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스 아레나' 리뷰

보는 맛, 하는 맛 잡은 웹3 수집형 RPG

9
원유니버스가 개발, 갈라게임즈가 서비스하는 '챔피언스 아레나'가 지난 24일, PC와 모바일로 정식 출시됐다. '챔피언스 아레나'는 모바일 게임을 즐겨온 게이머들에게 여러모로 익숙한 장르인 턴제 수집형 RPG로 장르의 문법에 충실한 게임이다. 유저는 다양한 캐릭터와 아이템을 조합해 자신만의 팀을 편성하고 캠페인을 즐기거나 다른 유저와 겨루는 등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웹3 게임으로서 일반적인 턴제 수집형 RPG와 다른 점으로는 NFT가 도입됐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를 통해 자신에게 필요 없는 캐릭터나 아이템을 NFT화해서 거래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렇다고 NFT가 진입장벽으로 다가온다거나 게임의 재미를 해치는 요소가 되지는 않는다. 필수가 아니기에 신경 쓰지 않으면 웹3 게임이 맞나 싶을 정도다.

P2E나 토크노믹스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게임의 근본적인 재미에 집중한 '챔피언스 아레나'다. 여러모로 완성도 높은 만듦새를 보여준 '챔피언스 아레나'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웹3 게임 가운데서도 독보적인 첫인상
준수한 비주얼과 전략이 돋보이는 전투 시스템




뭐든 첫인상이 중요하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첫인상이 좋으면 어떤 식으로든 다가갈 때 거부감이 적기 때문이다. 이는 게임도 마찬가지다. 일단 그래픽이 좋으면 그래도 긍정적으로 봐준다. 부정적인 이슈가 있다손 치더라도 '그래픽은 좋다'라는 말이 따라오는 식이다.

비주얼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그간의 웹3 게임들은 이 부분에 소홀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비주얼만의 이야기가 시스템을 비롯해 전반적인 완성도가 기존의 게임들과 비교했을 때 낮았다. 말 그대로 코인을 채굴하기 위한 게임이 대부분이었기에 그래픽은 신경 쓰지 않은 것이다. 당연하게도 이런 게임들이 게임 업계의 새로운 비전이라면서 웹3 게임으로 나왔으니, 유저들의 인식 역시 좋을 리 만무하다.




그런 기존의 웹3 게임과 비교했을 때 '챔피언스 아레나'의 비주얼은 단연 수준급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수준급이라는 건 어디까지나 동종 장르와 비교했을 때의 이야기다. 언리얼 엔진5로 만든 초대형 모바일 MMORPG라거나 수백억 원이 투입된 게임과 직접적으로 비교하긴 어렵다. 하지만 일반적인 턴제 수집형 RPG와 비교한다면 얘기가 좀 달라진다. 그래픽 스타일은 다소 취향이 갈릴 수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취향을 조금 타는 정도에 불과하다. 순수 그래픽 퀄리티는 웹3 게임이 아닌, 일반적인 턴제 수집형 RPG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수준이다.

비주얼이 첫인상을 담당한다면 본격적인 게임의 재미는 전투 시스템이 책임진다고 할 수 있다. 제아무리 그래픽이 좋은들 전투가 재미없다면 오래가지 못한다. 그렇기에 많은 턴제 수집형 RPG가 어떤 식으로든 전투를 재미있게 만들고자 노력한다. 색다른 전투 시스템을 들고 오는 게임이 있는가 하면 어떤 게임은 기존의 정형화된 문법을 최대한 따르되 화려한 연출을 가미함으로써 차별화를 꾀한다.




'챔피언스 아레나'는 전자에 가까운 모습이다. 카드 스킬 시스템이라는 독특한 시스템을 들고 옴으로써 차별화를 꾀했다. 카드라고 해서 특별한 건 아니다. 간단히 말해서 공격과 스킬을 카드라는 방식으로 녹여냈다고 할 수 있다. 카드는 조화, 번영, 파괴 3종류가 있는데 캐릭터의 역할군에 따라 각기 다른 효과를 발휘한다. A라는 캐릭터는 번영 카드가 공격 스킬이지만, B라는 다른 역할군의 캐릭터는 아군을 보호하는 실드 스킬을 쓰는 식이다.

카드의 효과가 달라지는 건 역할군만이 아니다. 각 캐릭터의 연합(상성)에 따라 해당 카드의 효과가 더욱 강해지기도 한다. 조화 캐릭터가 조화 카드를 쓰면 속성 일치 효과로 스킬이 강화되는 식이다. 그렇다고 모든 캐릭터가 똑같은 연합 카드를 쓰도록 강제하는 건 아니다. 적이 하나만 남은 상황이라면 속성 일치를 고려하지 않고 다른 연합 카드를 써서 빠르게 처치하면 된다.




여기에 더해 카드를 강화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챔피언스 아레나'는 전략의 깊이를 더했다. 강화라고 해서 특별할 건 없다. 같은 레벨, 같은 연합의 카드를 옆에 놔두면 자동으로 합쳐져서 강화된다. 그렇기에 잘만하면 한 번에 2개의 카드를 강화할 수도 있다. 초반에는 그냥 아무렇게나 조합해도 상관없지만, 다른 유저와의 대전을 한다던가 할 때에는 자신의 턴에 채워질 카드를 고려해서 어떤 카드를 언제, 어떻게 조합할지 역시 전략적으로 선택해야 한다.

'챔피언스 아레나'의 전투 시스템 그 대미를 장식하는 요소로 소환사 주문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마나라는 고유 자원을 써서 발동시킬 수 있는 소환사 주문은 최대 3개를 장착할 수 있는데 단일 아군의 공격력을 강화하는 주문부터 방어력을 강화하는 주문, 적을 약화하는 주문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단순히 어떤 주문을 장착할지부터 주문을 적극적으로 쓸 거라면 어떤 캐릭터들로 팀을 구성하면 좋을지 전략적인 측면에서 다양한 고민거리를 던져준다.




물론 이러한 전략적인 요소는 이상적인 전투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단순히 캠페인을 진행 중이거나 할 때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캐릭터 레벨을 올리거나 아이템을 장착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전투력만 높다면 캠페인은 자동전투만으로 충분하다. 문제는 PvP 모드다. 전투력이 상대를 압도한다거나 하는 게 아니라면 팀 구성부터 카드를 어떻게 강화할지, 어떤 소환사 주문을 장착하고 언제 쓸지 모든 걸 고려해야 한다.

정리하자면 준수한 비주얼에 전투 시스템 역시 익숙하면서도 '챔피언스 아레나'만의 색깔을 녹여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준수한 비주얼과 전투 시스템에 가려진 아쉬움
낮은 수익률, 그리고 내러티브 없는 캠페인




대체로 완성도 높은 모습을 보여준 '챔피언스 아레나'지만, 아쉬운 점이 없는 건 아니다. 개인적인 부분일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이렇다 할 스토리가 없다는 점은 여러모로 치명적이다. 게임의 스토리가 반드시 필요한 것도 아니고 사실상 배경 설정으로만 존재하는 게임 역시 적지 않지만, 그것도 장르에 따라 다른 법이다. TCG라거나 FPS나 TPS, 그리고 MOBA 등 다른 유저와 승부를 겨루는 장르는 승부 그 자체가 핵심이지만, 턴제 수집형 RPG는 좀 다르다.

캠페인을 비롯해 스토리가 메인이고 PvP 모드는 어디까지나 서브에 가깝다. 실제로 턴제 수집형 RPG들 가운데 오래도록 인기를 끌고 있는 게임들의 경우 그 이유를 찾아보면 대부분 캐릭터가 매력적이라거나 스토리가 재미있어서 그렇다고 하지 PvP 모드가 재미있기 때문이라는 건 거의 찾기 어렵다. 비주얼과 전투 시스템의 경우 어지간한 턴제 수집형 RPG 수준으로 끌어올린 '챔피언스 아레나'이기에 이러한 부분은 더욱 아쉽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아쉬운 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수익률이 낮다는 점 역시 웹3 게임으로서는 여러모로 아쉽다. 오늘날 웹3 게임의 토크노믹스는 크게 2가지로 구분된다. 채굴의 관점에서 게임을 즐김으로써 어떤 식으로든 꾸준하게 코인을 수급하는 게임이 있는가 하면 어떤 게임은 아이템을 NFT화해서 거래함으로써 수익을 내도록 한다.

토크노믹스 관점에서 본다면 전자는 진입장벽이 낮은 로우리스크 로우리턴이라면 후자는 좋은 아이템을 두고 다른 유저와 경쟁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승부에서 이기기 위해선 그만큼 투자해야 하는 건 덤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턴제 수집형 RPG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캐릭터를 뽑는 그 일련의 과정 자체는 딱히 어려울 게 없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모바일 게임과 마찬가지로 전용 재화를 과금해서 뽑으면 된다. 많은 웹3 게임들이 캐릭터를 얻으려면 거래소를 통해 코인을 사거나 마켓플레이스에서 직접 원하는 NFT 캐릭터를 사야 하는 것과 비교하면 캐릭터 수집 측면에서의 진입장벽은 사실상 거의 없는 수준이다.



▲ 중복 캐릭터는 분해해서 승급 재료로 쓰거나 NFT화해서 팔면 된다

정리하자면 '챔피언스 아레나'는 웹2 게임의 장점과 웹3 게임의 장점을 각각 취합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의 웹2 게임의 진입장벽에 블록체인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웹3 게임으로서 자유로운 거래를 보장한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매력적인 스토리만큼 유저를 게임에 묶어두는 것도 없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챔피언스 아레나'는 묶어두는 힘이 약하다고 할 수 있다. 옅은 토크노믹스 역시 마찬가지다.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이겠지만, 웹3 게임에서 수익성은 그 자체로 게임을 하는 강력한 원동력이 된다. 로우리스크 로우리턴인 '챔피언스 아레나'의 토크노믹스는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이탈을 부채질한다고 할 수 있다.

스토리와 토크노믹스. '챔피언스 아레나'가 개선해야 할 부분은 명확하다. 적어도 비주얼과 전투 시스템은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지 않았던가. 정식 출시한 만큼, 극적인 개선이 이뤄질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다음에는 이러한 아쉬움을 해결해 더욱 완벽해진 모습으로 만나길 기원한다.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