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VR커넥트] VR 게임 만들지 마? ‘프레타’가 걸었던 착오의 길

게임뉴스 | 이현수 기자 | 댓글: 20개 |


▲ 일리언게임즈 박범진 대표

본래 넥슨에서 진행하던 모바일 프로젝트였다. 3년간 개발 중 비슷한 포지션의 ’히트’가 성공함에 따라 출시를 못 하게 됐다. 일리언게임즈는 그간 만들어놓은 리소스가 아까웠다. 그래서 넥슨과 협의를 통해 해당 리소스를 토대로 VR 게임을 만들었다. 그게 ‘프레타:벤데타 라이징(이하 프레타)’다.

‘프레타’는 스팀 VR 최고 인기 게임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며 척박한 VR 게임 환경에서 상업적 희망을 일궈냈다. 척박한 초기 시장을 개척한 개발사 일리언게임즈의 박범진 대표는 프레타를 '성남 VR 커넥트'를 통해 해부대에 올렸다.

'성남 VR 커넥트'는 성남산업진흥재단이 개최하는 행사로 '상업적 성공을 거둔 VR 게임의 개발, 마케팅 사례'를 주제로 차세대 융합 콘텐츠 활성화하기 위해 꾸려진 '커넥트21'의 개소식을 겸한 세미나로 진행됐다.


현재 VR 시장? 도망가!

많은 스타트업들이 시장 상황을 가볍게 생각하고 진입하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것들도 모르고 진입한다. 그리고 당황한다. 한 마디로 설명하자면, ‘도망가’다. 현재 VR 시장은 알려진 것보다 매우 어렵다.

2015년 말, 2016년에 불어 닥친 열풍에 뛰어든 스타트업들은 자본금을 소진한 상태로 서비스 직전 상태에 있거나 혹은 서비스를 이제 막 시작했다. 'Crash and Burn'이다. 그러니까 불타며 떨어지는 비행기를 연상하면 된다. 심지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며 트럼프의 대선 때 굉장히 바이럴됐던 알트스페이스VR(AltspaceVR)조차 최근 문을 닫았다.

폐업의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핵심은 B2C 시장에 고객이 없다는 것이다. 고객이 없는데 무엇을 어떻게 팔 것인가. 이게 지금 VR 시장의 현실이다.

업계는 오큘러스, 바이브, PSVR 플랫폼 사용자들을 모두 합쳐 200만 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단일 플랫폼도 아니고 서로 다른 마켓을 가진 기기의 시장이 200만 명이다. 더구나, VR 하드웨어의 초반 구매자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곳이 개발사와 VC였다.

그러므로 아주 긍정적으로 보자면 게임을 실제로 게임을 하는 액티브 유저는 백만명 정도다. 좀 더 현실적으로 바라보면 50만 명이 채 안 된다고 추산할 수 있다.



▲ VC와 개발자를 포함 추산한 판매 대수

스팀에서 판매 중인 700여 개의 게임 중 2.8억 원 이상을 번 게임은 30개밖에 되지 않는다. 월간 매출이 아니고 라이프 사이클 매출이다.

오큘러스의 제이슨 루빈(Jason Rubin)은 오큘러스 스토어에 올라가 있는 500여 개의 게임이 있으며 이 중 1M 달러(한화 약 11억 5천만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게임은 단 4개에 불과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극단적으로 이야기해서 좀 잘나가는 모바일 게임의 일매출도 못 버는 상황인 것이다.

게다가 이 4종의 게임은 오큘러스의 펀딩을 받은 게임으로 이미 AAA급 레퍼런스를 가지고 있는 회사가 엄청난 마케팅을 등에 업고 진행을 했다는 점이다. 이토록 B2C VR 게임으로 돈을 버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다만, 긍정적인 요소는 모든 애널리스트들이 VR이 3D TV의 전철을 밟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지금은 이러한 의견이 많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또한, 오큘러스를 3조 원에 인수했던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Mark Zuckerberg)는 최근 3조 원을 더 사용하면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왜 VR 시장에는 고객이 없을까

간단하게 말해 킬러 콘텐츠가 없기 때문이다. 콘솔 사업자들은 신규 콘솔을 발매하기 전에 콘텐츠 퍼블리싱을 위해 어마어마한 비용을 썼다. MS의 ‘헤일로’와 ‘기어즈 오브 워’가 그랬고 소니의 ‘라스트 오브 어스’, 닌텐도의 ‘젤다의 전설’이 그랬다. 콘솔 사업자들은 최소 천억 원 이상의 투자를 했다. 그런데 VR HMD 사업자들은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처음 잠깐 할 때는 좋지만, 굳이 돈을 투자할 필요가 없는 일회성 콘텐츠가 범람하여 소비자들은 방관으로 돌아섰다.

그렇다면 VR 콘텐츠가 나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콘솔 게임 퍼블리셔들은 BAP(Business Alignment Planning)를 맞추기 위해서는 500만 명 정도의 풀이 필요하다. 그런데 VR은 액티브 유저가 아닌 전체 유저를 고려해도 200만 명 밖에 안되기 때문에 대형 퍼블리셔들은 VR 게임에 눈길도 주지 않는다.

대중들은 ‘정말, 진짜 가상 현실’을 원한다. VR의 기대치가 콘텐츠 사업자들과 다른 것이다. 그들은 ‘매트릭스’, ‘토탈리콜’을 기대한다. 물론 현재의 기술로 대중이 원하는 수준의 게임을 만들 수 있지만, 문제는 그렇게 만들면 개발비가 최소 천억 원 단위에 육박하게 된다는 점이다.



▲ 혁신이 대중에 전파되기 까지.

VR 에코시스템을 원하는 회사는 구글, 페이스북, MS 등밖에 없다. 베데스다처럼 VR에 적극적인 퍼블리셔도 있기는 하지만, 그 수가 굉장히 적다. 오큘러스는 정식 출시 전 콘텐츠 소싱을 위해 5천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다. 그러나 지금 결과만 보면 금액이 충분하지 않았던 것 같다. 킬러 콘텐츠가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페이스북은 더 큰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려고 하지만, 코스트를 생각했을 때 아직도 B2C VR 게임에서 대중이 원하는 수준을 끌어내기는 힘들다.

현재 VR 시장은 아주 긍정적으로 판단했을 때, 얼리 어답터 초기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죽음의 계곡(The Chasm)을 거쳐 큰 시장으로 가야 하는 단계다. 초기 시장을 명확히 인식하고 매출을 낼 수 있는 아이템이 무엇인가 고민을 해야한다.


B2B는 맑음

반면, B2B 시장은 분위기가 매우 좋다. VR 아케이드의 호황 덕분이다. 이미 아시아 시장에서는 수천 개 이상이 존재하고 있으며 지금 이 시간에도 엄청나게 퍼져 나가고 있다. 전 아시아적인 현상이다.

VR 아케이드의 문제는 콘텐츠 소싱이다. 그래서 3~4명이 VR 아케이드 콘텐츠를 짧은 기간에 양산할 수 있다면 월에 억 단위로 매출을 찍을 기회가 열려 있다. 현재 굉장히 뜨거운 시장이며 투자도 많이 받을 기회다.

VR 아케이드 외에도 의료, 스포츠 훈련, 국방 시뮬레이터 등 많은 분야에서 그 욕구는 커지고 있다. 관련 시장만 4년 내 1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때문에, 아직 초기 단계라면 그리고 여력이 있다면 주변의 대학교수나, 의과 교수, 방산 관계자를 찾아서 적극 아이템을 발굴하는 게 더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투자도 원활하게 받을 수 있다. B2C는 아직 너무 이르지만, B2B의 장래는 밝다.

B2B 콘텐츠에는 버티컬한 접근이 필요하다. 개발 백단 기술이 비슷하므로 시야를 넓혀 굳이 B2C 게임만을 고집하지 않아도 된다. 너무 어려운 길을 가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그런데 왜 나는 VR 게임을 만들었고 거기서 무엇을 깨달았나

나는 시장이 이렇게 될지 몰랐다. 그래서 게임을 만들었다. 스타트업은 가설을 세우고 가설을 실험하여 결과를 내는 기업이다. 그래서 우리도 처음에는 몇 가지 가설을 세우고 이를 실행했다. 시작할 때만 해도 완전했다. 그렇게 생각했다.

일리언게임즈의 가설

1. 멀미가 최대의 적이므로 3인칭으로 이를 해결하자.
2. 플레이시간과 리텐션율이 핵심이다.
3. 노련한 개발팀을 가지고 있으므로 퀄리티로 승부하자.
4. 실패할 수 없는 런칭계획을 수립하자.
5. 개발원가를 높여 비싸게 판매하자.

개발을 시작한 2015년 VR 최대 화두는 멀미였다. VC도 그랬고 개발자도 그랬고 사용자들도 그랬다. 다들 그렇게 말했다. 우리는 멀미를 3인칭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1인칭, 3인칭 모두 개발하기로 했다.

또한, 당시 VC들은 플레이타임이 긴 콘텐츠를 찾고 있었다. 그들은 플레이타임만 길면 무조건 밀어준다고 말하곤 했다. 우리는 기뻐했다. ‘프레타’는 MO니까 시간은 자신 있었다. 개발팀에 대한 자신도 있었다. 평균 8년 이상의 개발을 가진 베테랑들이 있었다. 아울러 하루에도 몇 번씩 런칭 계획을 세우면서 복기했다. 완벽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늘 그렇듯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3인칭 게임을 만들어 400~500명의 테스트를 거쳤다. 대부분이 멀미를하지 않았다. 성공한 줄 알았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까 코어 하드 코어 게이머들은 VR 게임은 반드시 1인칭이어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들은 애초에 멀미는 상관하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최대 불만은 멀미가 아니라 "왜 순간 이동 방식을 사용하지? 이건 게임이 아니야"였다. 그들은 VR에 맞춘 게임이 아니라 그냥 VR인 게임을 원했다.

런칭하고 나서 데이터를 보니 평균 1시간 30분가량의 플레이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데이원 리텐션은 52%였다. VR 게임치고는 좋은 리텐션이었다. 그런데 작년에는 그토록 긴 플레이타임을 원했던 VC들은 시장이 변했다는 이유로 투자를 주지 않았다. 지금은 투자도 치열한 시장이 돼버렸다. 지금은 무엇을 만들고 있는지, 어떤 기술을 담았든지 간에 오로지 매출로만 이야기한다.




베테랑들로 이뤄진 팀이었기에 퀄리티를 높일 수 있었지만, 양을 제대로 뽑아내지 못했다. 2개의 화면에 렌더링하는 리소스를 다 만들어낼 수가 없었다. VR 게임이 처음이라 의욕이 앞섰다. 회사에서는 여기에 대한 가이드를 주지 못했다. 코스트를 조정하지 못하는 실수를 경험했다.

사전에 세운 런칭 계획은 절대 실패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2015년 개발 시작 때는 VR 하드웨어가 아직 어떻게 될지 몰라서 PC, 콘솔, 모바일로 다 준비를 했다. 그래서 모든 리소스를 ‘상,중,하’로 나눠서 개발했다. 덕분에 특허도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각 하드웨어의 콘트롤러가 다 달랐다. 엑스박스 패드가 기본 사양이었는데 오큘러스 조차 컨트롤러를 새로 내놨다. 애니메이션을 컨트롤러에 맞춰 개발했는데 다 바꿔야 했다. 그런데 사정상 전부 바꿀 수가 없었다.

그래서 모바일 쪽을 봤더니, 모바일 쪽은 컨트롤러 상황이 더 힘들었다. 더구나 방식이 달라서 PC에서 아무리 가볍게 만들어도 포팅을 하지 못하는 상황을 마주했다. 솔직히 얼마 되지도 않는 생태계에서는 개발사들의 선택지가 너무 적다.

콘솔은 엄청나게 ‘빡센’ 소니의 검수를 맞이했다. 일반적인 FQA전에 컨설테이션이라는 단계가 하나 더 있다. 거기서 우리는 로딩 아이콘의 프레임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검수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런 게 걸린 것으로는 상상도 못했다. 설계 단계부터 구조를 잡아야만 했다. 몇 번을 수정하고야 인제야 패스하고 FQA 단계에 들어섰다. 그래서 함께 출시하지 못했다.



▲ 뭔 컨트롤러가...

프레타는 VR과 NON VR(Flat) 버전을 함께 만들었다. VR이 안되면 일반 게임으로서 매출을 올리고 싶었다. 그런데 VR에서야 ‘VR디아블로’소리를 듣고 있지만, VR 요소를 빼는 순간 우리 게임은 수백억, 수천억을 들인 게임들과 경쟁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간과했다. 코스트를 들이며 굳이 두 버전 모두 만들 필요가 없었다.

한편, 개발 중 북미의 플랫폼 담당자가 한 가지 팁을 전해줬다. 처음에는 F2P로 출시하고 지표를 만들자는 생각을 할 때였다. 그런데 북미 플랫폼 담당자가 "지금 시장이 작으니 Paid로 출시하고 3개월 후 전환을 하자"라고 제안했다.

좋아보였다. 그래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완전한 미스였다. 스팀 리뷰가 '압도적으로 긍정적'에서 '복합적'으로 바뀌었다. 스팀 리뷰에는 "돈 받고 팔면서 인 앱 결제를 껴 넣느냐"라는 리뷰들도 생겼다. 이 정도의 반발이 있을 것으로는 예상하지 못했다. 현재 부랴부랴 고쳐서 수정 중이다.

요식업에서 다음과 같은 실수를 하고는 한다. 장사가 안 돼서 원가를 낮추려는 노력, 그런데 이건 바로 실패로 가는 지름길이다. 치킨이 팔리지 않는다고 싸구려 닭을 사용한다면 악순환에 빠질 뿐이다. 그래서 원가를 높여서 이를 빠져나와야 한다.

VR 시장에서도 너무 적은 예산의 게임이 범람하다 보니까, VR 경험이 퇴화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원가를 높여서 4만 원(35달러)로 판매하려고 했다. 그런데 인 앱 결제가 붙어 있다 보니 상기한 문제와 또 부딪히게 됐다. 완전한 패착이었다.


왜 이런 바보 같은 실수를?

결국 핵심은 게임이다. 프레타는 게임 본연에 대한 접근이 부족했다. VR 게임이기에 좋게 봐주는 요소가 있는데, 게임으로서 넘어서는 안 될 선이 있었고 우리는 그 선을 넘어버렸던 것이다. 한 발짝 떨어져서 보면 "저런 바보 같은 실수를 하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하고자 하는 것에 파묻히면 저런 실수들이 나오기도 한다.

지금 B2C VR 게임회사들의 최대 화두는 '생존'이다. 효율을 극대화해서 움직여야 생존할 수 있는 시장이다. 이렇게 버티다 보면 반드시 좋은 시장이 올 것으로 기대한다.

아이폰이 등장하던 시기 피쳐폰 개발자들이 많이 아이폰으로 넘어갔다. 피쳐폰 시절 통신사 갑질 등으로 힘들었기에 전혀 새로운 생태계를 기대하고 떠난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너무 빨리 떠나 지옥을 맛봤다. 지금 VR 시장이 그때와 같다.

그런데 그 때 근근이 버티던 사람들은 2013년 2014년에 엄청난 투자를 받았다. 무엇을 만들고 있던, 이력이 뭐든 간에 모바일 개발만 한다면 무조건 투자를 받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때가 중요하다. 분명히 버티면 VR도 좋은 미래가 올 것으로 본다. 거기에 맞춰 사업계획을 잘 세울 필요가 있다. 그래도 다행인 건 그나마 VR이 기회의 땅이라는 점이다. 재작년 그대로 모바일 게임을 출시했다면 작년에 절대 투자를 받지 못했을 것이다. VR로 하고 있기에 투자를 받고 협업제안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일찍 뛰어든 만큼 리스크가 있겠지만, 확실히 VR 개발은 독특하고 좋은 기회와 맞닿아있다.

머리를 식히고 보면 보인다. 개인적으로 토탈리콜의 경험을 VR HMD에서 이룰 수 있겠구나 흥분해서 날뛰었지만, 시장은 냉정했다. 한 발짝 뒤에서 보는 그러한 시선을 넓히는 자세가 필요하다. 물론 B2B도 포함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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