짊어지기엔 너무 큰 이름이었다. C&C 라이벌즈

게임소개 | 김강욱 기자 | 댓글: 10개 |


짧은 시연이 끝나고 든 생각은 딱 하나다. '대체 왜'. C&C Rivals(이하 라이벌즈)는 굳이 C&C라는 타이틀을 달지 않아도 충분히 매력적인 게임이다. 오히려 C&C라는,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어 굳이 듣지 않아도 될 비난을 듣고 있다. 맞다. 이건 C&C가 아니다. 추억보정도 뭐도 없이 이건 C&C의 그 무엇도 계승하지 않았다. 원작의 캐릭터 이름만 가져다가 쓰는건 중국 표절 RPG가 하는 일과 다를게 없다.

그 점이 안타깝다. 충분히 개별 게임으로도 괜찮은은데 굳이 유명 프랜차이즈의 이름을 가져다가 썼다. 누가 봐도 억지로 게임의 관심도를 올리기 위한 전략이라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가져다 쓴 이름이 생각보다 너무 커서 게임이 묻힌다. 충분히 괜찮은 작품이지만, C&C라는 전설적인 이름이 달리기에는 부족하다. 깜냥에 비해 너무 큰 이름을 짊어졌다.



▲ 캐릭터만 붙인다고 다 되는게 아니다.


라이벌즈에서는 RTS를 모바일로 이식하기 위한 고민이 많이 보인다. 그동안에도 RTS를 모바일로 구현한 게임은 많았다. 하지만 대부분 모바일 기기에서 하기에 필요 이상으로 복잡한 조작과 작은 화면의 한계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라이벌즈의 방식은 단순하다. 정해진 맵 양 쪽의 본진에서 유닛을 생산한다. 유닛을 각각 조작해 맵의 주요 거점을 점령한다. 보통 3개의 거점이 있다. 3개 중 2개 이상의 거점을 점령하면 중앙 미사일 발사대의 게이지가 차오르고, 꽉 차면 상대 진영을 향해 미사일이 발사된다. 미사일 한 발은 본진 체력의 절반을 깎는다. 미사일 두 발을 발사하면 승리한다고 보면 된다. 물론 유닛으로 직접 상대 본진을 공격할 수 있지만, 그 시간에 거점을 점령하고 있는 쪽이 빠르고 편하다. 전투는 자연스럽게 거점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전투에 사용할 수 있는 유닛의 숫자는 한정적이다. 팀 편성 화면에서 원하는 유닛을 슬롯에 배치해 전장에 데려가는 방식이다. 모든 유닛은 인게임 골드를 사용, 업그레이드 해 영구적으로 더 강력하게 만들 수 있다. 시연 화면에서는 유닛 카드를 모아 업그레이드하는 시스템을 확인할 수 있었으나, 정확한 내용은 볼 수 없었다.



▲ 미사일로 승부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이동과 전투의 기준은 '타일'이다. 라이벌즈의 맵은 육각형 타일들로 구성된다. 이동 역시 해당 타일까지 이동하는 식으로 명령을 내린다. 거점은 보통 3~4개의 타일로 이뤄진다. 아군 유닛이 타일 위에 올라가야 점령한다. 모든 타일에는 하나의 유닛만 올라갈 수 있다. 라이벌즈의 전략성은 이곳에서부터 시작된다.

자원은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차오른다. 모인 자원을 사용해 유닛을 생산한다. 생산된 유닛은 본진 앞에 등장한다. 일반적인 라인디펜스 게임을 상상하면 쉽다. 단, 이렇게 나온 유닛은 모두 개별 조작이 가능하고, 그렇게 해야 한다. 모든 유닛은 재사용 대기시간을 공유한다. 말하자면, 저렴한 유닛 하나를 뽑으면 비싼 유닛의 대기시간이 같이 돈다. 매 순간 선택을 해야 한다.

하지만 무턱대고 유닛만 많이 뽑는다고 될 일이 아니다. 모든 유닛은 상성을 가지고 있다. 차량에 강한 유닛, 보병에 강한 유닛, 공중 공격이 가능하고 강한 유닛으로 가위바위보를 해야 한다. 초반 분위기를 잡기 위해 저렴한 유닛을 계속 생산해 자리를 잡아 봐야 자원을 모아 생산한 적의 탱크에 속절없이 무너지는 경우가 생긴다.

그렇다고 상대의 움직임만 보고 따라가도 안된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동과 공격은 타일 단위로 진행된다. 즉, 적군이 먼저 아군을 포위할 수 있는 진형으로 타일에 배치를 해두면 큰 피해를 보고 진입해야 한다. 특히 유닛 하나만 배치할 수 있는 좁은 길목 너머에 적이 유닛 두 기를 배치해 둔 경우라면 상성에서 우위에 있다 해도 큰 피해를 입는다. 유닛 시야가 닿지 않는 곳은 볼 수 없는 '전장의 안개' 시스템이 있어 상대의 움직임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유닛을 어느 정도 선배치해두어야 한다.

그렇다고 물량으로 밀어버리는 플레이도 불가능하다. 보유하고 있는 유닛 숫자가 늘어날수록 유닛 재사용 대기시간이 늘어난다. 덕분에 우위를 점하고 있어도 방심할 수 없다. 상대가 더 많은 병력으로 나를 압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좌측 하단이 인구수다.


라이벌즈는 많은 부분을 버리고, 다른 방식을 도입했다. 건물을 올려 유닛을 만드는 틀은 유지했다. 하지만 생산 건물을 하나로 일원화하고 건설을 본진의 부속건물 증축으로 간소화해 건설에 거의 손이 가지 않도록 했다. 전투 역시 마찬가지다. 유닛은 시각적으로 여러 개 유닛의 집합체이다. 즉, 대규모 전투를 느낄 수 있다. 하나하나의 유닛 단위를 조작할 수 있기 때문에 전략적인 면도 살려냈다.

기존 RTS에서 자원 채취와 기지 건설 등 전투에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요소를 간소화하고, 유닛 생산과 전투 자체에 집중함으로써 RTS의 재미를 살리고자 했다.

전장 점령과 미사일의 도입도 흥미롭다. 이런 시스템에서라면 내 유닛으로 상대 본진을 파괴하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아마 기획 초기에는 거점과 유닛 수에 따른 재사용 대기시간 패널티가 없었으리라. 이렇게 되면 초반에 승기를 잡은 쪽이 끝까지 우세하게 된다. 유닛 숫자에서 오는 우위를 뒤집을 수 있는 방법이 딱히 없기 때문이다.

거점과 미사일의 도입으로 판당 경기 시간을 압축시킨 것은 물론, 경기 종료까지 전투의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게 했다. 굉장히 치밀한 구성이다.

말한 것처럼, 라이벌즈는 C&C라는 이름을 떼고 생각해도 상당한 수작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RTS를 모바일로 잘 가지고 왔다. 조각 확보의 방식 등 결제 모델에서 다소 논란이 될 수는 있겠으나, 시스템만 놓고 보면 많은 고민이 들어간 작품이다., 솔직히 말하면, 왜 여기에 굳이 C&C라는 이름을 붙였는지 모르겠다. 그 자체로도 충분한 매력이 있는 게임을 이름이 누르고 있다. 조상신 레드얼럿에게 도와달라고 굿이라도 해야 할 판이다.


8월 21일 개최되는 게임스컴(GAMESCOM) 최신 소식은 독일 현지에 나가 있는 정필권, 김강욱, 석준규 기자가 생생한 기사로 전해드립니다. ▶ 인벤 뉴스센터: https://goo.gl/gkLq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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