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이토 준지 팬이라면 취향 저격, '월드 오브 호러'

리뷰 | 김규만 기자 | 댓글: 8개 |

인디 게임 퍼블리셔 이스브리드 게임즈(ysbryd games)가 지난 21일 인디 공포 게임 '월드 오브 호러'를 스팀 얼리액세스를 통해 출시했습니다.

'월드 오브 호러'는 panstasz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폴란드 출신 개발자, 파벨 코즈민스키(Pawel Kozminski)가 혼자 개발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페이퍼 플리즈'의 개발자 루카스 포프가 최신작인 '오브라 딘 호의 귀환'을 통해 선보였던 것처럼 1bit 그래픽 스타일을 사용해 독특한 분위기를 담아낸 것이 특징이죠.

스팀에 '그린라이트' 시스템이 있었던 시절부터 개발된 게임인 만큼, '월드 오브 호러'는 게이머들 사이에서 그 인지도를 조금씩 넓혀왔습니다. 북미에서 개최되는 PAX나 일본 교토의 유명 인디 게임 페스티벌 '비트서밋' 등을 통해 데모 버전 시연을 하기도 했으며, 특징적인 아트와 분위기로 출시 전부터 숨은 팬들을 많이 확보해 왔고요.

물론, 저도 이런 숨은 팬들 중 하나였습니다. 어릴 적 교과서 대신 '공포의 물고기'나, '소용돌이' 같은 이토 준지 만화책을 책가방에 들고 등교하는 게 일이었거든요. 게다가 카세트테이프, 486 (보다 더 오래 되어 보이는) 컴퓨터 등 레트로한 정취를 사정없이 발산하는 이 게임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죠. 아트 스타일은 취향 저격이었지만, 전반적인 게임 플레이는 어떨지? 직접 확인해보기 위해 '월드 오브 호러'를 플레이해봤습니다.


"이토 준지, H.P.러브크래프트에게 보내는 러브레터"
'월드 오브 호러'의 게임 플레이


게임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월드 오브 호러'는 세상(특히 일본)에 떠도는 유명한 도시 괴담이나 설화를 모티브로 하는 스릴러 로그라이트 게임입니다.

얼핏 보면 그냥 잘 그린(?) 그림판 그림 같지만, 게임을 접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게임의 인상은 1비트 그래픽 치고 상당히 잘 정리되어 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옛날 매킨토시 컴퓨터로 구동하는 게임이라는 콘셉트에 충실하게, 게임은 실행하는 장면부터 구형 컴퓨터의 부팅 스크린으로 시작되는데, 루카스 포프가 '오브라 딘 호의 귀환'에서 보여준 방식과는 조금 다르게 1비트 그래픽을 활용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게임이 시작된 후 게임은 텍스트 어드벤처 게임이 그래픽 어드벤처로 발전하는 단계 어디쯤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화면 오른쪽에 메뉴를 비롯한 상태 창이 모여있고, 게임의 상황을 그래픽으로 보여주는 부분이 화면 가운데 크게 자리하고 있죠. 화면 하단에는 게임에서 일어나는 주요 정보를 알려주는 텍스트가 표시되는 창이 존재합니다.



▲ '월드 오브 호러'의 화면 구성

'월드 오브 호러'는 대략적인 배경지식만 가지고 시작해, 게임을 진행해 나가며 자신의 선택에 따라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식의 아주 짤막한 게임입니다. 물론, 아직 얼리액세스 단계라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 플레이로 엔딩을 보기까지 쉬움 난이도 기준으로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 편이죠.

하지만, 한 번의 엔딩으로는 게임에 등장하는 미스터리들의 대한 해답을 속시원히 해결할 수 없게 되어있습니다. 미스터리마다 가지고 있는 다양한 엔딩 분기를 확인하거나, 특정 엔딩에 필요한 아이템을 얻는 방법 등을 알기 위해 반복 플레이가 필수적인 게임이라고 할 수 있죠.

개발자인 파벨 코즈민스키는 게임을 소개하면서 "이토 준지, H.P. 러브크래프트에게 보내는 러브레터"라고 전했습니다. 트레일러에서부터 볼 수 있듯 기괴한 괴물들과 주인공들의 모습은 이토 준지 만화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월드 오브 호러'는 거기에 '세계를 위협하는 고대의 신'이라는 존재를 게임플레이 메커니즘에 곁들였습니다.



▲ 마을에서 일어나는 다섯 개의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것이 주인공의 미션!

이 고대의 신들은 각기 다른 여러 종류가 존재하는데, 게임을 시작할 때 무작위로 하나의 존재가 지목됩니다. 해당 고대신은 해당 게임이 진행되는 동안 지속되는 한 가지 디버프를 가지고 있으며, 게임 속에서 하루가 지날 때마다 마을에 해로운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죠.

예를 들면, 어떤 특정 고대 신이 마을에 등장한 해당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절대로 조사 도중 만나게 된 몬스터로부터 도망칠 수 없습니다. 또 어떤 고대신은 적들이 가하는 대미지를 높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고대신의 힘은 마을의 물을 오염시키거나 (이후 목욕으로 체력 회복 불가능), 폭동을 일으키며 (이후 적과 마주칠 확률 증가) 게임플레이에 다양하게 관여하게 됩니다.

이러한 디버프 외에도, 고대 신의 존재는 멸망 수치(Doom %)라는 요소로 게임 내에서 표현됩니다. 이 멸망 수치는 플레이어가 특정 상황에 맞닥뜨렸는데 스탯이 부족해서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거나, 잘못된 선택을 하거나, 어떤 저주에 걸렸을 때 등 생각보다 다양한 상황에서 상승합니다. 멸망 수치가 100%에 이르면 마을을 구하지 못한 플레이어는 배드 엔딩을 보게 되죠. 물론, 사건을 해결하면 조금씩 줄어들기도 합니다.


'깜놀' 없는 스릴러 로그라이트
약간... 혼자서 하는 보드게임 같은 느낌?



▲ '월드 오브 호러'의 기본적인 게임 진행 방법

위에서 설명한 게임의 기본적인 틀 외에, 각각의 미스터리를 조사하고 여러 가지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은 랜덤하게 진행됩니다. 따라서 운이 좋은 판에서는 공격력이 높은 일본도를 첫 번째 사건에서 얻을 수 있고, 운이 나쁘다면 시작해서 얼마 못가 다양한 저주를 주렁주렁 달게 될 수도 있죠.

하지만, 모든 진행이 완전하게 랜덤인 것은 아니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게임을 여러번 플레이하면서 '랜덤하지 않은 것'은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어디서 무엇을 해야 열쇠를 얻을 수 있고, 어떤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도구가 필요할지 미리 알면 전과는 다른 엔딩을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인 사건들 대부분은 랜덤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똑같은 플레이가 나오기는 쉽지 않습니다. 심지어 처음에 등장하는 다섯 개의 미스터리도 랜덤하게 배정되니, 운이 좋다면 이전에 보지 못한 새로운 미스터리를 만날 가능성도 있고요.



▲ 엔딩보다 중요한 것은 엔딩 이후 열리는 새로운 요소입니다

뿐만 아니라, '월드 오브 호러'는 엔딩을 볼수록 게임 내 요소가 더욱 다양해지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처음 엔딩을 봤을 때 열리는 요소는 다음 회차에 새롭게 추가되며, 어떤 도전 과제 같은 경우에는 획득하면 다음 플레이에 새로운 아이템을 등장하게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어느 정도 한계는 있겠지만, 반복적으로 게임을 할수록 지루해지는 단점을 줄이고자 노력한 모습이 엿보입니다.

개발자는 이러한 반복 플레이성에 아주 높은 비중을 둔 듯, 얼리액세스 단계에서도 자신만의 스토리를 체험해볼 수 있도록 '커스터마이징' 옵션까지도 준비했습니다. 주인공과 고대신은 누구로 할 것인지부터 난이도, 등장하는 아이템에 랜덤성을 더욱 부여하는 것까지 세밀한 옵션을 제공하니, 취향만 맞는다면 꾸준히 플레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결론적으로 '월드 오브 호러'는 반복 플레이에 거부감이 없고, 로그라이크 스타일 텍스트어드벤처를 좋아한다면 한 번쯤 플레이해봐도 좋을 게임입니다. 특히, 소싯적에 이토 준지 만화를 좀 봤다면 한동안 꽤 즐길 수 있을것입니다.

다만, 앞서 잠깐 언급했듯 그래픽어드벤처로 발전하기 직전 텍스트 어드벤처의 콘셉트를 가지고 있다 보니 언어의 장벽이 생각보다 높은 편입니다. 특색 있는 그림들이 이해를 돕기는 하지만, 몇몇 미스터리같은 경우는 그림만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경우도 있었거든요. 미스터리의 갯수도 현재 시점에서는 그리 많은 편은 아니지만, 얼리액세스 단계를 고려했을 때 앞으로 더 많이 추가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 깨알같지만, 설정에서 2비트 컬러로 바꿀 수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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