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액션의 완성도는 수준급입니다. 그리고 쉽지 않아요. 요즘 식으로 표현하자면 게임을 지켜보는 사람이 있다면, 보는 사람이 많이 매운 기분을 느낄 겁니다. 초반 스테이지부터 상당한 난이도를 요구하고, 한 번의 흐름으로 끝까지 이어지는 경쾌한 액션들을 이어가게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액션에 '진수'라고 볼 수 있는 점은 바로 마스크입니다. 스테이지 진행 도중 때때로 만나는 마스크를 쓰게 되면, 새로운 능력을 일시적으로 얻게 됩니다. 하늘을 날 수 있게 되거나, 물속을 헤엄치기도 하고 호랑이처럼 달려들 수 있는 무시무시한 토끼가 됩니다. 이렇게 새로운 마스크를 쓰며 얻게 된 새로운 액션들은, 자칫 단순하게 느껴질 수 있는 과정에서 한층 더 생기를 불어넣고 다양성을 만듭니다.

이런 액션들을 선보이는 '카제'를 조작하면서 또 하나의 도전이 이뤄집니다. 생각보다 게임의 난이도는 낮지 않고, 대부분의 스테이지가 명확한 '템포'를 갖고 있습니다. 확실하고 올바른 템포로 발판을 넘고 활공하면서 맵의 기믹을 조작해 스테이지를 헤쳐나가죠. 이 과정 자체가 쉽지만은 않습니다. 생각보다 타이밍, 조작이 빡빡하고 이는 플레이어의 '도전 정신'을 이끌어내는 좋은 과정입니다. 개인적으로 패드를 집어던질 정도의 분노보다는 "어우, 이거 좀 어렵네"라는 느낌이 들었죠. 이는 '확실한 공략 방법'이 눈에 잘 들어오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게임이 너무 어렵다면 쉬운 모드를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콜렉팅과 도전 모드, 플레이의 즐거움은 확실하다




물론 이런 과정이 단순하게 반복되면 게임이 금방 지루해질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플레이어의 도전 정신을 이끌어내는 건 맵 디자인과 콜렉팅 요소입니다. 비록 아무 설명도 없고 그저 그림 몇 장만 나열되는 스토리입니다만, 이러한 콜렉팅 요소에 의해 스토리의 진 엔딩이 바뀌게 됩니다.

매 스테이지마다 모아야 하는 K, A, Z, E 문구가 있고 이를 다 모은 뒤에는 숨겨진 '보너스 스테이지'를 찾아서 녹색 보석을 얻어야 합니다. 매 스테이지마다 녹색 보석, 금색 보석, 그리고 마지막으로 작은 빨간 보석들을 모아서 총 100개 이상을 채우는 목표가 존재하죠. 이를 3개 모두 모았다면 완벽한 스테이지 클리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이 3개의 요소를 모두 모으면 완벽한 스테이지 클리어입니다.

그러면 이후 스테이지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가?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나름대로 개발자가 지정해둔 타임 어택 요소가 있어서, 콜렉팅에 집중하지 않고 그저 빠르게만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일명 '스피드런'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성해두었죠. 이를 통해서 다시 콜렉팅을 하기 위해 이전 스테이지로 돌아가 다시 콜렉팅을 느긋하게 시도해볼 수 있고, 반대로 더 빠르게 '타임어택'을 즐길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런 과정 자체가 언제나 모든 플레이어들에게 통하지는 않습니다. 이는 플레이어들에게 게임을 즐기는 '다양성'을 제공해 준 것이고, 취향에 따라 즐기도록 만든 장치라고 할 수 있죠. 그리고 다회차 플레이에 대한 동기부여가 매우 낮기에, 일회성으로 즐기기 좋은 느낌도 있습니다.



새롭지는 않지만, 완성도 높은 훌륭한 플랫포머




사악한 채소들의 음모를 막아내고 징벌하는 스타일리시한 토끼 액션. 카제는 꽤 재미있는 컨셉과 흥미로운 요소들을 잘 만들어 넣었지만, 그렇다고 '플랫포머'라는 장르의 혁신을 일으킬 정도의 게임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게임 스테이지나 보스전의 구도 자체도 크게 색다르고 새롭다고 하긴 어렵습니다.

직관적이고 명확한 맵 디자인과 함정 등 스테이지의 구성 요소 자체는 중요하고, 이를 잘 구현했지만 혁신적인 디자인이라고는 할 수 없죠. 기존 플랫포머 장르에서 보이던 대부분의 기믹과 함정들은 새롭다고 할 순 없습니다. 대부분 어디서 봤고, 우리가 해봤으며 익숙하기에 금방 대응할 수 있는 느낌이 강하죠. 물론 디자인은 참신합니다. 사악한 채소들은 정말 얄밉거든요.




그렇다고 이 게임이 제공하는 재미가 빛을 바라게 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워낙에 잘 만들어진 픽셀 아트와, 훌륭한 조작감으로 인한 점프 액션은 플랫포머라는 장르의 가장 큰 핵심이자 재미를 꿰뚫고 있습니다. 스테이지별 콜렉팅 요소와 경쾌한 흐름의 액션은 플레이어의 도전 정신을 자극하고, 이를 통해서 '노력'과 '보상'의 구조를 명확하게 제시합니다.

열심히 한 만큼, 완벽하게 한 만큼 뿌듯한 게임의 재미는 훌륭합니다. 점프와 이동만으로도, 얼마나 재미있는지를 증명한 장르가 '플랫포머'라고 할 수 있고 카제의 핵심도 이와 같습니다. 그리고 현대적으로 조금 더 살을 붙여서 더 재미있고 도전적으로 만든 셈이죠.

게임의 스토리는 매우 밋밋한 편이 조금 아쉽습니다. 카제는 상당히 매력적이고 흥미로운 세계관을 갖고 있지만, 우리가 주인공과 그 친구가 어째서 만지면 안 될듯한 물건을 만진 이유조차 모릅니다. 즉, 세계관과 스토리에 대한 텔링이 많이 없다는 점입니다. 이를 위한 극적인 시놉시스도 존재하지 않죠. 물론 이는 '플랫포머'라는 장르에서 필수적인 요소들이 아닙니다만, 발전하고 있는 현대적인 사이드 스크롤러 게임에도 조금씩 요구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결론적으로 '카제'는 충분히 플랫포머의 팬이라면 즐거운 여행을 느낄 수 있는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눈물 나는 신파극이나 감동적인 메인 시놉시스가 있는 건 아니지만, 가볍게 '여행'을 해볼 수 있는 게임이랄까요. 훌륭한 픽셀 아트와 상쾌한 음악으로, 흉악한 채소들이 괴롭히는 동물 친구들을 구해내는 여정 자체가 매우 경쾌한 액션과 도전적인 스테이지를 제공하니까요.
  • 리드미컬하고 경쾌한 점핑액션
  • 고해상도에서도 깔끔, 훌륭한 픽셀 그래픽
  • 콜렉팅-스피드런의 적절한 조화
  • 매력적인 캐릭터에 비해 빈약한 스토리
  • 다회차 플레이는 불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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