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 "강력한 힐러+보조딜러, 혹은 이도저도 못하는 지원가?" - '모이라' 체험기

리뷰 | 양영석 기자 | 댓글: 41개 |
블리즈컨을 통해 깜짝 공개된 신규 영웅! 지원가이지만 힐링과 딜링이 모두 가능한 하이브리드형 캐릭터. 설정부터 '블랙워치'에 있어서 그런지 '다크 히어로'와 같은 느낌을 물씬 풍기는 '모이라'를 직접 블리즈컨 현장에서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이번에 처음 현장에서 공개된 터라, 한두 판을 해보면 이게 게임이 죄다 모이라 투성이입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캐릭터의 개성과 능력의 유용성을 쉽게 판단하기 힘들고, 느긋하게 여러 판을 하면서 모이라도 해보고 다른 딜러도 해보고 해야 하느라 시연이 상당히 오래 걸렸습니다.

그래도 수십 판에 걸쳐서 끈질기게 시험을 해보니, 모이라에 대해서 어느 정도 감이 잡혔습니다. 그리고 깨달은 건, 정말로 모이라는 고수와 초보의 차이가 아나만큼이나 극심히 갈릴 영웅이라는 겁니다.



생체 손아귀의 힐링은 이렇게 마치 '스프레이'처럼 나갑니다.

먼저 기본적인 캐릭터의 개성부터 살펴보죠. 모이라의 기본기, '생체 손아귀'는 공격과 치유를 동시에 수행합니다. 마우스 좌 클릭으로는 아군을 치유할 수 있으며 우 클릭으로는 적을 공격할 수 있는 방식이죠. 대신, 이 공격과 치유는 모두 게이지를 소비합니다. 게이지가 전부 소모되면 치유를 할 수 없고, 시간이 흐르면서 게이지가 회복됩니다. 반대로 공격은 게이지의 제한이 없지만, 한 대상에게 공격을 오래 유지할수록 공격의 위력이 강해집니다. 시메트라의 기본 공격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생체 손아귀의 공격은 타겟팅 기술이지만, 치유의 경우는 타겟팅이 기술이 아니라 꾸준히 아군의 위치를 잡아줘야 합니다. 두 기술 모두 보이는 것보다는 살짝 사거리가 긴 편이라, 의외로 아군 혹은 적군과 거리 유지를 하면서 교전하기 매우 수월한 편이었습니다. 게다가 적을 공격하게 되면 생체 손아귀의 치유 게이지가 더 빠르게 회복되므로, 딜링 지원은 거의 반강제적으로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편이죠.



공격형 손아귀는 보이는 것보다 꽤 사정거리가 깁니다.

E 스킬인 '생체 구슬'도 생체 손아귀처럼 공격과 치유용으로 모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생체 구슬은 쏘아진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사물을 만나면 튕겨서 마치 통통볼처럼 움직이는데, 치유용 구슬은 아군에게 착 달라붙어서 주변의 아군을 치유하기도 합니다. 공격형 생체 구슬은 꽤 느릿느릿 전진하고 계속 튕겨다녀서 매우 답답해 보일 수 있는데, 당하는 입장에서는 언제 다가오는지 확인하지 못하고 얻어맞기 일쑤입니다.

생체 구슬을 치유로 사용하던, 혹은 공격으로 사용하던 재사용 대기시간은 10초로 동일합니다. 생체 구슬을 이용해 모이라는 일시적으로 메르시를 상회할 정도로 높은 힐링을 제공할 수도 있고, 반대로 아군이 아슬아슬하게 마무리하지 못한 적군을 마무리하기도 합니다. 은근히 딜 지원이 강한 편이지만, 구슬의 재사용 대기시간 동안은 치유량이 높은 편은 아니기에 주의가 필요하죠.


생존기인 '소멸'은 리퍼의 '망령화'와 매우 유사합니다. 대신 지속시간과 거리가 더 짧고요. 그만큼 재사용 대기시간도 짧아서 6초마다 한 번씩 사용할 수 있습니다. 운용만 잘 한다면 한타동안 여러 번 사용해서 위기를 벗어날 수 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적군의 시야에서 잠시 '완전히' 사라져 타겟팅을 피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소멸 때문에 생존은 상당히 용이합니다만, 그렇다고 이동까지 아주 뛰어난 수준은 아닙니다. 이동이 뛰어나지 않은 대신 순간적으로 적의 타겟팅을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은 아주 큰 메리트죠. 소멸의 지속시간 동안은 망령화처럼 무적 판정이 적용되므로 한 타에서 모이라를 노려도 한 번은 무조건 살아날 기회가 있다고 보면 됩니다.




궁극기인 '융화'는 빛줄기에 닿은 아군에게는 치유를 제공하고 적에게는 피해를 줍니다. 그런데 융화는 생각보다 사거리가 아주 긴 편이에요. 아주 멀리 있는 적에게 견제 및 딜링이 가능할 정도고, 아군의 치유 능력도 꽤 높습니다. 피해 자체는 높지 않은 편이에요.아마 지원가에게 공격형 궁극기를 준 경우는 처음이라, 대미지 딜링 능력이 정말 민감한 부분이니만큼 대미지 자체는 높지 않게 설정한 것 같습니다. 지원형 캐릭터가 다른 딜러보다 딜링 능력이 월등히 높으면 누구처럼 힐을 할 필요가 없게 적을 없애버리는 일이 벌어지잖아요? 블리자드도 그걸 이미 PTR에서 한 번 겪어봤으니, 이해할 수 있는 결정입니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모이라는 젠야타나 아나에게도 전혀 뒤지지 않는 보조 딜링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대신 그 둘보다 사정거리가 다소 짧은 편이라고 할까요? 물론 다른 아군의 궁극기와 합쳐지면 정말 더 뛰어날 것 같습니다. 아나와 함께 조합해보지 못한 게 정말 아쉽긴 하군요.

무엇보다도 궁극기 '융화'가 빛을 발하는 시점은 '생체 구슬'과의 조합입니다. 생체 구슬과 '융화'를 동시에 운용하면 멀리 떨어진 아군에게 엄청난 치유량을 줄 수도 있고, 반대로 적들이 무시하기에는 상당히 아픈 공격을 구사할 수도 있습니다. 생체 구슬과 융합을 조합하면 정말로 파라의 포화를 맞고도 HP 200의 딜러가 죽지 않고 어느 정도 버티고 도망갈 수 있는 뛰어난 치유력을 보여줍니다. 물론 영상처럼은 안돼요. 대신 '아차'하면 죽을걸 '아차'하고도 도망갈 수 있는 정도로 이해하면 됩니다. 공격형으로 사용하게 되면 정말로 엄청난 '보조 딜링'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정돕니다.



융화는 사정거리도 긴 편이고 지속시간도 제법 깁니다.

플레이는 해봤지만, 지원가가 정말로 중요한 시점은 바로 아군이 어떻게 느끼고 있느냐겠죠. 그래서 직접 플레이하지 않고 탱커와 딜러, 그리고 다른 힐러로서 모이라와 함께 하면 얼마나 좋은지도 경험해보려고 했습니다. 물론 같이 시연한 사람들이 한 팀에 3~4명씩 모이라를 플레이하니 그게 쉽지만은 않았죠.

윈스턴과 디바, 라인하르트와 자리야 등의 탱커의 입장에서 모이라는 다른 힐러들과 비슷비슷한 것 같습니다. 돌진형 탱커들에게도 어느 정도 지원이 가능하고, 근접 방어형 탱커들과도 합을 맞출 수 있긴 합니다. 하지만 역시나 보조 딜링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돌진형 탱커와 더 잘 어울려 보이긴 했습니다.

딜러의 입장에서는, 아슬아슬하게 마무리하지 못해 아쉬운 시점에 모이라의 딜링 능력이 정말로 큰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상당히 본진과 떨어진 시점에서도 힐링이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서는 '아나'와 '젠야타'의 지원을 동시에 받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요. 파라로 하늘에서 솔저한테 무방비로 맞으면서 내려오는데 모이라의 구슬이 옆으로 날아오면 진짜 반가워요! 젠야타 구슬 받는 기분! 가끔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구슬이 벽을 타고 넘어와서 도움이 뜻밖에 도움을 받기도 하고요. 예측하지 못한 곳에서 힐이 들어와서 깜짝깜짝 놀랄 때도 있는 편입니다.




반대로 적으로 만났을 때는 꽤 성가신 존재가 되기도 합니다. 일단 모이라가 '소멸'로 확실하게 한 번은 살 수 있기 때문에 매우 귀찮아요. 아나처럼 수면총이 빗나가면 "아 죽었구나"하고 손을 놓는 것도 아니에요. 생체 구슬을 써가면서 버티면 매우 귀찮죠. 그리고 힐러 입장에서는 진짜 영겁의 시간이겠지만, 딜러의 입장에서는 적 모이라가 왜 이리 소멸을 자주 쓰는지 OP라고 느껴질 정도입니다.

대신 소멸이 빠지고 난 그 순간만큼은 모이라는 정말 무력합니다. 만약 자생에 생체 구슬과 궁극기까지 쓰면서 발악을 하면 그냥 딜러 입장에서는 슬쩍 빠져주면 그만입니다. 그러면 잠시 동안은 모이라의 폭발적인 치유 능력이 없어진 셈이라 맘 놓고 적의 1선을 공격해도 되니까요. 그래서 소멸로 생존하는 게 중요한데, 소멸이 빠진 모이라는 구슬 적중률이 떨어지는 젠야타, 총알 없는 메르시만큼 무력한 존재 중 하나입니다. 물론 잘하는 모이라나 아군이 있으면 소멸 이후로는 거의 열에 아홉 모이라를 지켜주는 적 딜러나 탱커가 나타나서 매우 성가십니다.




뛰어난 딜링 지원 능력과 순간적으로 높은 치유력을 보여주는 모이라는 운용이 정말로 쉽지 않았습니다. 단 한번 무조건 회피할 수 있는 수단이 있지만 다른 지원가들과 마찬가지로 아군의 지원과 도움이 절실합니다. 그렇다고 생체 구슬을 이용해서 자회복을 하며 버티면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치유 능력과 딜링 능력을 보여줄 수가 없을 수 있죠. 상황에 따라서 강력한 힐러도, 보조 딜러의 역할도 수행할 수 있지만, 이도저도 아니고 그저 적 힐러의 궁극기 게이지만 빨리 채워니까 차라리 딜을 안하는게 나은 힐러일 수도 있습니다.

개발자가 인터뷰에서 말한 것처럼, 모이라는 정말로 상황 판단 능력이 중요합니다. 에임 능력보다는 흐름을 판단하는 게 정말 중요하죠. 물론 게임의 흐름을 파악하는 게 안중요한 캐릭터가 어디 있겠느냐마는, 그 상황 판단과 결정에 따라서 캐릭터의 능력이 극과 극일수 있다는 점이 모이라의 개성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나'만큼이나 고수와 초보의 차이가 극심하게 갈릴 것 같습니다. 정식 서버에 도입될 때 메타에 영향을 줄 수 있을지 궁금해지네요.

한 가지 확실한 점은, 블리자드가 의도한 대로 정말 개성이 넘치고 매력적인 지원가 캐릭터가 등장했다는 겁니다. '다크 히어로'의 성향을 가진 '힐러'가 어떤 느낌인지, 대사 및 의상 그리고 기술 형태까지 정말 컨셉이 잘 녹아들었거든요. 모이라는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입니다.








블리즈컨2017 특별취재팀(=미국 캘리포니아 애너하임)
오의덕, 김지연, 양영석, 이현수, 장민영, 닉 도라지오(Nick D'Orazio)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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