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 플리퍼2 리뷰

엉망진창일수록 설레는 감성 그대로, 잘 만든 후속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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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니가 알아서 해라', 'DIY'의 시대입니다. 노골적으로 말하면 인건비가 갈수록 비싸지니 대충 부품만 포장해서 조금 싸게 판 후에 직접 만드는 즐거움까지 느껴보라고 부추기는 상술이지만, 어쨌거나 그게 싸니까 자취생들은 눈물을 머금고 DIY를 합니다.

하지만, DIY도 한계가 있습니다. 책상이나 의자, 선반 정도야 대충 끼워 맞춰도 제 기능을 하니 누구나 쉽게 만들지만, 공간 인테리어를 통으로 한다거나, 재료부터 가공해서 나만의 커스텀 오브젝트를 만들어내는 건 일부 금손들을 제외하면 결코 쉽지 않습니다. 당장 육각렌치 크기도 잘 못 맞추는 마당이니 말이죠.

결국, 어느 시점에 이르면 사람을 쓰게 됩니다. 전문적으로 배운 기술자들의 손은, 본업을 따로 둔 저희같은 아마추어들과는 다릅니다. 그라인더를 잡는 손에도 각이 살아 있고, 전완근이 터져라 문질러도 지워지지 않는 묵은 때마저 다 녹여버리죠. 괜히 비싼 돈 주고 전문가를 쓰는게 아니란 뜻입니다.

오늘 리뷰할 게임. 바로 그 '전문가'가 되어 단순 얼룩 제거부터 리모델링, 청소, 철거와 판매, 정리 대행까지 전부 소화해내는 궁극의 집정리 시뮬레이터. '하우스 플리퍼2'입니다.



게임명: 하우스 플리퍼2
장르명: 시뮬레이터
출시일: 2023. 12. 14.
리뷰판: ver231221
개발사: Empyrean
서비스: Frozen District
플랫폼: PC
플레이: PC


이제 좀 게임같네 휴

개인적으로 전작인 '하우스 플리퍼'를 꽤 좋아했습니다. 부품 상태로 흩어진 걸 조립하거나, 망가진 걸 고치는 게임은 마치 레고의 그것과 같은 쾌감을 주는데, 하나하나 프로젝트를 끝낼 때마다 상당한 만족감을 주기 때문이죠. 카 메카닉 시뮬레이터나 PC 조립 시뮬레이터, 탱크 메카닉 시뮬레이터 등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게임적 재미입니다.

전작인 '하우스 플리퍼'또한 비슷한 종류의 재미를 지니고 있었기에 즐겁게 플레이했지만, 솔직히 말해 엄청나게 훌륭한 게임이라고 말할 정도까진 아닙니다. 소재는 무척 흥미로웠지만, 외적으로 보이는 마감새는 아마추어적인 감성이 남아 있었죠. UI나 묘사, 프로젝트와 수행을 반복하는 게임 디자인 등이 그렇습니다.



▲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였던 전작. 그래도 치우는 건 재밌었지만

하지만, '하우스 플리퍼2'는 꽤 다릅니다. 이제 좀 게임같아졌다고 해야 할까요? 단칸방에서 뜬금없이 이메일 하나 받고 시작하는 전작과 달리, 이제는 전화도 할 수 있습니다. 클라이언트와 전화를 하며 집 상태를 논할 수도 있고, 심지어 육성 녹음까지 되어있죠. 프로젝트 수주 또한 이메일 확인 후 즉각 뿅 하고 넘어가는게 아닌, 도시 구획에 맞춰 각기 다른 스타일의 일거리를 받아낼 수 있습니다.

'수주 - 작업 - 수주 - 작업' 으로 이어지던 전작의 기본 디자인에 중간 과정을 몇 가지 끼워넣은게 전부지만, 그것만으로도 게임의 퀄리티는 상당히 좋아졌습니다. 이전에는 아무 사전 설명 없이 "내가 누군지 뭐 하는 사람인지도 모르지만 일단 집고치는 일을 해야겠군" 하고 시작하는게 아닌, 조금이나마 서사가 더해지면서 훨씬 자연스러운 게임이 되었죠.



▲ 무려 캐릭터 선택이 되는 이번 작품



▲ 개판인 방에 들어가면 집주인이 부끄러워하기도 한다...

실제로, 상세 과정이 크게 변하지 않았음에도 플레이 만족도는 상당히 올라갔습니다. 전작이 실험적인 느낌을 강하게 풍겼다면, 이번 게임은 확신을 담아 만든 작품이라는 느낌이 강하죠. 게임을 수 시간 플레이하고 나서 처음 들었던 감상이 이거였습니다.

"이제 좀 게임 됐네"



▲ 약간의 서사 추가와 UI 정리뿐임에도 만족스럽다


변함없는 작업 과정, 디테일과 콘텐츠만 더해지다

전작에 비해 많은 부분이 나아지긴 했지만, 다르지 않은 점도 있습니다. 어쨌거나, 이 게임은 집을 정리하고 수리하는 게임이라는 점입니다. '하우스 플리퍼2'는 전작인 '하우스 플리퍼'와 완전히 동일한 종류의 게임 경험을 제공합니다. 거기에 약간의 살이 더 붙었을 뿐이죠.



▲ 여전하지만 훨씬 편해진 타일 시공

물론, 이를 단점이라 말할 수는 없으며, 오히려 잘 만든 부분이라 말하는게 옳습니다. 대부분의 게임적 요소를 포기하고, 핵심 디자인만으로 승부를 본 게임이 바로 전작입니다. 그럼에도 어느 정도 유명세를 얻었다는 것은, 그 핵심 디자인이 충분히 먹히는 코드였으며, 곧 이 게임 시리즈의 팬들이 바라는 부분이라는 뜻이기 때문이죠.

다만, 조금씩 달라지고, 더해졌습니다. 쓸데없이 디테일해 다소 지루하게 느껴졌던 타일 시공은 간소화되었고, 수직 구간으로 구분되던 페인트칠은 좀 더 현실적으로 변했죠. 으악 소리가 절로 나던 바퀴벌레 대신 낙엽과 부스러기들이 청소기의 주 대상이 되었습니다. 호불호 갈리던 창문 닦는 소리가 사라졌고, 오브젝트 정리는 보다 세밀하게 지정이 가능해져 집 청소만큼 정리도 깔끔하게 해낼 수 있게 변했습니다.



▲ 바퀴벌레는 없는게 어디야...



▲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창문 소음도 없어져서 좀 편했다

가장 돋보이는 추가 기능은 아직 정리가 안 되거나 청소가 덜 된 부분을 확인할 수 있는 센서가 추가된 것입니다. 이전에는 분명 다 한 것 같은데도 100% 완료가 안되어 미진한 부분을 찾아내느라 정리 다 한 집을 다시 헤집어야 할 때도 있었는데, 이제 그럴 일이 없습니다. Q 한번만 눌러 주면 정어리떼를 찾는 소나처럼 남은 얼룩을 찾아낼 수 있거든요.



▲ 건방진 라쿤 녀석들의 발자국도 다 찾아내는 숙련된 기술자

한 가지 더, 큰 틀에서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엔드 콘텐츠'의 확장입니다. 전작은 이메일을 통해 수주하는 프로젝트를 모두 수행하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낡은 집을 사서 고친 후 되파는 과정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는, 사실상 그 전에 수주받는 프로젝트와 크게 다를 바가 없었죠. 하지만 이번 작품부터는 무려 나대지에 집을 올릴 수 있습니다. '하우스 플리퍼'를 넘어 '하우스 컨스트럭터'가 되어 이미 만들어진 집이 아닌, 나만의 집을 만들어 꾸밀 수 있게 되었습니다.



▲ 사서 파는 것 뿐만 아니라 만들어 파는 것도 되는 이번 작품


기존의 재미 그대로, 선택과 집중을 잘 한 후속작

정리하면, '하우스 플리퍼2'는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으면서도 외적인 완성도를 끌어올리고 게이머가 재미를 느낄 수 있을 만한 부분들을 살짝 더해 만든, 전작의 완성형에 가깝습니다. 선을 넘는 과도함이나 게임의 본질을 해칠 만한 괴상한 콘텐츠 없이, 그냥 잘하는 걸 더 살리고 무리하지 않은 모범적인 후속작에 가깝죠.

쉬워 보이지만 결코 쉽지 않은 과정입니다. 첫 작품이 과도하게 성공한 게임은 후속작에서 뭔가 더 나은 걸 보여주려다 무리수를 둘 수 있고, 애매하게 성공한 게임은 전작의 성공 요인과 미진한 점을 분석하다 헛다리를 짚을 수 있습니다. 좋은 후속작은 전작에 대한 성찰이 제대로 이뤄지고, 게임의 재미 요인을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을 때 만들어지는데, 게임 하나하나가 자식 같은 개발자의 입장에서 객관적 시선을 유지하는게 무척 힘든 일이거든요.



▲ 엉망진창일수록 설레는 이상한 느낌을 들게 만드는 게임...

하지만, '하우스 플리퍼2'는 그 왕도를 그대로 따라갔습니다. 앞으로 후속작이 계속 만들어진다는 전체 하에 3, 4편에서도 이렇게 큰 변화 없이 나아간다면 자가복제라는 오명을 뒤집어 쓸 수밖에 없지만, 실험적인 첫 작품의 뒤를 잇는 기성 후속작이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이보다 더 나을 수 없는 결과가 되었습니다.

다만, 여러분도 충분히 아시다시피, '하우스 플리퍼2'는 모두를 위한 게임은 아닙니다. 창조와 파괴라는 두 가지 가치를 생각할 때, 대부분의 게임들은 창조보다는 파괴에 저울추가 기울어져 있거든요. 신나게 때려부수며 스트레스를 풀길 원하시는 분들에게 개판 그 자체인 집을 하나씩 뜯어 고쳐야 한다는 건 고역이 아닐 수 없습니다. 소재 자체가 취향이 갈릴 수 밖에 없다는 거죠.

그러나, 무언가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지 않다면 속이 뒤틀리는 분들에게 있어 '하우스 플리퍼2'는 아주 좋은 선택일 겁니다. 혹은, 레고처럼 무언가를 만들고 완성해가는 창작의 과정을 즐기는 분들에게도 충분히 즐거움을 줄 수 있죠. 불현듯 제 눈가를 스치는 업무 책상 위를 보니 아마도 저는 후자인 것 같습니다.



  • 기존의 장점을 그대로 유지한 디자인
  • 서사가 더해지며 더 만족스러워진 게임 경험
  • 핵심 경험을 해치지 않고 더해진 콘텐츠
  • 다소 반복적인 게임 구조
  •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게임 소재

리뷰 플랫폼: 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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