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더 묵직하게 더 화끈하게! '기어스5'

리뷰 | 윤홍만 기자 | 댓글: 10개 |



'기어스5'는 출시 전부터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 타이틀이었다. 전작인 '기어스 오브 워4'는 전체적으로 잘 만든 타이틀이었으나 기존 시리즈와의 간극을 극복하진 못했기 때문이다. 파국을 향해 치닫고 있는 세계, 우중충한 분위기, 상남자 그 자체인 캐릭터들. 분명, 완벽하진 않았다. 싸우는 이유는 배경에 불과했고 스토리는 어딘지 부실하고 어설펐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기어스 오브 워 시리즈에 열광한 이유는 단순하다. 말 그대로 상남자의 정취가 그득한 타이틀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기어스 오브 워4'는 여러모로 아쉬울 따름이었다. 전쟁이 끝나고 재건되는 세계를 보여주려고 했기 때문인지 한껏 밝아진 분위기 하며, 새로운 캐릭터들을 전면으로 내세웠다. 여러모로 기존 시리즈 팬들로서는 이러한 변화에 간극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 물론 랜서 기관총처럼 변함없는 것도 있다

이런 아쉬움을 개발사인 코얼리션도 인지한듯싶다. 마냥 가볍게만 보이던 캐릭터들이 무게감을 갖기 시작했으며, 전투 역시 더 묵직해졌다.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어두워진 건 말할 것도 없다. 떡밥만이 가득한 스토리도 하나둘 풀리기 시작했다. 전작을 잇되 기어스 오브 워 시리즈가 원래 가야할 길로 복귀한 모습이다.



'기어스5'를 하면서 가장 먼저 느껴진 건 한층 분위기가 어둡게 변했다는 부분이다. 한 명의 게이머이자 시리즈의 오랜 팬으로서도 이는 바라마지 않던 변화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기어스 오브 워4'는 전체적으로 밝은 색채를 유지했다. 그렇기에 로커스트의 강화판인 스웜의 둥지에 침입하기 위해 지하로 가는 경우를 제외하면 살인 폭풍이 치거나 한밤중에 적을 만나는 심각한 상황임에도 위기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말 그대로 밝은 색채가 전체적으로 분위기를 가볍게 만든 거였다.



▲ 거대 메카에 탔음에도 가벼움은 되려 커지기만 했다

하지만 '기어스5'는 달랐다. 분명 여전히 밝은 부분이 있긴 했다. 이건 어떻게 보면 '기어스 오브 워4'에서 이어져 온 DNA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일부를 제외하면 이전 삼부작의 무거운 분위기를 최대한 재현하기 위해 노력한 느낌이 들었다. 그 덕분인지 지하로 들어설라치면 전과 달리 어딘지 움츠러든 것도 사실이다. 잊었던 긴장감이 되살아난 순간이었다.

여기에 스토리 역시 한층 묵직해져 분위기를 더욱 진중하게 만든다. 전작의 스토리는 사실 평범했다. 죽은 줄 알았던 로커스트들이 스웜으로 되살아나고 사람들을 납치하는데 그 와중에 주인공인 JD의 아빠 마커스 피닉스도 납치당하니 스웜이 나타난 원인도 찾고 겸사겸사 사람들도 구하기 위해 나서는 이야기다. 엄청 함축적으로 썼지만 진짜다.



▲ 스웜의 본격적인 침공과 이를 막아내는 기어들의 모습. 팬들이 원하는 그 모습이다

물론, 기어스 오브 워 시리즈는 스토리가 중요한 게임은 아니다. 원래부터 스토리는 어딘지 부실하고 어설펐다. 하지만 기존 삼부작에선 스토리에 대한 불만은 적었다. 원래 스토리가 중요한 게임이 아닌 점도 있었지만, 결코 가볍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인공들의 필사적인 행동에는 분명한 목적이 있었고 그 목적을 위해 그야말로 필사적으로 나아갔다. 단순하지만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기어스 오브 워4'는 달랐다. 케이트의 엄마나 마커스 피닉스를 찾아야 하고 다시금 도래한 스웜의 위기를 막아내기 위해 나선다는 필사적인 이유가 있건만 한없이 가벼웠다. 하지만 그랬던 분위기가 '기어스5'에서 일변했다. 가벼운 농담 따먹기는 사라졌고 마냥 허물없어 보이던 캐릭터들 간에 갈등의 골이 생기기 시작했으며, 본격화된 스웜의 침공도 막아야 한다. 게이머들이 그렇게 원하던, 상남자의 게임으로 돌아온 모습이다.



▲ 훈남이었던 JD는 상남자가 되기 위해 무려 머리카락을 희생했다



▲ 베어드의 머리카락, JD의 머리카락에 애도를...

물론, 그렇다고 '기어스5'가 그저 과거의 영광에만 매달린 게임이란 건 아니다. '기어스5'만의 요소로는 시리즈 사상 가장 다채로운 배경을 선보인다는 것과 오픈필드를 채용한 걸 들 수 있다. 사실 기어스 오브 워 시리즈의 배경은 다소 단조로웠다. 폐허가 된 도시나 연구소가 대부분이었고 그게 아니면 광산이나 지하였다. 이는 '기어스 오브 워4'도 마찬가지였다.

그랬던 단조로운 흐름에 '기어스5'는 다양한 배경, 오픈필드를 채용함으로써 변화를 꾀했다. 흥미로운 변화다. 하지만 마냥 좋은 변화였는가 하면 다소 애매한 것도 사실이다. 전작에서 폐허가 된 도시나 광산을 배경으로 한 이유는 어찌 보면 단순하다. 로커스트로 인해 인류가 처한 상황을 함축적으로 보여줄 수 있으며 동시에 광산이라는 공간을 통해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해서다.

그러나 변화한 배경은 이런 긴장감을 완화해준다. 눈 덮인 설산은 어딘지 냉혹하지만, 포스트 아포칼립스에 가까운 기존 시리즈의 분위기와는 상충하기 때문이다. 배경은 다양해졌지만 이런 점은 아쉬울 따름이다.



▲ 감탄이 나오는 광경이지만 다소 붕뜬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한편, 배경의 변화보다 더욱 두드러지는 변화가 있으니 바로, 필드의 변화다. 지금까지의 기어스 오브 워 시리즈는 선형적인 디자인이었다. 특정 지역에 도착하고 임무를 하달받으면 목적지까지 진행하면서 적을 해치우고 컷씬 좀 보고 다시 진행하는 식이었다. 이는 기존 삼부작과 외전인 저지먼트, 그리고 전작인 '기어스 오브 워4'까지도 그대로 이어졌다. 하지만 '기어스5'는 이런 흐름에 변화를 꾀했다. 오픈필드를 도입함으로써 게이머가 직접 필드를 탐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오픈필드는 일장일단이 있다. 우선 기존의 선형적인 디자인에서 벗어났다는 점을 좋게 평가하고 싶다. 제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계속 먹으면 물리기 마련이다. 기어스 오브 워 시리즈도 마찬가지였다. 선형적인 디자인이 나쁜 건 아니지만, 점차 질리기 시작했다. 그러던 차에 등장한 오픈필드는 이러한 아쉬움을 날려주기에 충분했다.

다만, 이번에 처음으로 도입해서 그럴까. 아쉬움도 있었다. 특히 오픈필드의 깊이가 얕다는 건 다소 치명적인 단점이 아닐까 싶다. '기어스5'의 오픈필드는 어디까지나 A에서 B로 이동할 때 딱 그 중간 요소에 불과하다. 부가 목표라던가 숨겨진 장소 등이 있긴 하지만 굳이 할 필요는 없다. 애초에 오픈필드와는 연이 없는 게임이니만큼, 어딘지 동떨어졌단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 조작남도 나쁘지 않고 기존 시리즈와는 차별화된 요소지만...



▲ 일반적인 어드벤처 게임의 오픈필드와 비교하면 깊이가 얕은 편이다

여러 변화를 거친 '기어스5'지만 전투 시스템 자체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사실 이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시리즈의 정체성을 이미 1편에서 완성하지 않았던가. 누군가에겐 변화가 없는 점이 아쉬울 수 있겠으나 이는 판도라의 상자나 마찬가지다. 괜히 바꿨다간 득보다 실이 더 클 가능성이 있다. 그렇기에 코얼리션은 기존의 전투 시스템을 유지하되 약간의 양념을 가미한 수준에서 그쳤다. 단, 그 양념이 기어스 오브 워 시리즈의 본연에 맛에 더해 '기어스5'만의 맛을 살린다는 게 중요하다.

새로운 무기와 적이 추가됐으며, 여기에 더해 문뜯기용 기계에 불과했던 잭이 이제는 전투에서 활약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잭을 조작할 수 있음으로써 전투가 한층 다채로워진 건 꽤나 만족스러웠다. 이미 완성된 시스템이기에 기어스 오브 워 시리즈의 전투는 매번 비슷했다. 은엄폐한 적을 향해 수류탄을 던지든가 우회하는 방식이었다. 나쁘지 않았지만, 문제는 우회할 수도 없고 수류탄도 없는 경우다. 이 경우 전투가 지루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기어스5'에선 이런 지루함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잭을 이용해 섬광을 날리거나 함정을 설치하는 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 은엄폐와 슈팅이라는 시리즈 고유의 정체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기어스5'만의 차별화를 꾀한 셈이다.



▲ 잭의 스캔으로 적의 위치를 미리 파악하던가



▲ 은신해서 적을 암살할 수도 있다

'기어스5'는 여러모로 코얼리션의 도전이 엿보이는 타이틀이 아니었나 싶다. 전작은 도전보다는 답습을 추구했다. 그랬기에 전체적으로 준수한 평가를 받았다. 기어스 오브 워 시리즈의 후속작치곤 아쉽지만, 그렇다고 못 만든 게임은 아니란 평이었다. 물론, 일부 시리즈 팬들에겐 혹평을 받았지만 말이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기어스5'야말로 진정한 코얼리션의 이름을 내걸만한 작품이지 않을까 싶다. 그저 답습에 그친 전작과 달리 이번에는 나름의 변화를 추구했다. 그리고 결과도 나쁘지 않다. 한 명의 게이머이자 시리즈 팬으로서도 만족스러운 모습이었다.

시리즈를 침체기에서 일으키며 본래 가야 할 길로 되돌린 '기어스5'다. 그렇기에 더욱 앞으로의 행보가 더 기대된다. 과연, '기어스5'가 일으킨 이 변화의 바람은 어디까지 향할까? 후속작을 통해 변화를 넘어 혁신으로 다시금 '역시 기어스 오브 워야!'하는 기쁨의 환호성을 지를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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