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제 우리는 꽃봉오리가 됐다, '플레이그라운드'

인터뷰 | 원동현 기자 | 댓글: 2개 |
사람들은 언제나 도전을 꿈꾼다. 자신의 뜻을 펼치기 위해,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새로운 미래를 내다본다. 그 길 끝에 펼쳐져 있을 장미빛 언덕이 눈앞에 둥실둥실 떠다는 것만 같다.

하지만 모든 결정에는 위험이 따른다. 도전한다는 건 궤도를 벗어난다는 뜻과 같다. 더 큰 성공의 가능성이 있을지라도, 실패의 가능성 역시 존재한다는 걸 어느 순간 깨닫게 된다. 그 두려움을 느끼는 순간, 발걸음은 움츠러들고, 시선은 흔들린다. 자신의 꿈이 너무나 요원해 보인다.

창업은 대표적인 도전 중 하나다. 기업의 대표가 된다는 건, 더 이상 그 누구도 자신의 안위를 챙겨주지 않는다는 뜻과 같다. 하물며 수익 기반도, 사업 성공의 밑거름이 될 지식도 없다면 그 앞에 펼쳐질 길은 그야말로 가시밭길이다.

최근 만난 플레이그라운드는 그런 가시밭길을 해쳐온 국내 인디 게임팀이다. 군대에서 만난 인연과 함께 무턱대고 인디 게임 개발을 시작했다. 터무니없는 도전이었으나, 두려워하지 않았다. 무모하다는 평가에도 굴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은 이제 네오위즈라는 새로운 터전에서 또 다른 꽃망울을 맺으려 하고 있다.







▲ 좌측부터 위강욱, 김호연, 김태형

Q. 간단한 본인 소개 부탁한다.

김태형 : 플레이그라운드 창업 멤버다. 그래픽 및 기획을 담당하고 있고, 최근 네오위즈에 합류했다.

김호연 : 플레이그라운드 팀원이다. 김태형 팀장과 같이 초기 멤버로 근무하다 네오위즈에 합류하게 됐다. 프로그래밍을 담당하고 있다.

위강욱 : 아트를 담당하고 있다. 네오위즈로 이직한 뒤 김태형 팀장 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됐다.


Q. 플레이그라운드는 어떤 팀인가?

김태형 : 2015년도 2월부터 2인 체제로 개발을 시작했다. 학생 시절부터 '더 램프'와 '컬러팝'을 개발해 서비스했고, 많은 대회에서 수상의 영예를 거머쥐기도 했다. 이후 네오위즈와 연이 닿아 사내 개발팀으로 합류하게 됐다.



Q. 플레이그라운드로 팀명을 정한 이유가 있을까?

김태형 : 대학교 1학년 시절, 게임 개발자의 꿈을 한창 키워가고 있을 때 '게임의 재미란 무엇일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다. 당시, 강진축구를 개발한 이강진 개발자에게 자문을 구했다. 당시 이강진 개발자의 답변이 참 인상적이었는데, '사람들 표정을 보고 있으면 (재미가 무엇인지) 알게 된다'고 답을 줬다.

재미는 곧 웃음이 아니다. 정말 재미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상태가 될 때가 있다. 표정에 그게 고스란히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런 표정이 진정한 '재미'를 표현해주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 재미를 전달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고, 팀명에도 그런 이념을 담아내고자 했다. 어릴 적 놀이터에서 해가 질 때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던 그 추억을 담아 '플레이그라운드'로 팀명을 정했다.


Q. 태형씨와 호연씨는 원래부터 알던 사이였나?

김태형 : 우리 만남이 참 독특하다. 호연이는 나와 딱 1년 차이가 나는 군대 후임이었다.


Q. 아버지-아들 관계인가?

김태형 : 맞다(웃음). 딱 내 아들 군번이었다. 일도 참 잘하고, 성격도 워낙 싹싹했던 후임이라 군생활 내내 정말 좋아했던 친구다.


Q. 김태형 팀장은 군대 시절 좋은 선임이었나?

김호연 : 참 좋은 선임이었다. 부조리하게 후임을 혼내는 일도 없었고, 워낙 사람이 좋았다. 아직도 기억나는 일화가 있다. 내가 아직 이병이고, 김태형 팀장이 상병일적에 사수-부사수 관계로 야간 근무에 들어간 적이 있다. 당시 김태형 팀장이 본인이 쓴 소설을 보여주기도 하고, 여러 인생 이야기를 들려줬다.

김태형 : 어릴 적부터 창업을 하겠다는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군생활을 하며 남는 시간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 그때 문득 장편소설 한 권을 완성시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틈이 생길 때마다 글을 써내려가기 시작했고, 결과적으로 400장 분량의 소설을 완성했다.



▲ "좋은 선임이었습니다"


Q. 참 신기하다. 군대에서 만난 인연이 계속 이어져 같이 창업까지 하게 됐다는 게 놀랍다.

김태형 : 군대 생활을 하다보면 사람의 인성을 낱낱이 보게 된다. 난 호연이의 태도와 일하는 방식, 그리고 인품이 참 마음에 들었다. 전역 후, 호연이와 같이 창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호연이가 전역한 뒤, 내가 같이 게임을 만들어보자 제안했다. 처음엔 거절을 하더라.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정이다. 나도, 그 친구도 수중에 가진 게 없는 학생일 뿐이었으니까. 호연이가 일주일 정도 고민한 뒤 내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때부터 맨땅에 헤딩이 시작됐다(웃음).


Q. 호연씨는 프로그래밍을 배운 적이 없던 건가?

김호연 : 전혀 몰랐다.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이었다. 책을 붙잡고 하나하나 처음부터 배워갔다.

김태형 : 자본은 없고, 모르는 것도 많고, 이래저래 험난했다. 호연이가 월요일날 짐을 싸서 우리 집으로 내려오면 금요일까지 계속 같이 게임을 만들었다. 그 생활이 약 1년 정도 지속됐다.

어느 날 호연이가 일주일 동안 쉬고 오겠다 했을 때, 묵묵히 기다렸다. 나는 창업을 하겠다는 목표를 오랫동안 간직해왔지만, 호연이 입장에선 참 힘든 시기였을 테니까. 다행히 첫 작품인 '더 램프: 어드밴스드'가 좋은 성적을 거둬 서울에 사무실을 마련할 수 있었다.


Q. 어떻게 보자면 무모한 도전일 수도 있는데, 주변의 반대는 없었나?

김호연 : 있었다. 특히 아버지가 참 우려를 많이 하셨다. 게임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신 건 아니지만, 창업이라는 게 워낙 험난한 길이니 걱정이 앞서셨던 것 같다.

김태형 : 호연이 아버지가 그림을 그리시는 분이다. 이번에 우리가 네오위즈에 입사하게 됐다고 소식을 알렸을 때, 제게 그림 하나를 보내주셨다. 석양 속에 불꽃을 든 남성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는데, 그 그림을 보자마자 눈물이 났다. 보잘 것 없어 보이던 불꽃이지만, 석양이 질 적에는 그것만큼 밝은 게 없다는 메세지가 담겨있었다. 그간의 고생을 정서적으로 위로 받고, 인정받는 느낌이었다.



▲ 김호연씨 아버지가 보내온 그림


Q. 네오위즈에 입사하고 가장 크게 변한 건 무엇일까?

김태형 : 개발 방향이 변한 건 없다. 우리의 의견을 회사 측에서 굉장히 존중해준다. 다만, 워낙 능력 있는 분들이 많으셔서 자발적으로 자문을 종종 구하긴 했다. 개발 프로세스는 큰 변화가 생겼다. 이전까지는 그저 무턱대고 게임을 만들기에 급급했지만, 전문가분들과 함께하니 한층 효율적으로 게임을 만들 수 있게 되어 정말 좋다.

여담이지만, 입사 후 생각의 틀이 많이 열렸다. 지금 돌이켜보면 과거 작품이 더 크게 성공하지 못한 이유가 내 사고가 갇힌 탓이었던 거 같다. 과거 두 번째 작품인 '컬러팝'으로 구글 페스티벌에서 상을 수상했을 때, 유명 게임 크리에이터가 내게 '이 게임 너무 어려운 거 같아요'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때 난 '원래 그런 게임이에요'라고 답했다. 지금 누군가 내게 그런 평가를 보인다면 이전처럼 대답할 수는 없을 거 같다. 그 사람의 기준이, 평가가 더 올바르고 대중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Q. 어떤 조언이 제일 인상 깊었나?

김태형 : '피규어즈 워'의 프로토타입은 RPG 요소가 너무 강해 전략적 요소가 상대적으로 묻히는 단점을 갖고 있었다. 유닛의 '레벨'이 너무 효율적이라 다른 부분의 재미가 매몰된 셈이다. 이때 다른 개발자분이 전략 게임의 본질적 재미는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져줬다. 이때 뭔가 깨달음을 얻은 기분이었다. 이후 '전투'에 대한 R&D를 끊임없이 해왔고, 결과적으로 전략적 재미가 한층 가미된 방식이 탄생했다.

과거 전투방식은 양측 진영이 중간에서 치고 박고 싸우는 방식이었다. 이 형태를 전술 격자로 분산시키고, 양측에서의 전투 지원을 가능케 해 전세 역전의 가능성을 제공했다.


Q. 최근 준비 중인 작품 '피규어즈 워'가 시스템 외적으로도 크게 변했다고 들었다. 최근 합류한 위강욱씨 덕택일까?

김태형 : 네오위즈에 입사하자마자 좋은 디자이너를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정말 수소문 끝에 찾은 인재다. 실력도 정말 좋지만, 무엇보다도 인품이 마음에 들었다. 기존 멤버와 호흡이 잘 맞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어 제가 직접 게임 소개를 하며 열심히 설득했다. 실제로 강욱씨가 들어오고 게임 전체의 모습이 확 바뀌었다. 전문가의 손길이 다르긴 다르더라.



▲ 여러모로 환골탈태를 이뤄낸 '피규어즈 워'


Q. 어느 정도 완성된 게임을 도맡은 만큼, 작업에 어려움도 있었을 것 같다.

위강욱 : 오히려 그래서 편했던 것 같다. 더 이상 기획의 방향성이 흔들릴 일도 없고, 김태형 팀장의 의견도 확고해 작업의 진척이 빨랐다. 어떻게 보자면 컨셉을 잡는데 필요한 레퍼런스가 이미 완벽히 마련되어있는 상황이어서 큰 어려움은 없었다. 그저 기존 '피규어즈 워'의 매력을 흐트러뜨리지 않으면서, 통일된 스타일을 게임 속에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Q. '피규어즈 워'는 언제 만나볼 수 있을까?

김태형 : 출시는 내년 여름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완성도는 40% 정도로 보고 있다. 아직 풍부한 콘텐츠를 구성하지 못해 낮은 수치로 책정했다. 그래픽 컨셉, 기획 등은 완성됐기에 유저들이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추가할 일만 남았다.


Q. 마지막으로 각자의 각오를 들어보고 싶다.

김호연 : 소위 '100만 다운로드'를 달성하고 싶다. '피규어즈 워'가 이전 작품을 넘어서는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위강욱 : 하나의 팀이 완성이란 꽃을 틔우기 위해선 많은 영양분이 필요하다. 우리 팀이 잘 피어날 수 있게 아트 담당자로서 계속 노력하겠다.

김태형 : 네오위즈는 우리에게 비바람을 막아줄 온실을 제공해줬다. 과거의 우리가 생존을 걱정하는 들꽃이었다면, 이제는 꽃과 열매를 맺는 데 집중할 꽃봉오리가 됐다고 생각한다. '피규어즈 워'라는 알찬 결실을 대중에게 선보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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