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빈딕투스', 액션의 방향성은 잡았다

게임소개 | 윤홍만 기자 | 댓글: 67개 |

마비노기 영웅전(이하 마영전)을 기반으로 한 신작 액션 게임 '빈딕투스: 디파잉 페이트(이하 빈딕투스)'가 지난 14일, 스팀을 통해 프리 알파 테스트를 시작했다. '빈딕투스'는 등장과 동시에 수많은 게이머들의 관심을 끈 게임이다. 간만에 등장한 신작이라는 점, 그리고 마영전을 기반으로 했다는 점에서 원작을 즐긴 게이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스팀 페이지가 열리자마자 게임에 대한 소식이 이곳저곳으로 퍼져나갔고 이를 본 게이머들 역시 하루빨리 즐기고 싶다고 얘기했을 정도다.

다행스럽게도 '빈딕투스'를 만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공개와 동시에 14일부터 18일까지 프리 알파 테스트를 한다는 소식을 함께 전한 것이다. 프리 알파 테스트에서는 초반 지역으로 마영전을 즐긴 게이머들에게 익숙한 '북쪽 폐허'와 '얼음 계곡'을 무대로 피오나와 리시타 2종의 캐릭터를 체험할 수 있었다.

프리 알파 테스트를 통해 액션의 방향성을 검증하고자 하는 '빈딕투스'다. 마영전을 기반으로 한층 묵직해진 '빈딕투스'의 액션을 과연 게이머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일단 다른 건 몰라도 액션의 방향성만큼은 제대로 잡은 느낌이다. 아직 어색한 부분도 있지만, 액션 게임의 알파이자 오메가라고 할 수 있는 '손맛' 하나는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환골탈태! 언리얼 엔진5로 다시 태어난 마영전




게임을 하고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건 비주얼에 대한 부분이었다. 언리얼 엔진5로 개발 중인 '빈딕투스'는 소스 엔진으로 개발된 마영전과 비교했을 때 단순한 그래픽 퀄리티부터 캐릭터 디자인, 연출 전반에 이르기까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발전했다. 마영전이 경쾌한 느낌이라면 '빈딕투스'는 경쾌함 대신 묵직한 느낌이 더해져 한층 사실적인 느낌을 준다고 할 수 있다.

몬스터 디자인 역시 이러한 사실적인, 그리고 묵직한 디자인이라는 기조에 어울리게 새롭게 디자인됐다. 마영전에서는 보스를 제외하고는 빈약한 모습이었던 놀과 코볼트 모두 초반 지역 몬스터임에도 불구하고 위협적인 외형으로 재탄생했다. 하나같이 벌크업을 해서 잡몹처럼 느껴지지 않을뿐더러 보스인 놀 치프틴과 이뮤르크에 이르러서는 연출과 다양한 패턴을 통해 플레이어를 압박한다. 누가 봐도 묵직함을 추구하는 정통 액션 게임이라는 점을 알 수 있는 모습이다.



▲ 놀 치프틴의 경우 어딘지 밋밋했던 원작과 달리 족장이라는 위상에 걸맞게 변했다

프리 알파 테스트를 기준으로 레벨 디자인은 마영전과 큰 차이가 없는 모습이다. 스테이지가 탁 트인 형태로 바뀌긴 했지만, 바뀐 건 어디까지나 겉모습뿐이고 레벨 디자인 자체는 선형적 진행 방식으로 거의 동일했다. 앞을 막아서는 몬스터 몇 마리를 처치하면 휴식 포인트가 나오고 쉬면서 포션을 채우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고 중간 보스를 처치하는 걸 반복하는 방식으로 다소 단조롭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이번 프리 알파 테스트가 보스전을 중심으로 전투 시스템 검증에 초점을 맞췄다는 걸 고려하면 충분히 납득할 만한 수준이었다.




물론 만족스럽다는 얘기는 아니다. 어디까지나 프리 알파 테스트이기에 납득했다는 거지 대체로 단조로운 게 사실이다. 넓지만 황량하다. 더욱이 잡몹 무리나 중간 보스를 잡으면 그다음에 바로 휴식 포인트가 나오는 등 누가 봐도 의도적으로 조절했음을 알 수 있다. 원작인 마영전에서는 잡몹 구간은 호쾌하게 쓸어버릴 수 있도록 한 만큼, 이 부분은 다음 테스트를 기대케 했다.



▲ 소울 시리즈의 화톳불을 떠올리게 하는 휴식 포인트. 테스트에서는 적들이 부활하거나 하진 않았다



한층 정교하게, 경쾌함 빠지고 묵직함이 더해진 액션




얼핏 '빈딕투스'의 전투 시스템과 마영전의 전투 시스템은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1타, 2타, 3타, 4타 일반 공격에 이은 스매시(강공격)으로 콤보를 넣는 방식부터 쌍검을 든 리시타와 한손검, 방패를 든 피오나가 저마다 다른 전투 스타일을 선보이는 점, 그리고 그들의 간판 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글라이딩 퓨리와 헤비 스탠더 등 빼놓을 수 없는 원작의 요소들을 착실히 가져왔다. 다만, 가져온 건 딱 이 정도 뿐이다. 마영전이라는 IP의 근본이자 뼈대라고 할 수 있는 부분뿐. '빈딕투스'는 경쾌함 대신 묵직함을 선택함으로써 차별화를 꾀했다. 이른바 공격속도라는 개념 자체를 아예 배제한 것이다.

마영전에서 공격 속도는 공격력이나 크리티컬 확률, 크리티컬 피해량만큼이나 중요한 요소다. 앞서 언급한 콤보 때문이다. 피오나의 경우 4타 콤보인 아마란스 킥이 압도적이라고 할 정도로 강력하기에 제대로 아마란스 킥을 날리려면, 강해지려면 무엇보다 우선해서 공격 속도를 올릴 필요가 있었다.

이 또한 마영전의 특징이자 매력, 전투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문제는 그로 인해 발생하는 인플레이션이다. 나날이 스펙이 오르면서 오늘날 마영전은 초창기에 추구했던 사실적인 전투에서 멀어졌다. 물론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러한 변화가 무조건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스펙을 추구함으로써 생긴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볼 수도 있다. 다만, 확실한 건 초창기 마영전이 추구했던 전투 스타일과 지금의 마영전이 추구하는 전투 스타일은 사뭇 다르다는 것이다. 사실적이고 경쾌한 액션에서 경쾌한 액션만 남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빈딕투스'는 원점으로 돌아갔다고 할 수 있다. 공격 속도 개념이 사라졌을 뿐 아니라 초창기 마영전과 비교해도 한층 더 묵직하다. 그러다보니 플레이 감각 역시 마영전과는 사뭇 다르다. 폭풍처럼 몰아붙이는 마영전과 달리 '빈딕투스'의 보스전은 여러모로 절제되어 있다. 보스를 상대하기 위해선 죽고 또 죽으면서 패턴을 파악하는 식으로 빈틈을 노리는 방식이 요구된다. 반복적인 죽음과 부활, 그리고 플레이어가 성장한다는 개념에서 본다면 일견 소울라이크가 떠오르는 부분이다.

액션의 방향성이 원점으로 돌아감에 따라 플레이어블 캐릭터의 방향성 역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번 프리 알파 테스트에서 플레이할 수 있는 피오나와 리시타의 플레이 감각은 사뭇 다르다. 한손검과 방패를 든 피오나는 구르기로 적의 공격을 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방패로 공격을 막거나 카운터할 수 있으며, 쌍검을 든 리시타는 방어를 할 수 없는 대신 슬라이딩으로 적의 공격을 연속해서 회피하는 등 경쾌한 움직임을 선보인다.



▲ 피오나로 모든 공격을 가드 카운터 했을 때의 쾌감이란




이러한 캐릭터들의 특징은 원작인 마영전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많은 부분에서 변화를 겪었다. 피오나를 상징하는 가드와 가드 카운터, 그리고 리시타의 글라이딩 퓨리(이하 퓨리)가 대표적이다.

둘 다 마영전에도 있던 스킬이지만, 방향성이 조금 달라졌다. 피오나의 가드, 가드 카운터의 경우 적의 공격을 튕겨낸 후 반격을 하는, 일종의 패링과도 같은 느낌으로 바뀌었으며, 리시타의 퓨리는 크리티컬이 떠야 발동할 수 있었던 게 특정 액티브 스킬과 콤보 스매시에 이어서 쓸 수 있도록 바뀜으로써 플레이어가 의도적으로 원할 때 쓸 수 있도록 변했다. 플레이어의 실력에 따라 액션의 깊이감 역시 깊어지는 식으로 바뀌었다고 할 수 있다.



▲ 퓨리를 잘만 쓰면 이런 식으로 공격과 회피를 동시에 하는 것도 가능하다

4개의 액티브 스킬 역시 간과할 수 없다. 마영전에도 있던 액티브 스킬이지만, '빈딕투스'에서는 더욱 중요해졌다. 리시타의 경우 퓨리를 쓰기 위해선 액티브 스킬을 써야 할 필요가 있을 뿐 아니라 일부 스킬은 적에게 경직을 줄 수 있어서 보스전에서 특정 패턴을 막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빈딕투스'의 전투는 적의 패턴을 파악하고 패턴 사이에 어떤 식으로 대응할 것인지가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피오나를 예로 들자면 가드 카운터를 쓸 경우 보스의 이어질 공격에 대비해서 가드 카운터를 아예 안 쓸지, 아니면 한번만 쓸지, 연속으로 쓸지 신경쓰면서 전투를 진행하는 식이다.



▲ 액티브 스킬로 경직을 줘서 보스의 움직임을 끊을 수도 있다

이러한 보스전의 백미는 단연 특수 패턴이라고 할 수 있다. 피오나의 경우 익숙해진다면 가드와 가드 카운터로 보스를 농락하는 것도 불가능한 게 아니다. 이는 리시타 역시 마찬가지로 패턴에 익숙해지면 말 그대로 회피로 보스를 농락하듯이 처치할 수도 있다.

이처럼 반복적인 도전으로 익숙해지기 쉬운 보스전에 변수를 더하는 요소로 보스들에게는 가드 불가, 가드 및 회피 불가라는 특수 패턴들이 주어졌다. 각각 노란색 안광, 붉은색 안광을 빛내는 공격으로 플레이어의 즉각적인 판단을 요구한다. 다소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번 테스트에서는 보스전의 깊이를 더해주는 요소로서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게 만들어주었기에 여러모로 만족스러운 요소였다고 생각한다.



▲ 제법 익숙해진 순간 날아드는 이러한 특수 패턴은 보스전의 긴장감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명확한 방향성, 이제는 갈고 닦는 일만 남았다




일반적으로 알파 테스트라고 하면 게임사 내부에서 게임에 대한 방향성을 검증하기 위해 하는 경우가 많다. 즉, 현재 '빈딕투스'는 개발 프로세서상 프로토타이핑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콘텐츠라는 살을 붙이기 전에 핵심 시스템, 그 뼈대가 제대로 만들어졌는지를 확인하는 단계다. 하지만 이를 고려해도 '빈딕투스'의 완성도는 놀라울 정도다. 무엇보다 '빈딕투스'가 추구하는 액션의 방향성을 명확히 제시했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알파 테스트였다고 생각한다.

물론 완벽하기만 한 테스트였던 건 아니었다. 아쉬운 점, 앞으로 해결할 숙제 역시 확인할 수 있었다. 게임을 해본 모두가 입을 모아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한 록온에 대한 것부터 불합리하다고 느껴지는 보스의 몇몇 패턴 등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리시타의 퓨리 이펙트가 다소 밋밋하다는 것부터 피오나에 이르러서는 헤비 스탠더가 사실상 쓸모가 없다는 점, 그리고 가드 카운터의 낮은 성능으로 인해 차라리 회피하는 게 더 낫다는 얘기 등 퀄리티에 대한 것부터 밸런스 전반에 이르기까지 여러 개선사항이 거론되기도 했다.



▲ 헤비 스탠더는 이번 테스트에서 여러모로 애물단지에 불과했다

다만, 어디까지나 아쉬움일 뿐이다. 뼈대가 잘못되면 아예 프로젝트를 엎을 수밖에 없지만, 이번 프리 알파 테스트에서 체험해 본 '빈딕투스'의 뼈대는 튼튼했다. 그런 의미에서 볼때 앞서 언급한 단점도 치명적이라고 할 수 없다. 애초에 방향성을 검증하고 해결해야 할 부분을 확인하고자 하는 알파 테스트 아니던가. 록온 시스템은 개선하면 되고 퓨리 이펙트는 좀 더 화려하게, 가드 카운터 성능은 좀 더 강력하게 하는 식으로 얼마든지 개선할 수 있다. 게임을 싹 뜯어고쳐야 하는 것도 아니기에 오히려 앞으로를 더욱 기대케했다.

'빈딕투스'는 14일부터 오는 18일까지 프리 알파 테스트를 진행한다. 마영전을 해봤거나 묵직한 액션이 취향인 게이머라면 이번 테스트 기간을 놓치지 말길 바란다. 모두가 만족할 게임은 아니겠지만, 알파 테스트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까지 출시가 기다려지는 게임은 참 오랜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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