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이카루스 이터널, '후발주자'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리뷰 | 양영석 기자 | 댓글: 21개 |

있을 건 다 있지만, 우리가 아는 이카루스는 아니었다


오늘날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르를 꼽자면 MMORPG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자동을 기반으로 한 전투와 캐릭터 성장 등 수많은 콘텐츠를 꽉꽉 눌러 담아 오랜 플레이 타임을 제공하죠. 현재도 한국 시장에서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고, 가장 높은 매출을 내고 있는 장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모바일 시장에 많은 개발사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죠. 오늘 소개할 '이카루스 이터널'은 과거 위메이드가 개발했던 PC MMORPG '이카루스'의 IP를 채용한 모바일 MMORPG로, '라인게임즈'가 처음으로 도전하는 모바일 MMORPG입니다.



게임명 : 이카루스 이터널(ICARUS ETERNAL)
장르명 : MMORPG
출시일 : 2021.03.18.
개발사 : 라인게임즈
서비스 : 라인게임즈
플랫폼 : Android, iOS



우리에게 익숙한 모바일 MMORPG




이카루스 이터널은, 최근 몇 년간 모바일 MMORPG를 경험한 유저라면 아주 쉽게 적응할 수 있는 모바일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동전투, 자동 물약, 자동 퀘스트 진행 등 편의적인 부분은 대부분 자동화되어 있고 알아서 잘 사냥하고 퀘스트도 진행되죠. 플레이어는 사냥을 하면서 퀘스트를 진행하는 캐릭터를 보고 있으면 되고, 이따금 뜨는 확인 버튼만 눌러주면 쑥쑥 잘 크는 캐릭터를 볼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들에게 익숙한 시스템도 전부 구현되어 있습니다. '수호자'라는 이름의 변신 시스템, 그리고 펫과 이카루스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펠로우(탈것)도 있고 합성, 요리, 컬렉션 등 대부분의 시스템이 매우 익숙한 것들입니다. 그리고 이카루스 이터널의 특징이라고 내세울 수 있는 독특한 시스템도 있으니, 속성 시스템과 '유적'입니다.



▲ 퍼즐 형식으로 구현된 '유적' 던전.

'유적'은 일종의 퍼즐 던전으로, 플레이어가 맵에 존재하는 기믹을 해결해 클리어하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퍼즐은 매우 짧고, 간단한 편이며 때로는 섬세한 조작도 필요한 형태로 구현되어 다양합니다. 이러한 유적을 클리어할 때는 '속성'이 중요하게 작용하기도 하고요. 불, 얼음, 번개, 빛, 어둠 등의 속성을 이용해서 유적의 기믹을 컨트롤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기믹을 파훼하고 보상을 받는 구조를 채택했습니다. 이는 자동으로 할 수 없고, 플레이어가 직접 조작을 해야 하는 콘텐츠죠.

플레이어가 직접 공략해야 하는 타워나 시련형 콘텐츠들도 마련되어 있고, 마을의 구조도 간소하고 이동도 단숨에 가능해 편리합니다. 말 그대로, 모바일 MMORPG에 익숙한 유저들이라면 쉽게 찾아보고 적응하고 투자해야 할 곳을 금방 찾아서 진행할 수 있다고 봅니다.



▲ 자동 사냥에 대해서 꽤 상세한 안내와 수치가 나오는 게 인상적입니다.

이러한 콘텐츠들이 완벽하게 다듬어져 나온 건 아닙니다. 필드 사냥터의 경우 한차례 오픈 이후 하루 만에 밸런스 조정이 이뤄져서 그나마 개선되었지만, 조금만 난이도가 있는 경우 리세마라를 통해 좋은 수호자와 펠로우, 장비, 펫 등을 얻지 못한 이상 쉽게 클리어하기 힘든 난이도입니다. 차차 개선해 나가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죠.

게임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유저들은, 오랜 시간 사냥을 통해서 레벨과 장비를 성장시켜야 합니다. 이를 통해 수급하는 재화는 퀘스트를 통해 얻는 재화보다 매우 낮고 장비 드롭 확률도 매우 낮아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성장을 위한 재화를 얻는 난이도 있는 콘텐츠들은, 난이도가 어떻게 되어있는지 안내가 없으므로 직접 부딪혀 보는 수밖에 없죠.

게임 내 이벤트를 통해 여러 가지 장비나 성장에 필요한 기반을 획득할 수 있지만, 이에 대한 안내 및 아이콘의 가시성이 매우 떨어져서 찾기가 힘듭니다. 사실상 '모바일' 게임이지만, PC 앱플레이어로 플레이하는 쪽이 더 쾌적하게 느껴집니다. 이는 대부분의 모바일 MMORPG가 갖고 있는 특징이기도 해서 큰 단점으로 꼽기 애매한 부분도 있고, 차차 하나둘씩 개선되면 언급되지 않을 문제들이긴 하죠. 물론 서비스 초기의 모습은 다소 아쉽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 컬렉션 등 있을건 다 있긴합니다.



▲ 도감에서 확인도 해볼 수 있고요.



그런데, 우리가 알던 '이카루스'가 맞나요?



▲ 펠로우를 길들이는 과정을 볼 수 있던 초반 튜토리얼

'이카루스'의 캐치프레이즈를 기억하시나요? "하늘을 정복하는 자, 세상을 지배한다"라는 캐치프레이즈는 이카루스가 런칭 이후 지금까지 서비스를 해오면서 꾸준히 밀고 있는 정체성입니다. 특유의 펠로우 시스템으로 마련된 다양한 콘텐츠는 이카루스만의 개성이자 특징으로 꼽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의미가 다소 퇴색됐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이카루스가 내밀고 있는 캐치프레이즈의 핵심적인 수단은 '펠로우'입니다.

그러나 이카루스 이터널은 이러한 펠로우를 적극적으로 계승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펠로우는 스탯을 보조하는 일종의 탈 것일 뿐이며, 펠로우를 이용한 전투는 튜토리얼 이후 등장하지 않습니다. 거기에 펠로우를 얻기 위한 '테이밍'의 과정도 단 한 번, 튜토리얼에서만 보여줄 뿐 나머지는 전부 뽑기입니다. 가장 큰 이카루스의 정체성이 부정된 셈입니다.

실질적으로, 이카루스 이터널은 '펠로우'라는 이름을 바꾸어서 다른 IP로 내놓아도 아무도 의문을 갖지 않을 것입니다. 게임의 모양새는 나쁘지 않고 콘텐츠도 익숙한 것들이 많죠. 확실한 이목을 잡을 포인트가 있는 건 아니라 할지라도, 반대로 확고히 노리는 유저층이 있다는 뜻입니다. 단지, 그것이 '이카루스'에 즐거운 경험을 갖고 있던 플레이어들은 아니라는 뜻일 뿐이죠.



▲ 펠로우를 타고 전투 등 여러가지 콘텐츠를 하는 건, 이 이후 본 적이 없습니다.

이카루스의 정체성은 약하다고 볼 수 있지만 현대 모바일 MMORPG의 특징들은 기가 막히게 다 가지고 있습니다. 변신부터 버프(이카루스의 축복), 자동 물약과 마을 이동 및 몬스터 스캔, 사냥 옵션과 절전 모드까지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대부분의 시스템은 구현되어 있으며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모바일이라는 환경에 적응한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펠로우를 길들이는, 게임에서 '테이밍'이라는 콘텐츠는 난이도 조절에 신경을 써야 제대로 된 '재미'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너무 쉬우면 보람이 없고, 너무 어려우면 희귀성은 올라가겠지만 스트레스가 높죠 .그래서 조작과 밸런싱을 납득시킬 수 있는 합리적인 기획부터 시작해 치밀한 설계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가상패드'와 작은 화면, 불편한 조작의 환경에서는 이를 근본부터, 경험을 바꿔서 전달해야겠죠. 이러한 시도의 흔적을 튜토리얼에서 볼 수 있었지만, 본 게임에서 녹여내지 못한 부분이 참 아쉽습니다.



라인게임즈, 모바일 MMORPG 첫 도전




오늘날의 모바일 MMORPG는, PC MMORPG와는 많은 부분에서 궤를 달리합니다. 성장 이후 최종 콘텐츠에서 '플레이어를 시험하는' 형태의 즐거움이 자리 잡은 PC MMORPG와는 달리, 모바일 MMORPG는 성장부터 엔드까지 대부분이 자동이며 컨트롤보다는 아이템 세팅과 변신, 스테이터스/스킬과 같은 전투 수치에 무게를 둡니다. 실질적으로 이러한 기본 형태의 플레이는 PC MMORPG보다는, 과거 한국 시장에도 꽤 인기를 끌었던 웹 RPG와 유사한 형태를 띱니다. 이는 모바일 MMORPG가 잘못됐다는 뜻이 아니라, 모바일이라는 환경에서 최적화된 경험에 맞춰 장르적 특성이 결합된 쪽에 가깝다고 분석할 수 있습니다.

만약 '이카루스 이터널'이 몇 년 전에 출시됐더라면 대단히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을 겁니다. 사용자 경험에 최적화된 모바일 MMORPG라고 평가받을 수 있었겠죠. 그러나 오늘날에는, 이카루스 이터널이 보여준 콘텐츠와 특징을 갖고 있는 모바일 MMORPG들이 수도 없이 많습니다. 라인게임즈가 처음으로 도전한 장르라고 할 수 있지만, 이카루스 이터널은 후발주자인 만큼 선발 주자들보다 뛰어난 한 방이나 센세이션을 보여줄 수 있는 '무엇인가'가 필요한 힘들고 무거운 숙명을 지고 있었죠.



▲ 다른 게임에서 자주 보이던 버프도 효율좋게 잘 만들어져있고요.

PC 시절에도 이런 부분이 없던 게 아닙니다. 스토리나 연출, 혹은 액션성 등등 장르 게임이 많이 출시될 때에는 이러한 '개성'들을 갖고 이를 무기로 삼았습니다. 항상 잘 드는 무기는 아니었지만, 다들 나름대로 '개성'을 내세울 수 있는 기반이 있었죠. 모바일은 이런 부분이 매우 부족했습니다. 플레이어 '캐릭터'는 '변신'으로 개성과 의미가 퇴색되었고 스토리는 그리 중요한 요소가 못되었죠. 액션성은 기본적으로 조작의 쾌적함이 따라줘야 하는데 가상패드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결국 조작하는 맛은 '보는' 플레이가 90% 이상을 차지하는 시점에서 크게 내세울 수 있는 조건이 되지 않았고, 결국 그래픽적으로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거나 경험을 더 편하게 만드는 쪽으로 액션의 연출이 진화되었습니다.

이카루스 이터널은 원작 IP가 있는 만큼, 여기에 '이카루스'가 갖고 있던 특징을 더 강하게 어필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펠로우는 타 게임의 펫, 탈것 시스템과 다를 바 없이 계승보다는 컨셉 정도만 채용하는 정도에 그쳤습니다. 그렇다고 스토리를 이끌어나갈 퀘스트와 스토리도 극적이라고 할 순 없었습니다.

다음으로 내세울 수 있는 유적과 속성 시스템은 어느 정도 어필에 성공했다고 봅니다. 문제는 '유적' 시스템이, 퀘스트 도중 나오는 번거로운 과정으로 받아들여지는 경우로도 다가올 수 있다는 점입니다. 재미있다고 하기에는 너무 간단한 시스템이고, 불편한 가상패드의 조작으로는 퍼즐을 푸는 즐거움 경험을 100% 확실하게 전달했다고 보기 어려워서 약점도 있고요.



▲ '속성'과 '유적'으로 모든 개성을 표현하기에는 부족하다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다소 매력은 부족하지만, 취향에 맞는다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리세마라'를 통해 높은 등급의 수호자와 장비, 펠로우와 펫을 갖고 시작할 수도 있기 때문에 시작점을 다르게 할 수 있죠. 또한 게임 플레이에서 이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약간 지루한 과정이라는 단점이 있음에도 확실한 시작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죠. 물론 이는 플레이어의 선택입니다만, 의존도가 높고 효과도 확실한 건 분명합니다.

'이카루스 이터널'은 라인게임즈가 처음으로 도전한 모바일 MMORPG입니다. 그동안 라인게임즈는 여러 가지 장르에 도전하면서 스펙트럼을 넓혔죠. 후발주자로서 이카루스 이터널은 게임 기반 자체는 다른 모바일 MMORPG에서 보여줬던 것들을 대부분 다 보여줬습니다. 물론 이를 플레이어들에게 좀 더 매끄럽게 전달하고, 정착시킬 과정을 더욱 신경써서 운영/개선해나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부족한 점은 확실히 있지만 이카루스 이터널은 현재의 모바일 MMORPG가 가지고 있는 트렌드를 짚고 이에 맞춰서 나온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대를 주도는 트렌드세터는 아니더라도, 시대에 거스르지 않고 확실한 기본과 자세를 갖춘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이카루스'라는, 우리가 아는 개성이 한 숟갈만 더 들어갔어도 더 멋진 게임이 될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장점


+ 익숙한 모바일 MMORPG 시스템
+ 빠짐없는 편의 기능과 콘텐츠
+ 세심한 절전모드 안내/결과

단점

- 사라진 '이카루스'의 정체성
- 아쉬운 전투 밸런스/가시성
- 다소 부족한 콘텐츠 안내/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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