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우리는 누구를 위해 참는가, '인모스트'

리뷰 | 허재민 기자 | 댓글: 6개 |

기사 내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나의 고통으로 너의 행복을 살 수 있다면"

고통은 누구나 경험하는 것이지만, 누구에게나 다르게 찾아오고,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도 달라진다. 희미해질 때도 있지만, 고통은 절대 사라지지 않으며, 때때로 누군가는 이겨내지 못할 때도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먼저 간 자들을 기억하고 계속해서 싸워나가는 것뿐.

애플 아케이드로 선출시한 '인모스트(Inmost)'는 '고통'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퍼즐 플랫포머다. 고통을 먹고 사는 괴물과 남자, 기사, 어린 소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애플 아케이드 출시에 이어 닌텐도 스위치와 PC(스팀) 출시가 예정되어 있다.

픽셀그래픽으로 이루어진 으스스하지만, 동화적인 분위기와 부드러운 모션, 연출까지 출시 전부터 기대했던 '인모스트'. 다소 분량은 짧지만 담고자 하는 메시지와 연출, 스토리 구성까지 각 요소가 잘 어우러져 있었다.

우리는 고통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우리는 누구를 위해 고통을 감내하는가. 우리의 인모스트(Inmost, 마음 가장 깊숙한 곳)에는 어떤 것들이 숨겨져 있을까. 인모스트는 게임 속에서 세 인물을 통해 이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세 명의 주인공, 세 가지 공포

'인모스트'에서는 세 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남자와 기사와 어린 여자아이. 모두 림보(Limbo)의 괴물처럼 어둠으로 표현된 적들을 마주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지만, 주인공마다 따라가는 스토리도 달라지며, 기본적인 게임플레이와 조작방식부터 조금씩 차이가 있다.

먼저 현실이 아닌 것 같은, 마녀가 산다는 성 앞에서 깨어난 남자의 이야기. 남자는 점프가 가능하며, 가장 일반적인 플랫포머 게임으로 진행된다. 적과 직접적으로 전투를 할 수는 없지만, 주변의 사물을 활용해서 가두거나 죽이는 것이 가능하다. 물론 그냥 빠르게 도망치면서 이동해도 된다. 타이밍 맞게 움직이거나 퍼즐을 맞추는 구간도 존재하며, 가장 직접적으로 형상화된 공포가 등장하는 파트이기도 하다.

유저가 직접 플레이할 수 있는 요소가 많은 만큼 남자의 파트는 인모스트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직접적으로 주인공의 목소리는 등장하지 않지만 다른 캐릭터와의 대화가 이루어지며, '고통'이라고 부르는 빛나는 수정을 모으면 해골형상을 한 캐릭터에게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다.



▲뛰고 옮기고 매달리고, 가장 중심이 되는 남자의 이야기






▲ 게임에서는 '고통'을 모을 수 있다.

한편 기사는 점프는 불가능하지만 로프를 사용해 이동이 가능하고 적극적인 전투를 위주로 이루어진다. 남자 파트에서는 피할 수밖에 없었던 적들을 마구 도륙할 수 있으며, 사실상 살생을 하지 않고는 게임 진행이 불가능하게 되어있다. 인상적인 부분은 나레이션으로 게임 스토리가 전달된다는 점인데, 세 가지 루트 중 가장 동화적인 분위기로 조성되어 있다.

어둠에 충성을 맹세한 기사라는 설정답게 기사는 앞에 등장하는 모든 이들을 제거해 나간다. 남자 파트에서 자세한 설명 없이 등장한 '고통' 조각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고통을 먹고 사는 괴물에게 '고통'들을 모아 바치며, 영혼의 꽃을 가지기 위해 싸움을 계속해 나간다. 그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여자 아이의 목소리로 진행되는 나레이션은 그를 비난한다.




마지막으로 어린 여자아이가 등장하는 파트는 가장 현실적인 배경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어둠으로 표현되는 미지의 적조차 거의 등장하지 않으며, 비현실적인 성이나 미지의 공간이 아닌, '집'에서의 모험을 다룬다. 아이답게 높은 곳에 닿지 못해 의자나 상자를 활용해 이동하며, 복잡한 퍼즐은 등장하지 않고 분량도 짧다.

어린아이의 파트에서는 아이와 아이가 들고 다니는 토끼 인형의 대화를 통해 스토리가 전달된다. 물론 아이가 인형을 직접 움직이는 것인 만큼 아이의 혼잣말일 뿐이기 때문에 대화를 통해서 아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를 유추해볼 수 있다. 아이는 직접적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무언가를 두려워하고 있으며, 집이라는 한 공간에 함께 있는 '여자'를 경계한다.



▲ 어딜가든 상자와 의자를 밟고 올라가는 것이 기본이다

세 명의 캐릭터는 게임플레이부터 스토리를 전달하는 방식까지 달라지고, 이에 따라 각자의 루트가 담고 있는 '공포'의 종류도 조금씩 달라진다. 적극적인 유저의 플레이가 이루어지는 남자의 파트에서는 도망가거나 피해야 하는 등 게임 매커니즘과 연관된 '공포'를 전달한다. 남자 파트에서의 공포는 우리를 끊임없이 방해하고 쫓아오는 적으로부터 살아남고자 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기사 파트에서 어둠이 나아가는 길을 방해하지만, 사실상 무력하다는 점에서 기사 파트와 남자 파트의 공포는 다르다. 기사 파트에서의 공포는 대적할 수 없는 거대한 괴물과 계속해서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으면서도 진창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아이의 파트는 아이답게 제한적인 공간과 행동, 그리고 왠지 위험해 보이는 집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악몽'과 같은 공포다. 직접적으로 위해를 가하지 않지만 의심스러운 '여자'와 밖에 나가 있지만 위험한 '남자', 그리고 다락방까지.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아이의 생각인지 판단하기도 어려우며, 왠지 토끼와의 혼잣말 같은 대화 자체도 으스스하다.




그리고 전달되는 하나의 이야기

게임이 완벽하게 셋으로 나누어져 있지는 않지만, 세 가지 이야기는 마치 출발 비디오 여행처럼 교차적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후반으로 갈수록 조금씩 전혀 연관이 없어 보였던 세 가지 이야기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가 드러난다.

같은 사건을 겪은 세 명의 이야기와 같은 단순한 구성이 아니라, 인모스트는 여기에 그 인물의 입장과 감정, 그리고 다른 사람의 행동을 바라보는 또 다른 이의 시각을 다각적으로 다룬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인모스트의 단순한 이야기가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은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인모스트의 스토리 전개는 감정이 먼저 있고, 이에 대한 배경이 뒤따라온다.

스토리 전개에서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아이와 기사의 파트는 하나의 구간과 스토리가 마무리되면 전환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지만, 남자의 파트는 마치 잠시 생각에 잠긴 듯 중간에 멈췄다가 다시 그 시점으로 돌아온다는 점이다. 중간에 멈춰져 있었던 부분부터 계속 플레이를 이어가게 되며, 아예 장면이 끊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연출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서 진행상 끊긴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인모스트의 스토리는 특히 빛과 부드러운 모션을 활용한 연출과 함께 더욱 두드러진다. 빛을 통해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자연스러운 공포를 이끌어내기도 하고, 번개나 창문에 새어 들어오는 빛을 통해 극적인 연출도 이루어진다. 중간마다 공격에 대한 이펙트나 먼지, 비처럼 작은 파티클이 등장하는데, 간단한 장치지만 감정적인 장면 연출에서 효과적으로 활용된다.



▲ 빛을 활용한 연출이 인상적이다

특히 후반부로 갈수록 감정을 극대화하는 음악과 함께 이루어지는 애니메이션도 인상적인데, 전체적으로 캐릭터 모션이 부드러워서 인상에 남았다. 간단한 픽셀 그래픽이지만, 어둠으로만 표현되어있는 적의 움직임부터, 캐릭터가 넘어지고 일어서는 모션까지 곳곳에서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위한 많은 노력이 들어갔음을 엿볼 수 있다.

다소 아쉬운 부분은 게임 볼륨이 짧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퍼즐 부분에서는 전체적인 볼륨과 비교해 크게 부족하다는 인상을 받지는 않았지만, 기사 파트에서 다양한 적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과 전투다운 전투를 다루고 있지는 않다는 점에서 아쉽다. 스토리 전개에 초점을 맞추기 위한 선택으로 보이지만, 좀 더 퍼즐 파트만큼의 전투를 다뤘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우리는 누구를 위해 고통을 감내하는가

인모스트는 모호한 메시지를 담고 있지 않다. 정확하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지 게임 내에서 유추해볼 수 있으며, 심지어 엔딩에서 나레이션으로 직접적으로 설명하고 있기도 하다. 다소 너무 교훈과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에 집중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특유의 연출로 자연스럽게 이루어져 있다.

다른 태도와 시점이지만, 아이와 남자, 기사 모두 공통점은 어쨌든 자신의 고통과 싸우려고 한다는 점이다. 아이는 두려움을 무릅쓰고 다락방을 확인하고자 하며, 집 앞을 나서기도 한다. 남자는 싸우기 어려운 적들이 등장해도 계속 앞으로 나아가며, 기사는 이길 수 없는 싸움이자, 얻을 수 없는 가치라는 것을 알면서도 끝끝내 싸우기를 멈추지 않는다.




자식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희생하는 아버지와 어머니. 우리는 왜, 누구를 위해 고통을 감내하고 살아가는가. 인모스트는 이러한 고통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면서 동시에 고통과 맞서 싸우거나 희생하는 것이 유일한 길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누구도 우리가 고통받기를 원하지 않으며, 고통은 우리가 짊어지고 가야 할 동반자다.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제니퍼 켄트 감독의 호러 영화 '바바둑(The Babadook, 2014)'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기도 했다.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받는 고통이 당연하고, 감내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겼던 주인공과 그 고통이 쌓이고 쌓여 감당할 수 없는 것이 되어가는 과정. 이러한 고통과 어두운 감정들은 어떻게 짊어지고 가야 하는가.

나의 고통은 너를 조금이라도 미소짓게 하기 위한 대가다. 게임의 나레이션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인모스트는 삶의 고통과 이에 잠식되지 않고자 싸우는 처절함을 다룬다. 하지만 우리는 왜 고통을 감내하는가. 고통의 근원에서 싸워나가는 이유까지, 인모스트는 고통이 아닌 사랑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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