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아픔을 딛고, 검투 대전의 부활을 알리다 - 소울칼리버6

리뷰 | 양영석 기자 | 댓글: 5개 |



대전 액션 게임으로서 시리즈를 이어가며 20년 이상 역사를 이어온 게임은 매우 드물다. 그리고 여러 가지 시도가 있었음에도, 대전 액션 게임들은 대부분 '격투'로 귀결되었다. 격투에 이것저것 섞은 느낌이다. 무기를 휘두르며 자웅을 겨루는 게임은 드물었다. 격투게임에서도 무기 쓰는 캐릭터는 조금만 강해져서 템빨이라고 놀리기 일쑤였다.

그래서 난 소울칼리버를 좋아했다. 일단 어릴 적에는 유저들이 별로 없을 정도로 비주류라서 사람들이 잘 모르니까 모든 사람들에게 '평등'했다. 옆에 철권에서는 바운드치고 딜캐하고 콤보날리는 친구랑 소울칼리버를 하면, 서로 투닥투닥하다가 링아웃당하고 그랬다. 그리고 뭣보다도, '검'을 맞대고 싸우는 느낌이 좋았다.

게임이 출시가 되니까, 걱정이 되더라. 전작의 평가는 바닥을 쳤고, 게임 자체도 워낙에 매니악한 게임이긴 했으니까 걱정이 매우 앞섰다. 무엇보다도 출시가 됐는데 다른 이슈가 잘 안 들렸다. 아 이렇게 묻히나 싶었는데.... 동료 기자가 소울칼리버 근황이라고 잉어킹이 폴짝폴짝 뛰는 이미지를 공유해줘서 빵 터졌다.

그러면서 한쪽으론 안도감이 들었다. 정말, 이렇게라도 알려지는 게 좋다. 응안해에 위치한 응안사 스님들이 출동하지 않은게 어디인가? 격투 게임은 뉴비가 귀한 게임이라서 사람들이 흥미를 갖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

그렇게 안도하면서 설치를 했고, 오프닝을 보고 게임을 본격적으로 즐겼다. 2012년 이후 거의 6년 만에 만난 소울칼리버는, 확실히 달라져있었다. 캐릭터의 모델링이야 좀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지만, 소울칼리버6는 지난 아픔을 딛고 확실하게 '부활'을 알릴 수 있을만한 완성도를 가진 작품이었다.





과거로 회귀하며 재정립된 스토리, 탄탄한 대전 시스템




소울칼리버6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기도 하다. 오래된 시리즈이다보니, 스토리와 세계관이 말 그대로 산으로 가버린 케이스가 소울칼리버다. 설상가상으로, 인게임에서의 시대 진행도 매우 빨라서 캐릭터들이 자연스럽게 연령이 높아졌다. 당연히 '세대교체'가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전 편에서의 세대교체는 성공적이지 못했다. 스토리는 망가졌고, 세계관은 비틀어졌으며 인기 캐릭터들은 모독당하거나 사라졌다. 세대교체는 무리수였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였다.

그래서 이번 작은, 세계관과 스토리가 '리부트'되었다. 소울 엣지부터 이어온 이야기를 재정립하는 개념이되어, 과거의 스토리도 좀 더 상세하게 다루게 됐다. 덕분에 소울칼리버의 마스코트이자 대표 캐릭터들이 다시 돌아왔다. 전편에서 껍데기로만 존재했던 소피티아도 돌아왔고. 말 그대로 팬들이 싫어하던 부분을, 팬들이 원하는 형태로 개선한 셈이다. 당연히 팬들의 평가가 좋을 수밖에 없다.

메인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캐릭터들의 크로니클 모드와, 오리지널 캐릭터를 만들어 진행하는 커스텀 모드 '리베라 오브 소울'로 진행되는 스토리는 나쁘지 않은 편이다. 눈빛이 초롱초롱하다고 싸우지 않고 무난무난하게, 적당히 몰입해서 즐길 수 있는 분량이다. 플레이 타임도 꽤 되고, 여기서 어느 정도 기본적인 '대전'을 익힐 수도 있다.



1편에서 봤던 샹화와 킬릭의 연계스토리. 메인 스토리는 대화와 대전을 잘 연결했다.



연표를 통해 다른 캐릭터들의 스토리를 보는 것도 가능하다.

소울칼리버 고유의 대전 시스템은, 더 잘 다듬어졌다. 8WAY RUN(8WR)는 빨라졌지만 발동이 쉬워졌고, 가드 게이지를 소모하지만 딜레이 캐치에 필수적인 가드 임팩트, 그리고 특수 상황이 아님에도 카운터 판정이 되는 Lethal Hit(LH), 소울차지와 새롭게 추가된 리버설 엣지까지.

막상 용어만 보면 복잡해 보이지만, 조금 독특한 무빙을 제외하면 다른 격투 게임과도 크게 다를 것 없는 시스템이기도 하다. 격투 게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시스템들을, 소울칼리버만의 방식으로 잘 고쳐 넣은 편. 사실 리버설 엣지와 가드 임팩트만 잘 써도 상당히 대전을 수월하게 풀어갈 수 있다. 연습도 할 수 있고, 친절하게 인 게임에도 시스템을 친절히 풀어둔 편이다.

특히나 리버설 엣지는, 일종의 일발 역전 시스템이자 심리전의 절정이다. 입력 커맨드마다 서로 상성이 있고, 뒤에 이어질 상황도 다르다. 이득과 손해도 잘 따져가면서 내밀어야 하는 심오한 시스템으로도, 상대방의 템포를 끊고 역공을 잡을 타이밍을 주기도 한다.




애초에 게임 자체가 다른 격투게임에 비해서 훨씬 더 심리전이 주가 되다 보니,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인 건 어쩔 수 없다. 어느 격투게임이던, 마찬가지다. 모르면 맞아야죠. 밸런스는 아직 출시 초기라서 분석하기 어려우니 굳이 언급하진 않겠다. 확실한 건, 소울칼리버 시리즈의 밸런스는 전통적으로 '소피티아'가 기준점이다. 그리고 이번 시리즈도 거기서 벗어나지는 않은 것 같다.

일단 새 시스템에 캐릭터들의 운영이나 커맨드도 많이 바뀌었고, 신캐릭터도 있으니 모두가 다 같이 연구해야 된다. 현실적으로 말하자면 게임 유저들이 별로 없었으니까... 고수나 초보나 '격투 게임 경험'만이 차이일 뿐, 출발 선상은 거의 동일한 수준이다.



포탈타고 넘어오신 게롤트 형님이 참 좋은 캐릭터다...

개인적으로는 소울칼리버만큼, 심리전이 주가 되는 격투게임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유비소프트의 '포 아너'를 플레이할 때도 소울칼리버가 매우 생각이 많이 났다. 가드와 가드 크래시, 지르기, 언브레이커블 어택 등등 대부분의 기술에서 상성이 존재한다. 다른 격투게임들에 비해서는 '콤보'가 상당히 짧은 편이다.

어느 격투 게임을 가나 최상위 대전에선 심리전이 모든 걸 좌우하지만, 소울칼리버는 유독 그 정도가 더하다. 그리고 한 두 번의 심리전으로 승패가 갈리지는 않는 편이라서 오히려 그런 부분이 더 초보들에게 부담이 적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스템적으로 대부분 만족스럽긴 했지만,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다. 생각보다 잔 로딩이 잦은 편이고, 타격감이 전작들에 비해서 좀 가볍다는 평가도 있어서 호불호가 갈릴지 모르겠다. 그리고 가뭄에 콩 나듯 핑이 튀거나 프레임이 떨어지는 현상이 있어서 좀 아쉽다. 특히나 격투게임에서 프레임은 매우 중요한 요소라서, 이게 큰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다. 자잘한 번역 오류도 눈에 띄는 편인데, 패치를 통해서 해결해줬으면 좋겠다.



저기요, 게임 잘못 찾아오신거 같은데요? - 저세상 커스터마이징



이렇게만 보면 평범해보이지만...

사실 커스터마이징 요소는 어떻게 보면 부가적인 요소다. 캐릭터의 큰 틀은 유지하면서,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도록 하는 꾸미기 요소일 뿐이니까. 그런데 소울칼리버6는...커스터마이징이 정말 강화됐다. 거의 메인 콘텐츠급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소울칼리버만큼은, 대전에서 상대 캐릭터의 "외형"을 보면 안 된다. 그만큼 캐릭터의 구성과 개성을 자유롭게 꾸밀 수 있고, 이 캐릭터로 대전도 할 수 있는 건 확실히 플러스다. 성별 전환도 가능하기 때문에, 이번에 새로운 콜라보 캐릭터인 게롤트를 시리의 외형으로 꾸미고 사용할 수도 있다.

조금 아쉬운 부분은 생각보다 커스터마이징 아이템의 개수가 적다는 점. 특별한 커스터마이징 아이템들은 인 게임 재화로 구매할 수 있어서 부담은 없지만... 생각보다 가짓수가 적다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무궁무진한 조합이 된다는 게 매우 신기할 뿐.

진짜 대전을 하다 보면, 게임을 잘못 찾아오신 분들이 정말 많다. 뜬금없이 잉어킹과 스파이더맨이 결투를 하거나, 일리단 vs 이렐, 루피 vs 뉴게이트 같은 드림매치 같은 게 일어나기도 할 정도다. 커스터마이징의 자유도는 아래 스크린샷으로 대체한다. 최근 들어서 '소울칼리버 근황'이라는 게시물로 각종 커뮤니티에서 더 재미있는 걸 찾아볼 수 있다.



만년동안 응어리진 증오와 함께 잘못 찾아온 분 1



회춘했다가 다시 돌아오고 게임 잘못 찾아오신분 2



지진쓰는분도 잘못왔다.



이분은 영화에 나와야하는데...



봉술쓰는 거북이도 있었다. 진짜 커스터마이징이...끝내준다.



과거의 아픔을 딛고 부활에 성공한 "검투 대전"



헐크도 오셨네...

앞서 언급한 부분 외에도 소울칼리버가 가진 또 하나의 장점은 바로 '랭크 매치'였다. 보통 이런 랭크 매치에서는 1승이 정말 소중하고, 패배에 대한 부담이 커서 꺼리게 되는 성향이 있는데, 소울칼리버는 패배 시의 점수 하락폭이 매우 낮은 편이다. 대신 상승폭은 매우 높다. 정말 잘 하는 사람을 만났다면, 두들겨 맞으면서 한 수 배우면 된다는 마음가짐으로 편하게 대전이 가능했다. 가끔씩 튀어나오는 게임 잘못 찾아오신 분들은 나름 대전 게임의 긴장을 풀어주는 요소로 작용했다. UCC가 긍정적으로 작용한 사례랄까.

매칭은 아마도 개발팀에서 가장 걱정했을 요소였을 터다. 그래서인지 신경을 쓴 게 눈에 보인다. 사람이 없으니까 누구랑 대전해도 부담이 없도록 꾸며놨고, 전 세계 누구와도 매칭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물론 패배하면 기분은 썩 좋지 않겠지만, 고수에게 한 수 배웠다고 느끼면서 넘어갈 수 있는 편이니 부담은 최대한으로 줄였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자주 이기면 더 고수와 붙여주고, 평범하면 비슷하거나 더 낮은 점수의 유저들과 매칭을 시켜준다. 기본은 되어 있고, 부담은 줄였다.



캐릭터수는 이정도면 나름 적지도, 많지도 않은 적당한 수준 같아보인다.



리베라 오브 소울에서도 나름의 스토리를 즐길 수 있다.

소울칼리버는 나름 독실한 팬층을 가지고 있던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검투' 대전 액션 게임은 거의 없는 게 실상인데,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던 게임이 소울칼리버였다. 하지만 전작인 5편은, 정말 말 그대로 폭삭 망했다. 산으로 가던 스토리가 세대교체의 실패를 만들며 팬들이 등을 저버릴 수준이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앞서 언급한 것처럼, 스토리의 리부트로 과거부터 팬들에게 익숙했던 캐릭터들이 돌아온 게 정말 반갑다.

이래저래 시리즈 개발 발표부터 중간 정보 공개까지 말이 많았다. 그러나 우려를 딛고 나온 게임은 만족스러웠다. 팬들도 만족시켰고, 신규 유저들도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는 시스템과 개성을 갖췄다. 마침내 소울칼리버는 지난 시리즈의 아픔을 딛고, 성공적인 '부활'을 알렸다.

앞으로 소울칼리버가 해야 할 건, 유저를 늘리는 일이다. 이번 작품은 충분히 유저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요소들을 다양하게 갖췄고, 대전에 대한 부담도 크게 줄였다. 부디 소울칼리버6를 기점으로, 검투 대전에 매력을 느끼는 유저들이 많아지길 기대한다. 아니, 격투 게임 자체에 모두가 흥미를 더 가져줬으면 좋겠다.



시스템에 대한 설명도, 게임에서 상세히 적혀있다.






캐릭터 설정화나 상세 소개도 볼 수 있다.



소울칼리버 같이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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