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리마스터] 한데 모인 스타 전설들 "스타는 삶이자 친구 같은 존재"

인터뷰 | 박범 기자 | 댓글: 19개 |



30일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의 공식 런칭 행사인 'GG 투게더'가 그 화려한 막을 올리기 직전,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로 최초 진행되는 공식 e스포츠 대회에 출전하는 7인의 전사와 3인의 중계진이 기자 간담회에 나섰다.

스타크래프트 e스포츠 역사의 산증인인 전용준 캐스터와 엄재경 해설을 비롯해 '마린' 김정민 역시 중계진으로 기자 간담회에 참석했다. 또한, 국기봉과 임요환, 박정석, 이윤열, 김택용, 이영호, 이제동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전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들 역시 자리를 빛냈다.

이들은 한 자리에 모여 취재를 위해 모인 기자들과 커뮤니티 관계자들 앞에서 스타크래프트에 의견은 물론, 리마스터 출시와 e스포츠 대회 지속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했다.

다음은 'GG 투게더'를 앞두고 열린 매체 통합 기자 간담회에서의 질의응답 전문이다.


Q. 이번 리마스터에서 유닛 생산 등 다양한 단축키를 변경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대한 생각은?

임요환 : 내가 스타크래프트 1(이하 스타)에서 손을 놓은 지 오래됐고, 그 후에 같은 장르지만 전혀 다른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스타크래프트 2(이하 스타 2)를 했다. 그래서 스타 2에 익숙해졌다가 다시 스타로 넘어오니 손에 익지 않더라. 단시간 내에 빠르게 성적을 올려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단축키 변경이 '빅 뉴스'가 아닐까.

박정석 : 나는 16년 가까이 같은 단축키만 썼다. 이번 리마스터를 통해 단축키 변경이 가능하다는 얘기는 들었다. 나는 아무래도 계속 안 바꾸지 않을까. 나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스타 2를 많이 하지 않았다.

이윤열 : 스타 2를 꽤 오래 한 입장에서 단축키 변경이 편했다. 스타 유저들이 적응하기에 힘들기는 했고, 처음에 고생을 많이 했다. 단축키 변경을 잘 활용한다면, 마치 하스스톤 덱을 짜는 것처럼 최적화된 단축키 설정이 유저들 사이에서 개발되어 자리잡을 것 같다. 올드 유저들 입장에서는 바꾸기 귀찮기는 하다.

이영호 : 스타 2를 했던 입장에서 정말 좋은 기능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는 그 기능을 활용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안 바꾸고 계속 잘해볼 생각이다.

임요환 : 난 참고로 스타 2를 할 때 단축키를 모조리 바꿨다(웃음).





Q. 리마스터를 직접 해보고 나서 어떤 점이 실제로 달라졌다고 느꼈나?

임요환 : 1.16 이후로는 '맵퍼'들의 관리만 받았지, 공식적으로는 그 어떤 관리도 받지 못했다. 스타를 오랫동안 즐기지 않고 있다가 복귀했을 때 처음 든 느낌은 '스타가 플래쉬 게임 같다'는 것이었다. 창 모드로 플레이를 하기도 했고, 그래픽 등 많은 부분에서 그렇게 느꼈다. 다른 게임을 하다가 오니까 '나이 든 게임'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게 사실이다.

더 이상의 버그는 없다고 느껴질 정도로 1.16 버전에 유저들이 적응을 많이 해와서 밸런스 패치를 생각지도 못했는데, 블리자드가 리마스터를 통해 시대에 맞는 옷을 입혀 줬다. 스타가 지속적인 관리를 받았다면, 계속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리와 관심을 받는 게임이 됐으면 좋겠다.

박정석 : 블리자드 코리아에 방문해서 시연을 한 번 했었다. 우연히 내가 갔을 때 김동수 형과 기욤 패트리 형과 함께 1:1:1 대결을 했다. F5 키를 누르면 기존 그래픽과 리마스터 그래픽을 오갈 수 있더라. 기존 버전의 느낌을 즐기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그 기능을 활용해볼 듯하다. 내가 인상 깊었던 건 향상된 그래픽이었다. '이게 정말 스타인가' 싶을 정도로 놀랐다. 특히, 유닛들이 파괴될 때 화려한 그래픽이 좋았다.

이윤열 : 개인방송 활동을 하다 보니 일반인의 시선으로 스타를 바라보는 일이 잦았다. 일반 유저 중에는 이른바 '빠른 무한'이나 '유즈맵'을 자주 즐기는 분들이 많은데, 일명 '캔낫'이 걸려서 불편함을 느끼시더라. 그 부분이 아직 수정이 안됐다면 빨리 수정되길 바란다.

이영호 : 나 또한 개인방송을 통해 옵저빙을 몇 번 해봤다. 리마스터 이전 단계에서는 옵저빙 때 재미 요소를 찾기 힘들었다. 앞으로는 유닛을 확대해서 움직임을 잡아주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나와 같은 테란 유저들은 '핵'을 한 번 쏴보면 매력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제동 : 기존 버전과 그래픽이 너무 차이 많이 나서 다른 게임인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직접 해보니 기존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1.16 버전 때의 플레이와 비슷해서 오히려 새롭더라. 기존 버전의 재미를 전혀 건드리지 않고, e스포츠에 더 적합한 게임이 됐다는 걸 보여줄 수 있는 환경이 깔렸다는 게 가장 마음에 들었다. 옵저버가 연출할 수 있는 부분이 다양해질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김택용 : 감도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리마스터와 기존 버전을 해봤을 때 감도가 다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 실제로 해보니 예전과 비교해서 차이가 없이 부드럽게 잘 되더라. 보는 재미가 그동안 조금 부족했다고 생각했는데, 보는 재미도 업그레이드되어서 시청자들이 접근하기 용이할 듯하다.





Q. 스타가 본인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궁금하다.

국기봉 : 스타는 삶이다. 나 뿐만 아니라 여기 모인 사람들이 스타로 새로운 직업을 갖게 됐다. 팬들의 요구로 리마스터가 출시됐는데, 앞으로 계속 나와 함께 할 삶의 동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택용 : 나에게 스타는 '라이프', 인생 그 자체다. 올해로 스타를 한 지 13년 정도 됐는데, 어찌 보면 공부보다 더 많이 했다. 지금까지도 하고 있다. 나에게 가장 소중하게 느껴지는 게임이다.

임요환 : 스타를 시작했을 때가 10대 초반이었고, 30대 초반까지 계속 했다. 아직 젊지만, 어찌 보면 청춘을 바친 게임이다. 지금은 자식처럼 잘되기만을 바라보고 있는 게임이기도 하다.

박정석 : 게이머들은 다 비슷할 것 같다. 스타에는 희노애락으로 대표되는 내 인생의 모든 것이 담겨있다. 내가 다른 게임을 할 줄 아는 것이 거의 없다. 아케이드 게임이나 리그 오브 레전드 말고는 스타가 전부다. 성적이 좋지 않거나, 이별을 하는 등 안 좋은 일이 있어도 스타만 하면 모든 걸 잊게 된다. 그 때가 가장 행복했다. 지금도 그 감정이 이어지고 있다. 옆에 있는 후배들 모두 설 무대가 없어졌기에 새로운 길을 찾아 떠난 것이다. 이번 리마스터가 도화선이 되어서 다시 리그가 활성화됐으면 좋겠다.

이윤열 : 1998년부터 약 19년 간 스타를 직업으로 삼았다. 스타 없이 살아온 인생보다 스타를 직업으로 삼은 기간이 더 길다. 나는 스타2: 공허의 유산 관련 행사에서 결혼까지 했다. 나에게도 스타는 '라이프'다.

이영호 : 올해 26살이다. 내 인생의 절반을 스타에 쏟았다. 스타는 나에게 친구 같고 고운 존재다. 내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스타다. 스타가 없었다면 지금 이 자리에 설 수도 없었으니까. 앞으로도 계속 스타를 할 것이고, 잘할 것이기 때문에 이런 목표를 향해 열심히 나아갈 것. 앞으로도 스타는 친구같은 게임일 것 같다.

이제동 : 어렸을 때부터 스타 리그를 보면서 꿈을 키웠고, 그 꿈을 스타로 이루게 됐다. 많은 것들을 포기한 대신에 또 많은 것을 얻었다. 스타를 통해 인생에서 많은 경험을 얻었다. 나에겐 애증 관계라고 할까. 너무 감사하면서도 밉기도 하다. 복잡한 감정이 든다.





김정민 : 워낙 스타를 오래 해왔기에 선수들과 같은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 리마스터를 통해 많은 사람이 모인 만큼 기대가 높을 것 같다. 나도 마찬가지다. 이번이 리마스터 최초의 e스포츠 리그 중계 아닌가. 뿌듯하면서 기대도 된다. 그만큼 책임감도 느끼고 있다. 이번 대회를 시작으로 리그가 활성화된다면, 소소한 밸런스 패치가 이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최근 스타 패치를 통해 배틀넷 친구들과 연동되는 게 참 기분 좋은 경험이더라.

전용준 : 내 인생에 축복이라고 할 수 있다. 야구 캐스터 하고 싶어서 방송 일을 시작했는데, 1999년 이후에 게임 전문 캐스터가 되겠다고 생각해서 지금까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때만 해도 이렇게 많은 사람이 날 알아보는 자리에 오를 수 있을 지 몰랐다. 스타를 통해 나는 내 능력에 대해 잘 알게 됐다.

10년 쯤 전에 각종 인터뷰에 나서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신이 스타를 통해 축복을 내려주시는구나' 하고 말이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이제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신이 나에게 스타로 축복을 내렸다면, 오늘은 신이 스타에게 축복을 내렸다'고.

엄재경 : 1998년도에 스타가 나왔고, 1999년에 스포츠 중계 포메이션으로 스타를 방송으로 송출한 게 첫 e스포츠였다. 그 때 내가 중계를 했다. 참 의미있는 경험이었다. 그 다음 해인 2000년, 온게임넷에서 스타 리그가 생겼고, 같은 해에 내 아들이 태어났다. 내 아들과 스타가 동갑이다. 우리 아들이 크는 것처럼 e스포츠가 계속 성장했다.

어느 날, 아들이 가출하듯이 스타 리그가 사라졌다. 상실감이 컸다. 이번 리마스터는 집 나갔던 아들이 비단 옷을 입고 다시 나타난 기분이다. 그래서 나 자신이 정말 들떠있다. 많은 사람이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





Q. 리마스터 최초의 e스포츠 대회에 출전하는 각오는?

임요환 : 마지막 '임진록'에서 패배했다. 그걸 만회할 수 있는 찬스라고 생각한다. 이번 임진록은 토끼와 거북이의 대결이라고 할 수 있다. (홍)진호는 평소에 한두 게임씩 꼭 했다고 하는데, 나는 아예 안하고 있었다. 오늘을 위해 벼락치기를 했다. 벼락치기를 한 토끼가 꾸준히 노력한 거북이를 이길 수 있는 경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박정석 : 초반에 끝낼 수 있으면 선택해야 할 것 같다. 초반에 끝내야 할 것인지, 아니면 시청자들을 위해 다양한 유닛들을 보여드려야 할 지 말이다. 이따가 경기를 직접 하게 되면 고민해보겠다.

김택용 : 오늘 (이)제동이와 (이)영호와 경기를 하게 됐는데 결과를 모르겠다. 보여주고 싶은 유닛이 정말 많다. 그때 상황을 봐서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열심히 하겠다.

이윤열 :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경기를 보여주겠다.

이영호 : 옆에 계신 선수들과 같은 고민 중이다. 재미있고 멋진 경기를 보여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하겠다.

이제동 : 내가 마지막 경기에 출전하기에 재미있는 장면을 많이 보여주고 싶다. 우리의 경기를 보고 최대한 많은 팬들이 리마스터에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됐으면 좋겠다.





Q. 시청자들에게 리마스터가 첫 공개되는 자리다. 어느 부분에 초점을 맞춰서 중계할 것인지?

김정민 : 스타 하면 낡은 것이라는 이미지가 팽배하다. 하지만 여전히 사랑해주시는 분들도 있다. 그런 분들에게는 시각적으로 만족스러움을 주는 경기가 될 것 같다. 이번 기회로 스타를 처음 접하는 분들도 오늘 경기 이후에는 팬이 되지 않을까. 모든 사람들이 이 게임에 대해 알고 있다는 느낌이 아닌, 새롭게 바뀐 점에 대해 많이 부각하고 싶다. 화려해진 것과 바뀐 모든 것들을 즐기면서 중계할 예정이다.

전용준 : 리마스터는 새로운 도전이고 새로운 시작이다. 오늘 여러 경기가 있겠지만, 임요환과 홍진호 이윤열, 박정석을 모았으면 사실 '콩 까는 거' 아니겠나(웃음). 이 세 선수들의 경기는 예전 추억이 공유되는 느낌이라면, 현재 프로게이머와 다름 없는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는 다른 세 선수들의 경기를 중계하기 위해서 별도의 공부를 열심히 했다. 이 자리를 빌어 ASL을 중계하는 세 분에게 정말 감사하다. 그들이 중계하는 걸 보면서 개인적으로 준비를 많이 했다.

앞의 세 선수 경기는 추억의 공유와 소통, 또 다시 만들어질 추억에 무게를 둘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세 선수의 경기 중계를 위해서는 기본적인 자격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떤 결과가 나올 지는 모르겠지만, 옆에 두 해설위원과 함께 좋은 추억을 만들겠다는 걸 확실히 말씀드린다.

엄재경 : 리마스터 출시는 스타 역사에 한 획을 긋는 큰 사건이다. 예전부터 인터뷰에 나서면 비슷한 질문을 받았다. '게임에는 수명이 있기에 e스포츠 역시 마찬가지다. 전통 스포츠 종목과는 다르지 않은가'에 관한 것이었다. 나는 스타가 바둑이나 장기와 비슷하고, 우리나라에서는 더욱 그렇다고 답변했다.

리마스터라는 걸 통해서 스타가 과거 팬들과 현재 팬들을 한데 연결해줄 수 있는 세상이 온다면, 다른 모든 게임들도 영원한 종목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이번 리마스터라는 야심찬 실험이 통할 것인지 다른 게임사들도 유심히 지켜볼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왔는데, 현장에 와서 예전 친구들과 만나니 제대하고 군 생활을 같이 했던 전우들을 다시 만난 느낌을 받았다. 중계는 무조건 즐겁게 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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