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과 게임, 법적인 문제는 없을까?

게임뉴스 | 원동현 기자 | 댓글: 7개 |


▲ 법무법인 '신원' 김진욱 변호사

최근 2, 3년간 전세계를 뜨겁게 달군 공통의 키워드는 단연 '블록체인'이다. 남다른 보안성과 확장성 덕에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의 근간이 된 기술이기도 하다.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산업에서 블록체인을 활용한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는 게임산업 역시 예외가 아니다. 많은 이가 블록체인 기술이 게임 특유의 상호작용성과 뛰어난 시너지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기존 현물 위주의 경제 개념에 익숙해져 있는 현세대에게 블록체인 기술의 확장성은 쉽게 와닿지 않았다. 불안정하고, 위험한 기술로 비춰졌다. 현행법과도 끊임없는 마찰을 일으키며 과연 블록체인 산업이 게임과 접목될 수 있을지 그 여부가 불투명해지기 시작했다.

금일(31일), 법무법인 신원의 김진욱 변호사는 성남산업진흥재단 대강당에 개최된 '성남 커넥트 세미나'에서 '블록체인, 암호화폐의 게임적용과 법적 문제점'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본격적인 강연에 앞서 그는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움직임과 규제가 나와 강연 준비가 참 힘들었다며 블록체인과 게임 산업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 기사는 편한 전달을 위해 강연자의 시점에서 서술했습니다







최근 블록체인이 차세대 기술로 각광받으면서 게임 산업에도 전반에도 큰 변화가 생기고 있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게임 플랫폼이 속속 등장하고 있으며, 게임 아이템과 결제수단을 하나의 암호화폐 단위로 통합하는 등의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플랫폼을 채택할 경우 게임 내 아이템의 교환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소위 ‘고인물’ 현상이 완화되고, 자산 회수 측면에서도 이점을 챙길 수 있다. 아울러 거래 수수료와 마케팅 비용을 감소시킬 수 있으며 손쉬운 아이템 거래 추적을 통해 경제 밸런싱 역시 용이해진다.




하지만, 암호화폐를 게임에 적용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암호화폐가 법적으로 상당히 애매한 성질을 갖고 있는 탓이다. '상품'으로 봐야 할지, '물건'으로 봐야 할지 명확히 규정된 것이 없어 어떤 법률을 적용해야 할지 의견이 분분하다. 암호화폐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쪽에서는 ‘전자금융거래법’, ‘자본시장통합법’ 등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렇다면 암호화폐는 일종의 ‘전자지급수단’으로 간주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전자금융거래법 제2조 제11호에 따르면 ‘전자지급수단’이라함은 전자자금이체, 직불전자지급수단, 선불전자지급수단, 전자화폐, 신용카드 등을 말한다. 공통적으로 발행인 측정과 가치 고정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암호화폐는 불가능하다. 또한, 외국환거래당국은 외국환거래법 상 암호화폐가 ‘지급수단’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30일, 대법원에서 비트코인을 재산으로 간주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비트코인을 재산으로서 몰수한다는 뜻이기에 여러 측면에서 의미가 깊다. 해당 판례의 피의자 A씨는 음란사이트에서 동영상을 거래한 대가로 비트코인을 받은 바 있다. 수사 당시 A씨가 보유한 비트코인의 가치는 한화 기준 약 5억 원 정도였으나, 재판이 진행되면서 가치가 14억 원가량까지 올라갔다.

1심에서 4억 원가량의 추징금이 내려졌으나, A씨는 ‘비트코인은 10분마다 거래기록이 갱신되기에 지금의 비트코인과 과거의 비트코인은 다른 것’이라고 주장하며 항소를 진행했다. 이에 대해 수원지방법원 측은 항소심에서 “비트코인은 기술적 특성상 무한정 생성,복제,거래될 수 있는 디지털 데이터와 구별된다”며, “비트코인 역시 경제적 가치를 지닌 재산으로서 몰수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게임 아이템과 암호화폐 간의 유기성을 논할려면, 민법상 물건과 형법상 재산상 이익의 정의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 민법 제98조에 따르면 물건이라 함은 유체물 및 전기 기타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을 말한다. 게임 아이템은 가상공간 내에 존재하기에 유체물이라 할 수 없고, 전기 또는 관리 가능한 자연물 역시 아니다. 다만, 지난 2001년 서울고등법원에서 게임아이템이 형법상 ‘재산상 이익’에 해당한다고 판례를 내린 바 있다.

암호화폐와 연동될 경우, 유저의 관리 가능성이 생기기에 민법상 다르게 간주할 수 있지 않냐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소유권의 객체로서, 하나의 물건으로서 볼 수 있을 정도로 논리 구성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아울러 소유권 확인 문제, 게임 아이템 귀속 문제, 게임 간 아이템 이동 문제 등 가치 산정에 애로사항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설령 암호화페가 게임 내에서 지급이 되더라도, 그 활용방식에는 여전히 법률적인 문제가 남아있다. 우선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28조를 살펴보면, ‘게임물 관련 사업자는 게임물을 이용하여 도박 그 밖의 사행 행위를 하게 하거나 이를 하도록 내버려 두면 안된다’고 명시되어있다. 즉, 게임 내에 암호화폐를 연동해 지급하는 행위 역시 사행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

ICO(Initial Coin Offering) 역시 국내에서 진행하기엔 어려움이 따른다. 프로젝트에서 나오는 수익을 배분하거나 기업의 권리를 배당하는 ‘증권형' 뿐만 아니라 가상통화를 발행하는 ‘코인형’ 역시 규제하겠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현행법상 명확한 근거는 없기에 ‘행정지도’ 차원에서 권고하고 있지만, 횡령, 배임, 유사수신행위 등의 조사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개인정보 보호문제도 존재한다.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정보 혹은 민감한 개인정보 등이 암호화폐에 기록될 경우 삭제가 어렵기 때문에 광범위하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 블록체인 기술 특성상 정보처리자와 위탁관리자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아 문제가 발생해도 책임소재를 따지기가 모호하다는 단점이 있다.

블록체인 기술의 특징인 스마트계약(Smart Contract)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 민법상 전통적인 계약 개념과 사뭇 다르기에 해석의 차이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네트워크에 작성자 정보를 기입하는 등의 방식으로 기존 ‘공증’의 기능을 대체해 문제를 해결할 소지는 있다.

전체적으로 블록체인 사업은 위험성을 떠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블록체인 기술의 장점이 투명성과 신뢰성이라 하지만, 현재 정부의 방향성이 모호해 사업자 입장에서는 여러 애로사항을 겪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6월 지방선거 이후 입법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면, 여러 가지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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