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강제적 셧다운제 시행 6년 "청소년은 한밤에 잘 자고 있을까?"

게임뉴스 | 이두현 기자 | 댓글: 93개 |
한국행정학회는 오늘(24일), '셧다운제 시행 6년, 학생들은 한밤에 잘 자고 있는가?'를 주제로 CKL 기업지원센터에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다양한 학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이번 정책토론회를 통해 셧다운제 등 게임이용시간 제한제도가 청소년 보호와 건전한 게임이용이라는 입법 목적을 달성했는지에 대한 다양한 검토와 논의가 이루어졌다.

이번 정책토론회는 법학, 산업공학, 행정학 등 각계 전문가들이 주제발표와 종합토론을 진행했다. 국민대학교 황승흠 교수는 셧다운제 도입과 관련한 법률적 쟁점과 개선 방안을 논의했으며, 서울대학교 이덕주 교수는 셧다운제 도입이 게임산업계에 미친 영향에 대해 발표했다. 또한, 한성대학교 조문석 교수는 게임이용시간 제한제도가 법제도 수범자의 행태와 인식에 미친 영향에 대해 논의했다.

토론회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김병관 의원은 “게임 업계에서 셧다운제 실효성 논의를 했다면 객관성이 결여됐다고 보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이야기를 해도 믿어주지 않는다”라며 “행정학회에서 정책토론회를 해줘 의외면서도 감사하다”라고 인사말을 전했다. 이어 “셧다운제에 대해서 이제 평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초 법안을 결정했던 기대 효과와 현재 상황이랑 비교해, 그때 결정이 잘못됐다면 되돌려야 한다”고 밝혔다.



법제도적 접근: 목표달성 합법성 측면
황승흠 국민대학교 법학과 교수



▲ 황승흠 교수

청소년게임이용시간제도(이하 강제적 셧다운제)는 2011년 4월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 동년 11월 20일부터 대한민국에서 서비스하는 모든 온라인 게임에 적용됐다. 강제적 셧다웃제는 시행 전인 2011년 10월, ‘청소년의 문화적 권리, 학부모의 교육권 침해’ 등의 이유로 헌법소원이 제기됐으나, 헌법재판소는 합헌(2014. 4. 24.)으로 결정했다.

헌법재판소는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인터넷 게임을 금지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로 볼 수 없고, 청소년 보호 등의 공익 목적을 고려할 때 청소년이나 부모의 기본권 침해로 볼 수 없으며, 중독성이 강한 인터넷 게임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과도하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다만, 인터넷 게임의 정의가 불명확(명확성 원칙 위반, 죄형법주의 위반)하고, 인터넷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전제(수단의 부적절성)하며, 선택적 셧다운제가 이미 존재(최소침해성 위반)하면서, 심야 이용률이 낮고 명의대여 가능성(실효성 부족)이 있어 셧다운제가 위헌이라는 반대 의견도 제기됐다.(김창종, 조용호 헌법재판관)

황승흠 교수는 토론회에서 당시 헌법재판소의 강제적 셧다운제 합헌 결정에는 비례 원칙이 부족했다고 의견을 냈다. 먼저, 야간 게임 접속을 제한하기 때문에 주간에 게임 과몰입에 빠지는 청소년을 보호할 수 없다. 또한, 온라인 게임을 제외한 게임에 과몰입될 경우 셧다운제는 적절한 보호 수단이 되지 않는다. 이미 선택적 셧다운제를 통해 기본권 침해를 덜 하면서도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는 수단이 있었단 점도 이유로 들었다.

강제적 셧다운제로 인해 게임의 순기능이 배제되는 것도 황승흠 교수는 문제로 들었다. 황승흠 교수는 강제적 셧다운제가 이용자의 의사결정권을 무시하고, 서비스 제공자의 사회적 기여를 무시하는 낙인 효과를 일으킨다고 봤다.

강제적 셧다운제가 합헌 결정을 받았다고 해서 합리적인 규제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황승흠 교수는 제도의 불합리성을 극복하고 합리적으로 운용될 수 있도록 다양한 개선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만약 게임물 이용이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걸 부정할 수 없다면, 강제적 셧다운제가 청소년 게임 과몰입에 효과적인 대응책인지 성찰이 필요하다고 황승흠 교수는 덧붙였다. 강제적 셧다운제가 단순히 이용 시간을 제한하는 것은 게임이 유해하다는 전제하에 지나치게 행정 편의적인 제도라는 것이다.

황승흠 교수는 ‘폭력적 비디오게임 규제 법률’에 위헌 판결한 미국 연방대법원의 사례(2011. Brown v EMA)를 참고하길 권했다. 이 사건은 캘리포니아 주가 폭력성 비디오게임을 청소년이 이용하지 못하게 하려 했었다. 미 연방대법원은 캘리포니아 주에 엄격한 심사 기준을 적용한 원인관계 입증을 요구했지만, 상관관계 정도에 그치자 위헌을 선언했다.


산업경제적 접근: 미시-거시적 게임산업 경제적 효과 측면
이덕주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



▲ 이덕주 교수

이덕주 교수는 이번 정책토론회에서 강제적 셧다운제의 게임 산업 경제적 영향에 대해 분석을 발표했다. 강제적 셧다운제라는 규제 시행이 게임 산업에 미친 영향을 실제 데이터에 근거해 실증적으로 보기 위해서다. 이 분석에는 셧다운제 시행 이전에 설립된 107개 기업을 대상으로 했으며, 설문에 응답한 상장사 4개 기업 포함해 42개 기업이 포함된다.

먼저 이덕주 교수는 게임 산업 연구의 배경을 살폈다. 이덕주 교수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00년 이후 국내 게임 산업이 내수시장에서 높은 성장세를 보였고, 수출 또한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이어 국내 게임시장 규모는 2012년 9조 7,525억 원, 온라인 게임 시장 2012년 6조 7,839억을 정점으로 정체하는 추세다. 현재 국내 게임산업 규모는 수출은 지속해서 확대되나, 2012년 이후 성장률이 둔화하는 추세다.

이덕주 교수의 설문조사 분석에 의하면 강제적 셧다운제 이후, 2013년 큰 폭으로 매출액이 감소한다. 온라인 게임의 매출은 2010년 84.2%를 정점으로 매년 2%씩 감소해 강제적 셧다운제와는 관계가 없어 보였다. 강제적 셧다운제 대상 게임 매출액은 시행 직전 55.4%에서 시행 직후 58.6%로 증가했으나, 이후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온라인 게임 매출감소 주요 원인을 묻는 이덕주 교수에게 기업들은 ‘온라인 게임에 대한 사회 전반의 부정적 인시 증가’와 ‘강제적 셧다운제로 인한 만 16세 미만 청소년 이용률 감소’를 꼽았다. 온라인에서 모바일 게임으로의 전환보다, 온라인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 증가가 더 주요한 매출감소 원인으로 지적됐다.

반면, 이덕주 교수 연구에 따르면 강제적 셧다운제는 출시 게임 수에 영향을 끼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그 이유로는 강제적 셧다운제 적용 대상이 아닌 다른 플랫폼으로의 전환이 설문조사 결과 가장 많이 응답됐다. 출시전략에 변화가 없다는 답 역시 높은 빈도를 보였다.

게임업계 고용에 관한 이덕주 교수의 분석에서는 설문 응답 기업의 직원 평균 수는 모두 강제적 셧다운제 이후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게임업계 종사자들의 강제적 셧다운제에 관한 인식은 ‘전반적으로 게임 시장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라는 응답이 많았다. 이덕주 교수는 “강제적 셧다운제에 대한 게임사의 경쟁력, 종사자 수, 매출의 긍정적 의견은 없었다”라 덧붙였다.

이덕주 교수는 매출 감소의 원인에 대한 게임업계 종사자의 의견을 빌려 “16세 미만 청소년이 매출에서 매우 적은 부분을 차지해 게임 업계는 큰 우려를 하지 않았다”라며 강제적 셧다운제 이후 매출 감소는 시장 변화에 따른 영향일 수 있다고 추측했다.

강제적 셧다운제로 인한 수출 감소 사례는 공식적인 통계가 없다. 하지만 이덕주 교수는 “게임업계 종사자와의 면담에서 강제적 셧다운제가 적용된 게임이 청소년 유해 매체로 오인돼 수출 계약이 취소된 사례가 있다”고 전했다.

이덕주 교수는 강제적 셧다운제의 게임 산업에 대한 간접적 영향으로 ‘게임 이미지 저하 효과’와 ‘게임 규제 정책 증가’를 꼽았다. 강제적 셧다운제로 인해 게임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변화하여 간접적인 매출 감소가 이어졌는지 입증할 객관적 데이터는 없다. 하지만 게임학과 진학률이 떨어지고 ‘게임 포비아’에 의해 경쟁력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고 이덕주 교수는 말했다. 게임규제 역시 강제적 셧다운제 이전까지 다양한 시도는 있었으나 시행된 사례는 찾기 어렵다. 하지만, 강제적 셧다운제 입법 이후 관련 규제 정책들의 입법 시도가 늘었다.

이덕주 교수가 시행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강제적 셧다운제 대상 게임 매출 감소는 응답 비중이 51.7%이다. 응답한 기업들은 평균 매출 감소 폭을 약 24.4%라 답했다. 게임 산업 전반에 미친 영향 분석에서는 경기 변화 외적 요인으로 인한 제작배급 분야 위축 규모가 2015년 기준 9,299억 원(전체 시장 대비 10.3%), 온라인 게임의 경우 동년 기준 4조 6,894억 원(전체 시장 대비 17.3%)으로 분석된다.

물론, 다른 외적 요인으로 시장 위축 효과가 나타났을 수 있다. 그러나, 강제적 셧다운제가 도입된 2011년~2012년을 전후로 한 시점의 변화라는 점에서 제도의 도입이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2012년 이후 모바일 기기 보급 확대와 게임업계 전체가 시장을 다각화하는 과정에서, 규제가 강화된 온라인 게임 개발 비중을 낮추고 모바일 게임 시장으로 전환을 시도한 점도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있다.


법사회학적 접근: 목표달성, 수용성, 실용성 측면
조문석 한성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 조문석 교수

조문석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강제적 셧다운제는 시간에 비례해 청소년의 게임 과몰입 수준이 증가할 것을 전제로 한다. 즉, 강제적 셧다운제가 청소년의 게임 이용 시간을 통제할 수 있다면 과몰입을 낮춤과 동시에 청소년 범죄 예방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강제적 셧다운제의 합헌 결정 이전까지 ‘게임 이용 시간과 과몰입의 관계’에 관한 연구는 측정방법이 신뢰하기 힘들다고 조문석 교수는 주장했다. 따라서 조문석 교수는 규제의 필요성을 확인하기 위해 효과가 있는지, 과학적 근거와 정보를 토대로 했는지 원점부터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게임 이용 시간을 제한하는 게 과몰입 예방에 효과가 있으려면, 제재 대상이 문제의 결정적 요인이어야 한다. 하지만 조문석 교수는 낮은 자아존중감(배상률, 2013), 대인관계에 대한 불만족과 청소년기의 정서적 불안정성(이정은-배성만, 2015), 가정폭력 경험 등과 같은 사회적 요인(김나예, 2015) 등 다른 요인 또한 게임 과몰입에 원인이 될 수 있다. 즉, 게임 이용 시간은 과몰입과 문제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변수 중 하나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게임 이용 시간이 다른 원인에 영향을 미치거나 증폭시킨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조문석 교수는 이에 관한 실증 연구는 거의 없다고 전했다. 조문석 교수 의견에 따르면 대부분의 기존 연구에서도 게임 이용 시간을 결정적 변수로 고려하지 않았다.

조문석 교수는 “강제적 셧다운제는 과몰입 증상을 완화한다는 목적을 달성하기에는 불완전한 제도이다”라 전하면서 “강제적 셧다운제가 근거로 드는 연구를 살펴봐도, 시간을 통제하는 제도로 과몰입 완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 말했다.

또한, 강제적 셧다운제는 모든 청소년은 게임 이용 시간이 증가하면, 과몰입 증상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제한다. 그런데 게임 이용 시간에 따라 과몰입을 겪을 청소년이 일부에 불과하다면, 모든 청소년을 대상으로 설정하는 강제적 셧다운제는 규제 대상을 과도하게 설정하는 게 된다. 한편, 과몰입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심야 게임 이용만 통제한다면, 과소한 정책이기도 하다.

강제적 셧다운제로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청소년이 온라인 게임 외에 할 수 있는 게임이 없어야 한다. 그러나, 강제적 셧다운제가 적용되던 시점에 모바일 기기가 퍼져, 강제적 셧다운제 적용을 받지 않는 게임을 하는 청소년이 급격하게 증가했다. 또한, 부모의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 심야 게임을 즐기는 청소년을 제재할 마땅한 수단이 없어 규제의 실효성이 제기된다.

조문석 교수의 조사에 따르면 강제적 셧다운제에 대한 긍정적 답변이 예상보다 높다. 조문석 교수는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됨에 불구하고 대중의 긍정적 답변이 높은 이유를 ‘공식적인 제도가 부여하는 정당성’이라고 추측했다. 즉, 강제적 셧다운제 자체에 대한 의견이 아니라 공식적인 제도기 때문에 순응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강제적 셧다운제로 인한 부담은 게임업계에 국한되고, 사회적 편익과 비용은 대중에게 분산된다. 또한, 게임을 통해 지향하는 가치보다 청소년 학습권에 부여하는 가치가 사회적으로 우선되어 예상보다 높은 수용성을 보여줄 수 있다고 조문석 교수는 말했다.

학부모의 경우 자녀가 심야에 게임을 하는 것을 알아도 강제적 셧다운제가 실효성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조문석 교수는 “자녀의 학습에 게임이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전제에서 강제적 셧다운제는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라 말했다. 이는 게임이 나쁜 것이고, 국가는 좋지 않은 것을 어떻게든 통제해야 한다는 생각에 기반을 둔다.

정치공학적으로 보면 강제적 셧다운제는 굉장히 효율적인 정책이다. 적어도 학부모 유권자 입장에는 ‘내 자녀에게 뭔가 했다’라는 만족감을 준다. 실제로 강제적 셧다운제가 “유권자의 자녀를 구원했는가?”라는 물음에 조문석 교수는 “아니다. 자녀가 잠을 못 자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학원일 수 있고, 가정불화일 수 있다”라 답했다.

끝으로 조문석 교수는 “궁극적으로 강제적 셧다운제는 국가 주도의 통제 정책의 전형적인 실패 사례가 아닐까 생각한다”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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