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VR 전문가가 말하는 '성공하는 VR 게임을 위한 공식'

게임뉴스 | 박광석 기자 | 댓글: 2개 |


▲ 김호규 VR 전문가

"3D 게임에 카메라만 넣어서 HMD로 보면 그게 VR 게임 아냐?"라던지, "VR 게임 한번 해봤는데 멀미가 엄청 심하더라. 그래픽도 안 좋고 아직 할만한 정도는 아니야"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VR 게임을 제대로 접해보지 못한 사람들이 흔하게 가질 수 있는 생각이다.

높은 가격부터 충분한 공간이 필요하다는 점 등, VR의 특성상 아직은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세간에 퍼져있는 부정적인 소문만 듣고 VR 게임 자체를 속단하는 것은 정말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블루사이드와 빅팟게임즈 출신의 김호규 VR 전문가는 재밌는 VR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을 가져야 하는지, 그리고 이러한 조건을 갖춘 VR 게임들이 현재 어떤 모습으로 성장하고 있는지 소개하기 위해 강연을 진행했다.

그가 가장 먼저 살펴본 것은 현재 스팀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VR 게임들의 시장 현황이었다. 먼저 플레이 시간을 보면,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A급 게임이 3시간가량의 플레이 시간을 제공하지만, 대부분의 게임들이 1시간이 채 안 되는 플레이 시간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게임들은 플레이 시간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리기 위해 초반 이후 난이도를 급격하게 올려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현재 VR 게임들이 가지고 있는 큰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다. 김호규 강연자는 유저들이 콘텐츠에 돈을 낸 만큼 그에 합당한 플레이 시간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매출에서는 상위 인기 게임과 그렇지 못한 게임들의 차이가 극심하게 나타난다. 10명의 개발자가 1년 동안 VR 게임을 만든다고 했을 때 대략 10억 원 정도의 비용이 필요한데, '대박'을 치지 못한 대부분의 게임들이 평균 천만 원 정도의 매출에 그치고 있다.

이러한 VR 게임 시장의 상황을 통해 왜 낮은 퀄리티의 VR 게임이 양산되고 있는지, 그리고 개발 과정에서 범위를 효율적으로 정리해줄 수 있는 '기획'의 유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 '좋은 기획'은 창조성으로만 완성될 수 없기 때문에, 분석과 정제의 과정을 통해 '좋은 게임'이라고 불리는 작품들을 벤치마킹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김호규 강연자는 대부분의 VR 개발·기획자가 VR 게임을 잘 모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말 재미있는 VR 게임을 만들기 위해 성공한 VR 게임들을 벤치마킹하고 장단점을 파악할 필요가 있지만 제대로 된 VR기기를 갖추지 못하거나, 있더라도 수십 개의 VR 게임을 구매하기 어렵거나, 샀더라도 이를 플레이할 시간이나 공간이 준비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그는 오늘 강연을 통해 VR 게임 시장에서 성공한 작품들이 가지고 있는 특징들을 살펴보며 더 좋은 VR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 정말 중요한 것들을 알아보는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 제대로 된 VR 경험, '좋은 기기'로 시작하자

VR을 체험할 수 있는 기기의 종류에 따라 느낄 수 있는 경험의 품질 차이는 무시할 수 없을 정도다. 종이로 만든 카드보드나 모바일, 콘솔 기기로 즐기는 VR은 아직 포지션 트래킹 기술이 없거나, 정교하지 않은 편이다. 그는 제대로 된 VR 경험을 위해서는 가능한 성능이 좋은 VR기기를 사용해야 하며, 그중에서도 'HTC 바이브'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기기의 특성에 따라 전면만 볼 수 있는 것과 룸스케일로 보여주는 것이 있으며, 이는 몰입감에 큰 차이로 작용한다. 걸어다니면서 사방을 둘러보기도 하고, 포지션 트래킹 기능이 있는 터치 컨트롤러를 사용하면 유저에게 보다 증폭된 리얼리티를 제공할 수 있다.




■ VR 게임에서 반드시 고려해야하는 '문법'을 파악하자

첫 번째는 물리적인 움직임을 담은 '경험'이다. 만지고, 잡고, 던지고, 활을 쏘고, 총구를 들여다보는 움직임을 통해 진짜 총이나 활을 들지 않더라고 동일한 느낌과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그는 "10억 원 이상 높은 수익을 거두고 있는 인기 VR 게임 중에 게임 패드로 조작하는 게임은 없다"며, 제대로 된 VR 게임을 만들고 싶다면 양손으로 사용하는 컨트롤러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 패드로 조작하는 VR 게임은 물리적 움직임을 제공하지 못한다

두 번째는 '어지럽지 않게 하는 것'이다. 발이나 엉덩이가 붙어 있도록 하거나, 카메라를 고정하여 물리적인 차이로 인한 어지러움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렌더링 속도는 영상 퀄리티를 낮추는 한이 있더라도 90FPS 이상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이외에도 게임 화면상에 손이나 총, 게이지와 같은 고정된 '앵커 오브젝트'를 배치하고 캐릭터 이동 시 화면에 블러 효과를 주거나 의도적으로 시야를 좁히는 것도 효과적이다.

세 번째는 '360도의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유저의 뒤에서 이벤트가 발생하면 전면을 바라보고 있는 유저가 알 도리가 없으므로 사운드 혹은 '반딧불'처럼 빛나는 오브젝트로 미리 위치를 표시하여 대응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좋다. 느긋한 동선을 통해 유저의 시야 방향을 유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3D 게임을 카메라에 넣고 HMD로 본다고 다 VR 게임이 아닌 것처럼, 실제 플레이를 통해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고민하고, 미리 고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유저는 VR 경험을 통해 불편을 느끼는 순간 게임 플레이를 포기하기 때문이다.



■ 대체할 수 없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VR의 묘미

김호규 강연자는 이어서 "현실에서 대체할 수 있는 것을 굳이 VR로 경험할 필요는 없다"라며, 물리적인 어려움과 싸우지 말 것을 당부했다. 진짜 맞지 않아도 체험해볼 수 있는 '복싱', 일상 속에서는 쉽게 경험하기 힘든 '활쏘기',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좀비'나 '마법', 아무리 노력해도 쉽게 되지 않는 '성인 콘텐츠'의 경우 VR 콘텐츠로서의 경쟁력이 있다.




흔히 찾아볼 수 있는 FPS 장르의 게임은 생각보다 VR에 적합하지 않은 편이다. VR 환경에 적합하도록 바꾸기 위해서는 레이저 포인트를 적용하여 조준이 쉽게 하거나, 유저가 날아오는 총알을 피할 수 있도록 굵고 느리게 만들고, 대충 주변을 맞춰도 적중한 것이 되도록 하는 등의 배려가 필요하다.

FPS보다 VR에 적합한 장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움직임을 극대화하여 유저의 몰입을 돕는 '근접 전투' 형태의 게임인데, 이때도 충분한 물리적 공간을 마련하거나, 유선 환경에서 줄이 엉키거나 빠지지 않게 하는 등 룸스케일의 고려가 필요하다.



■ 유저 편의성도 충분히 고려할 것

이야기 전달과 게임의 흐름, 공간의 배치도 유저가 최대한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하면 '좋은 VR 게임'에 한발 다가갈 수 있다. 간혹 스토리를 전달하기 위해 화면 아래에 텍스트를 배치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시선이 분산되어 불편함이 생기고 어지러움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음성을 통해 스토리를 전달하는 것이 좋다.

또한, VR 기기를 쓰면 누구나 금방 지칠 수 있으므로 15분에서 30분 사이에서 게임의 템포를 조절하는 것도 하나의 기술이다. 세이브·로드를 간편하게 할 수 있도록 하고, 각 스테이지 별로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로비 디자인을 수정할 수도 있다.

공간은 무작정 넓게하는 것 보다 좁은 공간 내에 상호작용할 수 있는 다양한 오브젝트를 배치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VR을 통해 1인칭 맵을 이동하는 시간이 3인칭보다 3배 정도 느리기 때문이다. 숨겨진 아이템을 배치하거나 키보다 높거나 허리를 숙여야 얻을 수 있는 아이템 등을 배치하면 좁은 공간 내에서 콘텐츠 소비 시간을 크게 연장할 수 있다.



▲ 좁은 공간 안에 다양한 오브젝트를 활용한 좋은 예로 꼽히는 '잡 시뮬레이터'



끝으로 김호규 강연자는 VR 게임 시장의 확대를 위해서는 유저의 첫 경험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VR을 처음 경험하는 유저들이 어지럽지 않으면서 적당한 몰입감을 줄 수 있는 게임을 접해야 하며, 개발자들은 항상 유저들이 지불한 금액 이상의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라고 당부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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