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왜 유저가 게임을 접는지 궁금합니까, 휴먼?

인터뷰 | 박태학 기자 | 댓글: 43개 |



게이머의 생각을 읽는다.

게임사 입장에선 최대 난제다. 특히, 트렌드에 민감하고 열정으로는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한국 게이머들의 심리를 읽는 건 더더욱 어렵다. 결국 재밌으면 된다고는 하나, 재미 면에서 호평을 이끌어냈음에도 처참히 실패하는 게임은 우리 주변에 너무나 많았다.

센티언스는 게임사 입장에서 한발짝 물러선 스타트업이다. 그들은 보다 차분한 눈으로, 유저 행동 데이터를 분석해 게임사가 어떻게 대응해야하는지 알려주는 AI를 개발하고 있다. 그저 수치 싸움이 아닌, 인간의 심리를 공학적으로 해석하고 응용하는 AI라는 점에서 기존 게임사들의 로그 분석 시스템과는 차이를 보인다.

이들의 기술에 가장 먼저 관심을 보인 건 넷마블이었다. 센티언스의 AI 솔루션은 일부 넷마블 게임에 적용되었고, 게임사와 유저 모두 만족할만 한 결과를 보였다. 최근에는 다음달 독일에서 열리는 데브컴에서 한국 기업으론 유일하게 강연자로 선정되는 겹경사를 맞았다.

스타트업임에도 최고 난이도 IT 분야로 분류되는 인공지능 개발에 도전한 이유, 데브컴에 서게 된 계기, 그리고 그들이 게임 산업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고자 노트북을 챙겼다.




▲ 센티언스 권혜연 이사





스타트업이 AI를 전문으로 개발하는 경우는 드물고, 이를 대형 게임사에 납품하는 경우는 더더욱 드물다.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됐나.

회사 대표님과 카이스트 경영공학 연구실 선후배 관계다. 대표님은 박사 과정, 난 석사 과정 밟고 있었다. 사람들의 행동 데이터를 AI로 분석한 후 시장에 적용해보고 그 결과를 측정하는 게 주 연구 분야였다. 한데, 지금까지 우리가 해온 걸 그냥 논문 하나 내고 끝내는 게 너무 안타깝더라. 이 기술을 더 깊이 연구해 실제 사회에 도움을 주고 싶었다. 규모가 큰 기업에 입사하면 우리 기술을 바로 적용하기 어려울 것 같았고, 아예 AI를 전문으로 하는 스타트업을 세우는 게 좋겠다 싶어 과감히 도전했다.

센티언스의 설립연도는 2015년이다. 생각보다 그렇게 짧지는 않다. 처음 창업하고 얼마간은 게임 외 산업의 마케팅 효과 위주로 측정했는데, 우연한 기회로 넷마블과 만나게 됐다. 우리 인공지능 기술에 관심이 있다고 하더라. 확인해보니 기존 마켓 시장보다 게임 산업의 유저 데이터가 훨씬 많았다. 일반 소비자의 경우, 대상이 특정 물품을 구매하기까지의 행동 패턴을 분석했는데, 잘 진행되다가도 중간에 끊기는 현상이 많았다. 이러면 제대로 된 데이터를 얻기 어렵다. 반면 게임 시장은 사용자 데이터 양도 풍부할 뿐더러, 해당 인물의 취향까지 알 수 있었다. 원래 우리가 연구하던 행동경제학에 더 맞는 시장을 비로소 찾은 셈이다.


센티언스의 AI 솔루션을 뭐라고 부르나. 이름이 있을 것 같은데.

얼마 전 정한 건데, 텐투플레이(Tentuplay)라고 부른다.


AI는 그 자체로 상당히 전문적인 기술을 요한다. 구성원들 또한 기존 게임 개발사와는 차이가 있을 것 같은데.

우리는 게임 개발자들이나 실제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만큼 게임을 잘 알지는 못한다. 나 역시 게임이라곤 초등학교 때 프린세스 메이커, 롤러코스터 타이쿤 해본 게 전부다. 이후에는 거의 안 해서 게임을 잘 모르지만,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우리가 일반인에 가깝기 때문에 오는 장점도 있다고 본다.


일반인 시각으로서의 장점?

게임 개발자는 유저들이 왜 이탈하는지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게임의 재미나 콘텐츠 등 내부적인 요인을 판단하기 때문인데, 사실 유저 이탈은 외적인 영향도 크다. 그런 면에서는 우리가 게임사 사람들이 잘 보지 못하는 걸 볼 수 있다. 특히 이 분야에선 심리학적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텐투플레이가 구체적으로 어떤 분석을 하는지, 예시를 들어보고 싶다.

솔루션을 통해 확인한 결과, 특정 행동패턴을 보이는 유저들이 있었다. 우리는 '완벽주의자 세그먼트'라고 부르는데, 이들은 게임 내 다이아를 비롯한 재화를 열심히 모으지만, '막 썼다가 나중에 되돌릴 수 없어'라는 생각에 실제 사용하는 일은 거의 없다. 계속 그렇게 모으고 또 모으다 게임 진행이 막히면 허탈한 마음에 그냥 접는다. 이런 유저가 생각보다 많다.

이들에겐 괜찮으니 지금 다이아 좀 써도 된다고 말해줘야 한다. 이런 확신만 줘도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훨씬 수월해진다. 텐투플레이는 이런 유저들의 행동을 분석하고 어느 타이밍에 어떤 메시지를 보내야 하는지 판단한다. 보통 이런 건 담당자가 플레이어 로그를 분석해야 하는데, 텐투플레이는 그 과정을 모두 인공지능이 한다. 물론, 이건 가장 직접적인 예시고 그 외에도 다양한 사례가 있다.





게임은 장르별로 비즈니스 모델이 조금씩 다르다. 이 부분도 대한 해결 방안은?

장르별로 게이머 심리가 조금씩 다른 건 사실이다. 다만, 그들이 게이머라는 건 변함이 없고, 우리 기술이 게이머의 심리에 기반한 기술이라는 것도 변하지 않는다. 결국 핵심은 같고, 이를 개발사가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개발사들이 더 매끄럽게 적용할 수 있도록 텐투플레이를 각 게임에 맞춰 활용하는 방법을 소개하는 가이드를 제작해 선보일 계획이다.


데이터를 분석하고 그에 맞는 방안을 제시한다는 것만 놓고 보면, 결국 적중률이 곧 기술인 셈인데.

적중률은 최소한 예, 아니오와 같은 명확한 답이 있다는 전제 하에 성립된다. 우리 연구는 정답을 전제로 하는 게 아니라서 적중률이 얼마라고 말하긴 어렵다. 다만, 확실한 건 기존 게임사들이 사내에서 개발한 AI를 활용해 유저에게 팝업 메세지나 쪽지 등을 보내는데, 이런 점에선 우리의 타게팅 능력이 훨씬 높다고 단언할 수 있다. 기술 배경이 인과관계 분석에 있기 때문이다.

국내 게임사 대부분 유저 잔존율과 매출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많진 않지만 우리가 개발한 솔루션을 적용한 게임이 시장에 몇 있는데, 만족할만한 결과를 보여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게이머 심리 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 드물다는 건, 처음 솔루션 개발을 시작할 때 참고할 자료가 적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회사를 이끌어오는 과정에서 힘든 점도 많았을 것 같은데.

일단 고객 찾는 게 가장 힘들었다. 시장에 경쟁사가 없다고 말은 하지만, 우리가 만드는 기술을 게임사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엄밀히 말하면 그것과는 좀 다르게 시작한 기술이지만, 그걸 이해시키고 설득시키는 게 어려웠다. 심리라는 게 독특하긴 해도, 이걸 게임에 적용하면 100%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으니까. 다행히 넷마블에서 일종의 투자 개념으로 우리에게 손을 내밀어줬다.



▲ 센티언스의 기술은 넷마블 게임 일부에 적용되어 있다.


그렇다면, 게임사가 텐투플레이를 활용해 얻는 이점으로 구체적으로 어떤 게 있을까.

크게 두 가지다. 일단 게임 론칭 후 유저 데이터 분석에 들어가는 시간과 인력을 줄일 수 있다. 텐투플레이가 '이런 결과가 나왔습니다'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이런 결과가 나왔는데, 플레이어는 아마 이런 걸 원할 가능성이 높습니다'라고 제시까지 하는 만큼, 관련 분야의 대응 속도를 올릴 수 있다고 본다. 또한, 실시간으로 테스트해보고 그 결과값에 맞춰 회의해보면서 기획안도 짤 수 있다. 게임의 다음 업데이트 방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리라 생각한다.

두 번째로, 현재 우리가 연구 중인 기술이기도 한데 '신규 유저 AI 멘토링' 서비스가 있다. 게임을 이탈하는 유저 중 대다수는 아예 연구할 데이터조차 남기지 않는다. 대부분 친구 따라 하거나, 광고 보고 왔는데 자신의 생각과 달라 이탈하는 유저들이다. 게임사 입장에선 아쉽지 않나. '좀 더 잘 설명했으면 조금이나마 더 오래했을텐데'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우리가 현재 개발 중인 게 바로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멘토링 서비스다. AI가 초심자의 심리를 파악해 '이게 꽤 재밌다고 하더라', '이 부분은 꼭 체크해 봐'라고 설명해주는 것이라 보면 된다.



▲ 텐투플레이는 유저 로그 분석에 들이는 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문득 든 생각인데, 핵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계정은 심리 분석이 안 되지 않나?

그런 쪽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기업이 따로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거기는 말 그대로 유저의 '이상 패턴'을 분석해 아웃라인을 찾고 검증하는 게 주 업무다. 우리는 실제 유저의 심리를 분석하는 기업이라 기본 개념이 다르다. '사람이라면 이렇게 생각하고 행동할 것이다'를 전제로 들어가는 거라.


주로 어떤 게임사에서 연락이 오나.

필요성은 느끼지만, 실제 데이터 분석까지 할 여력이 없는 업체들. 주로 소규모 인디 게임사들에게서 연락이 온다. 이분들은 자기 게임에 대한 애착이 특히 강하고, 가능한 선에서 최대한 유저들에게 더 주고 싶어한다. 우리도 텐투플레이가 그런 분들에게 더 어울리는 기술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다만, 그분들이 제대로 기능을 활용하기 위해선 텐투플레이를 플랫폼 형태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빠르게 기술을 적용해 실시간으로 테스트해볼 수 있다. 이를 고려해 클라우드 API 개념으로 선보이고자 현재 개발중에 있다.


사용자의 심리를 분석하는 기술이라면, 굳이 게임사 아니더라도 연락이 많이 올 것 같은데.

주로 금융업계에서 연락이 오는데, 다 거절하고 있다. 우리 기술은 전적으로 유저들의 심리를 기반으로 하는데, 그쪽엔 게임산업만큼 데이터가 다양하지 않다. 텐투플레이를 더 발전시키는 면만 놓고 보면, 분명 게임 산업이 더 매력적이다.


다음 달 독일에서 열리는 데브컴에서 한국 기업으론 유일하게 강연자로 확정됐다.

센티언스에서 약 4년간 몸담으면서 우리 기술이 게임 산업에 보탬이 된다는 걸 확인했지만, 이를 홍보하는 채널이 너무 부족했다. 그렇다고 우리가 큰 자본 들여 광고를 낼 수도 없지 않나. 어떻게 소개할 수 있나 고민하던 중 마침 독일 게임스컴 시즌에 GDC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고, 다행히 운영위에서도 우리 기술을 좋게 봐준 것 같다. 경쟁률이 참 세더라. 세계적인 무대인 만큼 사전 조사를 했고, 그 수준에 맞춰 강연 준비도 열심히 했다.


강연 준비는 얼마나 걸렸나.

자료 준비 자체는 1달 좀 넘게 걸렸다. 다만, 수록 내용은 나와 대표님이 옛날부터 연구하던 것들이라 그 내용 면만 보자면 7년치는 되는 것 같다(웃음). 글로벌 개발자들의 눈높이에 맞추고자 신경을 많이 썼다. 이번 기회를 통해 우리 기술을 소개하고, 외국 바이어들과도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는 게 목표다.





유저들의 심리를 꿰뚫는 기술이 정점에 다다른다면, 이후에 센티언스 이름을 걸고 게임을 만들어봐도 될 것 같다.

대표님은 해보고 싶어 한다. 하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좀 더 깊게 생각해볼 문제다. 일단 돈이 더 많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웃음). 지금 연구 중인 기술이 더 탄탄해지고, 자신감도 좀 더 붙는다면 도전해봐도 되지 않을까 싶다. 콘텐츠 사업에 대한 관심은 있지만, 아직 뭐라고 말하기엔 이른 것 같다.


최근 AI 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해당 직종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학생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들에게 도움이 될 말을 해준다면.

텐투플레이를 예로 든다면, 프로그래밍 자체는 파이썬이나 C#으로 한다. 언어는 다르지만, 다루는 프로그램 자체는 대다수 프로그래머와 비슷하기에 일단 이 프로그램을 원활하게 다룰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그 외적으로 조언을 준다면... 평소 자신이 생각해온 문제가 있지 않나. 그걸 한 번 끝까지 물고 늘어져 어떻게든 해결해보려고 시도해보면 좋을 것 같다. 미세먼지에 관심이 많다고 해보자. 이 미세먼지를 완전히 해결하는 것까진 아니더라도, 기존 데이터를 토대로 향후 미세먼지 흐름을 예측해보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볼 수 있지 않나. 이렇게 스스로 공부해가며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면, 나중에 반드시 도움이 된다. 주제는 스스로 재미를 느끼는 분야가 좋다. 그래야 중간에 포기 안 하고 계속 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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