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스토브] 고양이는 항상 옳다

리뷰 | 김수진 기자 | 댓글: 8개 |

검은 고양이와 카메라 액션. 고양이가 나오고, 거기다가 참신하다.


캐릭터는 귀엽고, 플레이는 참신하다. 셔터냥을 플레이할 가치는 이 두 가지만으로도 충분하다.

물론 그렇다고 진짜 저게 끝은 아니다. 게임 시스템적 완성도와 그래픽, 사운드 퀄리티까지 매우 높다. 하지만 조심해야 한다. 아기자기 귀여운 힐링 게임의 모습을 하고 있으나, 사실은 퍼즐과 플랫포머 액션이 결합된 '어려운' 게임이기 때문. 그래도 플랫포머류를 좋아한다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만한 잘 만든 게임인 건 확실하다.




게임명: 셔터냥(Shutter Nyang)
장르: 플랫포머
출시일 : 2021. 3. 1.
개발 : 프로젝트 모름
배급 : 프로젝트 모름
플랫폼: PC(STOVE, Steam)



고양이가 나오지만 힐링은 아니야

'셔터+냥', 사진 찍는 고양이. 이 게임의 정체성이자 모든 것이다.




분명 겉모습은 익숙한 플랫포머지만, '카메라 액션'이라는 독특한 메커니즘이 게임 전반에 깔려있다. 카메라로 촬영한 요소를 활용해 액션을 행하는 이 생소한 '카메라 액션'이 셔터냥의 메인이 되는 플레이 방식이다.

카메라로 배경에 있는 물체를 촬영하고, 그 결과물인 사진을 다시 배경으로 끌어내서 퍼즐을 풀어나간다. 쉽게 말해 뻥 뚫린 허공 위를 지나가기 위해 벽돌 사진을 여러 장 찍어 징검다리처럼 붙여 넣는다거나, 마구 떨어지는 빗물을 막기 위해 지붕 타일을 사용하는 식이다.

'촬영'은 단순히 피사체의 형체만을 복사하는 것이 아니다. 피사체가 지닌 성질, 즉 속성까지 모두 복사한다. 예를 들어, 고양이만 보면 달려드는 개를 피하기 위해 고양이 사진을 찍어 근처에 붙여 넣으면 개는 사진 속 고양이를 향해 달려간다. 이런 속성을 활용해 좀 더 창의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게 된다.

단, 붙여 넣은 사진들은 짧은 시간만 존재할 뿐 곧 사라져버리고 보유할 수 있는 사진 장수도 정해져 있다. 이게 게임의 난이도를 좌우하는데, 스테이지를 진행할수록 사용할 수 없는 필수 사진들이 쌓이기에 활용할 수 있는 슬롯이 점점 줄어든다. 결국 스테이지 후반부에서는 훨씬 제한된 상황으로 '퍼즐'을 풀어나가야 하며, 해결을 위해 고민해야 하는 요소도 더 많아진다.




귀여운 그래픽과 따뜻한 사운드가 반겨주지만, 셔터냥은 절대 힐링 게임이 아니다. 힐링게임처럼 보이지만, 아니다!

귀여운 고양이가 나온다고 만만하게 보면 안 된다. 플랫포머에 퍼즐, 그리고 생소한 카메라 액션까지 추가되어 있기에 생각보다 매우 까다롭다. 물론 초반부 1, 2단계는 '오 쉬워, 완전 할만한데'라며 플레이할 수 있지만, 웃을 수 있는 구간은 딱 거기까지다.

개인적으로는 2단계까지가 튜토리얼 구간이고, 3단계부터 '본게임'이라고 생각한다. 단계가 올라갈 때마다 메커니즘이 하나씩 늘어나는데, 쉽게 말해서 퍼즐이 점점 더 어려워진다고 보면 된다. 처음에는 단순히 건너갈 발판 정도가 필요하지만 그다음에는 빗물이 떨어지고, 그다음에는 다른 동물들이 길을 막고, 그다음에는 그 동물들을 피하면서 실시간으로 발판을 만들어 올라가거나 내려가야 하는 구간이 생긴다.

물론 스테이지 내 세이브 포인트가 존재하고, 목숨이랄까 체력의 개념 역시 있기에 한 번의 실수만으로 처음부터 진행할 일은 생기지 않는다. 대신 한 번 체력이 모두 닳아서 세이브 포인트로 가게 되면, 그동안 모아온 모든 사진이 죄다 사라져버린다. 만약 맵 중반 즈음의 세이브 포인트에 도달했을 경우, 그 이후에 죽게 되면 세이브 포인트 이전의 중요 사진도 모두 사라지기에 다시 돌아가서 목표물을 촬영해야 하는 불상사가 생기기도 한다.





섬세하고 아름다운 '게임'

플레이하다보면 게임 자체가 섬세하다는 생각이 물씬 든다. 단순히 그래픽 측면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콘텐츠와 조작, 게임의 플레이 방식까지도 정말 섬세하고도 유동적이다.

이동이나 사진 촬영 등 모든 조작의 감도가 부드러워서 미세한 이동이나 점프 등도 모두 가능한 점도 그렇고, 그야말로 '자기 맘대로' 플레이하더라도 목표에 도달하거나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수 있는 부분도 그렇다. 이는 개발 과정에서 게임 토대를 잡고 디테일을 조정하는데 정말 신경을 많이 썼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말 단순한 예를 들어보자. 빗물이 이어서 떨어지는 허공 구간에 도달했을 때, 누군가는 그냥 벽돌 한 장을 깔아서 빗물을 피해 점프만으로 뛰어넘을 것이다. 하지만 좀 더 안전한 플레이를 하고 싶다면 벽돌을 여러 장 깔아 떨어지는 빗물을 막은 뒤 발판을 통해 이동할 수도 있다.




목표물에 도달하는 '길' 역시 여러 갈래기 때문에 누군가는 아래에서 올라오는 방식으로, 누군가는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방식으로, 또 누군가는 양쪽을 모두 지나가는 방식으로 클리어할 수 있다. 물론 해당 스테이지의 끝자락에 도달하는 것만으로는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갈 수 없기에 여러 길을 돌아다니며 필요한 목표물을 찾아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서브아이템을 수집할 수도 있고, 한 번에 여러 방향을 가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여러 번의 시도를 통해 목표물을 찾을 수도 있다. 즉, 게임 플레이 방식도, 클리어 방식도 모두 하는 사람 마음대로인 것.

게임 내에 텍스트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 것 역시 특징 중 하나다. 플레이 도중 마주치는 모든 힌트는 이미지로 제공된다. 이러한 힌트를 통해 유저는 어떤 물품을 찾아야 하는지, 그리고 그 물품의 색상은 어떻게 되는지 등등을 확인할 수 있다. 튜토리얼 역시 따로 텍스트가 나오지 않으며, 이미지를 보고 천천히 하나하나 따라해 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고양이의 기억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이러한 힌트들은 정적인 이미지가 아니라 영상화되어 있어 이해하는 건 어렵지 않다.




그래픽은 전체적으로 톤 다운되어 있다. 색상이 많이 사용되지 않았고, 특히 배경은 무채색에 가깝다. 하지만 힌트가 되는 특정 물체나 영상들은 원색으로 표현되어 눈에 확 띄는 편이다. 그러나 절대 이질적이지 않고, 오히려 아이들이 읽는 동화책 속 원화의 느낌으로 직관적이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준다.

또한 디테일적인 측면을 많이 살린 편인데, 단순한 그래픽임에도 고양이가 점프할 때마다 잔상처럼 남는 이펙트, 위를 올려다볼 때의 고갯짓, 아래를 내려다볼 때의 나지막한 눈까지 정말 모든 부분이 하나하나 섬세하게 표현되었다.

그리고 일단, 정말 너무너무 귀엽다. 주인공이 머리에 카메라를 이고 다니는 귀여운 고양이라니!




분명 쉬운 게임이 아님에도 큰 짜증이나 스트레스 없이 플레이 가능한 것도 이 아기자기하고 따스한 그림체가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아니, 대충 2.5등신의 깜장색 고양이가 자기 머리만 한 카메라를 귀 사이에 들고 돌아다니는데 스트레스가 생길 수가 없다.

여기에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배경음악 역시 큰 역할을 한다. 30가지가 넘는 오리지널 음악이 제공되며, 하나같이 아기자기한 그래픽과 참 잘 어울려서 마음을 따스하게 만들어준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은 부분은 다른 게 아니라 처음 오프닝 크레딧이다. 강풍에 떠밀려 허공에서 살랑살랑 떨어지는 고양이 사이로 크레딧이 보이는데 스킵버튼을 누를 수가 없을 정도로 뭐랄까, 아름다웠다. 이런 식으로 크레딧 하나, 타이틀 하나까지 모두 섬세하게 신경쓴 걸 보고 있자면 게임 본편에도 정말 온 노력을 기울여 제작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셔터냥은 단순한 플랫포머가 아니다. 익숙한 듯 안 익숙한, 그런 게임이다.

스스로 고민하고 해결하며 조작하는 요소가 정말 많다. 그렇기에 이미 배치된 것들을 잘 피하거나 잘 밟으면서 클리어하는 게 아니라, 직접 배치하고 유도하며 해결해나가는 것이 주가 된다.

뭐랄까 약간 주도적이고 창의적인 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정말 잘 맞을 게임이다. 그렇다고 가이드라인 없이 토대부터 모든 것을 새로 풀어내야 하는 건 아니기에 부담스러울 정도로 '창의적'이진 않다.

딱 하나 아쉬운 건, 게임 난이도 선택이 안 되는 부분이다. 아기자기한 그래픽에 홀려 구매하는 유저를 위해 조금 낮은 난이도의 모드를 게임 내에서 제공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게임 자체가 무난하다기보다는 확실히 어려운 편에 속하기 때문에 고양이와 소녀의 다음 이야기를 보거나 엔딩을 확인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 물론 스테이지를 여러번 반복한다고 해서 문제가 생기거나 제한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그 과정에서 스트레스가 올 수 있기에 조금 아쉽게 느껴진다.

하지만 고양이가 나오는데 그 모든 것이 뭐가 중요할까. 심지어 너무나 귀여운 '카메라를 머리에 이고 있는' 깜장 고양이를 내내 마음껏 볼 수 있는데!




장점

+ 고양이
+ 카메라 액션이라는 참신한 플레이 방식
+ 섬세하고 유동적인 조작
+ 아기자기한 그래픽과 아름다운 사운드
단점

- 전체적으로 아쉬운 튜토리얼
- 부족한 수집 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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