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앤섬+디비전+데스티니 = '아웃라이더스'

리뷰 | 정재훈 기자 | 댓글: 30개 |

'근본'없는 루트 슈터, 괜찮을까?



'루트 슈터'는 게이머들 사이에서 꽤 흔한 장르이지만, 사실 지극히 만들기 어려운 장르의 게임입니다. 넓은 세계와 훌륭한 슈팅 시스템, 그리고 유저들의 눈을 현혹하는 빌드와 화려한 장비, 이에 걸맞는 높은 수준의 그래픽과 내러티브가 필요하죠. 말 그대로, 지금껏 게임 산업이 쌓아올린 정수를 모두 녹여야 그럴싸한 루트 슈터 게임이 나옵니다. 루트 슈터가 대부분 대형 게임사의 손에서 만들어지고, 비싼 가격에 올라오는 것이 그 증거죠. 그럼에도, 높은 점수를 받는 작품은 손에 꼽습니다. 대부분 하나 이상의 치명적인 문제와 함께 가라앉았죠.

'아웃라이더스'는 근본이 없습니다. 정통파 슈팅은 꽤 만들었지만, 대표작은 살짝 아쉬운 '피플 캔 플라이'가 개발을 담당했고, '마블 어벤저스'로 루트 기반 장르에 도전장을 내밀었다가 거하게 말아먹은 스퀘어에닉스가 유통을 맡았습니다. 기존 IP도 아닌 오리지널 작품인데다. 이름만 들어도 '오!' 하는 개발자를 내세우지도 않았습니다. 게이머들의 입장에서, 일단 의심의 필터를 한 장 낀 채 바라볼 작품이라는 뜻입니다. 그렇게 비교적 덜한 주목과 의심 아래 출시된 '아웃라이더스'. 과연 어떨까요?





게임명 : 아웃라이더스
장르명 : 루트 슈터
출시일 : 2021.04.02.
개발사 : 피플 캔 플라이
서비스 : 스퀘어에닉스
플랫폼 : PC, PS4, PS5, XBOX


관련 링크: '아웃라이더스' 오픈크리틱 페이지


여기를 봐도, 저기를 봐도, 어디선가 본 듯해



▲ 이런 감성 치고 제대로 된 게임이 있었던가?

'아웃라이더스'의 첫인상이 그렇습니다. 모히칸 머리에 눈가를 시커멓게 칠한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운 게임 치고 제대로 된 게임이 없었다는 그간의 교훈 때문일까요? 아무리 봐도 B급 이상으로 볼 수가 없었습니다. 앤섬의 구릿한 똥냄새가 살짝 코끝을 스치는 느낌이 들 정도였죠. 그나마 괜찮아 보이는 부분이라면, 스퀘어에닉스가 굳이 이 게임의 홍보를 과하게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수많은 미디어를 내세워 '대세감'을 만들어내며 등장했던 게임들에 당한 적이 한두번이 않다 보니 오히려 이렇게 조용히 등장하는 게임이 더 믿음직스러운 상황이 됐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아웃라이더스의 많은 부분은 어디선가 본 모습을 그대로 띄고 있습니다. 전투는 '기어즈오브워'와 완벽히 닮아 있습니다. 엄폐를 기반으로 원거리, 근거리, 수류탄 견제를 일삼는 적들을 상대해야 하죠. 비슷한 구조의 '더 디비전'과 비교하자면 적들이 매우 쉽게 죽는 대신 엄청난 숫자가 나온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UI와 맵 구조는 '데스티니'와 매우 비슷하고, 네 종의 캐릭터 분류는 '앤섬'과 굉장히 비슷합니다. 아이템을 분류하고, 모드를 추출해 개조하는 방식과 월드 레벨 시스템은 오히려 또 '더 디비전'과 비슷한 느낌이죠.



▲ 행성과 지역이라는 차이만 있을 뿐, 맵 구성은 데스티니와 매우 유사합니다.

딱히 거부감이 느껴지거나 그런 건 아닙니다. 애초에 '루트 슈터'라는 장르를 게임사들이 본격적으로 건들기 시작하면서부터 대부분의 게임 시스템은 정립되어 있었고, 그간 이름을 알린 여러 루트 슈터들 또한 이 정립된 시스템들을 따와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바꾸거나 첨삭하는 정도로 만들어져 있으니 말이죠. 여기서 문제는, 이렇게 만든 섞어찌개같은 게임이 과연 재미가 있느냐는 겁니다.

'루트 슈터'는 이름부터 드러나듯 게임의 재미 요소를 투 트랙으로 깔고 들어가는 장르입니다. 루트 슈터로서 성공하려면 게이머들에게 충실한 상향감을 줄 멋진 아이템들과 성장 빌드를 마련해 '루트'의 재미를 갖춰야 하며, 이를 얻기 위한 과정이자 게임의 주축이 되는 '슈터'의 수준을 평균 이상으로 만들어야 하죠. 둘 중 하나만 갖출 경우, 게임은 반푼이가 될 뿐입니다. '앤섬'만 해도 슈팅 감각을 확보했지만 루트 부분에서 똥볼을 찼죠.

일단 '아웃라이더스'의 슈팅은 지금껏 나온 그 어떤 루트 슈터보다도 재미있게 잘 만들었습니다. 근본이 없다 보니 '기어즈오브워'의 전투 시스템을 그대로 가져온게 주효했죠. 적들을 한 방에 짬뽕으로 만들어버리는 산탄총의 손맛부터 그대로입니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공격에 본능적으로 대처하다 보면, 그간 느끼지 못했던 슈터의 재미를 재발견할 수준입니다.



▲ 기본 이상은 하는 슈팅 감각

'루트'부분은 어떨까요? 이 또한 다른 게임을 많이 참고한 만큼 기본 이상은 합니다. 성장 시스템은 '패스오브엑자일'이후 널리 퍼진 노드형 성장 트리를 선택했고, 옵션 리롤이 가능하며, 동시에 '더 디비전'의 '퍽'과 비슷한 모드 조작이 가능한 아이템, 그리고 필요에 따라 취사선택하는 세 개의 액티브 스킬을 통해 다양한 빌드를 구성할 수 있습니다.

게임 소개를 정리하자면, '아웃라이더스'는 기존에 등장한 수많은 루트 슈터 게임들의 장점만 따와 오리지널 스토리로 묶은 게임입니다. 어설프게 쌓은 모래성은 아닙니다. 그 요소들을 전부 녹여 제대로 된 거푸집에 넣고 굳혀낸 게임이죠. 당연히 재미없을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까지 해 놨는데 재미가 없다면 루트 슈터라는 장르 자체가 성립될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아웃라이더스에도 문제는 있습니다. 지금부터 할 이야기가 바로 아웃라이더스의 '아쉬운 부분'에 대한 겁니다.



더 좋은 게임이 될 수도 있었는데



▲ 아

가장 먼저, 눈에 띄게 들어오는 단점은 각종 버그와 서버 문제입니다. 출시 후 며칠이 지난 지금, 처음보단 꽤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사람이 몰리는 시점엔 접속이 어려워지는 문제가 간혹 발생합니다. 그 외에도 특정 지역은 들어가려고만 해도 튕긴다거나, 멀티플레이 중 호스트가 게임을 종료하면 크래시가 나버리거나, 나보다 진행도가 낮은 친구와 메인 퀘스트를 진행하면 혼자 해도 진행도가 그 시점으로 되돌아가버리는 등, 말 그대로 '거슬리는'부분이 상당합니다.

게임 자체의 중대한 결함은 아니기에 이런 부분은 무감각하게 넘길 수도 있습니다. 어느 게임이든 출시 초엔 수많은 버그가 발견되는게 당연하고, 이런 문제들은 곧 고쳐지기 마련이니까요. 하지만 '스퀘어에닉스'라는 이름이 도무지 방심을 할 수 없게 만듭니다. 이들이 바로 이전에 출시한 '마블 어벤져스'가 버그와 서버 문제의 핵융합으로 망해버린 게임이거든요.



▲ 총체적 버그 덩어리였던 '마블 어벤져스'

작년 가을, 마블 어벤저스 리뷰를 준비할 때도 굉장히 화가 많이 났습니다. 게임을 못 만든건 아닌 것 같은데, 도무지 게임을 할 수가 없었으니까요. 그리고 아웃라이더스에서, 또 다시 그 문제를 경험했죠. 접속만 하면 튕기는 모습을 보다 보면 리뷰고 나발이고 다 때려치우고 싶은 깊은 분노가 올라옵니다. 차라리 게임이 엉망진창이면 거르기라도 하겠는데, 이렇게 기본 이상은 하는 게임이 이러고 있으면 어쩌나요.

그나마 다행이라면, 출시 후 4일이 지난 지금은 어느정도 서버가 안정화되어 첫 날처럼 잦은 튕김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일 겁니다. 여전히 캐릭터 모델링이 사라져 총만 허공에 둥둥 떠 있다거나, 지역 이동중 뜬금없이 튕기는 경우는 남아 있지만, 게임을 못 할 정도는 아닙니다. 아쉬운 점이라면, 이미 이 문제들로 분노를 쏟아낸 게이머들에 의해 유저 평가가 망한 게임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걸까요? 스퀘어에닉스는 도대체 왜 이전에 한 번 겪은 문제를 또 다시 되풀이하는지 모르겠습니다.



▲ 아주 가끔 등장해 즐거움을 주는 거대 보스

게임의 문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앞서 말한 '재미있는 전투와 기본 이상의 성장 시스템'에도 사실 언급하지 않은 부분이 있죠. '아웃라이더스'의 콘텐츠는 모든 부분에서 거의 비슷합니다. 어딜 가도 비슷한 전투가 이어지고, 어느 보스전도 몇 가지 종류 이상의 변화가 없죠. 전투가 재미있는거도 한두번이지, 매번 비슷한 전투를 반복하다 보면 재미는 짜게 식습니다. 스킬에 변화를 줘 보고, 아이템 빌드를 바꿔보는 등 새로운 재미를 찾아 이것저것 만지다 드는 생각은 '내가 왜 이걸 직접 하고 있는가?'입니다. 재미를 게임이 만들어줘야지 게이머가 꾸역꾸역 만들어내는게 옳은 걸까요?

'데스티니'를 예로 들면 게이머가 조작할 수 있는 변수는 별로 없습니다. 번지가 맵 디자인을 끝내주게 해놔서 여러 레이드와 보스전이 제각각의 재미를 주죠. 물론 데스티니도 서비스 초기엔 별 것 없었다는걸 감안하면, 아웃라이더스도 나중엔 더 나은 게임이 될 가능성이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시점에선 복붙이 뻔히 보이는 보스몹들과 서브 퀘스트들은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 전 아직도 저 VAR이 무슨 뜻인지 모릅니다.

한가지 더, 아쉬운 부분을 더하자면 게임 시스템 중 이상하리만큼 복잡한 부분들이 숨어 있습니다. 가령, 무기 시스템의 경우 한 종의 무기도 셋 이상으로 다시 분류됩니다. '권총'을 예로 들면, 같은 권총임에도 연사, 대구경 탄환, 일반, 집중 사격 등으로 나뉩니다. 저격총도 연사, 단발, 자동 등으로 나뉘죠.

게다가 공격형, 방어형으로 무기 분류가 나뉘어져 있어 패시브 노드에 영향을 받는 무기군이 분류되어 있는데 이걸 어디서 확인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모드 추출시에도 이미 추출된 모드와 그렇지 않은 모드를 구분해주지 않아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죠. 조금만 신경 써도 되는 부분을 쓸데없이 복잡하게 꼬아둔 느낌입니다.



▲ 패시브 노드 중에도 '이건 무슨 효과지?' 싶은게 하나씩 숨어 있고요.



얘들은 어디서 연기학원이라도 다녀 왔나?



▲ '희망 편', 새로운 행성에 착륙했다.

게임에 대한 긍정적 소개와, 단점 꼬집기가 끝났으니 한 가지만 더 말해 봅시다. 개인적으로 '아웃라이더스'라는 게임에서 가장 놀란 부분이자, 유일하게 다른 게임들과 차별화되는 요소라고 생각하는 부분이죠. '아웃라이더스'의 등장 캐릭터들. 연기력이 상당합니다.

게임 초반부 플레이에서는 사실 크게 와닿진 않은 부분입니다.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해 극초반 시퀀스만 말씀드리자면, 게임은 아주 정석적인 SF 포스트 아포칼립스로 시작합니다. 지구가 완전 망하고 인류의 마지막 희망이 수송선에 냉동되어 알 수 없는 미지의 우주로 떠난다는, 솔직히 열댓번은 들어본 것 같은 도입부죠. 그 와중 새로운 행성 '에녹'을 발견하고, 우리 주인공은 어찌어찌 행성을 탐사하다 어찌어찌 부상을 당해 다시 냉동 포드에 들어갑니다. 아주 흔한 클리셰 덩어리죠.



▲ '절망 편', 자다 깼더니 세계가 매드맥스가 되었다.

그리고 우연찮게 냉동 포드에서 주인공이 나오는 시점에서, 클리셰가 깨집니다. 분명 인터스텔라인줄 알았는데 뜬금 매드맥스가 되어버린 세계를 만나면서 주인공도 놀라고 게이머도 놀라죠. 이후, 게임은 주인공이 동태로 지내던 31년 간 변해버린 세계의 전말을 듣고, 문제를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을 그립니다. 늙어버린 옛 부하와 재회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에녹 태생의 철부지를 만나는가 하면, 이미 매드맥스 세계관에 절어버린 바보들을 쏘면서 행성의 비밀에 다가가게 되죠.

이를 그리는 과정에서, 등장 인물들의 대사와 표정 연기가 굉장히 뛰어납니다. 게이머들을 위한 세계관 설명 매뉴얼에 가깝던 주변 인물 대다수가 자신만의 가치관을 확고히 갖고 있고, 이를 표현하는 과정 또한 자연스럽습니다. 주인공이 다소 막나가는 인물인데다 선택지가 없다는 점이 아쉽긴 하지만, 게임 중간마다 드라마 살짝 본다는 느낌으로 보기엔 충분하죠. 단순히 장애물을 건너뛴다거나 지역을 넘어가는 과정까지 컷신을 넣은 건 좀 과한 느낌이지만, 스토리가 진행되는 부분의 컷신은 시간을 투자해 볼 가치가 있습니다.



▲ 왜 그런 짓을 했어?

시나리오가 의외로 탄탄하고, 너무 뻔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것도 분명한 장점입니다. 왕좌의 게임 수준으로 등장 인물들이 죽어나가고,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인물이 등장하는가 하면, '아노말리'로 통칭되는 괴현상의 비밀은 게임 막바지까지 베일에 쌓여 있습니다. 물론, 시나리오를 강점으로 삼는 게임들과 비교하긴 손색이 있습니다. 아예 실사 영상을 넣어 놓은 '퀀텀 브레이크'와 같은 게임과 비교하면 솔직히 그 정도 레벨은 아니죠. 하지만 뻔하기 그지없는 루트 슈터류 게임들의 서사와 비교하면 아웃라이더스의 내러티브는 분명 강점이라 볼 수 있습니다.



▲ 소년만화의 기본, 에네르기파 대결도 볼 수 있습니다.




끝으로 정리하면, '아웃라이더스'는 그간의 루트 슈터류의 장점을 모두 모아 만든 잡탕 같은 게임입니다. 그리고 잡탕을 먹어본 우리는 잡탕이 기존의 재료 이상의 묘한 맛을 준다는 걸 잘 알고 있죠. 다만, 그 맛이 너무 익숙하고 물린다는 건 아쉬운 부분입니다. 반복적인 전투와 복붙이 보이는 콘텐츠는 게이머들을 만족시키기엔 다소 부족합니다.

하지만, 좀처럼 대작이 등장하지 않는 지금 시점에선 그나마 할 만한, 기본은 갖춘 게임이라는 점에서는 합격점을 주고 싶습니다. 최적화와 버그, 서버 문제라는 지뢰가 숨어 있지만, 과거와 달리 빠른 속도로 안정화되고 있죠. 7만원을 넘어서는 가격은 분명 부담되지만, 신작 가뭄이 이어지는 지금 최소 실망은 하지 않을 만한 게임을 찾는다면, '아웃라이더스'는 분명 제 몫을 하는 게임일 겁니다.



▲ 나는 왜 맨몸으로 여기서 싸우는가



▲ 이 할머니는 나한테 왜 이럴까



▲ 강정수라는 얼뜨기는 또 누구인가



  • 최고 수준의 전투 감각
  • 상상 이상으로 훌륭한 내러티브
  • 넉넉한 콘텐츠의 다양한 빌드
  • 단조로운 플레이 패턴
  • 맥을 끊는 버그와 서버 문제
  • 이상하게 복잡한 게임 시스템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