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 밸브가 3 대신 꺼내 든 비장의 카드, '아티팩트'

게임소개 | 박광석 기자 | 댓글: 21개 |



지난 2017년, 밸브는 도타2의 국제대회 '디 인터내셔널' 행사를 통해 신작 개발 소식을 알렸다. 도타2 출시 이후 이렇다 할 신작 없이 5년 이상의 세월이 훌쩍 지나버렸기에, 현장은 오랜만에 들려온 반가운 소식에 감동과 환희로 가득 찼다.

밸브는 하프라이프, 레프트 포 데드, 포탈 등 후속작을 기대할 수 있는 명작 시리즈를 잔뜩 가지고 있었고, 인기 시리즈의 후속작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신작이라고 하더라도 '밸브'라면 믿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깔려있었다. 과연 어떤 게임이 공개될까? 전작 이후 10년이 지난 하프라이프의 3편은 아닐까?

주체하기 힘든 기대감으로 한껏 고조되었던 현장의 분위기는 새로운 세상의 창조를 표현하듯 형형색색의 보석이 깨지고 충돌하는 의미심장한 티저 영상 공개 이후, 거짓말처럼 차갑게 식어버렸다. 숫자 3을 그렇게나 고대했던 팬들의 눈앞에 나타난 것은 다름 아닌 도타 기반 카드 게임 '아티팩트'였다.

▲ 3편 대신 도타 카드 게임을 드리겠습니다

기대가 크면 클수록, 그 반발로 오는 실망도 커지는 법이다. 유저들의 기대감은 땅으로 곤두박질쳤고, 이는 곧바로 '아티팩트'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으로 이어졌다. 티저 영상만으로는 실제 게임이 어떤 모습이 될지에 대해 아무것도 알 수 없었음에도, 아티팩트를 기대하는 이는 단 한 명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약이라고 했던가. 게임의 실제 플레이 화면이 공개되고, 게임을 직접 즐겨본 이들의 의견이 커뮤니티를 통해 공유되며 점차 여론은 바뀌기 시작했다. 기존의 카드 게임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독특한 구조와 시스템이 카드 게임 유저들의 마음을 흔들어놓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어디서든 흔하게 볼 수 있는 유명 IP 기반 TCG 아니겠느냐며 별다른 근거 없이 게임을 비난하던 이들은 점차 사라졌고, 아티팩트가 가진 특징에 주목하는 유저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하프라이프를 사랑하는 열혈 팬보이들의 성화를 견뎌내고, 유저들의 비난 섞인 시선을 180도 뒤집어버릴 수 있었던 아티팩트의 유니크한 매력은 과연 어떤 것이었을까? 오는 11월 28일에 출시될 예정인 밸브의 신작 카드 게임 '아티팩트'에 대해 미리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


밸브, 전설의 디자이너와 힘을 합치다
TCG의 아버지, 매직 더 개더링의 디자이너 '리처드 가필드'가 만드는 카드 게임은?




카드 게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라도 '매직 더 개더링(이하 매직)'이라는 이름은 한번 쯤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매직은 세계 최초의 TCG이자 모든 TCG의 아버지라고도 불리고 있으며, 애니메이션이나 만화로 널리 알려진 '유희왕', '포켓몬' 카드 게임의 근본이 된 작품이기도 하다.

왜 갑자기 매직을 언급했느냐, 바로 아티팩트가 세계 최초의 TCG 매직 더 개더링의 디자이너 '리처드 가필드(Richard Garfield)'와 밸브가 공동으로 제작하는 카드 게임이기 때문이다. 맛있는 케이크를 만들기 위해서 케이크를 처음으로 개발한 창시자를 데려온 꼴이라고나 할까.

매직이 겪고 있는 문제점에 대한 해답을 디지털 카드 게임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리처드 가필드는 지난 2014년부터 밸브에 합류, 리드 디자이너로서 그들과 함께 신작 카드 게임 '아티팩트' 개발에 착수했다.

밸브의 수장 게이브 뉴웰과 리처드 가필드는 '도타 세계관을 반영한' 카드 게임이 아닌, '킬러 타이틀이 될 수 있는 카드 게임'에 도타의 세계관을 가미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도타2에 종속되는 부가적인 타이틀이 아닌, '아티팩트'라는 고유의 타이틀이 그 자체로서 의미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밸브는 현재 아티팩트가 도타2에서 따온 영웅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게임이 더욱 확장되면 반대로 아티팩트에서 탄생한 이후에 도타2에 적용되는 영웅들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프라이프, 포탈 시리즈 등 게임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여러 명작 타이틀로 자신들의 개발력을 증명한 밸브가 전설의 카드 게임 디자이너 리처드 가필드와 만났다는 사실만으로도 '아티팩트'는 충분히 주목할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아티팩트가 과연 '도타2'라는 거대 IP의 그늘에 매립되지 않고 리처드 가필드가 꿈꿨던 '매직의 한계를 뛰어넘은 작품'이 될 수 있을지, 앞으로도 계속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TCG에서 볼 수 없었던 '아티팩트'만의 특징들
3개의 전장에서 펼쳐지는 더 복잡하고 전략적인 전투




'리그 오브 레전드'나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과 같은 MOBA 장르의 게임에는 영웅들이 성장하고 전투를 펼치는 수 개의 레인(Lane)이 존재하는데, TCG인 '아티팩트'의 가장 큰 특징도 이러한 레인 개념에서 찾을 수 있다. 보드 위에 펼쳐진 3개의 레인을 통해 각각 다른 전투가 펼쳐지기 때문에 유저는 모든 전장을 넓게 바라보며 각 레인에서 효과적인 교환이 벌어질 수 있도록 끊임없이 전략을 구상해야 한다.

각 레인에는 40의 체력을 가진 타워가 하나씩 존재하는데, 3개의 타워 중 두 개를 먼저 파괴하거나, 타워가 파괴된 레인에 노출되는 80 체력의 심핵 하나를 파괴하는 것이 승리 조건이다. 전장에는 영웅 카드와 랜덤하게 생성되는 크립, 혹은 소환 카드로 소환하는 특수한 크립을 배치하여 상대보다 먼저 타워를 파괴하거나, 방어할 수 있다.

영웅 카드와 크립을 레인에 배치하고, 아이템 카드를 영웅에게 장착시키고, 주문 카드 혹은 강화 카드를 활용하여 전세를 유리하게 이끄는 것이 기본적인 전투의 흐름이다. 세 개의 레인이 동시에 운영되기 때문에 자칫 복잡해 보일 수 있지만, 카드 게임 장르를 좋아하거나 한 번쯤 즐겨본 유저라면 누구나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아티팩트' 전투의 특징이다




◆ 알아두면 좋은 '아티펙트' 기본 정보 ①

- 아티팩트에는 총 3개의 레인이 존재한다.
- 각각의 레인을 확대해서 하나씩 보거나, 3개의 레인을 한번에 볼 수 있다.
- 모든 레인에는 각각 40의 체력을 가진 타워와 별개의 마나 풀이 존재한다.
- 매턴 2마리의 크립이 무작위 레인에 배치된다.(첫 번째 라운드에서는 3마리)
- 마나는 3에서 시작되며, 매턴 최대치가 1씩 증가한다.

또 하나의 특징은 라운드마다 진행되는 '쇼핑 페이즈'다. 각 플레이어는 쇼핑 페이즈에서 전투를 통해 획득한 골드를 사용하여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다. 대부분의 카드 게임에서 무작위로 뽑히는 카드에만 의존하는, 이른바 '운'에 기대는 플레이가 강조된다면, 아티팩트에서는 골드라는 또 하나의 재화를 활용하여 변수를 만드는 등 더 전략적인 운영이 가능하다.

쇼핑 페이즈에는 총 3개의 선택지가 등장하는데, 각각 전체 아이템 중 무작위로 선정된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는 '시크릿 샵', 유저가 미리 준비한 덱 속의 카드를 구매할 수 있는 '아이템 덱', 그리고 무작위 소모품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는 '소모품'의 세 가지로 구성된다.



▲ 골드를 상황에 맞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아티팩트 '쇼핑 페이즈'의 묘미

◆ 알아두면 좋은 '아티펙트' 기본 정보 ②

- 덱은 영웅 카드 5장, 아이템 카드 9장을 포함한 최소 40장의 카드로 구성된다.
- 아티팩트에서는 카드와 마나 이외에도 '골드'라는 자원을 사용할 수 있다.
- 크립을 처치하면 1골드, 영웅을 처치하면 5골드를 얻을 수 있다.
- 라운드가 종료될 때마다 '쇼핑 페이즈'에서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다.
- 영웅은 무기, 방패, 소모품까지 총 3개의 아이템 슬롯을 가지고 있다.



▲ 영웅 카드의 예. 상단의 슬롯에 각각 무기, 방어구, 소모품을 장착할 수 있다.
하단의 수치는 각각 공격력, 방어력, 체력을 뜻한다.


P2W은 그만!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카드 게임
최고 등급 카드 확정 부스터팩, 스팀 장터 활용한 트레이딩 기능도 지원




궨트, 하스스톤, 섀도우버스 등 무료로 다운받아서 즐길 수 있는 여타 디지털 카드 게임들과 달리, 아티팩트는 20달러(한화 약 2만 2천 원)를 내고 게임을 구매해야 하는 유료 모델을 채용했다. 대신 게임을 구매하면 2개의 견본 덱과 부스터 팩 10개가 무료로 제공된다.

'무료로도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카드 게임이 얼마나 많은데, 왜 일부러 돈을 내고 카드 게임을 해?'라고 생각하는 유저들을 위해, 한번 간단한 예시를 들어보겠다.

아티팩트의 부스터 팩은 한 개 2달러(한화 약 2,200원)에 판매될 예정인데, 이 부스터 팩에는 총 12장의 카드가 들어있다. 거기다 12개의 카드 중 한 장은 무조건 최고 등급의 카드다. 게임 구매 시 무료로 제공되는 10개의 부스터 팩을 사용하면 총 120장의 카드를 얻을 수 있고, 이 중에 확정적으로 12장은 최고 등급의 카드가 되는 것이다. 물론 운이 좋다면 여기에 +α도 기대해볼 수 있다.

또한, 아티팩트는 TCG라는 장르 특성에 걸맞게 스팀 장터를 활용한 트레이드 기능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원하지 않는 카드는 장터에 올려 다른 유저에게 판매하고, 꼭 필요한 카드만 골라서 구매할 수 있다.

결국, 아티팩트에서는 게임 구매와 동시에 40장의 카드가 포함된 견본 덱 2개와 최고 등급의 카드 12장을 포함한 추가 카드 120장을 보유한 채로 게임을 시작할 수 있다. 스팀 장터를 함께 활용해서 트레이드까지 거치고 나면, 본인의 취향에 맞는 커스텀 덱 3개쯤은 거뜬히 구성할 수 있는 물량이다.

카드 게임 장르를 선호하는 유저가 꾸준히 아티팩트를 플레이한다고 가정했을 때, 자신이 원하는 덱을 만들고 게임을 즐기기 위해 소모되는 과금은 다른 디지털 카드 게임들과 비교해도 그리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카드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들을 보고 혹자는 '결국 운에 기대는 게임이 뭐가 재밌나?'라고 말하곤 한다. 실제로 근래에는 상금이 걸린 대규모 대회에서 운과 기도로 최종 승부가 갈리는 등, 카드 게임을 사랑하는 유저들이 보기에는 다소 불명예스러운 모습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밸브와 리처드 가필드 디자이너가 합심해서 그려내는 정통 TCG '아티팩트'에 기대를 하게 되는 건 그래서 일지도 모른다. 오는 11월 28일에 출시되는 아티팩트가 카드 게임을 사랑하는 팬들은 물론, 오매불망 '3편'만을 기다렸던 밸브의 오랜 유저들에게도 인정받을 수 있는 명작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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