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로열블러드, 우리는 왜 Next-Gen을 추구 했는가?

게임뉴스 | 윤홍만 기자 | 댓글: 5개 |



최근 모바일 게임들은 획일화됐다. 붕어빵을 찍어내듯이 비슷한 UI, UX에 시스템, 컨텐츠를 들고나온다. 물론 개발사로서는 팔리기 때문에 만든다는 변명을 하지만 유저로서는 실망스러운 행보일 뿐이다. 그러던 중 게임빌이 신작 모바일 MMORPG '로열블러드'를 들고 왔다. 얼핏 보면 기존 게임과 큰 차이점이 없어 보이는 게임. 하지만 그 속에는 지금까지의 게임과는 다른 뭔가가 있었다.

'Next-Gen 모바일 MMORPG 개발기'라는 이름으로 이날 강연장에 선 게임빌의 장용호 PD. 과연 '로열블러드'는 기존의 모바일 MMORPG와는 어떤 점들이 다를까? 그리고 왜 달라야 했을까? 그 의문에 답한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게임빌 장용호 PD



지금까지 PC 온라인 게임을 주로 개발했다고 말한 장용호 PD는 이날 강연장에서 '로열블러드'를 개발하면서 느끼고 경험했던 것들에 대해 개발자의 관점에서 설명했다. 만약 지금 뻔하지 않은 모바일 MMORPG를 만든다고 할 때 가장 우선시해야 할 건 뭘까? 그건 바로 경영진과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일이다. 왜냐하면, 현재 모바일 게임 시장은 포화상태기 때문이다.

기존에 성공한 게임들과 유사하게 만든다고 해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데 뻔하지 않은 게임을 만든다는 게 얼마나 힘든지 따로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그러니 개발을 지속하려면 경영진과 신뢰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장용호 PD는 이를 위해 투명성과 합리성을 기반으로 프로젝트를 유지했다. 투명성이란 건 모든 프로젝트 과정을 공개하는 거였고 합리성은 프로젝트 구성원들이 현재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업무 진행 상황을 요약해 공개했다.




또한 경영진뿐 아니라 프로젝트 구성원에게도 이 모든 사항은 공유됐다. 구성원과의 신뢰 역시 경영진과의 신뢰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개발 사항을 공개할 때 2개의 장점이 있는데 구성원에게는 자신의 결과물이 반영됨으로써 내적 동기를 자극하는 촉매가 됐고 내부용 문서를 따로 만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

이렇게 신뢰 관계가 구축됐다면 이제 본격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한 비전 문서와 프로젝트 개요를 만들어야 한다. 우선 비전 문서에 대한 얘기인데 비전 문서는 내용을 1장에서 100장까지 자유자재로 줄이거나 늘릴 수 있어야 한다. 다음은 프로젝트 개요로 인원은 몇 명으로 하는지, 어떤 순서로 개발할지 조직과 TO를 설계하는 거다. 이런 빌드 개발 스케쥴 설계는 몇 번을 말해도 부족하지 않다. 하지만 완벽한 스케쥴 설계는 나올 수 없다. 장용호 PD는 "다만, 몇 번 겪어보니 어떻게 계획을 세우더라도 항상 도중에 틀어졌다. 왜냐하면, 이 단계에서의 스케쥴 설계는 그야말로 이상적인 스케쥴이기 때문이었다"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 이상적인 스케쥴은 이상적일 뿐이다

그럼 어떤 점들이 이상적이었던 걸까. 장용호 PD는 팀 빌딩 스케쥴, 프로토타입의 결과, 경쟁자의 출현으로 그 조건들을 분류했다. 팀 빌딩의 경우 능력 있는 구성원이 있다고 해도 방향성이 팀과 일치하지 못하면 오래 갈지 못한다. 장용호 PD는 여러 프로젝트를 하면서 이런 상황을 많이 겪었다고 덧붙였다. 스케쥴의 경우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A단계를 넘어 B단계로 갈때 사전에 몇 명이 충원된다고 스케쥴을 짠다고 해도 실제로는 그렇게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C단계에 들어갈 때 인력이 충원되곤 한다. 그러니 팀 빌딩 스케쥴을 짤 때는 딱 맞추는 게 아닌 다소 여유를 갖고 인력을 충원하는 형식으로 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프로토타입의 경우 항상 결과가 성공적일 거라는 믿음이 있기에 문제가 생긴다. 사실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다. 오히려 현실적으로 볼 때 대부분 프로토타입 단계에서 프로젝트가 엎어진다. 그러니 프로젝트가 엎어지거나 노선이 바뀔 때를 대비하는 것 역시 나쁘지 않다.

마지막으로는 경쟁자의 출현이 있다. 이 부분을 설명하며 장용호 PD는 "주식의 격언에 '시장을 예측하지 말고, 대응하라!'는 게 있는데 모바일 시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예측하기 힘든 시장이다"라며, 적절한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로열블러드'의 경우 2년 전까지만 해도 지금보다 퀄리티는 낮았어도 내부에서는 상당히 만족했었다. 그랬던 게 작년 '리니지2 레볼루션'이 나오면서 그래픽을 전체적으로 끌어올려야 했다.




이런 적절한 유연성을 발휘할 때 필요한 게 비전 문서로 무엇이 바뀌어도 되고, 무엇을 바뀌어선 안 되는지 파악할 수 있다. 그래서 비전 문서는 1장으로도 100장으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거다.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게 있으니 1장짜리 비전 문서의 경우 게임의 핵심인 만큼, 만약 1장으로 줄였을 때 나오는 항목을 바꿔야 한다면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경우 아예 재개발하는 수준이 될 테니 이런 근간이 되는 요소를 건드리는 건 되도록 피하라고 장용호 PD는 조언했다.

자, 그럼 본격적인 주제로 들어가서 그가 만들려고 했던 Next-Gen 모바일 MMORPG란 도대체 뭘까? 장용호 PD는 "Next-Gen은 차세대를 뜻한다. 즉, Next-Gen 모바일 MMORPG는 지금 모바일 MMORPG를 근간으로 대약진을 한 새로운 게임을 뜻하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이때 드는 의문이 있으니 왜 대약진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부분이었다.

그 이유를 알려면 우선 2년 전 모바일 게임 시장을 주목해야 한다. 2년 전에는 중국산 MMORPG가 한국 시장을 장악하던 시기였다. 당시 중국산 MMORPG는 공통점들이 있었는데 퀘스트 드리븐 기반에 성장 컨텐츠에만 집중한 식이었다. 전투도 특별하지 않았고, 스토리나 세계관은 구색 맞추기 수준에 불과했다. 비유하자면 마치 FM같은 성장 매니지먼트 게임들이었다. 익숙하지 않은 시스템들이었는데 이에 장용호 PD는 "생소했지만 하다 보니 나쁜 방식만 있는 것도 아니었고 당시 모바일 게임 유저들도 만족했었다"라고 당시 느껴졌던 점을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따로 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비슷한 게임들이 쏟아져 나왔고 장르가 획일화되기 시작했다. 장르가 획일화되면 나중에는 그 틀을 깨기가 힘들어진다. 더 늦기 전에 그 틀을 깰 필요가 생긴 거다.

장르의 획일화를 깨기 위해선 뻔하지 않은 플레이 경험을 유저에게 줘야 했다. 그럼 어떻게 뻔하지 않은 경험을 만들어야 할까? 먼저 중국산 게임의 공통점을 파악해야 했다. 중국산 게임은 필드 컨텐츠 · 전투 · 세계관/스토리 · 성장 컨텐츠/밸런스가 획일화됐는데 이 부분들의 틀을 깨야 했다.







필드 컨텐츠의 경우 PC 온라인 게임의 사례로 볼 때 크게 3개로 나누어진다. '리니지'의 경우 닥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유저들간의 인터렉션이 핵심이고 '와우'는 잘 짜인 퀘스트, '길드워2'는 다이나믹 이벤트를 들 수 있다. '로열블러드'는 여기서 '길드워2'의 다이나믹 이벤트 시스템을 가져와 뻔한 필드 컨텐츠에서 탈피하고자 했다.

장용호 PD는 2가지 이유로 '길드워2' 방식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우선 첫 번째는 다이나믹 이벤트 시스템이 MMORPG의 발전에 가장 부합한 시스템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퀘스트 드리븐 방식은 필드에서 함께 있지만 결국 혼자서 퀘스트를 따라가는 방식이다. 하지만 다이나믹 이벤트 같은 이벤트 드리븐 형식은 필드에서 흩어져 각자 할 일을 하다가 이벤트가 발생하면 다 함께 모여 협력해 이벤트를 클리어하는 식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MMORPG와는 확실히 차별화됐다. 두 번째 이유로는 모바일에서 이 방식이 첫 시도였기에 뻔하지 않은 게임을 만들고자 하는 그에게도 최고의 선택이 됐다.


다음으로 전투 컨텐츠도 새롭게 해야 했다. 모바일 MMORPG에서 전투는 재미가 없는데 사실 MMORPG 장르에서 전투는 원래 재미있던 컨텐츠였다. 그런데 왜 이렇게 된 걸까? 그 이유는 단순했다. 자동 사냥이 효율적이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스킬이나 공격 역시 광역기 형식이었으니 누구도 수동으로 전투를 하지 않았다. 애초에 효율도 낮았으니까. 이런 구조하에서는 절대 전투가 재미있을 수 없다.




이런 시스템에 대해 장용호 PD는 "누군가는 모바일 MMORPG는 보는 재미라고 말하는데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게임은 직접 플레이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그렇다고 이미 모든 유저가 익숙하게 사용하는 자동 전투를 배제할 수만은 없었다. 그래서 8:2 비율로 기존 요소에 새로움을 넣었는데, 수동 전투를 하는 게 더 효과가 있게 한 거였다.




다음은 스토리와 세계관을 짜는 거였는데 사실 이건 어려운 일이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고 이미 좋은 소재들은 유명 IP가 갖고 있었고, 국내에서는 전문 시나리오 작가 풀도 적었기 때문이다. 또한, 모바일에서 효과적인 스토리텔링 방법을 못 찾은 것 역시 있었다.

하지만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는 일. '로열블러드'는 대안으로 신선한 스토리보다는 스토리텔링에 집중해 스토리를 보강했다.

마지막으로 성장 컨텐츠/밸런스도 개선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모바일 MMORPG의 성장 컨텐츠/밸런스는 PC MMORPG를 능가하는 발전을 이뤘다고 장용호 PD는 말했다. 그럼 도대체 어떻길래 뛰어나고 하는 걸까? 장용호 PD는 중국산 모바일 게임의 성장 컨텐츠/밸런스에 대해 마중물의 원리라고 설명했다.




"펌프질할 때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미리 넣어두는 물이 마중물이다. 즉,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미리 물을 좀 쓰는 거다. 모바일 게임에서도 유저들이 과금을 하도록 처음에 무료로 아이템을 제공해주는 식이랄 수 있다. 결국, 유저들은 강화나 기타 이유로 스스로 과금해서 아이템을 사곤 한다"

거기에 더해 다양하고 끝없는 성장 요소를 넣음으로써 경쟁을 극대화했다. 이 부분에 대해 장용호 PD는 크게 놀랐었다고 말했다. PC MMORPG였다면 엄청난 논란이 됐을 컨텐츠가 모바일에선 최고의 컨텐츠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컨텐츠를 공부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했으니 이걸 응용하고자 한 거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중국식 게임들은 캐릭터의 강함을 하나의 숫자로 아주 간결하게 표현한다. 이른바 전투력이라는 건데 이걸로 유저들끼리 경쟁을 할 수 있지만, 문제가 있었으니 성취감은 숫자로 표현할 수 없단 거였다. 그래서 '로열블러드'에서는 이 성취감을 숫자로 표현할 수 있게 했다. 이런 영향력은 티어에 따라 능력치를 다르게 줌으로써 유저끼리 경쟁하는데 또다른 재미를 줄 수 있을 거라 여겼다.




'로열블러드'가 Next-Gen 모바일 MMORPG가 되기 위해선 이 같은 시도들이 있었다. 끝으로 장용호 PD는 자문했다. 왜 우리는 왜 Next-Gen을 찾아야 하는 걸까? 그 이유에 대해 그는 "요즘은 좋은 IP만 있다면 성공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좋은 게임을 만드는 게 아니라 좋은 IP만 찾는 게 요즘 추세다. 하지만 우리가 Next-Gen을 찾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면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시장 파괴자에 의해 판도가 뒤바뀔 수 있다. 그러니 지금, 기회가 있을 때 모두 Next-Gen을 찾길 바란다"라며 강연을 끝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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