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울대 동아리에서 탄생한 딥 다크 던전, "저희 스팀 입성했어요"

인터뷰 | 박태학 기자 | 댓글: 38개 |




서울대학교 게임 개발 동아리의 박정수 개발자가 소수의 멤버들과 개발한 '딥 다크 던전(이하 DDD)'이 금일(5일), 스팀 얼리엑세스로 출시되었습니다. 동아리 친구들과 웃고 떠들면서 즐길 게임을 스스로 만들어보자는 계기로 탄생한 'DDD'. 처녀작 답지 않은 깔끔한 마감도, 아기자기한 액션이 눈에 띄었습니다.

별도 없고 현질도 없는, 오로지 게이머의 실력만을 요구하는 게임을 만들게 된 배경이 궁금했습니다. 회사 근처 조용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어요. '유리고양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박정수 개발자. 담담한 어투로 그간 겪어왔던 일을 전했습니다.




▲ 글래스캣 박정수 개발자





서울대학교 게임 개발 동아리에서 개발 중이다. 먼저, 동아리에 대한 소개부터 들어보고 싶은데.

서울대에 게임 개발하는 동아리가 두개 있다. 하나는 컴공 쪽 소프트웨어 개발 동아리이고, 다른 하나는 내가 속한 SNUGDC이다. 우리 동아리는 게임 개발에 관심이 있는 모든 서울대 학생들에게 열려 있는 곳이라고 보면 된다. 2009년에 설립됐고 지금 총 인원이 한 50명 정도 된다.

이중 '딥 다크 던전(이하 DDD)' 개발에 참여한 멤버는 8명 정도였고, 지금은 나까지 포함해 2명이서 만들고 있다. 개발 기간이 의외로 길어지면서, 재학생들은 학업 병행이 어려워 대부분 중간에 그만두었다. 지금 남은 친구와 나는 개발 도중 졸업장을 받았고, 결국 끝까지 이 프로젝트를 가져가게 됐다.


인력이 줄어들면 개발 기간도 확 늘어날텐데.

많이 지연된 건 사실이다. 그런데 이게 인력 문제는 아니다. 처음에는 큰 욕심 없이 적정 퀄리티만 완성되면 바로 출시하려 했다. 그런데 만들다 보니 점점 욕심이 붙더라. 콘텐츠 추가하면서 당초 계획보다 1년 정도 더 개발하게 됐다. 그리고 'DDD' 개발을 시작할 때 개발 인력을 모으기는 했지만, 내가 아트로 시작해서 프로그래밍 배우고 기획 배우고 하다 보니, 혼자 개발하는 게 익숙해진 상태였다. 팀원들에게 일을 배분해야 하는데, 내가 실무를 더 뛰려고 한 거다. 프로젝트 책임자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못 했고, 이 점은 반성하고 있다.


최근 게임업계와 협업하는 대학교가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 서울대에서는 동아리 활동에 어느 정도 지원을 해주는지 궁금하다.

학교에서 오는 지원도 꽤 풍부한 편이다. 한데 게임 개발 동아리 같은 경우, 게임사를 포함한 IT 업체들의 지원이 더 많다. 넥슨, 스마일게이트, 라인플러스, 데브시스터즈 등이 동아리 운영에 많은 도움을 줬다.


그럼 이해가 된다. 텀블벅 목표치가 백만 원이었는데, 사실 이 금액으로는 아무리 작은 게임이라도 완성까지 끌고 가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서 솔직히 좀 의문이었다.

텀블벅은 개발비 모금보다는 다른 의도로 했다. 일단, 우리 게임을 알리는 창구로서의 역할, 그리고 중간에 포기하지 않도록 나 자신을 끌고가는 역할이었다. 사람이 돈으로 묶여 있으면 도망가기 어렵지 않나(웃음). 그리고 텀블벅 달성 퍼센트가 높게 나오면 이슈가 되니, 모금액도 그에 맞춰서 정했다. 다른 게임 프로젝트를 보니까 300% 넘어갈 시점에서 이슈가 되더라. 우리도 그 정도 달성할 수 있도록 모금액을 설정했고, 다행히 성공할 수 있었다.

▲ '딥 다크 던전' 공식 트레일러


이제 'DDD'에 대한 소개를 들어보고 싶다.

액션, 협동, 로그라이크. 세 단어로 말하고 싶다. 동아리 방에 큰 TV가 있는데, 거기서 어떤 멤버가 게임을 하면 다른 멤버들이 몰려와서 플레이하는 걸 구경하곤 했다. 당시 동아리에서 열심히 했던 게 '다크소울3', '헬다이버즈', '갱비스트'같은 작품이었고, 자연스레 '보는 사람들이 재미있어 할 게임을 우리도 만들어보자'라고 입을 모으게 됐다.

구경할 맛이 나려면 액션성이 필수라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조작하는 사람의 의도가 바로 보이는 액션 게임이 최적이라 보았고, 동아리 멤버들이 그때 그때 콘텐츠를 추가할 수 있는 로그라이크 류 액션
게임이 괜찮아 보였다. 그런데 만들면서 보니 아무도 콘텐츠 추가를 안 하더라(웃음). 어쨌든, 로그라이크 게임은 리플레이성이 강하고, 최저 비용으로도 빠르게 콘텐츠를 늘릴 수 있다. 장르 특성을 살리려다보니 협동 콘텐츠도 자연스럽게 녹일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는 좋은 선택이었다고 본다.


영상을 보니 무기 종류가 꽤 다양해보였다. 현재 몇 종이 구현되었나.

지금은 17종류다. 아주 적은 숫자는 아니지만, 정식 출시 때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템 만드는 프로세스가 간단한 구조라 스팀 얼리엑세스 출시 후 더 많이 추가할 계획이다. 최종 목표는 30종 정도다.

그리고 각 캐릭터는 스타팅 무기를 고르는 역할이라 보면 된다. 스타팅 무기의 능력이 상당히 좋은 편이라, 원하는 무기가 안 나오면 스타팅 무기로 끝까지 가는 상황도 많을 거다. 다만, 스타팅 무기는 업그레이드하는 데 필요한 골드량이 상당하기에, 어떻게 키워나갈지는 유저의 선택에 달렸다.








스팀 얼리엑세스 출시 후 추가되는 콘텐츠로 또 어떤 게 있나.

장착 가능한 아이템을 20종까지 늘릴 생각이다. 또, 'DDD'의 보스가 지금 4종인데, 이것도 7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로그라이크라는 장르 특성상 반복 플레이가 강조되다보니, 콘텐츠 확대가 곧 재미의 확대라고 본다.


최근 출시되는 로그라이크 게임은 각자 자신만의 무기가 있는데, 'DDD'가 강조하는 특성은 무엇인가.

일단 근접전 위주의 전투 시스템을 꼽고 싶다. 현재 게임 내 등장하는 무기들은 전부 다른 모션을 갖고 있다. 즉, 무기마다 플레이 방식이 다르다. 또, 한 번 죽으면 끝나는 정통 로그라이크 게임에서 살짝 벗어난 협동 시스템도 특징이다. 'DDD'에는 부활 제도가 있다. 게임을 하면서 먹은 동전은 팀원들이 공유하며, 이를 이용해 먼저 죽은 동료를 부활시킬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로그라이크 게임이라고 하면 '어렵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개발자 입장에서 보기에 'DDD'의 난이도는 어느 정도인가.

숙달 되면 굉장히 쉬운 게임이다. 그런데 익숙해지기까지 좀 시간이 걸린다(웃음). 개인적으로 로그라이크 게임은 이 정도 밸런스가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최종 층까지 다 클리어 하면 언락되는 콘텐츠가 있어서 2회차나 3회차로 플레이할 때 좀 다른 느낌을 받을 것이다.








복셀 그래픽을 선택한 배경이 있나.

솔직히 개발이 쉬운 그래픽이라 선택하게 됐다. 지금도 잘 하는 건 아니지만, 초기에는 프로그래밍 까막눈일 때라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고. 그런데 최근 복셀 그래픽 인디 게임이 많이 나오면서 일종의 유행이 된 것 같다. 상대적으로 개발 시간이 확 줄어드니 다른 인디 개발자들도 비슷한 이유에서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복셀 그래픽의 특성상, 캐릭터 스킨 개발에 유리한 점이 있을 것 같다.

맞는 말이다. 그래서 텀블벅 모금 당시 리워드로 후원자 스킨을 따로 만들어준다고 했다. 얼리엑세스 버전엔 아직 안 들어갔지만, 추가 자체가 어려운 건 아니라서 조만간 선보일 계획이다. 약속한 거니까 꼭 추가된다. 후원자 분들이 너무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게임을 개발하면서 영감을 받은 게임으로 어떤 게 있나.

장르가 전혀 다르기는 한데, 같은 국내 인디 개발팀에서 만든 '로보토미 코퍼레이션'에서 영감을 받았다. 게임 내적인 것은 아니고, 개발 과정이나 마케팅 절차에 대한 부분이었다. '로보토미' 팀을 보니 텀블벅으로 홍보한 뒤 그린라이트에 들어가더라. 가이드라인으로 괜찮아 보였다. 어쨌든 텀블벅에 올리면 스스로 채찍질할 수 있는 계기가 되니까 우리도 그렇게 따라간 거다.


최근 모바일에서도 로그라이크 장르 게임들이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DDD'도 스마트폰에서 만나볼 수 있을까.

스마트폰으로 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긴 했지만, 당장은 계획이 없다. 일단, 나부터 핸드폰으로 액션 게임 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고, 가상패드에 특별한 매력을 못 느끼겠다.








이제 막 대학교를 졸업한 신분으로 인디 게임을 만든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개발 과정에서 여러 에피소드가 있었을 것 같은데.

경기콘텐츠진흥원의 게임창조오디션에 지원했다가 낙방한 기억이 난다. 상위 다섯 팀에게 개발 장소를 지원해준다고 해서 지원했고, 솔직히 그 안에 들어갈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가서 보니 대학생 팀은 우리 포함해서 두 팀밖에 없더라(웃음).

다행히 1차 오디션을 통과했고, 열 팀이 남았다. 그 안에서 5위 안에 들면 되는 거라서 어렵지 않게 생각했는데, 의외로 준비할 게 많아서 굉장히 힘들었다. 결국, 최종 오디션 발표에 힘을 쏟은 상위 다섯 팀이 합격했고, 우리는 말 그대로 쫄딱 망했다.

그렇게 떨어지니까 멘탈도 흔들리고 개발도 잘 안 되더라. 차라리 일찍 떨어졌으면 모르겠는데, 최종 오디션까지 준비하느라 게임 개발도 상당히 미뤄진 상황이었다.

한창 방황하던 마음을 다시 다잡게 된 계기는 BIC(부산 인디 커넥트 페스티벌)였다. 첫 날에 개발자들끼리만 참석한 부스에서 게임을 시연했는데, 말 그대로 '개판'이었다. 저녁에 개발자들 미팅도 안 가고 숙소 들어와서 몇 달동안 밀려있던 빌드를 다 고쳤다. 다음 날 고친 빌드로 교체하고 일반인들에게 공개했는데, 초등학생 친구들이 우리 게임을 재밌게 즐기는 모습을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둘째 날도 숙소에서 빌드 수정하면서 '지금까지 너무 놓고 있었다'라고 반성 많이 했다.

또, BIC 현장에서 우리 게임이 '최고의 멀티플레이어' 상 후보에도 올랐다. 사실, BIC 출품작 중 멀티플레이 지원하는 게 몇 개 없어서 올라간 것 같기는 한데... 아무튼 내게는 굉장한 자극이 됐다.

BIC 현장에서 서울대 이정엽 교수님의 추천으로 ID@XBOX에도 지원하게 됐다. 작년 11월 쯤 빌드를 보냈는데, '게임이 너무 미완성이라 평가가 어렵다. 수정해서 다시 보내주길 바란다'는 답장이 왔다. '개발을 1년이나 했는데 평가도 못 받는 게임이라니!'라는 생각으로 정말 독기를 품고 다듬었다. 올해 2월에 수정한 빌드를 보냈고 결국 통과됐다. 돌이켜보면 당시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그런 답장을 받은 게 우리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게임 개발자로서의 꿈에 대해 물어보고 싶다. 이후 어떤 게임을 개발하고 싶은지.

'DDD'가 그렇듯, 앞으로도 게임 패드에 최적화된 액션 게임을 만들고 싶다. 국내 기준에서 본다면 조금 올드한 게임일 수도 있겠다. 그리고 DDD는 협동을 키워드로 만들었는데, '이걸 싱글 전용으로 만들었다면 게임이 더 풍성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후 어떤 작품을 만들지는 잘 모르겠지만, 혼자서 진득하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도전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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