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DC] 악마성의 아버지가 말하는 '블러드스테인드' 킥스타터 성공 비결

게임뉴스 | 윤서호 기자 | 댓글: 7개 |


▲ 이가라시 코지 아츠플레이 대표

악마성 시리즈의 아버지이자, '블러드스테인드: 리추얼 오브 나이트(이하 블러드스테인드)'의 개발자인 이가라시 코지 아츠플레이 대표가 오늘(3일), 차이나조이 2019에서 진행되는 중국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키노트 강연자로 참가했다.

이가라시 대표는 코나미 퇴사 이후, 악마성 시리즈의 정신적인 후속작인 블러드스테인드를 기획하고 킥스타터를 시작했다. 그간 킥스타터 게임들은 일부 먹튀 논란을 빚었던 만큼, 유저들은 반신반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가라시는 킥스타터 모금과 개발 모두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블러드스테인드: 리추얼 오브 나이트는 악마성 시리즈의 정신적 후속작이자, 진정한 후계작이라는 평가를 들을 만큼 완성도를 선보였다.

이가라시 대표는 이번 강연을 통해 킥스타터부터 시작했던 자신의 경험을 개발자들에게 공유하는 자리를 가졌다. 그러면서 어떻게 킥스타터를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그 수익을 바탕으로 어떤 식으로 관리를 하고 개발을 해서 '블러드스테인드'를 만들 수 있었는지를 차근차근 짚어나갔다.

처음에 그가 퇴사하고, 킥스타터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간단했다. 악마성 시리즈를 근간부터 다시 한 번 정립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해서 킥스타터 프로젝트, 블러드스테인드가 시작됐다.



▲ 만들고 싶었던 것을 만들기 위해 24년 간 몸담았던 코나미에서 나오게 됐다

이가라시 대표는 악마성이라는 소재, 그리고 탐색과 수집이라는 컨셉, 여기에 악마에 대항하는 주인공 미리암과 동료들, 그리고 소환사 지벨 등 여러 캐릭터들이 어우러진 것이 바로 블러드스테인드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이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킥스타터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 여러 가지 다양한 시도를 했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그는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런치트레일러에 직접 출연했으며, 이것이 지금도 굉장히 쑥스럽지만 결과적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요소 중 하나였다고 회고했다. 2015년 5월부터 6월까지 한 달 간 64,867명이 모금에 참여했으며, 처음 목표했던 50만 달러의 10배인 554만 달러 이상을 모금하는 데 성공했다.

▲ 트레일러 촬영 당시에 너무 부끄러워서 쥐구멍에 숨고 싶을 지경이었다고

처음에 50만 달러를 목표로 했던 이유는 그가 킥스타터로 벌어들일 수 있는 금액이라고 예상한 금액이었기 때문이었다. 그게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이유는, 같이 데몬스트레이션을 담당한 두 협력업체에서 킥스타터 모금에 참가하는 사람들의 성향이 고전적인 게임이라고 알려주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킥스타터 상위권에 있는 게임들 가운데에는 지금 다시 보기 어려운 고전 스타일의 게임들이 많고, 그렇기에 고전을 다시금 다져나간 블러드스테인드가 어느 정도 관심을 끌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렇지만 킥스타터는 단순히 처음에 한 번, 모금을 성공적으로 했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일단 초기 투자를 모으고, 초창기의 관심이 높아진 것은 좋지만 시들해지는 것도 금방 시들해지기 때문이다. 중간중간 별 성과를 내지 않으면 때로는 자신들이 투자한 것에 대해서 의문을 품고 환불 요구 등이 이어지기도 한다.



▲ 킥스타터에서 먹히는 장르라고 판단한 것도 이유 중 하나였다

블러드스테인드 역시도 그와 같은 위기는 있었다고 설명했다. 원래 출시 일정은 2017년 3월이었는데, 2018년 3분기로 밀렸다가 결국에는 2019년 6월에 출시하면서 총 4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됐기 때문이다. 그렇게 연기하게 된 이유로는 최초 모금 금액보다 오히려 높게 모금되었기 때문에, 퀄리티를 더 높이고자 하는 시도 때문이었다.

이가라시 대표는 유저들이 그만큼이나 기대하는 만큼, 그에 맞는 무언가를 제공해야만 한다고 느꼈고, 인력도 더 채용하고 제작비용도 대폭 늘렸다. 인력이 늘어난 만큼 그 인원들이 공동으로 빠르게 잘 활용할 수 있는 엔진인 언리얼 엔진을 사용하는 등 변화가 있었다. 또 일정에 맞추기 위해서 무리하게 작업하다가 앞으로 계속 이런 식으로 나아가면 답이 없다는 생각에 페이즈를 늦추는 대신, 차근차근히 짚어보자는 식으로 작업이 진행됐다. 실제로 개발을 계속 진행하면서, 나중에 추가되는 시스템과 상충되는 것들이 자주 드러난 터라 이 부분을 확인하는 데에 최대한 집중해서 개발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 오히려 돈이 더 많이 모였기 때문에, 그만큼의 기대치를 충족시키기 위해 계속 연기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연기되는 과정에서 이가라시 대표는 킥스타터를 통해 지속적으로 개발 현황을 유저에게 공개하고 피드백을 받았다. 그래서 어색했던 3D 표현을 수정하고,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시스템들을 개선해나가면서 작업을 진행해나갔다. 이런 피드백을 받으면서 유저와의 일체감을 느꼈으며, 이것이 킥스타터의 장점이라고 이가라시 대표는 강조했다.

또한 이 피드백 과정 자체가 프로모션이라고 덧붙였다. 블러드스테인드는 악마성의 정신적 후속작이라고 불리지만, 어쨌든 신규 IP인 만큼 기존의 방식으로 이를 알리려고 하면 코스트가 상당히 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킥스타터를 통해 모금하고, 중간중간 유저와 피드백하고, 성공적으로 모금했다는 소식이 알려지고 그런 모든 행위 자체가 이슈가 되기엔 충분하다. 종종 미디어 등에서도 이를 기사화하기도 하고, 유저 커뮤니티를 통해서 알음알음 알려지기 때문이다.

이런 장점 때문에 개발자들이 킥스타터를 많이 사용하지만, 쉬운 만큼 어려운 것도 많다고 이가라시 대표는 강조했다. 우선 킥스타터는 기존 개발사들처럼 원래 만들었던 프로젝트를 공개하기보다는, '이런 걸 만들겠습니다'라고 계획을 마치 공약처럼 내걸고 시작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즉 그 계획을 보고 유저들이 투자를 하는 것이다보니, 피치못한 사정으로 계획을 수정하게 됐을 때 반발이 굉장히 세다. 따라서 계획을 함부로 수정하기가 어렵다는 난점이 있다. 개발자에 대한 신뢰도 여기에 한몫을 하는데, 개발자를 믿고 맡겼는데 '어려워서요'라는 이유가 나오게 되면 바로 유저들이 항의를 들어오기 일쑤기 때문이다.

블러드스테인드에서 기술적으로 어려웠던 부분은 소실점 처리 문제였다. 3D를 2D 느낌으로 살리기 위해서는, 3D 오브젝트의 뎁스가 최소화되어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종종 캐릭터가 뎁스 차 때문에 사물에 가려지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처음에는 물체의 소실점을 최대한 멀리 잡는 식으로 했지만, 그렇게 되니 라이팅과 쉐이더가 부자연스러워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 기술적으로 문제에 봉착했지만, 이를 이유로 컨셉을 변경하는 것은 유저의 기대를 저버리는 일이라 느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처리하면서 어려움을 느꼈지만, 이를 내색하거나 중간에 언급하는 것 자체도 유저에게는 언어도단처럼 느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가라시 대표는 꾸준히 기존 컨셉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진행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식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했다.

또 유저들이 직접 투자자가 되어서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개발 기간도 길게 잡기가 어렵다. 이런 이유뿐만 아니라 킥스타터를 시작하는 개발자들 다수가 텐션을 계속 유지하기 위한 주기적인 프로모션 자체가 힘든 경우가 많다. 따라서 개발 기간이 길어지면 텐션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리기 힘들다. 그렇게 길어진 만큼, 텐션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이가라시 디렉터는 되도록이면 자주 프로모션 및 개발 현황을 킥스타터를 통해서 올렸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부끄럽지만 트레일러에도 출연하는 등 여러 가지 시도를 했다.

그는 이런 노력들이 결과적으로 꽤 좋은 성과를 얻었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도 킥스타터가 단순히 돈을 끌어모으고 끝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성공의 비결을 어려움이 있어도 퀄리티에서 타협하지 않고, 되도록 꾸준히 근황을 이야기하고 피드백하고, 문제가 있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진행하는 것이라고 요약했다. 그러나 그 인고의 기간이 생각보다 길 수 있는 만큼,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정말 생각지도 않은 시도나, 부끄러움도 무릅써야 한다고 덧붙이면서 강연을 마쳤다.


차이나조이가 열리는 8월 2일부터 5일까지 윤홍만, 윤서호, 배은상 기자가 현지에서 인터뷰, 체험기, 포토 등 따끈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 인벤 뉴스센터: https://goo.gl/gkLq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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