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 쥐와 흑사병, 그리고 아이들의 이야기, '플래그 테일: 이노선스'

게임소개 | 허재민 기자 | 댓글: 6개 |



쥐는 아주 오래전부터 공포와 혐오의 대상이었습니다. 보기만 해도 기겁하는 쥐 공포증이 있는 사람들도 있고, 일반적으로도 무리지어 다닌다는 점이나 어둡고 더러운 곳에서 서식한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질병을 옮기는, 기피해야 할 대상으로 여겨지죠. 특히 유럽에서는 흑사병을 퍼트린 주범이었다는 인식 때문에 더욱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프랑스 개발사 Asobo Studio의 신작, '플래그 테일: 이노센스(A Plague Tale: Innocence)'는 중세 유럽을 배경으로, 흑사병과 쥐에 대한 공포를 다루는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백년 전쟁으로 황폐해진 프랑스의 시대적 배경에 판타지를 가미한 작품으로, 폭력적인 세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루는데요. 무엇보다도 흑사병의 공포를 수많은 쥐떼로 형상화한 것이 특징입니다.


'쥐'라는 즉각적인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소재와는 반대로, '플래그 테일'은 안타깝고 슬픈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게임 스토리 트레일러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대사만 봐도 비극적인 분위기를 엿볼 수 있죠. 병에 걸린 자기 자신을 짐으로 느끼는 휴고와 살아남기 위해 누군가를 헤치면서 힘들어하는 아미시아. 두 아이가 어떻게 살아남을지, 그리고 어떤 미래를 바라보게 될지를 담을 예정이죠.

한편, '플래그 테일'은 PS4, Xbox One, 그리고 PC로 5월 14일 출시됩니다. 또한, 한국어판은 PC, PS4로 6월 4일 출시되니 언어의 부담 없이 만나볼 수 있을 예정입니다.


흑사병과 종교 재판, 어둠의 중세 유럽
'플래그 테일'의 배경, 14세기 프랑스




'플래그 테일'은 14세기 프랑스, 정확히 1349년 가을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실제로 1349년은 흑사병이 프랑스의 남서부까지 퍼졌을 때라고 합니다. 흑사병뿐만 아니라 당시 프랑스는 백년전쟁을 겪으면서 황폐해진 상태였죠. 게다가 루티에(Routier)라는 유랑민들로 구성된 용병부대의 횡포로 도시 외곽 작은 마을은 공포에 떨기도 했던, 죽음이 산재했던 시대였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플래그 테일'은 판타지화된 역사를 다룹니다. 실제 배경과 동일하게 아이들의 행보에는 전쟁으로 죽은 잉글랜드군과 프랑스군의 시체와 무기가 등장하기도 하죠. 앞서 언급된 용병부대 루티에가 전장과 마을 주변을 약탈하는 모습도 볼 수 있고, 본래 귀족 집안의 자제였던 아이들이 도망자가 되는 모습은 당시 몰락해가던 영주들, 더 나아가 봉건제의 몰락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플래그 테일'은 이야기같은, 판타지화된 역사를 다룹니다. 흑사병에 대한 이야기로, 역사적 사실과 일화가 배경 곳곳에 담겨있어요. 우리는 최대한 현실과 같이 표현하고자 합니다."
- 브레이스 다빈(Brice Davin) 프로듀서





판타지화된 역사인 만큼 역사적 배경과 조금 다른 설정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흑사병을 쥐로 이미지화한 부분도 그렇고, 주요 적으로 등장하는 '이단심문관'이 조금 다른 설정으로 등장하는데요. 실제로도 중세 유럽에는 이단에 대한 종교 재판을 진행하는 이단심문관이 있었지만, '플래그 테일'의 이단심문관은 비탈리스(Vitalis)라는 가상의 인물이 지도하에 교회와 그 행보를 달리하는, 독자적이고 강력한 조직으로 등장합니다. 흑사병이 창궐하면서 교회의 권위가 추락한 것과는 조금 다른 설정이죠.

'플래그 테일'의 이단심문관은 흑사병과 쥐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대항하는 조직입니다. 쥐를 박멸하고 궁극적으로 흑사병이 퍼지는 것을 막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죠. 목표는 숭고하지만, 문제는 그 방식이 극단적으로 잔인하다는 점입니다. 기본적으로 이단심문관들은 평민을 돌보는 것에는 관심이 없고, 모종의 이유를 위해 쥐를 이용하려고 하는 것뿐이죠. 개발자 블로그에서는 이단심문관에 대해 '지극히 인간적인 행동으로 인간에 반하는 조직'이라고 묘사할 정도입니다.




어떤 이유에서 아이들을 쫓고 있는지도 알 수 없지만, 아이들을 상대로 폭력을 행사한다는 것만 봐도 좋은 단체라고는 할 수 없겠죠. 하지만 도덕성과 별개로 쥐에 대항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는 유일한 단체이기도 합니다. 쥐가 빛을 무서워한다는 점을 이용해 주로 불이나 빛을 이용하는데, 사실 지도자인 비탈리스는 연금술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죠. 그의 음모가 무엇일지는 게임에서 자세히 알아볼 수 있겠습니다.

어두운 세계관과는 조금 다르게, '플래그 테일'의 배경 아트는 미술작품에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16세기 화가 클로드 로랭(Claude Lorrain)의 로맨티즘 작화 느낌을 참고했으며, 부드러운 색감을 사용한 것이 특징인데요. 그 외에도 폴란드 화가 Zdzisław Beksiński(즈지스와프 벡신스키)의 안개 낀듯한 어두운 분위기나 영화 '맥베스'에서 안개로 샷을 나누는 효과 등 게임보다는 영화나 그림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어떻게 성장하는가
유년기의 순수함과 사회의 어두움




폭력적인 사회에서, 아이들은 어떻게 성장하는가. '플래그 테일'은 아이들의 순수함과 세계의 폭력성이 대비되는 테마를 다루고 있습니다. 주인공 15살 소녀, 아미시아(Amicia)와 그녀의 5살난 동생 휴고(Hugo)의 목표는 대단하지 않습니다. 흑사병, 쥐, 그리고 이단심문관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서, 서로를 지켜내는 것이 전부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쥐와 흑사병의 수수께끼를 찾아내야 합니다.

아미시아와 휴고는 본래 귀족 집안의 아이들로, 풍요로운 생활을 해왔습니다. 둘은 서로 남매지만, 사실 서로 잘 모르는 사이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자세히 설명되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휴고가 앓고 있는 선천적인 병과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아미시와 휴고의 집안에는 대대로 선천적인, 이유를 알 수 없는 병에 걸린 사람들이 드문드문 나타났고, 휴고도 그 병을 앓고 있었던 것이죠. 앞서 말한 이단심문관 비탈리스가 아이들을 쫓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단심문관과 흑사병이 들이닥치면서, 아이들은 도망자가 되어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게 됩니다. 한 번도 싸워본 적도 없는 아미시아는 의지할 어른도 없는 상태에서 동생을 돌보기 위해 어른으로서의 책임감을 짊어지게 되고, 심지어 어른을 죽이기까지 하는 상황도 마주하게 되죠.

"'플래그 테일'은 아주 어두운 게임입니다. 그 시대의 척박한 현실을 그대로 전하고 있지요. 아미시아는 매 순간 결정을 해야 하고, 그 결정들은 자기 자신의 영혼을 조금씩 갉아먹게 됩니다. 게임의 테마이기도 하죠. '생존하기 위해서 무엇까지 할 것인가.'"

사실 아이가 어른을 죽이는 것은 전혀 순수하지 않습니다. 게임 내에서 휴고는 아미시아에게 충격받은 목소리로 누나가 사람을 죽였다고 놀라기도 하죠. 아미시아도 그러고 싶지 않았다며 울먹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어두운 세상 속에서 아이들이 만나는 어른들은 모두 타락한 자들뿐입니다. 아이들은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해야 합니다. '플래그 테일'에서는 이렇게 아이들과 어른, 순수함과 타락을 병렬적으로 다룸으로써 비극적인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휴고는 아미시아가 계속 나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원동력이자, 그녀가 소중하게 여겨왔던 유년기의 순수한 추억을 잊지 않게 해주는 연결고리가 됩니다. 황폐한 세상 속에서도 휴고는 어린아이다운 시선으로 즐거움과 아름다움을 찾아내고 하지요. 아미시아는 그런 휴고에 대해서 책임감을 느끼는 것뿐만 아니라, 안정감을 느끼게 되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휴고를 생각하자, 휴고를 생각해."라고 스스로 되뇌며 헤쳐나가게 됩니다.

I'm sorry I'm sick.
"아파서 미안해."
No.
"괜찮아."


이러한 '순수함'과 '의지'의 키워드는 게임 플레이에 그대로 녹아있습니다. 게임은 주로 아미시아의 입장에서 진행되지만, 좁은 공간에 휴고가 들어가 장치를 움직인다든가 하는 식으로 서로 도우면서 이루어집니다. 다만, 휴고를 혼자서 오래 놔둘 경우 패닉상태에 빠져 도망갈 수도 있고, 더욱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합니다. 특히, 개발자 블로그에서는 "게임 마지막에 휴고의 마음은 어떻게 변화할까"라며 게임 진행 방향이 아미시아와 휴고에게 영향을 줄 것이라고 암시하고 있는 만큼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어디에나 숨어있는 최종병기, '쥐'
질병 그 자체이자, 이미지화해주는 요소




'플래그 테일'에서 쥐는 질병 그 자체로 등장합니다. 흔하고 오래된 공포의 대상인 쥐. 쥐가 무서운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무엇이든지 먹어치우고, 어둠 속에서 무리를 지어 움직인다는 점이 가장 큽니다. 개인적으로는 언젠가 영화에서 봤던 배고픈 쥐에게 파먹히도록 하는 고문이 트라우마처럼 남기도 했는데요. '플래그 테일'에서는 보다 본격적으로 쥐가 공포스러운 대상으로 다뤄집니다.

흑사병을 쥐가 퍼트린다는 말은 익숙하죠. '플래그 테일'에서 쥐는 병을 옮기는 존재가 아니라, 흑사병 그 자체를 나타내는 소재입니다. 장소 곳곳에는 쥐떼, 아니 쥐의 바다라고 표현할 만큼 수많은 쥐가 우글거리고 있고, 지나가는 사람을 뜯어먹죠.




"쥐는 흑사병을 구체화해주는 요소로, 보이지 않는 질병의 물리적인 해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쥐는 플레이어에게 장애물이 되어주기도 하고, 핵심 내러티브 요소이기도 하며, 트리거 요인이 되기도 하죠."
- 케빈 쇼토(Kevin Choteau) 디렉터


개발자 블로그에서는 쥐와 관련해 참고할 레퍼런스는 많지 않았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대신, 그들이 참고한 자료는 게임과 영화에서 나오는 벌레떼였죠. 미이라(풍뎅이는 정말 잊지 못할 트라우마를 안겨줬죠), 인디아나 존스, 언차티드3 등에서 수많은 벌레가 등장하는 장면을 참고해 구현했다고 합니다. 가까이에 있는 쥐는 디테일하지만, 멀리 떨어질수록 단순하게 처리해서 한 화면에 수많은 쥐가 문제없이 등장합니다. 한 화면에 등장하는 쥐는 총 5,000마리로, 주인공 뒤에 있는 쥐들은 보여지지 않지만 생성되어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10,000마리 이상이 구현되는 것이죠. 그 수많은 무리의 쥐는 액체처럼 무리로 움직입니다. (으으!)




게임을 진행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소기도 합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쥐는 적이자, 공포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무기가 되기도 합니다. 쥐를 이용하는데 가장 기본이 되는 요소는 빛입니다. 쥐는 빛을 무서워하고, 따라서 빛이 있다면 다가오지 못하기 때문이죠. 이를 통해서 횃불로 길을 밝혀 지나가거나, 적이 들고 있는 불을 꺼트려 처치할 수도 있습니다.



▲슬링 액션과 잠입이 기본으로 이루어집니다.

기본적으로 주인공은 '아이들'인데다가 도망자 신세이기 때문에 잠입 플레이가 전제됩니다. 숨어다니면서 한 명씩 적을 처리하고, 다음 장소까지 안전하게 휴고와 이동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앞서 말한 대로 돌을 던지거나 불을 꺼트리거나 쥐를 유인해 적을 처지 하게 됩니다. 이동하는 것 자체도 쥐가 막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시체를 떨어뜨려 안전공간을 확보해 이동해야 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최종병기 쥐를 이용하는 방법은 아직 빛 정도밖에 공개되어있지 않지만, 이어 연금술을 이용하는 방법도 추가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게임을 진행할수록 아미시아는 주변을 활용하고 쥐를 이용하는 방법들을 터득해나가고 처음에는 돌을 던져 불을 꺼트리는 정도지만, 뒤로 갈수록 더욱 본격적인 방법을 사용할 수 있을 거라 기대됩니다.


한국어로도 출시된다, '플래그 테일'을 기다리며




수많은 쥐가 등장하는 장면을 보자마자 기억에 남았던 '플래그 테일'. 흑사병의 공포를 쥐로 직접적으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죠. 그리고 '라스트 오브 어스'나 '워킹데스'에서도 그렇듯, 돌봐야 할 대상과 책임감을 짊어진 주인공의 이야기는 언제나 흡입력 있게 다가오기도 하고요. 특히 '플래그 테일'에서는 장성한 어른이 아이를 돌보는 것이 아니라, 어른이라고 하기엔 아직 어린 아미시아가 아픈 동생 휴고를 돌보는 이야기를 다루는 만큼 배경 세계의 잔인함이 더욱 부각됩니다.

그만큼 스토리나 연출, 그리고 음악까지 전체적으로 기대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싸움을 할 줄 모른다는 아미시아의 설정에 맞춰 단순화되어있는 전투, 아이들이 주인공이기 때문에 생기는 여러 가지 제약이 자칫 게임 플레이를 지루하게 만들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아미시아와 휴고의 협업을 이용한 퍼즐도 예고되어있는 만큼, 빛과 쥐를 활용하는 플레이가 어떻게 다채롭게 주어질지, 단조롭지 않게 구성되기를 기대해봅니다.

한편, '플래그 테일'의 한국어판은 6월 4일 출시될 예정입니다. 어른이 되어야 하는 아미시아와 자신의 병을 미안하게 여기는 휴고의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출시가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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