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포스트아포칼립스와 캐주얼 RPG의 조화, '파이널 서바이벌'

리뷰 | 윤서호 기자 | 댓글: 4개 |



'파이널 서바이벌'은 텐센트 산하 에이스 프로그램이 개발하고 유엘유 게임즈에서 국내 서비스를 맡은 모바일 포스트 아포칼립스 RPG다. 원인 모를 재난으로 폐허가 된 세상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캐주얼한 그래픽으로 포스트아포칼립스, 그리고 생존이라는 테마를 담아낸 '파이널 서바이벌'은 수집형 RPG와 필드 RPG를 섞은 것이 특징이다. 유저는 맵에 숨겨진 다양한 오브젝트를 탐험하고 동료와 함께 팀을 꾸리며 퀘스트를 진행해가게 된다. 그러면서 정해진 스토리 외에도 다양한 서브퀘스트 및 설정들을 엿볼 수 있게끔 했다.



■ 매력적인 세계관, 그리고 이를 차츰 훑어나가도록 설계하다


포스트아포칼립스는 그간 여러 게임에서 채택된 소재다. 기존의 질서가 무너지고, 미지 속에서 위험이 항상 도사리는 환경은 일상에서는 겪기 어렵다. 그런 환경에 처한 누군가가 난관을 겪고, 이를 이겨내면서 생존하는 것을 보면서 대리만족 혹은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이리라.

'파이널 서바이벌'은 타이틀명 그대로 포스트아포칼립스 세계관에서 생존해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갑작스런 핵폭발 이후, 인류 문명은 쇠퇴해버리고 각종 돌연변이들이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기 시작한다. 뿐만 아니라 일부 로봇들도 오작동을 일으키면서 인간을 공격하는 등, 한시도 안심할 수 없는 세계다.



▲ 사실 이때부터 고생길이 훤했다

그러나 이런 정보를 처음부터 알려주는 것은 아니다. 시작은 한 광산에서 주인공이 또 다른 용병과 함께 작업을 진행하다가 돌연변이의 습격을 받고, 설상가상으로 광산이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그 현장을 탈출한다는 내용이 전부다. 일어났을 때도 세계관이 직접 제시되지는 않고, 퀘스트에서도 이를 직접적으로 제시하지 않는다. 그저 한 명의 용병, 떠돌이 입장에서 러스티 타운이라는 곳에 들어가고 생존에 필요한 것을 모으기 위해 주변 사람들의 의뢰를 들어주는 것뿐이다.

세계관에 대한 단서는 필드에서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주어진다. 처음에는 아이템, 어떤 오브젝트인지 알고 주웠다가 실망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짤막하게 적힌 노트들은 하나하나 모으다보면, 그 이후의 이야기가 어떨지 호기심이 동할 내용들도 있었다.

타운장과 광부들이 은연 중에 겪고 있는 갈등과 그 비하인드 스토리, 타운장 딸의 비밀 등은 어찌보면 퀘스트로 나올 법한 내용들이지만, 퀘스트로 나왔으면 인물들이 말을 하기도 전에 스킵됐을 것이다. 그러나 수기 아이템으로 나왔기 때문에 유저가 잠깐이나마 확인하는 과정에서 짤막하게 제시가 된 터라 한 번 스윽 훑어보고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대강 파악할 수 있었다.



▲ 퀘스트 외에도, 필드를 돌아다니다 보이는 노트 등을 통해서 세계관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다

핵폭발 등 세계관과 연관된 이야기도 퀘스트가 아닌, 필드에 뿌려진 다양한 수기를 통해서 파편적으로 접근하게 된다. 생존자들의 수기, 광부의 일기, 편지 등은 세계관에 대해서 조각조각으로 이야기하고, 유저는 퀘스트하는 도중에 필드에 떨어진 이것들을 보면서 점차 주인공이 어떤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것인지 이해하도록 했다. 레벨을 올리기 위한 퀘스트가 아닌, 필드에 떨어진 아이템으로 이를 설명하면서 레벨업과 스토리 읽기의 충돌을 최소화했다. 스토리가 궁금하지 않고 레벨 업이 최우선이라면, 수기를 줍지 않고 그냥 진행해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 이 딸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고 싶으면 찾고, 아니면 안 찾아도 그만이다

메인스토리와 서브스토리의 연결 및 필드의 동선은 캐주얼하지만 잘 짜여져 있었다. 단순히 어느 한 지역에 가서 메인스토리만 하고 끝이 아니라, 퀘스트를 하면서 가는 와중에 주변 NPC를 마주치고 서브 퀘스트를 받고, 메인 퀘스트가 끝날 무렵에 서브 퀘스트가 거의 다 끝나가는 식으로 유기적인 진행을 보여줬던 것이다. 한 지역당 면적이 그리 크지 않다보니, 돌아다니면서 앞서 언급한 퀘스트 수기 같은 것도 흔히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조금 더 수고를 들여서 수기를 찾는다거나 하는 식으로 플레이하는 것도 가능했다.

그렇게 해서 볼 수 있는 이야기 자체는 포스트아포칼립스 게임으로 봤을 때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모바일 게임에서 세계관 자체를 먼저 이야기하지 않고, 유저가 직접 찾아서 이야기를 짜맞추는 방식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 때문에 이런 방식이 조금은 신선하게 느껴졌던 것이리라.



■ 포스트아포칼립스의 분위기와 캐주얼, 두 가지를 살려내다.




언뜻 들으면 포스트아포칼립스와 캐주얼은 상반된 느낌을 준다. 멸망 이후라는 부정적인 테마와, 캐주얼의 그 밝은 느낌은 매치가 잘 안 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파이널 서바이벌'은 이 두 가지 요소를 생각보다 잘 담아냈다.

캐릭터 그래픽이나 스타일은 캐주얼 2D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약간 과장된 카툰의 느낌을 살린 디자인을 채택했다. 그렇기 때문에 특출나지도 않지만, 거부감이 들거나 모나지는 않았다. 필드는 3D를 채택했으나 카툰의 느낌이 나는 맵과 클래식한 블록형의 필드 그래픽을 채택해 2D 캐릭터와 충돌하지 않게끔 했다.

전체적으로 캐주얼하고 가벼운 그래픽 스타일이지만, 시야가 밝혀질 때의 독특한 연출은 사뭇 달랐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지역으로 갔을 때, 주인공이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블록형의 필드가 모이면서 마치 세계가 구축되는 듯하게 연출을 한 것이다. 그렇게 하면서 어두운 필드가 밝혀진다거나, 혹은 갑작스럽게 적이 나타나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을 유저에게 전달했다.




여기에 BGM도 포스트아포칼립스의 쓸쓸한 느낌을 전하는데 쏠쏠한 기여를 했다. 상당히 단조로운 멜로디지만, 낮게 깔리는 전자바이올린과 기타의 음은 고전 RPG에서 듣던 으스스한 던전의 음의 느낌과 유사했다. 그 음을 들으면서 스토리를 진행하다보면 씁쓸한 느낌이 배가 됐다. 처음부터 동료가 "나만 죽을 수 없지"하면서 자신을 구하지 않고 탈출하려는 주인공을 저주하고 자폭을 할 때부터 그런 생각이 들었으니까.

그 외에도 무언가 꿍꿍이속이 있어보이는 러스티 광산의 광부들과 타운장이나, 담배 하나 때문에 서로 치고받고 싸우다못해 용병에게 의뢰까지 할 정도로 척박한 상황과 쓸쓸한 음악이 잘 매치가 되는 느낌이었다. 다소 번역이 아쉬운 곳도 있었지만, 분위기를 살려야 할 대사 중 일부는 종종 '어떻게 이 느낌을 살렸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센스가 돋보이게 번역했다. 그리고 중간중간 삽입된 패러디는 감초 같은 역할을 해냈다.



▲ 가슴 아프긴 하지만, 이 세계는 누구 걸 뺏지 않으면 살아갈 수가 없다



▲ 그리고 뺏기면 뺏어온다는 테마를 쏠쏠하게 담아냈다



■ 역경을 이겨내기 위해 갖춰나가는 시스템들





포스트아포칼립스를 주제로 했지만, '파이널 서바이벌'은 서바이벌 장르가 아닌 만큼 주인공이 정해진 스토리를 따라서 이야기를 진행하게 된다. 처음에는 그냥 단순한 용병으로 시작했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한 타운, 더 나아가 한 지역과 세계 곳곳에 얽혀있는 무언가와 엮이게 되는 것이다. 그 목적이나 흐름 자체를 처음부터 이야기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주인공은 그렇게 커다란 흐름에 따라서 가게 된다.

그 흐름을 따라가다보면 자연히 주인공 혼자서 처리하기 어려운 적들도 등장한다. 광부들이 여럿 있었지만 당해내지 못한 거대 거미부터 시작해서 폭주하기 시작한 거대 로봇, 돌연변이 등 각종 몬스터들과 맞서 싸워야 한다. 이 과정에서 주인공은 이를 혼자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만나게 되는 동료들과 같이 맞서 싸우게 된다.



▲ 믿을만 한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진행하면서 동료는 하나둘씩 늘어가고



▲ 상대하는 적들도 더 강해진다

전투 자체는 필드에 있는 몹과 마주치게 되면, 별도의 전투창으로 돌입하는 인카운터 방식으로 진행된다. 평소에는 주인공 혼자 보이다가, 전투 시에는 파트너들까지 다 참가해서 몹들과 싸우는 식이다. 전투 방식은 수집형 RPG와 유사하나, 유저는 주인공 캐릭터만을 조작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또한 '파이널 서바이벌'에서는 주인공이 세 가지 무기를 활용할 수 있는데, 각 무기마다 플레이 스타일이 달라진다. 칼은 전투 초반부터 스킬을 쓸 수는 없지만 충전 시 강력한 스킬이 사용 가능하고 메즈기 및 디버프 스킬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총은 초반부터 스킬이 가능하고 1인 딜에 특화되어있으며, 폭넓은 종류의 스킬 활용이 가능하다. 자신이 어떤 무기를 더 좋은 것으로 획득했느냐, 혹은 동료의 구성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서 효율적인 조합을 짜도록 했다.

동료들 외에도 '메카' 시스템을 활용해 강력한 적들과 상대할 수 있다. 메카는 주인공이 미션을 진행하다보면 광부들에게서 얻는 것으로, 일종의 필살기, 신기 같은 개념으로 구현이 되어있다. 쿨타임이 되면 미션 진행 등을 통해서 얻은 기름을 활용해 메카를 가동, 적에게 강력한 데미지를 입힐 수 있다. 메카를 강화하기 위한 재료 등은 마을 근처에 있는 에너지 타워를 통해서 얻을 수 있다.


이렇게 필드에서 직접 적과 마주해서 싸우는 것뿐만 아니라 '잠행' 시스템을 도입, 적들을 피해가거나 별도의 전투 없이 암살할 수 있도록 했다. 잠행을 위해서는 은신 물약이 별도로 필요하고, 암살을 위해서는 잭나이프가 필요하다. 잠행 모드 상태여도 일부 적들은 이를 감지할 수 있고, 보스급 적들은 암살이 불가능하다. 또한 잭나이프는 여러 번 사용할 수 있지만, 확률에 따라 부러질 수도 있다. 이 두 아이템은 상점에서 골드로 구입하거나, 혹은 필드에 있는 상자에서 획득 가능하다.



▲ 필드 사냥이 귀찮다면, 잠행-암살로 끝내버리자



■ 익숙한 것들을 다르게 재조합하다, '파이널 서바이벌'





서바이벌, 포스트아포칼립스, 캐주얼, 이 세 가지는 여러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었다. 또한 캐주얼과 포스트아포칼립스라는 요소는 '파이널 서바이벌' 외에도 여러 게임에서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게임 속에 들어있는 시스템 등은 기존에 많이 활용하던 것들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파이널 서바이벌'은 연출이나, 스토리를 끌어가는 방법 등에서 일부 차이를 두었다. 아주 색다른 스토리까지는 아니지만, 빠른 스토리 전개를 위해서 세계가 어떤 사건 때문에 이렇게 됐다는 설명은 생략했다. 그에 대한 설명도 퀘스트에서 제공되는 것이 아니고, 지나가다 우연히 보게 되는 것들을 통해서 흘러가듯이 설명이 된다. 그러면서 오히려 잠깐잠깐 어쩌다 훑어본 스토리에 관심을 갖게 되는, 그런 시도를 한 것이다.

동료를 모으고, 스킬 시너지에 따라 각자의 역할에 맞게 배치하는 것도 그간 수집형 RPG를 오래 즐긴 유저라면 낯설지 않은 요소들이다. 동료들을 확률형 아이템으로 획득 가능하지만, 스토리를 통해서 얻을 수 있다는 것도 비슷하다. 그러나 단순히 스테이지 방식으로 이어지는 스토리에서 동료를 얻는 게 아니라, 특정 서브퀘스트를 진행하면서 동료를 얻게 되기 때문에 그 퀘스트를 찾아서 필드를 돌아다니는 맛도 있었다.



▲ 필드 곳곳의 히든 요소들을 찾아다니는 맛도 있다

'파이널 서바이벌'은 단순하지만 기본은 갖췄다. 그리고 기존에 있던 것들을, 그 자신만의 방식으로 다듬어냈다. 캐주얼한 그래픽이나 소재 자체가 너무 많이 나온 것이라 식상하다고 할지 모르지만, 이것을 어떻게 풀어냈을까 한 번쯤은 보고, 그 이야기의 흔적을 찾아가게끔 했다. 중간중간 스킵을 하면서도 조각조각들을 모으다보면, 어느 새 러스티 광산이나 타운, 그리고 세계관에 대해서 조금씩 알아가고 눈길을 주게 된다. 그것만으로도 '파이널 서바이벌'은, 그냥 넘어가고 마는 작품은 아니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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