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심플하지만 있을 건 다 있다, '플레비 퀘스트'

리뷰 | 윤홍만 기자 | 댓글: 19개 |

삼국지를 비롯해 문명, 토탈워 등 시뮬레이션 게임 좀 해봤다 하는 게이머라면 아마 이 게임의 이름도 들어본 적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햇수로만 무려 9년의 개발 기간을 거친 '플레비 퀘스트(前 아미 앤 스트레티지)'의 이름을 말이죠.

늘 베이퍼웨어 의혹이 따라다녔습니다. 얼마만큼 개발되고 있는지 개발일지라도 공유해달라는 말도 많았죠. 하지만 파이드 파이퍼스 엔터테인먼트는 어찌 보면 고집스러울 정도로 묵묵히 개발을 이어나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9일, 스팀을 통해 정식 출시했습니다.

사실 걱정도 많이 됐습니다. 오랫동안 개발했다는 게 마냥 좋은 결과로 이어지진 않았으니까요. 아니, 실제로는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게 더 많았죠.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이런 우려는 기우에 그쳤습니다. 깊이는 다소 얕을지 몰라도 전쟁을 비롯해 내정(행정), 외교 등 있어야 할 건 다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퀄리티 역시 더 좋아진 걸 알 수 있었죠.

국내에선 보기 드문 시뮬레이션 장르임에도 초반 반응은 나쁘지 않습니다. 스팀 유저평가를 보면 매우 긍정적으로, 대다수의 게이머가 호평하고 있는 걸 알 수 있죠. 이러한 호평의 원동력은 뭐였을까요. 출시 후 지금까지 '플레비 퀘스트'를 해본 그 소감을 지금부터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심플하지만 있을 건 다 있습니다

'플레비 퀘스트'의 가장 큰 강점으로는 심플함을 들 수 있습니다. 보통 시뮬레이션 장르에서 깊이가 얕다는 건 단점으로 여겨지곤 합니다. 방대한 도시, 국가를 통치하는 게 시뮬레이션 게임의 큰 줄기인데 할 게 적다는 의미로 여겨지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반대로 보자면 이는 진입장벽이 되기도 합니다. 이것저것 할 게 너무 많죠. 시뮬레이션 장르가 이른바 하는 사람만 하는 게임이 된 이유입니다. 그렇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플레비 퀘스트'는 큰 줄기만 남겨두고 잔가지들은 거침없이 쳐냈습니다.

내정을 예로 들자면 이것저것 세세하게 명령할 필요가 없습니다. 더욱이 연구, 용병 훈련소, 대출 세 가지로 구성되어 있는데 실질적으로 내정에 해당하는 건 연구 하나뿐입니다. 그리고 이마저도 간단하죠. 장수를 늘린다든가 새로운 상인을 오게 하려면 종교 시설에 가서 연구 포인트를 얻고 이 포인트로 연구를 해금하면 끝입니다.



▲ 종교 시설(모스크)에서 다양한 미션을 해결해 연구 포인트를 모으고



▲ 연구를 해금하면 기능들이 추가됩니다

외교와 종교 시스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중세 십자군 시대가 배경인 만큼, 외교와 종교는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같은 종교를 믿는 나라끼리도 사이가 안 좋기도 하기에 복잡해 보일 수도 있죠.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분명 종교가 외교에 영향을 끼치는 것도 사실이지만, 관계를 개선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천천히 외교 관계를 개선하려면 연락관이나 대사를 파견하면 되고 한 번에 개선하려면 선물을 보내면 됩니다. 그 결과 관계가 좋아지면 교역을 하던가 전쟁 시 군사를 요청하는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초반에는 나라 하나만 상대하기도 벅찬 만큼, 원활하게 세력을 하려면 다양한 나라들과 외교 관계를 맺을 필요가 있습니다. 당장에 동맹을 맺진 않더라도 교역을 하는 것만으로도 이득이기 때문입니다.



▲ 초반에는 종교의 영향력이 적지만



▲ 외교 관계에도 영향을 끼치는 만큼, 꾸준히 신경쓰는 편이 좋습니다

다만, 이 심플함이 장점만은 아님을 분명히 하고자 합니다. 심플해서 시뮬레이션 장르 특유의 재미가 부족하단 의미가 아닙니다. 하다 보면 분명 나도 모르게 게임에 몰입하게 되는 등 나름의 재미도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다른 시뮬레이션 게임에 익숙한 게이머들이 느끼기엔 너무 심플한 것도 사실이란 거죠. 특히 내정을 연구 하나로 거진 다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 더욱 그렇습니다. 의도한 거겠지만 다른 시뮬레이션과 차별화된 심플함이 양날이 검이 된 셈입니다.


전쟁 = 내정의 결과, 아쉬운 전투의 재미

이러한 심플함은 전쟁으로까지 이어집니다. 그렇기에 이 부분은 사실 좀 아쉬울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투가 단조롭다 보니 극적인 역전이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물론, 대부분의 시뮬레이션 장르에서 전쟁은 내정의 연장선에 있는 게 사실입니다. 어지간하지 않으면 소수로 다수를 이기긴 힘들죠. 하지만 불가능하진 않았습니다. 삼국지도 그랬고 토탈워도 그러했습니다. 병력을 정말 잘 다룬다면 소수로도 다수를 이길 수 있었죠. 특히, 최근 출시한 '토탈워: 삼국'은 이런 병력 운용의 정수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플레비 퀘스트'는 다릅니다. 극적인 역전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엇비슷해도 힘들고 수적으로 우위에 있어도 어느 정도의 손실은 감안해야 합니다. 직접 조작할 수 있는 부분이 제한되어 있고, 다른 시뮬레이션 장르들과 달리 내정의 결과가 곧 전쟁의 결과로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 승률이 반반? 방어 측이 유리하기에 이 경우 거의 진다고 보면 됩니다

물론, 그렇다고 수적 우위가 전부란 건 아닙니다. 한정적이지만 '플레비 퀘스트'의 전투 또한 조작할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근소하게나마 전투의 결과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극적인 역전은 불가능해도 근소하게나마 상황을 반전시키는 건 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다만, 어디까지나 근소할 뿐입니다. '플레비 퀘스트'의 전투는 기본적으로 전진, 후진, 대기, 위치 변경 4개의 요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기병 돌격처럼 일부 병종이 자체 스킬을 가진 게 전부죠. 전투에서는 이를 활용해 전진하다가 후진하면서 적을 유인하고 기병 돌격을 하거나 전방에 있는 부대의 피해가 누적되면 후방 부대와 위치를 바꿔 회복하도록 하는 식의 전술이 가능합니다.


문제는 전투에서 개입할 수 있는 게 딱 이 정도뿐이란 겁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플레비 퀘스트'는 전투를 통한 극적인 역전이 불가능합니다. 전쟁 전에 결과가 거의 정해진 셈이죠. 시뮬레이션 장르는 내정의 재미만큼이나 전쟁의 재미도 중요한 만큼, 이런 부분은 다소 아쉽다고 느껴졌습니다.


그럼에도 할만한 가치는 있다

결론을 내리자면 '플레비 퀘스트'는 반드시 사서 해야 할 게임은 아닙니다. 문명, 토탈워, 등 대체재가 명확하기 때문이죠. 이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누구나 알다시피 깊이 또한 차원이 다릅니다. 괜히 '문명하셨습니다'란 말이 생긴 게 아니니까요.




그럼에도 국내에선 보기 드문 도전을 했다는 점만큼은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국내에선 불모지랄 수 있는 시뮬레이션 장르에 도전했고 나름의 결과를 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니까요. 첫술에 배부를 순 없다는 말이 있지만, 이 정도면 그래도 선방한 셈입니다.

천편일률적인 게임들이 나오고 있는 와중에 등장한 '플레비 퀘스트'입니다. 모바일도 아니고 액션 RPG 등 국내에서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장르도 아닙니다. 그러나 스팀에서 호평이 이어지고 있죠. 과연, '플레비 퀘스트'가 쏘아올린 이 작은 공은 어떤 결과를 불러올까요. '플레비 퀘스트'만의 성공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적어도 이런 도전이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이러한 도전이 이어지고 독창적인 시도가 늘어난다면 언젠가 국내 게임 업계에서도 세계에 도전할만한 작품이 나올지 모를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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