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가상현실 세계관과 전략성을 들고 온 '게이트식스', 그 완성도는?

게임소개 | 윤서호 기자 | 댓글: 21개 |


⊙개발사: 젤리오아시스 ⊙장르: RPG ⊙플랫폼: 모바일 ⊙발매일: 2019년 1분기 출시 예정

젤리오아시스에서 개발하고 플레로게임즈에서 서비스 예정인 '게이트식스'는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모바일 수집형 RPG입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가상현실 속 공간을 배경으로 한 게임이죠. 가상현실 실험에 참여했다가 가상현실 속에 갇혀버린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된 소재입니다.

가상현실, 게임 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나 게임은 이미 시중에 많이 나왔지만, 수집형 RPG로 나온 것은 드물었습니다. '게이트식스'에는 여기에 사이버펑크의 주요 소재이기도 한 인공지능, 육체 없이 존재하는 정신 혹은 영혼 없는 육체 같은 테마도 곁들였죠.

플레로는 최적화나 시스템 점검 등을 위해서 '게이트식스'의 CBT를 지난 17일부터 21일 오후 6시까지 진행한다고 공식 카페를 통해 공지했습니다. 수집형 RPG에 가상현실과 근미래의 테마를 입히고자 시도한 '게이트식스', CBT 단계의 완성도를 한 번 확인해보았습니다.


가상현실과 사이버펑크 요소를 더한 세계관
스토리는 왕도를 따르지만 웹툰 방식의 컷씬, 복합적인 스테이지 구조로 차별화하다


사실 '게이트식스'를 처음에 테마만 두고 봤을 땐 구미가 당겼지만, 불안하기도 했습니다. 모바일 수집형 RPG로 이런 주제를 담아낼 수 있을지 걱정이 됐거든요. 실제로 게이트식스를 처음 다운로드 받아서 튜토리얼 영상을 봤을 때 "아, 또 이런 서사 전개야?"라는 말이 나오긴 했습니다. 큰 싸움이 끝난 뒤 10년 후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수집형 RPG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개였으니까요.

이 부분을 넘어간 다음에는 스토리에 힘을 주려고 한 흔적들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스토리 연출과 스크립트로 진행하지만, 핵심적인 부분은 웹툰을 도입해서 시각적으로 차이를 두는 등 기법적인 부분에서도 고민을 한 흔적이 보였죠.

특히 초반 웹툰의 작화와 구도는 첫 튜토리얼에서 실망스러웠던 부분을 꽤 상쇄할 만했습니다. 스토리 자체는 가상현실물에서 나오는, '평범한 주인공이 수상쩍은 이벤트에 당첨됐다'라는 흔한 클리셰에서 완벽히 탈피하지 못했다보니 이 부분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긴 합니다. 적어도 이 중간 과정을 그냥 스크립트, 혹은 이도저도 아닌 인게임 연출로 나타내지 않고 어느 정도 퀄리티가 있는 작화와 구도의 웹툰으로 보여주면서 좀 더 색다른 시도라고 느껴지게 했죠.















▲ 인게임 연출 외에도 웹툰, CG 등 다양한 방식으로 스토리를 풀어냈습니다

사이버펑크, 가상현실물은 사실 굉장히 매력적인 소재입니다.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기에도 좋고, 그 특유의 멋과 매력 등 잠재적인 요소들이 많기 때문이죠. 그만큼 많은 이들이 이 스타일을 계속 활용하면서 발전시켜왔죠. 그렇게 발전하면서 팬층의 눈도 그만큼 높아졌습니다. 어설픈 디자인이나 스토리로는 눈길도 주지 않을 만큼 말이죠.

튜토리얼 영상의 엉성했던 부분을 빼면, '게이트식스'의 흐름은 무난히 왕도를 따라가는 모습입니다. 주인공 렉스는 실험 중에 갑작스런 사고로 현실에서 사망한 뒤, 기억을 잃고 가상세계에 남겨집니다. 그 사실을 수석 연구원인 헬라에게 전해 듣던 와중에, 데이터를 노리는 불법적인 AI들과 갱들에게 쫓기게 됩니다. 그 세계에서는 데이터를 계속 갱신하지 못하면 소멸되기 때문에, 불법 AI나 갱들은 타인의 데이터를 훔치거나 약탈해서 생존해나가고 있었던 것이죠.

이들 중 다수는 생전에 죽은 뒤, 뇌만 추출해서 가상현실 세계에 연결되어있는 사람들이었죠. 그들은 슈퍼 게이트 사의 서비스를 정식으로 이용할 수 없는 이들이었기 때문에 불법적으로 운용되는 구역, 파라다이스9에서 하루하루 연명하고 있었고, 막 의식이 깨서 세계에 적응하지 못한 렉스를 사냥감으로 삼은 것이죠. 렉스는 이들을 물리쳐가면서 자신의 기억을 찾아내기 위해, 또 가상세계를 만들어낸 슈퍼게이트 사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 궁극의 가상현실세계, '엘도라도'로 향하게 됩니다.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주인공, 여기에 기억상실 등 왕도적인 구성은 일면에서는 마이너스 요소이기도 합니다. 이런 구성에 질렸다고 하는 분들에게는 특히 더 그렇죠. 그렇지만 사이버펑크의 테마 중 하나인 기득권, 체제에 대한 저항적이고 반항적인 주제 의식과 스타일은 나름 담아냈습니다. 영생을 위해서 비인간적인 실험도 서슴지 않는 체제의 횡포, 그 체제 밖에 있는 게토 격인 파라다이스9, 생존하기 위해서 무슨 짓이든 저지를 정도로 나락으로 빠진 파라다이스9의 사람들에 대한 묘사들을 게임 속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갔거든요.



▲ 렉스의 시선에서 계속 이런 주제를 고민하게 된다

웹툰, 인게임 연출 뿐만 아니라 스테이지의 분량이나 클리어 목적도 주인공이 처한 상황에 최대한 맞게끔 차이를 뒀습니다. 일례로 추격자가 쫓아오는 미션의 경우, '리퍼'라고 써있는 추격자에게 따라잡히면 자동으로 실패하게 했습니다. 스토리를 스킵했어도 인게임 요소로 누군가 강한 적에게 쫓기고 있다는 걸 이해할 수 있도록 한 것이죠.

부랑자들에게서 생존하는 미션은 부랑자들과 싸우는 것뿐만 아니라, 그냥 도망쳐서 턴을 소모해도 클리어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상황에 좀 더 적합하게 스테이지를 구성했죠. 그 외에도 스테이지 중간중간 이벤트 패널을 통해서 배경이 그만큼 디스토피아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훑고 지나갈 수 있도록 했습니다.



클래식한 턴제에, 전략성을 한 층 더 강하게 싣다
링크 스킬, 스트라이커 시스템, 턴 넘기기, 필드 오브젝트 등 다양한 전략 요소들이 엿보였다


게이트식스의 전투 방식을 이야기하자면, 전투와 이동 모든 요소가 턴제인 SRPG입니다. 전투와 이동의 턴은 각각 별개지만, 육각형을 테마로 해서 구성이 된 필드맵을 이동할 때나 적을 만나서 전투할 때나 모두 턴제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죠.

앞서 스테이지 중간의 이벤트 패널에 대해서 이야기했는데, 게이트식스의 스테이지 필드는 그 외에도 다양한 요소들로 구분이 되어있습니다. 제한 턴 내에 접근하지 않으면 아군 전체의 체력을 감소시키는 폭탄, 해체에 성공하면 캐릭터 강화 등에 사용되는 재화인 데이터필을 얻을 수 있지만, 실패하면 체력이 깎이는 함정 등 여러 오브젝트들이 대기하고 있죠.



▲ 육각형이 테마인 필드에서는 덫 등 다양한 오브젝트들이 존재합니다



▲ 중간중간 이런 이벤트들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필드에 있는 적들은 단순히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가 한 턴 이동하면 적들 역시도 이동을 합니다. '게이트식스'에서는 대상에게 먼저 접근한 측이 선공권을 갖게 되죠. 즉 적이 먼저 플레이어에게 접근하면 적이 선공권을 갖습니다. 반대로 플레이어가 먼저 적에게 접근하면 선공권을 갖는 만큼, 전세를 유리하게 풀어가기 위해선 이런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플레이어는 한 턴에 한 칸 이동이지만, 적들은 개체에 따라서 두 칸도 움직이는 만큼, 게임플레이 후반에 가서는 개체에 따른 카운팅도 필요했죠.



▲ 적이 먼저 플레이어에게 접근해서 전투가 발생하면



▲ 선공권이 적에게 넘어갑니다

필드맵을 구성하고 있는 육각형 모양의 타일은 한 바퀴, 혹은 막혀있는 곳을 제외하고 다 지나가면 적 보스 공격력 약화나 아이템 드랍 등 랜덤한 효과를 줍니다. 때로는 스테이지 3성 클리어를 위한 조건이기도 한 만큼, 단순히 최단시간 골에 도착하는 것 외에도 여러 가지로 신경을 쓸 필요가 있었습니다.



▲ 탐색 메뉴를 통해서 필드 위에 오브젝트, 타일 효과들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게이트식스의 전투는 클래식한 턴제 RPG의 구성을 보여줍니다. 각 캐릭터는 턴마다 SP를 얻고, SP를 소모해서 3개의 스킬 중 하나를 쓸 수 있죠. 혹은 SP를 소모하지 않고 턴을 넘길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인 모바일 수집형 RPG과 유사하게 일반 공격, 일반 스킬, 궁극기로 치환될 수 있지만, 다른 수집형 RPG와 달리 스킬에 쿨타임이 없고 SP만 소모한다는 것이 약간 다릅니다. 즉 그만큼의 SP를 빨리 보급하면 스킬을 빨리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습니다.

게이트식스에 있는 또 다른 기능인 '스트라이커' 시스템은 흔히 말하는 태그 시스템입니다. 횟수에 제한이 없고, 스트라이커로 있는 동안에는 턴이 지날 때마다 SP가 차기 때문에 이 점을 활용해서 공격적으로 스킬 연계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게이트식스'의 모든 캐릭터들은 액티브, 패시브 외에도 특정 상태 이상이 걸린 적에게 협공을 할 수 있는 링크 스킬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헬라는 렉스의 '올려베기'로 공중에 뜬 적에게 '데이터 조작'이라는 링크 스킬로 협공을 가할 수 있죠. 이 링크 스킬은 한 번으로 그치지 않고, 각 캐릭터별로 링크 스킬에 조건을 맞춰서 편성하면 이론상 최대 다섯 번까지 연계가 됩니다. 그 특정 상태 이상이 적중할 때마다 링크 스킬이 발동하고, 일부 캐릭터는 링크 스킬이 꽤나 강력한 만큼 파티를 짤 때 상당히 중요한 전략적인 요소이기도 했습니다.



▲ 캐릭터 편성에 따라 링크 스킬의 횟수나, 종류가 달라집니다

이런 다양한 전략 요소는 초반에는 크게 부각되지 않았지만, 점차 스테이지가 지나면서 빛을 발했습니다. 특히나 게이트식스는 스테이지를 진행하는 중간중간에 함정이나 폭탄 등 오브젝트가 많아서 의도치않게 체력이 많이 깎이는 만큼, 챕터 5부터는 전투마다 최대한 전투력을 보존하는 방향으로 플레이해야했죠. 즉 이런 전략적인 요소들을 유저가 좀 더 활용하도록 디자인을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모바일 RPG라는 측면으로 보았을 때, 완만한 전투 페이즈는 다소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일례로 '에픽세븐' 등 연출에 굉장히 공을 들인 모바일 RPG에서도 빠른 육성을 위한 반복 사냥, 혹은 빠른 진행을 원하는 유저들 일부가 연출 스킵 기능을 넣어달라고 언급하기도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게이트식스'는 조금 접근하기 어렵습니다. 배속 기능이 처음부터 있는 것도 아닌데다가, 연출도 그리 짧은 편은 아니기 때문이죠. 여기에 한 번 클리어한 스테이지 빼고는 자동진행이 되지 않기 때문에 유저가 일일이 필드맵에서 이동을 하고, 각종 이벤트나 함정 제거 등 선택지를 골라야 합니다. 즉 플레이 진행이 그리 빠르지 않은 만큼, 이런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유저에게는 다소 추천하기 어려운 구성이었습니다.



▲ 자동 모드가 있긴 하지만, 좀 늦게 해금되는 데다가 클리어한 스테이지만 사용 가능합니다


큰 그림은 좋지만, 완성은 디테일에 달렸다
연출의 미흡함, 최적화 등 이슈 해결이 관건




최근 모바일 게임에서는 CBT가 마치 오픈 베타테스트처럼 이루어지기 때문에 원래의 의미가 퇴색되어버린 감이 있지만, 원래 CBT는 개발이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 유저의 대략적인 반응을 살피고, 최적화 및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것에 의의가 있는 테스트입니다. 즉 원래대로 보면 완성이 되어있는 단계가 아닌 만큼, 마무리나 디테일한 부분에서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걸 차치하고 본다고 쳐도 현 단계의 '게이트식스'는 여러 면에서 어색하고, 디테일이 부족했습니다. 우선 씬과 페이즈의 완급조절 같은 것들이 그렇습니다. 타 게임에서는 그냥 넘어갈 부분들이지만 '게이트식스'에서는 그런 부분에서 조금 어색함이 느껴집니다. 대표적으로 전투 종료 후 승리 포즈 씬으로 넘어갈 때입니다. 앞서 배틀 페이즈가 그리 빠르게 진행되지 않았다고 했는데, 그 리드 타임을 최소화하려는 건지 몰라도 마지막 적이 바로 쓰러지는 문구가 뜨자마자 바로 화면이 전환이 됩니다. 그런데 캐릭터의 승리 음성은 화면이 다 전환이 되기도 전에 먼저 들리기 때문에 부자연스러움이 느껴질 수밖에 없었죠.



▲ 빨리빨리 넘어가는 게 좋긴 하지만, 시퀀스가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면 좀...

특징으로 내세웠던 웹툰 방식의 연출도 후반에 가면 갈수록 들쭉날쭉한 것도 눈에 띄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작화의 스타일이 통일되지 못해서 이질감이 느껴진 것도 조금 거슬린 부분이었죠. 이 부분은 사실 그냥 스토리를 곁다리로 둔, 캐릭터의 빠른 육성과 성장에만 집중한 수집형 RPG였다면 그렇게까지 큰 지적사항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그런가보다'하면서 넘어가면 되니까요. 하지만 차별화된 스토리, 세계관을 앞세우고 있는 '게이트식스'이기 때문에, 유저의 몰입감을 저해할 수 있는 이런 요소들은 한 번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또한 최적화 이슈도 게이트식스가 당면한 문제입니다. 일부 기종에서 플레이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은 문제가 여러 차례 발견됐기 때문이죠. 운영진은 공식 카페를 통해서 현재 안드로이드 9.0 버전으로는 플레이가 어렵다고 밝혔으며, 이 부분은 정식 출시 때 개선해서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최신 안드로이드 버전에 대응 안 하는 것은 현 상황에서 굉장히 큰 문제인 만큼, 이 부분은 다른 것보다 최우선으로 처리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 현재 CBT 빌드는 안드로이드 9.0에서 플레이가 원활히 진행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불안정한 모습을 보인 데다가, 초반의 엉성한 연출도 있긴 했지만 현 CBT 단계에서도 '게이트식스'는 그 나름의 특색을 선보였습니다.앞서 언급한 것처럼 클래식한 구성에 다양한 전략적 요소를 도입한 시도나, 왕도적인 구성에 일반적인 수집형 RPG가 잘 채택하지 않는 세계관을 덧입힌 것들이 꽤 아귀가 잘 맞아 들어갔기 때문이죠.

아직 공개되지 않은 BM 등 여러 불안 요소가 내재되어있지만, '게이트식스'는 그 특유의 세계관과 왕도적인 구성, 그리고 전략성을 유저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과연 이번 CBT 이후, 그 불안 요소를 다듬고 사이버펑크적 요소와 가상현실의 요소를 배경으로 한 전략 수집형 RPG의 첫 발을 성공적으로 내딛을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