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순한 맛 배틀로얄 '로얄 크라운'

리뷰 | 윤홍만 기자 | 댓글: 19개 |

미어캣게임즈가 개발, 라인게임즈가 서비스하는 신작 배틀로얄 '로얄 크라운'이 지난 29일, 글로벌 출시됐다.

'로얄 크라운'은 FPS 중심의 여타 배틀로얄과 달리 MOBA 스타일의 배틀로얄인 게 특징이다. 다른 건 시점만이 아니다. 게임의 전반적인 분위기 역시 다르다. 기본적으로 FPS 중심이었던 기존의 배틀로얄들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아무리 좋은 장비를 파밍해도 한순간에 승부가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얄 크라운'은 다르다. MOBA의 성장 요소를 접목함으로써 기존의 배틀로얄들과 비교해 한층 캐쥬얼한 분위기다.

물론, MOBA를 접목한 배틀로얄이 '로얄 크라운'이 최초인 건 아니다. 장르의 접목은 하루 이틀 일도 아니고 이전에도 비슷한 스타일의 게임들은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게 사실이다. 현재 배틀로얄이라고 하면 '배틀그라운드'와 '포트나이트', 그리고 신예 '워존'만이 떠오르는 게 이를 방증한다. 그만큼 배틀로얄은 FPS에 특화된 장르라는 게 지금까지의 정설이었다.

그런 가운데 등장한 '로얄 크라운'이었기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남들과 다른 길을 걷는다는 건 남다른 뭔가가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기에. 과연 MOBA 배틀로얄 '로얄 크라운'은 어떤 게임일까. 이제부터 그 얘기를 해볼까 한다.





'로얄 크라운'을 하면서 가장 관심을 기울였던 건 배틀로얄 특유의 시스템을 얼마나 잘 녹여냈을까였다. 배틀로얄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파밍, 자기장, 그리고 보급 이 세 가지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기본이자 핵심인 셈이다. 색다른 시스템을 내세우는 다른 배틀로얄 역시 이것만은 유지했다. '로얄 크라운' 역시 마찬가지다. 이 문법을 착실히 따랐다.

물론, 그렇다고 그저 따라 하기만 했다는 건 아니다. 기본적으로 배틀로얄이라고 하면 처음에 좋은 장비를 얻느냐 얻지 못했느냐에 따라 체감 난이도가 극명하게 갈린다. 말 그대로 파밍이 반인 셈이다. 그만큼 파밍이 중요하다는 의미지만, 이는 반대로 상실감을 불러오기도 한다. 기껏 파밍했건만 한순간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단점을 의식한 듯 '로얄 크라운'은 파밍의 스트레스를 한껏 낮췄다. 건물 안에 들어가면 2~3개의 상자가 놓여있고 나오는 아이템들도 다양하다. 더욱이 한번에 여러 장비를 갖고 다닐 수 없어서 남는 장비들은 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려있다. 파밍이 다소 늦더라도 아이템 등급이 좀 낮을 뿐, 파밍 자체가 불가능하단 건 아니란 걸 의미한다. 그렇기에 파밍을 못해서 능력치가 극명하게 갈리는 일도 거의 없다.



▲ 적어도 파밍을 못해 곤란할 경우는 거의 없다

다만, 그렇다고 파밍의 중요성이 낮다는 건 아니다. 어디까지나 파밍에 대한 스트레스가 덜할 뿐, '로얄 크라운' 역시 파밍이 중요하다. 오히려 FPS인 다른 배틀로얄보다 더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FPS의 경우 좋은 총을 먹는 게 유리하다. 그렇기에 탄 퍼짐이 덜하다거나 연사력이 빠른 총이 좋은 취급을 받는다. 그리고 이 경우 어떤 총이 좋은지는 정해져 있다. 어떤 캐릭터가 먹든 성능상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얄 크라운'은 다르다.

MOBA 스타일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로얄 크라운'에는 다양한 캐릭터가 존재한다. 그리고 각 캐릭터는 탱커, 전사, 원딜러, 서포터, 암살자로 구분된다. 여기까지만 보면 크게 복잡할 것도 없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캐릭터들은 여기서 다시 공격 유형(공격 스타일)에 따라 마법과 물리로 나뉘고 공격 방식에 따라 기본공격(평타)과 스킬 두 타입으로 나뉜다. 그렇기에 넘치는 장비 가운데 자신의 캐릭터에 맞는 최적의 장비들을 파밍해야 한다.

이는 같은 전사인 레오와 모건만 놓고 봐도 알 수 있다. 두 캐릭터는 같은 직업에 공격 유형 역시 마법에 좀 더 가깝다. 평타보다 스킬로 딜을 하는 캐릭터들이다. 하지만 피해 유형은 다르다. 레오는 물리인데 반해 모건은 마법이다. 즉, 장비를 파밍한다고 할 때 같은 전사지만 레오는 물리 공격력을 올려주는 장비를 파밍해야 하지만 모건은 마법 공격력을 올려주는 장비를 파밍할 필요가 있다.



▲ 모건은 레오와 같은 전사지만 피해 유형이 마법이기에



▲ 마법공격력을 올리는 장비를 파밍하는 게 좋다

모건 역시 물리 공격력을 올려주는 장비를 낄 수 있고 좋은 장비를 얻으면 그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격차를 벌릴 수는 있지만, 피해 유형이 다르기에 비슷한 수준의 장비를 갖췄다면 최적의 장비를 파밍한 쪽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파밍 요소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장비 외에도 다양한 재료들 역시 파밍할 수 있다. 이러한 재료들은 포션이나 요리로 가공하거나 일회성 무기를 만드는 식으로 쓸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룬과 특성 카드를 통해 캐릭터에 좀 더 최적화된 조합을 맞출 수도 있다.






▲ 장비 외에도 룬이나 특성 카드를 통해 캐릭터를 더 강화할 수 있다

이처럼 '로얄 크라운'은 파밍의 스트레스를 줄인 대신 깊이를 더했다. 적어도 누구나 한 사람 몫을 할 수 있지만, 좀 더 제대로 하려면 캐릭터에 맞는 장비와 조합을 연구해야 한다. 쉽게 즐길 수 있되 마스터하긴 어려워야 한다는 명제에 충실한 모습이다.

다만, 그렇다고 '로얄 크라운'이 배틀로얄의 특징을 완벽히 녹여낸 게임인가 하면 그건 아니다. 아쉬운 부분 역시 존재한다. 먼저 자기장에 대한 부분을 들 수 있다. 배틀로얄에서 자기장은 중요한 요소다. 점점 좁아지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모일 수밖에 없고 사방에서 총알이 날아오는 상황에 부닥치게 된다. 한 자리에서 캠핑하는 걸 막는 동시에 전투를 강제하는 장치인 셈이다.



▲ '로얄 크라운'에서 자기장의 위상은 한없이 낮다

이러한 자기장은 단순히 전투를 강제할 뿐 아니라 다양한 변수와 전략을 창출하기도 한다. 미리 자기장 안쪽으로 이동해 안전하게 파밍하거나 자기장 가장자리에서 대기하다가 자기장에 쫓기는 상대를 기다리는 식으로 이용하는 식이다.

하지만 '로얄 크라운'에서 자기장의 위상은 한없이 낮다. 이유는 단순하다. 맵 자체가 이동하기 쉽게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자기장 가장자리에서 대기하는 것 역시 아무 데서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지형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 다리가 있어서 자기장이 좁힐 때 십중팔구 올 만한 곳에서나 가능한 전술이다. 하지만 '로얄 크라운'에서는 이런 지형이 적다. 크게 3개의 섬으로 나누어져 있지만 각 섬을 오갈 때를 제외하면 자기장에 당할만한 곳이 없으며, 초반에는 파밍이 더 중요하기에 자기장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따로 있다. 중후반부에도 자기장이 크게 위협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레드존도 있건만, 전장을 좁힌다는 최소한의 역할밖에 못 하는 셈이다.



▲ 실제로 플레이 내내 레드존은 크게 위협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자기장에 더해 유저 개인의 실력에 크게 좌우되지 않는다는 점 역시 아쉬움을 낳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로얄 크라운'은 파밍과 그에 따른 조합, 육성의 중요도가 더 높다. 그렇기에 얼마나 파밍을 열심히 했느냐에 따라 승부는 결정 난다. 도망가는 것까지는 가능하지만, 아이템을 얼마나 잘 쓰더라도 스펙 차를 뒤집기란 거의 불가능하단 얘기다.

이는 캐쥬얼하지만 배틀로얄을 표방하는 '로얄 크라운'으로서는 다소 아쉬운 면일 수밖에 없다. 앞서 배틀로얄은 파밍이 중요하다고 했지만, 그 못지않게 실력도 중요하다. 파밍과 실력의 중요도가 50:50인 셈이다. 그렇기에 배틀로얄에서는 실력이 좋든 그렇지 않든 매 순간 긴장해야 한다. 순식간에 승부가 결정 나기에 누군가에게는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도 있지만, 이조차도 배틀로얄의 묘미인 건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줄곧 얘기한 것처럼 '로얄 크라운'은 파밍과 육성의 중요도가 더 높기에 이런 긴박감이 덜하다. 맞붙는 순간 서로의 실력을 알 수 있기에 빠르게 도망가던가 도망가는 상대를 쫓는 일만 남을 뿐이다.



▲ 장비 파밍을 잘한 상대를 이기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아까 쫓을 때는 좋았는데...)

물론, FPS가 아닌 MOBA 스타일이기에 파밍과 육성이 더 중요한 건 어쩔 수 없다. 그리고 엇비슷한 스펙이라면 당연히 승부는 서로의 실력에 따라 갈린다. 하지만 배틀로얄 특유의 긴박감이 덜하다는 것은 명확한 단점이 아닐까 싶다. 보급도 있고 크립도 있는 만큼, 다양한 방식으로 승부를 뒤집을 수 있는 뭔가가 필요해 보인다.



▲ 적어도 보급이라면 판을 뒤집을 수 있는 뭔가를 줘야 하지 않을까?

정리하자면 '로얄 크라운'은 순한 맛을 추구한 배틀로얄이라고 할 수 있다. 유저의 컨트롤 실력보다 육성과 파밍이 더 중요하기에 초반에 급사할 염려가 적어 부담이 덜할뿐더러 꾸준히 파밍하는 것만으로도 얼마든지 강해질 수 있다. 여기에 다양한 조합이 있지만, 복잡함이 덜하단 점 역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말 그대로 내 캐릭터가 어떤 타입인지만 알면 크게 고민할 것도 없다.

다만, 진입장벽을 한껏 낮춘 데에 대한 반동으로 배틀로얄 특유의 긴장감이 덜하단 점은 다소 아쉬울 따름이다. 한껏 순한 맛을 추구한 '로얄 크라운'에게 지금 필요한 건 비장의 매운 맛이 아닐까 싶다. 터무니없을 정도로 매운 게 아닌, 입맛을 돋우게 하는 그런 매운 맛 말이다.

앞으로 유저 피드백을 반영해 미출시 국가에 순차적으로 출시될 예정인 '로얄 크라운'이다.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MOBA의 육성에 배틀로얄의 파밍 시스템을 녹여낸 점은 나쁘지 않다. 파밍과 육성은 잡았으니 남은 건 배틀로얄 특유의 긴장감이다. 다음에 국내 서비스를 통해 다시 만날 때는 배틀로얄 특유의 긴장감도 잡은 '로얄 크라운'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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