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독창적이지 않아도 괜찮아! '내 친구 페드로'

리뷰 | 윤홍만 기자 | 댓글: 7개 |



2014년 공개된 플래시 게임을 원작으로 한 ‘내 친구 페드로’는 어딘지 약국을 다녀온 듯한 분위기와 화려한 액션이 특징인 인디 액션 슈팅 게임입니다. 지난 21일, 정식 출시된 이래로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화려한 액션 하나만으로도 화제가 되고 있죠. 보통 화제가 된 인디 게임들이 울림을 주는 스토리나 독특한 시스템으로 무장했던 것과 비교하면 특이한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직접 하기 전까지만 해도 우습게 본 게 사실입니다. 화려한 액션이 강점이라고 했는데 ‘그래 봤자 인디 게임인데 얼마나 화려하겠어?’ 싶었거든요. 화려하다고 한들 AAA급 게임들과 비교하면 새 발의 피일 거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직접 해보자 이런 의구심도 거짓말처럼 사라졌습니다. 네, 인정하겠습니다. ‘내 친구 페드로’, 꽤 재미있는 게임입니다. 인디 게임이기에 미흡한 부분도 있습니다. 퀄리티도 그렇고요. 그러나 AAA급 게임들과는 다른 맛이 있었습니다. 허례허식을 벗어던졌달까요.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그런 즐거움을 주는 게임이 아닌, 그 순간의 재미에 집중 게임이었습니다. 화려한 액션에 다른 게임들은 쉽게 담아내지 못한 특유의 약국 감성도 완벽하게 담았고요.


▲ 이 트레일러 한 편 보면 스토리는 다 본 셈입니다. 진짜로요

‘내 친구 페드로’의 스토리는 단순합니다. 말하는 바나나 페드로의 도움으로 정신을 차린 주인공이 페드로의 인도로 기억을 되찾는 여정을 나선다는 게임입니다. 물론, 여정을 나선다느니 뭔가 있어 보이게 썼지만, 실상은 그냥 페드로가 하라는 대로 하면서 눈앞의 적들을 모조리 처치하는 게 전부입니다. 기억을 잃은 주인공이 으레 겪는 고뇌도 없습니다. 그런 건 거추장스러울 뿐이거든요.

이처럼 스토리를 간략하게 한 이유는 사실 단순합니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기 때문이죠. 애초에 ‘내 친구 페드로’가 스토리로 줄 수 있는 재미가 거의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AAA급 게임과 비교하기 이전에 다른 인디 게임과 비교해서도 말이죠. 대신 ‘내 친구 페드로’는 액션과 연출에 집중했습니다. 플레이하는 그 자체가 재미있도록 한 거죠.




어떻게 보면 보여줄 게 이거뿐이어서 그랬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인지 ‘내 친구 페드로’의 액션과 연출은 공들인 티가 역력하죠. 선택과 집중이란 측면으로 볼 때 올바른 선택을 한 셈입니다.

‘내 친구 페드로’의 액션은 크게 세 가지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쌍권총입니다. 기관단총도 마찬가지로 쌍으로 들 수 있는데 이로 인해 한 쪽에 타겟팅을 고정한 채 다른 방향으로 동시에 쏘는 게 가능하죠. 덕분에 단순한 게임이면서도 다양한 액션을 선보일 수 있습니다. 공중제비를 돌면서 좌우의 적을 동시에 쏜다던가 말이죠.



▲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쏴라!

이러한 건 액션의 맛을 더해주는 요소로는 집중이 있습니다. 불릿 타임, 이른바 슬로우 모션 발동 스킬로 혼자서도 수많은 적을 상대로 무쌍을 찍을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이죠. 뿐만 아니라 ‘내 친구 페드로’는 매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때마다 해당 스테이지의 명장면을 GIF로 만들 수 있는데 집중 상태일 때가 대부분으로, 그만큼 게임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무기를 들어도 B급 감성이 충만한 명장면이 만들어집니다.

오브젝트를 이용한 각종 상호 작용 역시 빼먹을 수 없습니다. 기름통을 위로 차올려 폭파시킨다거나 프라이팬을 이용해 도탄으로 적을 처치하는 신기까지 보여줍니다. 전부 단순한 연출이 아닌 플레이어가 직접 조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만한 부분이죠.

이외에도 자칫 단조로워질지도 모를 게임 플레이에 신선함을 주기 위에 스테이지를 진행하면서 무기가 추가되는 점 역시 쏠쏠한 재미를 줍니다. 처음에는 쌍권총이기에 다소 박력이 떨어지던 게 기관단총, 샷건을 얻게 되면서 언제적 얘기냐는 듯 시원스런 연출이 가능해지죠.






▲ 전체적으로 B급 감성이 느껴지지만 재미라는 측면에서는 높은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이처럼 짧고 굵은 재미로 무장한 ‘내 친구 페드로’입니다만 그렇기에 단점도 명확합니다. 우선 스토리가 단순하고 플레이 타임 역시 그리 길지 않다는 점을 들 수 있죠.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게임은 아니란 겁니다. 분명 정신없이 몰두해서 하게 되는 건 사실이지만,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면 이미 게임을 다 끝낸 상황이죠. 엄청난 몰입감을 선사한다기보다는 플레이 타임 자체가 짧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렇다고 무조건 가성비가 낮은, 기억에 남지 않는 게임이란 건 아닙니다. 플레이 타임이 짧은 건 분명 아쉬울 수 있으나 이는 어쩔 수 없는 면이 더 큽니다. 단순히 인디 게임이기에 플레이 타임을 늘릴 수 없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내 친구 페드로’ 특성상 자칫 플레이 타임을 늘렸다간 핵심인 짧고 굵은 재미를 놓칠 수도 있기 때문이죠.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아쉬움은 있으나 3~4시간의 플레이 타임은 ‘내 친구 페드로’가 게이머에게 특유의 테이스트를 유지하고 온전히 전달하기 위한 최적의 플레이 타임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보다 길었다면 반복적이기에 지루하게 느꼈을지도 모르고 짧았다면 이제 뭔가 해보려고 하는데 도중에 끊기는 느낌을 줬을 테니까요.



▲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주진 않지만, 게임을 하는 순간만큼은 최고의 재미를 선사합니다

‘내 친구 페드로’를 하면서 참 오랜만에 정신없이 게임을 즐기지 않았나 싶습니다. 울림을 주는 스토리가 있던 것도 아닙니다. 뛰어난 그래픽도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전에 없던 새로움으로 무장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닌 거 같습니다. 그럼에도 ‘내 친구 페드로’를 하면서 느낀 재미는 다른 게임에선 느껴보지 못한 거였습니다. 이처럼 순수하게 게임 플레이 자체가 재미있던 게임은 좀처럼 없었기 때문이죠.

어떻게 보면 ‘내 친구 페드로’는 최근 인디 게임들이 나아가는 방향과는 다른 길을 걸음으로써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게임이 아닐까 싶습니다. 참신한 시도,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선보이기보다는 그냥 잘하는 거에 집중했음에도 성공했으니 말이죠.

현재 6월 26일 기준으로 ‘내 친구 페드로’는 스팀에서 게이머 중 92%가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등 호평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쉬운 점이 있을지언정 개발사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한 셈이죠.

오직 건 액션이라는 것 하나를 극한으로 추구한 결과 새롭지 않아도 얼마든지 재미있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준 ‘내 친구 페드로’입니다. 새롭지 않아도 얼마든지 독창적일 수 있다는 걸 보여준 ‘내 친구 페드로’가 다른 인디 게임들에도 좋은 영향을 끼치길 바랍니다.



▲ 앞으로도 이런 특유의 테이스트를 가진 다양한 인디 게임이 날아오르길 바랍니다

코멘트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