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악마성의 아버지가 전해준 선물, '블러드스테인드'

리뷰 | 양영석 기자 | 댓글: 6개 |


⊙개발사: Artplay ⊙장르: 메트로배니아 ⊙플랫폼: PS4, Xbox, PC, NS ⊙발매일: 2019.6.19

'월하의 야상곡'은 게임 역사에서 꽤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방대한 맵을 탐색하면서 즐기는 플랫포머, '메트로배니아'라고 불리는 장르를 제대로 정립한 게임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이를 개발한 이가라시 코지는, '악마성'이라는 프랜차이즈를 대중화 시키는데 성공하며 '악마성'의 아버지로 다시 태어났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메트로배니아를 정립했던 두 작품, 캐슬베니아(악마성)과 메트로이드는 장르의 탈피와 일탈하는 루트는 타기도 했다. 팬들이 원하던 '메트로배니아'는 이 두 시리즈보다는 다른 걸출한 게임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팬들은 목말랐다. 월하의 야상곡으로 대표되는 'IGA' 스타일의 메트로배니아는 걸출한 게임이 많긴 하지만 '주류' 장르로 보긴 힘든편이었으니까. 팬들의 목마름이 커져갈 무렵, 독립을 한 이가라시 코지는 새로운 작품을 만든다고 발표했다. 팬들이 주목할 수밖에 없는 'IGAVANIA'라는 키워드를 건, '악마성'의 정신적 후속작을.

팬들은 환호했고, 나도 그중 한 명이었다. 펀딩이 열릴 때부터 꾸준히 지켜봐왔고 해외 게임쇼에 취재를 가게 되면 이 게임을 찾았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6월 19일, 악마성의 아버지가 만든 악마성의 정신적 후속작, '블러드스테인드'가 출시됐다. 개발자 스스로 자주 개발 상황을 공유했지만 발매 연기도 있었고 해서 대충 2015년부터 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꽤 오랜 시간이었지만 기다림은 가치가 있었고, 악마성의 아버지는 팬들을 배신하지 않았다.






현대적으로 해석된 우아한 'IGAVANIA'
아버지는 다 알고 있었다.

'블러드스테인드'는 철저하게 고전 메트로배니아 스타일의 공식을 따랐다. 방대한 맵, 캐릭터의 성장에 따라 다가갈 수 있는 여러 가지 새로운 탐험 요소. 이곳저곳에 숨겨진 아이템과 이야기들, 그리고 2D 사이드 뷰 형식의 게임 플레이. '월하의 야상곡'으로 대표되는 'IGA식 메트로배니아'가 철저히 녹아있다. 뭐, 제작자가 이가라시 코지니까 당연한 것이겠지만.

캐릭터의 육성도 다방면으로 마련된 게 특징 중 하나. 연성을 통해 아이템을 만들고, 어떻게든 획득한 음식을 처음으로 먹으면 능력치가 향상된다.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이단 점프 등 다양한 능력을 얻을 수 있고, 이런 능력을 바탕으로 더 많은 지역에 다가갈 수 있으며 탐험을 이어나갈 수 있다. 곳곳에 숨겨진 상자와 숨겨진 벽 속에는 캐릭터의 성장 요소나 다양한 아이템들이 잔뜩 들어 있어서 이를 찾아나가는 과정은 매우 즐겁다. 탐험, 스토리, 서브 퀘스트가 모두 캐릭터의 육성과 연결되어있다.



가면 갈수록 탐험적인 재미는 더 해진다.

장비 획득과 육성, 조리, 연성 등을 통해 캐릭터가 강해지면 그만큼 탐색에 가속이 붙는다. 그리고 맵을 탐색하면서 새로운 요소들을 발견하고, 성장하고. 이렇게 짜인 순환 구조는 자연스럽고, 거부감이 적다. 새로운 무기를 얻고 오의를 습득하면서 다양한 무기들을 써보고, 계속해서 미리암을 성장시키다 보면 어느새 보스전.

보스전 근처에는 항상 세이브포인트가 있어서 부담 없이 도전해볼 수 있다. 세이브포인트를 찾지 못했어도, 보스전 입구가 보이면 근처에 세이브존이 있다는 뜻이니 찾으면 그만이다. 보스들 역시 나름 개성 있게 잘 구색을 맞춰두었다. 보스마다 약점도 다르고, 패턴도 상당히 복잡하지만 언제든지 물약과 음식을 먹어 회복할 수 있어서 난이도 자체는 어렵지 않다. 준비만 잘하면, 어려운 곳은 거의 없다.



이...이분은 좀 강하다. 체감상 최종 보스보다 어려웠던 것 같다.



'누군가'를 떠오르게 할 만한 분도 등장한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악마성을 떠올리게 하는 여러 가지 오마주들이 등장함으로써, 악마성의 팬들은 더욱 감명받았을 것이다. 팬들을 두근거리게 하는 등장, 그리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특정한 액션을 하게되면 어김없이 기대했던 반응들이 튀어나온다. 솔직히 X침까지 숨겨놨을 줄은...꿈에도 몰랐다.

게임의 사운드는 환상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분위기와 잘 어울리고, 회차를 끝낸 이후 플레이할 수 있는 여러가지 모드들도 준비되어 지금 시점에서도 즐길거리는 충분하다. 한 번 연성한 아이템은 상점에서 판매되는 시스템을 채용해 장비등의 콜렉션 수집 플레이도 배려를 잊지 않았다.

방대한 맵을 즐겁게 탐색하고, 여러가지 아이템들을 수집하면서 숨겨진 요소들을 찾고. 이에따른 캐릭터의 성장으로 액션이 다양해지며, 다시 탐색이 수월해지고 수집도 편해지는 흐름. 이가식 메트로배니아의 흐름이 우아하게 잘 마련된 타이틀이 블러드스테인드다.





아쉬운 부분이 없는 건 아니다
최적화, 그래픽, 버그. 그리고 닌텐도 스위치는 좀...

잘 짜인 맵과 다양한 요소, 성장 구조에도 불구하고 블러드스테인드의 아쉬운 점이 꽤 뚜렷하다. 첫 번째는 그래픽적인 부분. 한차례 상승시킨 그래픽이긴 해도, 여전히 연출이 어색하다거나 아쉬운 부분들이 눈에 띈다. 공격이나 동작 모션은 약간 어색하면서도 단순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두 번째는 아마 가장 많은 유저들이 겪고 있을 문제, 바로 오류와 버그다. 가끔씩 등장하는 치명적인 오류는 몰입을 방해하고 무의식적으로 세이브에 의존하는 삶을 만들게 하는 게 문제다. 특히나 힘겨운 보스전을 마치고, 혹은 숨겨진 요소를 찾고 세이브포인트나 워프포인트로 돌아가는 와중에 에러가 떠서 레시피나 샤드가 사라지게 되는 문제는 정말 좋지 않은 경험을 맛보게 한다. 이는 치명적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나 많은 기대를 모았던 스위치 버전에서는 프레임 저하와 로딩이 긴 구간, 잦은 앱크래시와 그래픽 열화 등 여러가지로 문제가 산재해있다. 빠른 패치와 최적화가 필요해보인다. 그래픽적인 부분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에러나 최적화는 꼭 해결해야 할 문제다. 이 둘이 가장 큰 단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특히나 스위치는, PC판이나 PS4 판과는 거의 다른 게임으로 느껴질 수도 있으니 주의.



연출과 스토리도 조금 엉성한 부분이 없잖아 있긴하다.

다른 부분은 조금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미묘함이 있다. 대표적으로는 무기의 오의 시스템. 오의는 각 무기를 얻어도 바로 개방되지 않는다. 오의를 습득하는 과정 자체는 어렵지 않으나, 무기별로 오의가 편중되거나 성능에 큰 영향이 있어서 무기의 밸런스가 꽤 안맞는 편이다. 어차피 최종적으로 오의를 전부 습득하면 발키리 소드나 블루 로즈로 귀결되는 루트가 있기도 하고, 초반에 얻는 매우 사기적인 성능의 검도 있어서 무기 밸런스는 조정이 필요해 보이는 정도다.

몬스터를 처치하거나, 특정 아이템이나 음식을 배달하는 루트로 구성된 서브 퀘스트는 그저 반복 노동이라서 개인적으로 조금 아쉽다. 서브 퀘스트를 달성할 때마다 꽤 쓸만한 보상이 주어지고, 지역을 이동하거나 성장 구간에 맞춰서 서브 퀘스트가 개방되는 점은 나쁘지는 않았다. 그러나 상당히 흥미로운 세계관을 활용해 더 재미있는 퀘스트를 마련했으면 어떨까 하는 미묘한 아쉬움이 든다.

데모닉 캡터, 더블 점프, 리플렉션 레이 등 다양한 탐험형 샤드들은 개성있고 좋지만 진행도가 올라가면서 새로 얻는 샤드들에 가려져 잘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서 조금은 아쉽다. 특히 리플렉션 레이나 더블 점프는, 나중에 하이 점프와 디멘션 시프트(순간이동), 인버트(중력역전)등으로도 대부분 해결할 수 있는 장소들이 많아져 활용도가 크게 낮아진다.물론 숏컷 등록을 이용해 액션을 바로 교체하는 식으로 활용할 수 있어서 크게 문제삼을 거리는 아니다.

종장에 다가서는 시점에서는 좀 더 편하게 파밍과 이동을 하라는 의도가 담겨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잘 만들어진 액션들이 새로 얻는 액션들에게 꽤나 가려진다는 점은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이다.







악마성의 아버지가 전해준 '선물'
메트로배니아 매니아들에게는 "MUST PLAY"가 될 타이틀

몇 가지 단점이 있긴 하지만, 블러드스테인드는 이런 단점을 안고 플레이할만한 가치와 재미가 있는 타이틀이다.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우아한 메트로배니아는 팬들의 기대감을 충족시키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발매 연기라는 큰 결정을 한 이가라시 코지는, 자신이 옳았음을 증명했다. 그렇게 팬들에게 다가온 '블러드스테인드'는 악마성의 아버지가 전한 소중한 선물과도 같은 타이틀이다.

그렇기에 앞으로 추가를 예고한 여러 가지 DLC들에 대해서도 믿음이 간다. 여러 회차를 달린 후 잠시 쉬다가 돌아오면 또 다른 콘텐츠가 기다릴 거라는 기대감까지도 생기는 타이틀이라고 생각한다.



설마하고 한 번 쯤 해보게 되는 X침.

사실 처음 블러드스테인드를 할 때는, 생각보다 노멀도 생각보다 쉽지만은 않고 에러로 플레이가 몇 차례 날아가 버려서 짜증도 제법 났다. 그 '짜증'이 극도에 달했을 때, 포기할까 하는 마음도 들었었다. 갑자기 모든 요소들이 짜증이 났다고 해야 하나?

근데 뭔가 이상했다. 저녁을 먹고 나서 플레이한 뒤 다시 시계를 보니까 저녁을 먹을 시간이 다 되어 가더라. 처음으로 포기할까 하고 마음먹은 시간이 연속으로 19시간 가까이 플레이한 이후였다. 급격히 몰려오는 피로감과 짜증은 혹사당해서 지친 신체가 보내는 SOS 신호였던게다. "아, 이거 갓-겜이구나"

이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플레이했던 게임이 얼마만이던가? 그래서 포기할까 하는 마음은 단박에 고쳐먹고 다시 쉬었다가 플레이를 했다. 1회차도 무사히 마무리했고, 맵을 비록 99.4%에서 다 열지 못했지만 천천히 2회차를 하면서 열기로 했다. 1회차에 너무 열심히 한 유저들은 2회차나 3회차에서 난이도 조절을 위해 필수적으로 샤드나 아이템을 조절하고 시작하길 권유하고 싶다. 열심히 한 만큼, 2회차 이후부터는 급격히 체감 난이도가 내려가는 감이 있다.




이가라시 코지는 '블러드스테인드'로 많은 것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유저들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 것, 정신적 후속작으로도 시리즈 못지않은 만족감을 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펀딩'으로도 제대로 된 게임이 나올 수 있다는 믿음을 주었고 후원자들에 대한 케어와 배려도 잊지 않았다.

'월하의 야상곡'으로 대표되는 메트로배니아의 감성, 재미 요소를 꿰뚫어보고 이를 현대적으로 해석했고, 악마성이 아니더라도 악마성에서 느꼈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믿음을 주었다. 특히나 과거 타이틀의 리메이크와 리마스터작들이 새로운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새 이름'을 가진 정신적 후속작으로 팬들을 만족시켰다는 점은 꽤 의미심장하다. 특히, '펀딩'이라는 방법으로도 정말 제대로 된 타이틀이 나올 수 있다는 또 하나의 예시를 만들어준데다가 이른 시점부터 개발자를 믿은 후원자들에 대한 배려도 좋았다. 여러 가지로, 블러드스테인드는 의미가 있는 타이틀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블러드스테인드가 대작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AAA급 타이틀 못지않게 재미있게 플레이할 수 있는, 취향이 맞으면 정말 'MUST PLAY' 라고 칭송할 수 있는 타이틀이 될 것이다. 한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이 게임은 누군가 플레이하는 걸 '보는 것'으로 재미와 개성을 판단하기는 매우 힘들다는 점이다.



필연적으로 반복플레이가 있다. 그래서 '보는 재미'는 덜하다. '하는 재미'는 끝내주지만.

오로지 '플레이'를 해야 이 게임의 참 재미를 이해할 수 있다. 메트로배니아 특성상, 노가다성 반복 플레이나 탐색에서 헤메는 모습은 '지켜보는 제 3자'에게는 매우 지루한 과정이다. 하지만 플레이 하는 입장에서는, 그게 너무 당연한거고 즐기는 과정이라 서로 느낌이 다를 수 밖에. 이 게임은 '보는 재미'로 설명하기에는 적합하지 않고, 설명하기도 힘들다. 그냥 "해보세요!"라는 말이 최고의 설명이 될 것 같다.

당신이 메트로배니아 스타일을 좋아한다면, 블러드스테인드는 '반드시 해보아야 할' 타이틀이다. 메트로배니아는 아니더라도 플랫포머를 좋아해도 OK다. 2D 벨트 스크롤 게임을 좋아해도 추천할 수 있다. 악마성, 캐슬베니아의 팬이라면? 당연히 "츄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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