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메탈기어 서바이브, "왜 재밌는 거야 왜..."

리뷰 | 홍준기 기자 | 댓글: 10개 |


⊙개발사:코나미 ⊙장르: 액션 ⊙플랫폼: PC, PS4, XBOX One ⊙발매일: 2018년 초

2016년 게임스컴 현장에서 공개된 '메탈기어 서바이브'가 딱 1년 만에 다시 게임스컴을 찾았다. 신규 트레일러는 발표하지 않았다. 새롭게 제작한 게임플레이 영상도 없었다. 오직 6관 코나미 부스에 배치된 열 두개의 시연대만이 게이머를 기다릴 뿐이었다.

원작 시리즈를 알고 있는 게이머들에게 '메탈기어 서바이브'는 정말 할 말이 많은 게임이다. 코지마 히데오 감독과의 결별 이후 코나미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메탈기어 시리즈에, 전작인 '팬텀 페인'의 리소스를 거의 그대로 사용한 모습, 거기에 4인 코옵과 좀비만을 추가한 다소 안일한 기획까지. 어느 면으로 보나 팬들이 좋은 소리를 할 수 있는 게임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인지 오히려 이 게임만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시연을 해보고 싶었다. 정말 우려를 현실로 만들어 줄지, 아니면 만에 하나라도 나름대로의 재미를 보여줄지가 너무 궁금했던 것이다. 그렇게, 우려와 기대를 반씩 가지고 코나미 부스가 위치한 6관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트레일러에서도 예측할 수 있었듯, 메탈기어 서바이브는 4인 코옵으로 진행되는 게임이었다. 네 명의 시연자가 한팀이 되어 캐릭터를 선택하게 되는데, 시연장에서 선택이 가능했던 캐릭터는 각각 남녀로 구성된 근접 캐릭터 또는 원거리형 캐릭터였다. 정식 출시 이후에도 캐릭터의 특성이 처음부터 정해져 있을지는 미지수이나, 작품의 토대가 되었던 '메탈기어 솔리드: 팬텀 페인'을 생각하면 무기 등 커스터마이징 요소를 상당 부분 제공할지도 모르겠다.

캐릭터를 선택하고 나면, 자유롭게 이동하며 조작과 기본적인 게임 메카닉을 익힐 수 있는 '로비'(편의상 명명)가 등장한다. 조작 같은 경우도 '팬텀 페인'과 상당부분 유사하므로 전작을 접한 유저라면 어려움 없이 플레이가 가능할 전망이다.

물론, 새롭게 추가된 요소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면에 펜스와 감시탑, 함정 등 구조물을 설치할 수 있다는 점인데, 십자키를 이용해 설치할 구조물을 선택하고, L1버튼을 누르는 것으로 간단한 설치가 가능했다.




처음 진입한 연습용 공간을 편의상 '로비'라고 부른 것은 다른 이유가 있다. 이 장소에서 팀원 중 누군가가 미션을 수주하게 되면, 곧장 본 게임으로 진입하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시연장에서는 '노멀 모드'와 '하드 모드'의 동일한 미션만 선택할 수 있었기 때문에, 보다 수월한 진행을 위해 '노멀 모드'를 플레이하기로 했다.

게임이 시작되면, 플레이어를 포함한 4인의 동료들은 각 미션마다 주어진 주요 목표를 향해 나아가게 된다. 기본적으로 '메탈기어 솔리드: 팬텀 페인'을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다. 주요 목표를 위해 반쯤은 오픈 월드인 맵으로 진입하고, 원하면 부가 퀘스트를 찾아 클리어할 수도 있다.

시연에서 플레이한 미션의 주요 목표는 맵에 표시된 지점까지 찾아가 굴착기(로 보이는 무언가)를 설치하고, 이후 몰려오는 좀비들을 3회동안 방어하는 것. 목표 지점까지 향하는 길에는 주변을 배회하는 좀비들이 서성이고 있는데, 뒤에서 급습하거나 소리가 나지 않는 활을 이용해 제거하는 것이 가능했다.

주위 사물을 잘 찾아보면 나무나 고철 같은 자원 또한 획득할 수 있었는데, 이는 추후 기지 방어가 시작되면 제작대를 통해 펜스 등의 설치하는 데 사용된다. 현재까지는 몇 종류의 자원으로 이뤄져 있는지 알 수 없지만, 대략적인 파밍 요소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목표 지점을 안전하게 확보하고, 굴착기의 설치도 끝나고 나면 곧바로 좀비들이 몰려오는 웨이브가 시작된다. 첫 번째 웨이브는 로비에서 배운 대로 착실하게 펜스와 지뢰를 설치하고, 높은 곳에서 적들을 제거하다 보면 수월하게 클리어가 가능했다. 하지만 다음 웨이브부터는 자폭 공격을 감행하는 좀비와 체력이 더 높은 좀비 등 특수한 적들이 추가되면서 난이도가 올라가는 모습을 보였다.

첫 번째 웨이브를 겪으면서 깨달을 수 있었던 것은, 총기의 탄약을 보급하기가 상당히 어렵다는 것이었다. 미션 시작 시 지급받는 총기 탄약은 약 90여 발, 모든 탄약을 다 쏟아부어도 자폭 좀비 하나를 잡을 수 있을까 말까 한 숫자다. 한발 한발 위력이 강한 활의 경우 자동소총보다는 비교적 넉넉한 편이었지만, 화살 하나를 발사하는 데 드는 시간에 비해 좀비의 수가 많아 전투에 그다지 도움이 되는 무기는 아니었다.




"뒤로 돌아, 그리고 계속 달리면 탈것을 얻을 수 있어"

총알 부족에 허덕이며 기지를 방황하는 사이, 시연을 돕는 스태프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동료에게는 미안했지만 스태프의 말을 듣기로 하고 전장에서 이탈해 냅다 달리기 시작, 얼마 안 가서 '팬텀 페인'에서도 볼 수 있던 이족보행 탈것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족보행 탈것은 크게 미니건 공격과 발차기 공격을 사용하는데, 이 발차기의 위력이 상당하다. 일반 좀비들이야 한 번에 여섯 마리씩 처치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요. 시연에서 가장 큰 덩치를 차지했던 적인 자폭 좀비조차도 단 한방에 다시 저승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가능했다.

그렇게 탈것을 타고 진지로 돌아와 보니, 남아있던 세 명의 동료가 좀비 떼를 상태로 고군분투하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굴착기의 체력도 얼마 남지 않았다. 해야 할 것은 오로지 하나, 발차기로 이 상황을 타개하는 것뿐이었다. 그래서 결과는 어떻게 됐냐고? 굴착기 근처까지 다가온 자폭 좀비를 처치하려고 날린 발차기 덕분에 좀비가 폭발하며 클리어를 3초 남기고 미션을 실패했다.




솔직히 인정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메탈기어 서바이브'는 의외로 재미있는 게임이었다. 기존 작품인 '팬텀 페인'에서 이미 정착된 시스템 덕분에 조작에는 특별히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았고, 새롭게 추가한 구조물 설치 등도 간단히 사용할 수 있어 뭔가를 배워야 하는 부담도 없었다. 거기에 세 명의 동료와 함께 하는 좀비 디펜스라니, 어찌 보면 재미없기가 더 힘든 장르가 아닌가.

기존 시리즈를 관통하는 주요 등장인물이 등장하지 않고, 원작의 세계관과는 동떨어진 좀비의 출현, 잠입 요소를 버린 4인 코옵이라는 점 등, '메탈기어 서바이브'는 원작 시리즈의 정통성을 계승하기에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하지만 그저 스핀오프 작품으로서 본다면 어느 정도는 재미있게 플레이할 수 있지는 않을까?

기존의 팬들에게 쉽게 어필할 수 있는 IP는 분명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결국 게임의 흥망을 가르는 것은 완성도와 재미다. '메탈기어 서바이브'가 처음 출시됐을 때 팬들로부터 끝없는 비난을 받아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소위 말하는 '아버지' 없이 만들어진 게임, 그래서 완성도는 커녕 재미조차 기대하기 힘들고, 그저 팬들의 주머니를 노리기 위해 이름만 빌려 쓴 게임일 것이라는 다소 합리적인 의심의 결과인 것이다.

'메탈기어 서바이브'가 이런 의심을 벗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재미와 완성도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다면 이번 시연은 소기의 성과를 이루기에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예정된 출시 날짜인 2018년 초까지 남은 것은 이제 약 6개월, 그동안 어떤 모습으로 발전하게 될지, 내심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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