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정체성의 큰 변화를 시도하다 - 길티기어 스트라이브 CBT

리뷰 | 양영석 기자 | 댓글: 12개 |



지난 4월 17일부터 3일간, 아크시스템웍스의 간판 시리즈이자 현재 개발 중인 격투게임 '길티기어 스트라이브'의 첫 클로즈 베타 테스트가 진행됐다. 그동안 간간이 게임쇼에서 체험판 등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영상들도 다수 공개되긴 했지만, 정식으로 테스트가 진행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 기대를 많이 두고 있었다.

현시대의 격투 게임은 사실상 꽤 오랜 시간 세대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여전히 철권7과 스트리트 파이터5 이후로 등장했던 격투 게임들은 나름대로의 팬층과 유저층을 확보했지만 세대교체를 완벽히 이루지는 못했다. 가장 최근 출시된 유망주라고 할 수 있는 '그랑블루판타지 버서스'는 출시 시기가 완벽하고 게임도 좋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이라는 전세계적인 이슈로 인해 오프라인 행사를 열 수 없는 악재를 맞아 기세가 조금 아쉽다.

같은 아크시스템웍스 계열이라고 할 수 있지만, 길티기어는 20년이 넘는 명맥을 이어온 격투게임이다. 또한 전작 Xrd로는 혁신적인 그래픽과 기술력 및 연출을 보여준 게임이고, 길티기어 스트라이브는 이제 그 뒤를 이어갈 차세대 격투 게임 주자의 위치에 있다. 그래서 이번 테스트에서는 과연 길티기어 스트라이브가 어떻게 변화되었는지와 함께 개발팀은 어떤 게임을 꿈꾸고 있는지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열심히 플레이했던 것 같다.



연출은 뭐, 사실 굳이 말이 필요 없었다.

길티기어는 이번 신작 스트라이브에서 큰 변화를 맞았다. 거의, 그동안 길티기어를 해온 유저들은 상당히 낯선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고 이에 따른 호불호가 크게 갈릴 것이라고 본다. 일단 가장 큰 변화는 '개틀링 콤보'의 변화다. 그동안 꾸준히 아크시스템웍스의 격투 게임들은 기본기를 캔슬해서 다수 욱여넣는 여러 가지 콤보들이 있었다. 이는 길티기어에서 개틀링 콤보라고 불리었고, 사실상 자신의 공격력을 뒷받침해 주는 기본적인 소양이자 자신만의 콤보 루트를 만드는 길이자 숙련도의 상징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었다.

신작 길티기어 스트라이브에서는 이런 개틀링 콤보의 루트가 크게 줄어든 점이 눈에 띈다. 개틀링 루트가 크게 줄어들면서 콤보의 대미지가 저하됐느냐하면 그건 또 아니다. 아마 조금 관심 있는 사람들이나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아마 '길티기어 신작 근황.gif'와 같은 형태로 떠도는 이미지들을 많이 봤을 것이다. 대미지 자체는 무시무시할 정도로 늘어났다.



리스크 보정이 없다면 콤보 대미지는 그냥 저냥 괜찮아 보이긴 한다.

이러한 대미지는 길티기어 특유의 시스템 '리스크 게이지'에 의해 만들어진다. 캐릭터 초상화 아래 보이는 리스크 게이지는 가드 시마다 조금씩 쌓이며, 폴트레스 디펜스(D버튼을 제외한 두 개의 버튼을 누르며 레버를 뒤로 조작하는 가드 방식)만 리스크 게이지가 쌓이지 않는다.

이러한 리스크 게이지가 쌓이면 공격을 맞거나 가드할 때 대미지를 더 크게 받는다. 일정 수치 이상 리스크 게이지가 쌓이면 공격이 무조건 카운터로 들어오게 되는 큰 패널티가 있다. 이는 길티기어가 '공격'을 권장하는 방식인데, 이번 CBT에서는 이 리스크 게이지가 매우 놀랄 정도로 빠르게 쌓이는 편이었다.

게다가 길티기어는 캐릭터의 HP가 일정 이하(40% 정도)로 내려가면 근성 효과를 받아 방어력이 상승해 받는 대미지가 줄어드는데, 이 근성 시스템은 장식이라고 할 정도로 늦게 적용되는 경우가 잦았다. 그래서 무시무시한 대미지 콤보가 가능했고, 에라 모르겠다 식으로 질러버린 공격 한방이 카운터로 적중하면 확정 추가타만으로도 끔찍한 대미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여기에 추가로 공중 콤보는 테크니션(스피드)류의 캐릭터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심하게 제한된 편이고, 벽 시스템의 변화가 있었다. 개틀링부터 시작해 게이지의 변화, 사라진 기술과 새로운 기술 및 블리츠 실드의 삭제 등으로 콤보 루트가 크게 바뀌면서도 게임 시스템이 전체적으로 간략화되어서 구 작을 해본 유저들은 말 그대로 "이거 길티기어가 아닌데?"라고 할 정도로 낯선 느낌을 받았을 것 같다. 물론 변화된 벽 시스템에서 몇몇 특수 상황(ex-공중 카운터)은 특유의 호쾌한 연속 콤보를 가능하게 하는 부분도 있고 '보는 입장'에서는 큰 변화가 없어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하는 유저들에서는 정말 큰 변화가 있었다고 느끼는 분들이 대부분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정체성에서 큰 변화를 시도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서 테스트 내내 유저들의 말이 많았다. 초보도 쉽게 일발 역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적응을 도와줄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길티기어 특유의 깊은 콤보를 기반으로 한 심리전 싸움보다는 수 싸움과 압박 위주로 플레이하게 된다. 그러면서도 기상공방과 이지선다 등 심리전의 비중도 결코 작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콤보 루트를 찾아나가는 재미가 많았던 전작과 달리 이질감이 크게 느껴진 게 아닐까?



캐릭터의 분류 기준이 생겼다.

이번 테스트에서 가장 유심히 지켜봤던 부분 중 하나가 바로 로비의 달라진 형태와 캐릭터의 분류법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우선 캐릭터의 분류는 밸런스, 스피드, 파워, 트릭키로 나뉜다. 이름 그대로, 캐릭터가 어떤 특징을 가졌는지 나눠 둔 셈. 나름 초보 유저나 다른 격투 게임을 즐겼던 유저들이 자신의 원하는 스타일을 좀 더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시스템적으로 틀을 마련한 셈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대전에서나 UI 자체가 썩 좋지 않다. 이는 이미 각종 시연 버전에서도 좋지 않고 심심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고, 이는 개발중인 빌드로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미 개발사에서 UI 개선과 변경에 대한 예고를 하기도 했기 때문에 앞으로 지켜봐야 할 일이다.



승수가 쌓여 티어가 올라가면, 낮은 층은 입장도 안된다.

CBT 동안 유저들 사이에서 가장 큰 이슈는 대전 시스템이었다. 아크시스템 특유의 오락실형 로비 대신, 탑을 오르는 층계형 로비와 함께 도트 그래픽의 아바타로 구성된 신규 로비는 아이디어 자체는 좋았다. 고승률 유저가 초보, 신규 유저들을 소위 '양학'하는 형태를 지양하도록 층별로 이동할 수 있는 시스템은 확실히 좋다. 오픈되어 있는 개방형 로비들에서도 최소한의 뉴비 배려가 있다는 점이니까.

티어의 변동이 잦은 CBT에서, 티어 변동 시 강제로 층의 변경을 이루게 하는 연출은 썩 좋지 않았다. 대전 게임들은 N선이라고 해서 유저들끼리 몇 판 연속으로 이길 때까지 하는 경우가 잦은 편인데 이를 하기도 힘들었다. 아직 테스트이긴 하지만 이런 다전제 기능도 구현이 안 되어 있어서 아무래도 불만이 좀 있는 편.

아바타들이 무기를 꺼내고, 칼을 맞대어 시작하는 대전은 다소 호불호가 갈린다. 사실 이렇게 칼을 맞대서 대전하는 아이디어 자체는 매우 좋았는데, 문제는 여러 명의 유저들이 서로 칼을 비비는 상황이 매우 자주 연출됐다는 점이다. 이는 실제 대전에도 문제를 만들었고, 테스트 내내 매우 유저들을 괴롭혔던 현상 중 하나다. 아쉽게도 테스트 내내 고쳐진 건 아니었지만, 개발팀도 나름 안내를 했고 문제점을 확실히 이해했으니 다음 테스트 때는 더 나아질 수 있을 것 같다.



저렇게 칼을 맞대고 싸우고 있는게 대전 중이라는 뜻. HP와 라운드도 보인다.

이번 테스트에서는 기존 시리즈에서 사용하던 캐릭터가 없기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새 캐릭터를 해봤다. 그런데도 게임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었고, 대전은 거짓말 조금 보태서 계속 지고 뚜드려 맞는 상황에서도 더 하고 싶을 정도로 즐거웠다. 포템킨이라는 캐릭터 특성도 조금 작용했겠지만, 끝내주는 연출과 한층 더 강렬해진 타격감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고 할까. 물론 좀 지나칠 정도로 강조한 부분 때문에 템포가 끊기거나 호흡이 끊기는 부분들이 없던 건 아니다. 아, 그리고 OST는 역시 길티기어답게 끝내줬다.

일단 격투 게임은 쉬운 장르의 게임이 아니다. 소위 '트레이닝을 깎는다'라고 표현할 정도로, 꾸준한 연습과 연구를 통해 다듬고 연마한 자신의 실력을 대전으로 풀어나가는 즐거움이 있다. 그래서 모르면 맞아야 하고, 적과 나를 알고 계속해서 연구하고 자신의 리플레이를 보며 이불킥하고 반성하며 성장하는 게임이다. 지금도 플레이 영상이라고 올린 내 플레이를 보면서 "왜 거기서 그걸 내밀지?", "왜 콤보 헛치지?", "왜 안 잡지? 백스탭하고 잡으면 되잖아!" 하면서 화내고 이불킥하고 자아성찰하면서 다음엔 어떻게 할까 고민한다. 무릇 격투게임이란, 그런 재미가 있는 장르가 아닐까. 그래서 이번 테스트는 정말 만족스러웠다. 다음에 어떻게 바뀌어있을지 기대가 된다.




길티기어는 스트라이브에서 큰 변화를 통해 기존 유저들과 신규 유저들이 어느정도 납득할만한 새로운 출발선을 만들었다. 아직 출시까지 한참 남아서 얼마나 더 변화가 이뤄질지 지켜봐야 하겠지만, 이러한 길티기어 시리즈의 변화는 환영하는 편이다. 물론 길티기어의 경우 지금은 많이 간소화되었지만, 로망 캔슬이나 폴디 등 다양한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하므로 쉽지가 않다. 진입장벽이 확실히 있지만 이를 해소하기 위해 꾸준히 시스템의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게 아크시스템웍스고, 길티기어다.

전작에서 20년을 이어오던 저스티스와의 결전이 마무리됐고, 이제 주인공 솔과 다른 세력들의 이야기가 남았다. 대사 한마디조차 없고 붉은 눈으로 돌아온 파우스트의 모습과 현재까지의 등장인물로 암시되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전작의 스토리도 호평받았던 만큼 이번 작의 스토리도 기대가 된다.

이번 테스트에서 아크시스템웍스는 길티기어 스트라이브가 나아갈 방향성과 게임 내 시스템 및 매칭 등 수많은 데이터를 얻었다. 이번 테스트의 대전 자체도 정말 재미있었지만, 부디 이번 테스트의 결과를 잘 반영해 다음 테스트나 출시 때는 더 좋은 모습으로 나와주길 빈다. 세대교체를 이룰만한 격투게임으로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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