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공포'를 만들고 전달하는 또 다른 방식 - 리틀 나이트메어

리뷰 | 양영석 기자 | 댓글: 25개 |




⊙개발사: 타시어 스튜디오 ⊙장르: 호러 어드벤처 ⊙플랫폼: PS4, Xbox One, PC ⊙출시: 4.28


2016년 도쿄게임쇼 취재에서 이 게임의 개발자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었다. 개발자들이 직접 프레젠테이션과 시연을 하면서 설명한 '리틀 나이트메어'는, 당시 취재진들에게는 어드벤처라는 느낌보다는 '호러'물이라는 인상이 강하게 다가왔다. 그래서 관련 질문도 있었고, 개발자들은 "호러 게임이라기보다는 스릴 있는 어드벤처"로 받아들여줬으면 좋겠다고 답변했었다.

사실 어느 정도 수긍도 갔다. 일단 공포 게임에서 아주 흔한 공식으로 받아들여지는 [ 암시→갑자기 툭 튀어나옴→사망 ]같은 뻔한 상황은 별로 없었고, 게임 플레이 자체는 플랫포머의 형식을 제법 따르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개발자가 플레이하는 걸 보고 있으니 그리 무섭거나 소름 끼친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래서 큰 부담 없이 좀 제대로 스릴을 느껴보려고 했다.

어둑어둑한 저녁에 조용한 집안, 집중하고 몰입할 수 있는 환경에서 '리틀 나이트메어'를 플레이했다. 그리고, 개발자들에게 속았다는 걸 깨달았다. 속았다기보다는 그들이 보여준 플레이 방식이, 플레이어에게는 '공포'로 다가올 수 있다는 걸 깨달은 것 같다. 그리고 이 게임은 보는 것과 직접 플레이하는 게 정말 다르다. 직접 패드를 잡아야지만 알 수 있는 부분도 있었기 때문이다.


'리틀 나이트메어'의 기본적인 플레이 방식은 '플랫포머'류 게임의 공식을 따른다. 주인공인 '식스'를 조종해 각종 기믹과 퍼즐을 풀면서 탈출하면 스테이지 클리어. 이 과정에서 다양한 노움과 이름 없는 인물들을 만나게 되고, 기괴한면서도 어떻게 보면 추악한 형태를 가진 어른(?)들도 볼 수 있다. 아트 스타일이 아주 독특하기에, 게임 자체는 정말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피하고, 장애물을 옮기고, 퍼즐을 풀기만 한다면 다른 플랫포머류 게임과는 다를바가 없다. 하지만 으스스한 분위기를 제대로 연출해냈기에, 이 게임이 비로소 '호러 어드벤처'로 완성이 된다. 몰입감 있는 사운드와 적절한 사운드의 연출은 플레이어로 하여금 긴장을 꾸준히 할 수밖에 없게 만들고, 탈출에 실패한 식스가 어떤 일을 당하게 되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오로지 플레이어의 상상에 맡기며 게임에 더욱 몰입하고, 식스를 조심스럽게 다루게 만든다. 아, 물론 실족사나 감전사 등 가차없는 사망 연출도 있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 게임은 '다른 사람의 플레이를 보는 것'과 '직접 하는 것'의 차이가 정말 뚜렷할 정도로 명확하다. 이게 왜 그러느냐면, 바로 패드의 진동 기능 때문이다. 영리할 정도로 진동 기능을 잘 활용한 게임이랄까? 처음에는 자꾸 플레이를 하는데 손에 뭔가 느낌이 이상해서 패드를 청소할 때가 됐나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식스의 움직임이 적의 주의를 끌 때, 적이 무언가 이상이 있음을 알아차리고 주변을 둘러볼 때, 식스가 위험한 곳을 걸어갈 때 등 정말 다양한 곳에서 제각각의 진동이 온다. 온몸으로 느낄 수 있을 만큼 진동이 강하게 오는 경우도 있지만, 패드를 귀까지 끌어당겨서 소리를 들어야만 진동이 느껴지는 경우도 있다. 그런 작은 '촉각' 하나하나가 긴장감을 극대화하는 하나의 장치로 마련됐다.



가차없는 감전사 연출...생각보다 강렬하다.




이런 '공포'와 '분위기'를 극대화해줄 시스템이 잘 마련됐음에도 불구하고, 패드 플레이에서 큰 단점으로 꼽히는 부분이 있다. 플레이하면서 매우 거슬렸던 부분이 바로 버튼의 배열이다. X가 점프, □키가 대시라서 대시 후 점프해야 하는 구간이 굉장히 불편하고 거슬린다. 잊을만하면 이 버튼 배열이 플레이를 거슬리게 만드는 게 매우 아쉽다.

또, 원근법이 애매한 것인지 카메라 워크가 잘못된 것인지 지형에서 거리감이 애매해지는 부분이 있다. 일부러 실족사를 의도한 걸지 몰라도, 이런 연출에서 '올바른' 위치를 찾아내 이동하거나 물건을 조작하는 건 좋지 않은 경험이라고 본다. 굳이 이렇게 해야만 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앞서 언급한 플레이 경험은 개개인마다 느끼는 차이도 있고, 나름 익숙해지면 어느 정도 괜찮을지 모른다. 하지만 가장 큰 아쉬움은 바로 '플레이 타임'이다. 실제로 '리틀 나이트메어'의 플레이 타임은 매우 짧다. 느긋하게 플레이하고 처음 기믹에서 자주 헤멘다면 넉넉잡아 5~6시간 정도. 이것도 '넉넉'잡아서다. 빠르게 클리어하는 유저라면 더 짧은 경우가 많은 것으로 추측된다. 아, 그리고 별로 중요한 순간은 아니지만 약간 사람을 귀찮게하는 자잘한 버그가 조금 있다.



화면과 가까운 쪽에 있는 듯한 스위치지만, 실제로는 중간즈음에 있다.



이따금 식스는 배고픔에 힘겨워한다. 누군가 먹을걸 주거나, 함정에 먹을 게 있는 경우도 있다.

'리틀 나이트메어'는 어떤 관점에서 접근하느냐에 따라서 평가가 극과 극으로 갈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플랫포머'의 관점으로 접근하면 결코 좋은 점수를 줄 수 있는 작품이 아니다. 하지만 게임 자체가 주는 공포감과 긴장감을 더해서 '호러 어드벤처'로 본다면 충분히 좋은 점수를 줄 수 있는 게임이다. 아마도, 공포 게임의 '룰'을 따르지 않아서 그런지 개발팀도 공포 게임으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 듯하다.

이 게임은 공포를 단순한 방식으로 전달하지 않는다. 플레이하는 유저는, 무엇이 어떻게 될지 '알고 있다'. 그리고 그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과정에서 생기는 긴장감과 스릴이 분위기와 어우러져 공포감을 조성한다. 퍼즐을 맞춰가는 동안 우리는 긴장의 매개체(기괴한 어른들이나 스팟라이트 등 움직이는 기믹)의 주의를 피하는 과정에서 높은 긴장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들은 '식스'를 죽이려고 하지 않고 '잡는 것'에만 목적을 둔다. 그 이후는 상상력에 맡기는 것으로 공포를 더욱 극대화했다.

더욱 복잡하고 복합적인 환경에서 전달된 공포는, 긴 여운을 남긴다. "응악! 깜짝이야!"로 요약할 수 있는 '놀람'이라는 감정이 주가 된 공포가 아닌, '찝찝함'과 '소스라침'이 주가 되는 공포다. 여기에 조금만 더 깊은 스토리가 얹어졌다면, 조금만 더 어드벤처의 요소를 다듬었다면 어떨까 하는 또 다른 아쉬움이 남긴 했다. 나름 반전도 있고 메시지도 있는 스토리지만…그게 인상적인 아트워크만큼 강렬하지는 않다.

'리틀 나이트메어'는 인디게임으로서는 충분히 훌륭한 퀄리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풀 프라이스가 아니라는 점 역시 추천하는 이유 중 하나다. 공포 게임을 극도로 싫어하는 게 아니라면, 충분히 플레이할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대신, 앞서 언급한 것처럼 공포와 스릴을 전달하는 방식이 매우 복잡하기에 누군가에게는 공포 게임이라기보다는 단순한 '플랫포머'류 게임정도로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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