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서정적이고 편안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모험 - '콘크리트 지니'

리뷰 | 양영석 기자 | 댓글: 2개 |


⊙ 개발사: 픽셀오푸스 ⊙ 장르: 어드벤처 ⊙ 플랫폼: PS4⊙ 출시: 2019. 10. 9


2017년 파리게임쇼에서 정말 독특한 게임이 하나 등장했었습니다. '픽셀오푸스'에서 개발 중인 PS4 독점 어드벤처 게임. 독특하게도 벽에 그림을 그리면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게임이었죠. 영상으로만 보다가 이번 TGS2019에서 한 번 시연해본 이후 개인적으로 기다리던 게임입니다.

콘크리트 지니의 개발사인 '픽셀오푸스'는 SIE WWS가 두 번째로 설립한 개발 스튜디오입니다. 픽셀오푸스의 첫 작품인 '엔트와인드'는 아주 독특한 게임이었죠. 대사도 별다른 지시도 없이, 오렌지색 물고기와 파랑새를 짝을 이뤄 진행하는 게임이었는데 아주 독특한 감성을 보여줬었습니다. 마치 자신만의 개성과 감성을 구축했다고 해야 할까요? 그렇게 픽셀오푸스는 몽환적이면서도 서정적인 느낌을 주는 자신만의 확실한 '색'을 보여준 개발사이기도 합니다. 그들이 추구하던 감성은 이런 느낌은 이번 '콘크리트 지니'에도 잘 녹아있죠.

아무튼 각설하고 오늘 소개할 게임인 '콘크리트 지니'를 기다린 이유는 하나입니다. 데모만으로는 이 게임의 제대로 된 볼 수 없었는데, 분위기와 플레이 방식이 너무 마음에 들었기 때문입니다. 독특한 조작 방식과 서정적인 이야기, 그러면서도 분위기는 무겁지 않게 플레이어를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었습니다.




플레이어는 '덴 스카'라는 마을에서 동년배 소년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애시'의 이야기를 경험하게 됩니다. 애시는 뭐 어느 게임이나 그렇듯, 흔치 않은 기회로 자신이 스케치북에 그린 지니 '루나'를 실제로 만나게 되고 이때부터 마법의 힘이 깃든 붓을 얻게 됩니다. 또한 당연히 힘에는 대가가 따르죠. 애시는 이제 루나의 부탁을 받아서 어두운 마을을 밝게 만들기 위한 작업에 들어가게 됩니다. 이렇게 대놓고 낙서하라고 하는 게임은 인퍼머스 이후로 꽤 오랜만입니다.

아무튼 이 '낙서'가 재미있습니다. 기본적인 이동과 도구의 사용은 듀얼쇼크의 스틱과 버튼을 사용하지만, 그림을 그릴 때만큼은 자이로센서를 이용합니다. 자이로센서를 이용해서 초점을 잡고 버튼을 누르면서 그리면 됩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아주 낯설다고 할 수 있는 경험인데, 점점하다 보면 재미있어집니다. 또한 듀얼쇼크 스피커를 통해 들리는 드로잉 소리가 상당히 신선하죠. "나는 도시에 생기를 불어넣는 낙서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하면 기분이 뭔가 묘합니다.




도시 여기저기에 있는 '전구'들은 애시가 그린 그림에 반응해 밝게 빛이 납니다. 한 구역의 모든 전구를 밝히면 그 지역은 다시 화창하고 밝은 분위기로 돌아옵니다. 이게 바로 애시가 붓을 쥐면서 맡게 된 거대한 임무이자 놀이죠.

아마 그 사실 그대로 애시에게 전달했으면 바로 애시는 붓을 집어던졌을 겁니다. 애시는 동네 말썽꾸러기 패거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고, 사실상 붓을 얻게 된 계기도 그들이 스케치북을 찢어버려서죠. 이런 거대한 임무는 동료가 필요하지만 애시는 그런 친구가 없는 외톨이입니다. 붓을 얻고 이를 설명하는 과정 자체가 아주 서정적입니다. 그리고 거대한 임무이긴 해도 애시에게는 '놀이'이자 친구를 하나둘씩 늘려가는 과정처럼 그려놓았죠. 아주 좋은 분위기입니다.

도시 곳곳에 있는 어둠 곰팡이들은 애시가 새로 만나는 지니들을 만족시키면서 얻는 '슈퍼 물감'으로 그림을 덮어 몰아냅니다. 그리고 다시 전구들이 밝게 빛나고 지니들도 신나서 좋아하죠. 같이 농구를 하기도 하고, 지니들이 때로는 장애물도 막아주고 호흡이 잘 맞으면 손뼉치고 놉니다. 간지럽히기도 하고요. 이렇게 지니들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어두운 도시에 불을 밝히는 애시의 여정을 서정적으로 그려낸 게임이 콘크리트 지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마냥 밝은 느낌만 주는 게임은 아니고 다소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가 등장하는 등, 전개의 강약 조절이 나름 잘 되어있습니다.







콘크리트 지니는 정말 '느긋한 게임'입니다. 타임 제한도 없고 스코어도 없으며 게임 오버도 없습니다. 그나마 위협적으로 보일 것 같은 그 어떤 물건들도 애시를 다치게 하지 못합니다. 앗, 애시가 쓰러졌다고요? 걱정 마세요, 5초만 지나면 다시 멀쩡해진 모습으로 돌아올 겁니다. 말썽꾸러기들에게 잡혔다고요? 좀 이따가 쓰레기통에서 나오시면 됩니다. 붓은 근처 어딘가에 버려져 있습니다. 찾아서 다시 낙서를 하세요. 말썽꾸러기가 귀찮게 하나요? 애시는 건장한 팔 힘을 가지고 있으므로 천장이나 지붕 위로 튀시면 됩니다. 말썽꾸러기들은 평소 스트레칭이 게을렀는지 지붕으로 못 올라오거든요.

이렇게 긴장감은 전혀 없는 게임인데다 게임 내 힌트도 있어 정말 친절합니다. 애시가 이동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퍼즐이 있긴 하지만 어렵지 않고 리타이어도 없으니까 마음껏 도전하면 됩니다. 흔히 '치유'라는 컨셉의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만, 중반 이후 및 종반부터는 또 꼭 그런 것만도 아닙니다. 자세한 내용은 스포일러에 가까우니 언급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보통 이런 치유 컨셉 게임의 단점은 게임이 아주 루즈해질 수 있거나 할 게 없다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래도 콘크리트 지니는 도시의 오래된 간판이나 벽화들을 다시 그리는 작업, 찢어진 애시의 스케치 노트를 모으는 등 파고들기 요소들도 어느 정도는 챙겨놨습니다. 또한 게임 오버는 되지 않지만 귀찮고 짜증나는 말썽쟁이들의 방해와 괴롭힘은 영리하게도 플레이어들에게 '보기 싫다'라는 인상을 줍니다. 보기 싫으니 자연스럽게 조심하게 되고, 이렇게 긴장감이 생겨나도록 어느 정도 보완 장치는 있죠. 급격히 변화된 파트에서도 이러한 '편안함'은 유지됩니다.

대신 다양한 지니들의 능력들이 '애시'를 도와주면서, 진행 방식에도 퍼즐이 생깁니다. 슈퍼 물감으로 지니의 길을 만들고, 지니를 불러서 능력을 활용해 새로운 루트를 개척하는 방식. 이런 퍼즐의 난이도는 어렵지 않고 금방 찾습니다. 특히나 게임 힌트가 계속 적당한 타이밍에 등장하므로, 크게 헤매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런 요소들은 게임 속에 적당히 녹아들면서 게임 자체가 루즈하지 않게 조율하는 역할을 합니다. 지니들과 애시의 협동과 협력, 조화는 게임의 연출을 환상적으로 만들어주는 요소이자 상상력을 자극하고 펼치는 길이 되기도 하죠.



나름 '반전'도 존재하는 게임이긴한데...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게임의 분량과 전개에 대해서 아쉬움이 큽니다. 전체적인 분량 자체가 긴 편은 아닌 데다가, 중반 전개가 너무 급작스럽게 진행이 되는 편입니다. 어느 정도냐면, 거의 딴 게임이 되는 수준입니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플레이어는 혼란이 찾아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동안 내가 했던 것은 무엇이지?라는 생각이 들죠.

이러한 변화는 어떤 의도로 도입되었는지 이해가 가긴 합니다. 뻔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엄청 독특한 클리셰도 아니죠. 어떻게 보면 90년대 왕따 방지 교육용 비디오 같은 진부한 느낌도 듭니다. 지나칠 정도로 전형적인 전개라고 할 수 있죠.

설상가상으로 이렇게 변화하는 플레이는 순식간에 플레이어를 바보로 만들어버립니다. "그동안 내가 한 건 뭐였지?", "이게 뭐야? 갑자기 왜?"라는 의문이 들죠. 개발팀도 이런 부분은 이해했는지 이게 재미없으면 난이도 낮추라고 안내까지 해줍니다. 이는 '신선함'보다는 '이질감'에 가깝게 다가온다는 걸 인정한 셈이죠. 참 아쉽습니다.



그래도 그림을 그릴땐 "우와아아아아!" 하게 됩니다. 매력은 충분해요.

그렇다고 해서 콘크리트 지니가 마냥 실망스러운 타이틀은 아닙니다. 취향에 맞는다면 무난히,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타이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낙서를 하는 과정은 흥미롭고 신선하며, 게임은 전혀 부담스럽지 않죠. 게임에 대한 주제도 예술이나 사회 문제를 무겁게 해석하고 제시하는 진지한 게임도 아닙니다.

또 하나 특이한 점은 바로 PS VR을 지원한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죠. PS VR 모드는 PS VR과 PS 무브 2종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주인공 애시의 시선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일종의 모드입니다. 이 모드 하나로 콘크리트 지니를 PS VR 전용 게임으로 보기는 좀 그렇고, 그냥 PS VR을 통한 새로운 게임 모드가 있다 정도로 이해하시는 게 좋습니다. PS 무브를 이용한 그림 그리기는 듀얼쇼크보다 훨씬 나은, 재미있는 경험이니 가능하면 한 번 해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아무튼 콘크리트 지니는 게임을 보시고, 취향이라면 충분히 구매를 고려해볼 수 있는 타이틀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성인들보다는 어린이들과 함께 플레이하면 더 좋은 느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난이도도 마음껏 조절할 수 있고, 파고들기 요소를 찾아 여유롭게 덴스카를 마음껏 누비며 여러 가지 이야기도 알아갈 수 있습니다. 조금은 여유롭고 독특한 게임을 원한다면, '콘크리트 지니'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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